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아덴시 지하 하수도.
일종의 던전이자 또 하나의 필드로 취급되는 이곳은, 하수도보단 하나의 지하 도시 같은 곳이었다.
과거의 건물과 통로들이 새로운 건물에 밀려 땅 밑으로 사라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층이 겹겹이 쌓인 미궁.
지상과 멀지 않은 곳에는 거지 소굴이나 부랑자들밖에 없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온갖 쓰레기와 범죄자들로 가득한 대규모 던전!
더럽고 냄새나지만 그 속엔 누구도 손대지 않은 값진 보물이 잠들어 있었다.
그것을 노리고 오늘도 하수도 경비대 의뢰소엔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어휴, 냄새.”
“빨래집게 좀 빌려줘.”
하수도 옆에 있기에, 의뢰소 안은 영 좋지 않은 냄새가 가득했다.
모여 있던 유저들은 코를 막거나 숨을 짧게 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 자, 줄을 서라고. 통행증을 배부해 줄 테니.”
“오늘 자네들이 할 일은 간단해, 1층 B, E, F, H 구역을 처리하면 되는 일이야.”
의뢰소 안의 병사들이 유저들에게 하나씩 문서를 나눠 주었다.
하수도 1층의 일부 구역을 드나들 수 있는 출입증.
별것 아닌 종이 쪼가리처럼 보여도, 이것이 없다면 곧바로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이런?”
종이가 다 떨어지자 경비병이 손을 내저었다.
“오늘은 일이 다 떨어졌군.”
“아아…….”
“다음엔 좀 더 빨리 오게.”
유저들의 한숨이 짙어졌다.
냄새가 나고, 더럽긴 해도 이만큼 수익이 쏠쏠한 일이 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흩어지던 한 명에게 어느 남자가 접근했다.
“저기, 님.”
“예?”
“마법사시죠?”
“어……. 예.”
마법사 유저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게 다가온 남자는 어딜 봐도 갱이나 불량배처럼 보였다.
건들거리는 걸음걸이나 몸에 난 여러 상처, 어깨의 문신까지 완벽한 갱!
“그……. 저 돈 없는데…….”
슬쩍, 마법사 유저는 조용히 경비대 쪽을 곁눈질했다.
그때 갱 유저가 팔을 휘둘렀다.
쾅, 마법사 유저의 얼굴 옆에 박히는 팔뚝.
“히, 힉!”
기겁하는 마법사.
그 모습을 보고 갱 유저가 씩 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저희랑 파티 안 하시겠습니까? 좋은 일거리가 있는데.”
***
-킨도르한 : 성공.
-킨도르한 : 마법사랑 궁수 이렇게 둘 구했다.
-파프닐 : 예상보다 빠르군.
-파프닐 : 금방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메시지를 보낸 파프닐은 기지개를 켰다.
“역시 킨도르한이군.”
수도 내 생리에 대해 잘 알고, 근접전도 생각보다 강력하며 마지막으로 데려가도 딱히 죄책감은 안 드는 상대.
파프닐이 생각하는 하수도 탐사 파티원으로 킨도르한은 딱 알맞은 인재였다.
‘의리는 덤이고.’
미래의 킨도르한이 십대 대악당 중 한 명이지만.
그에게는 다른 대악당 유저들에게 없는 게 하나 있었다.
의리.
절대로 비겁한 짓은 하지 않으며, 아군이 된 사람들은 끝까지 품어 주었다.
이 때문에 소설 속에서 킨도르한은 의리파 유저로 묘사되었다.
‘일단 동료가 되면 배신하지 않는다……. 중요한 조건이다.’
하수도에 들어가면 등을 기댈 수 있는 동료의 존재 유무는 크다.
소환물과 벨, 페넬로페만으론 채우지 못하는 플레이어의 역할을, 킨도르한은 해 줄 수 있었다.
‘그럼 들어가기 전에…….’
파프닐은 상인회와 미들타운 곳곳을 돌며 하수도 관련 퀘스트를 받았다.
“무법자 놈들이 고든 귀금속상을 털고 하수도로 도망갔어. 그 녀석들을 잡아 주게.”
-퀘스트 ‘보석을 찾아라’(매직)를 수락했습니다.
“하수도에 들어간다고? 가는 김에 자연 발생한 좀비나 하수도 속 괴물들을 좀 잡아 주게. 경비대 일이랑 겹치니 그쪽에 가서 말하면 될 거야.”
-퀘스트 ‘지하 하수도 청소 1’(노말)을 수락했습니다.
‘그럼 이제 큰 건을 마지막으로 가져올 차례군.’
하수도 조사 이야길 말하자 힐데는 기꺼이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다른 곳을 다 둘러본 뒤.
파프닐은 그 정보에 따라 로우타운 가장자리의 한 오두막으로 향했다.
판잣집들 사이에 섞여 얼핏 보면 배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오두막.
담장 안으론 장작을 패는 외팔의 노인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프닐은 노인에게 다가갔다.
“전 성기사 엔손드 님이십니까?”
“으음, 내가 엔손드이긴 하네만…….”
엔손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처럼 보였다.
미리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전직 성기사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힐데에게 이야기는 들으셨죠? 지하 하수도에 들어가고자 하는데, 혹시 필요하신 게 있다면…….”
“네크로맨서로군, 자네.”
엔손드의 눈이 번개처럼 빛났다. 순간 파프닐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옳은 선택이었다.
콰지직! 방금까지 서 있던 곳에 깊게 파인 궤적이 새겨졌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전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네크로맨서인데.”
“협약이 아니었다면 자넨 이미 죽었네.”
엔손드는 외팔이인 지금도 수십 년간 전투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성기사였다.
파프닐의 등이 서늘해졌다.
“그래서 그게 끝입니까?”
“아니지……. 힐데한테 말은 들었어. 하수도에 들어간다고? 아주 깊숙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귀족 놈들 허가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수완이 좋은 모양이구만.”
엔손드가 피 섞인 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렇다면 힐데 말대로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지. 혹시 신기가 뭔지 알고 있나?”
“신기라면 레전더리급의…….”
“과거 12영웅들이 쓰던 무구와 갑주 들이지. 신묘한 힘이 있다던.”
12영웅의 장비인 신기.
하나하나가 강력한 레전더리 아이템으로서, 소설 속에선 네임드의 증표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왜…….”
“그 신기 중 하나, 아발론 호수 거울의 조각이 이 지하에 있다면 믿겠나?”
“……!”
‘레전더리 아이템이라고?’
“30년 전, 종파 싸움에서 진 헤스티아교의 고위 신관들이 그 신기의 조각을 가지고 하수도로 도망쳤다네.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으니 하수도 안에 있다는 이야기지. 그것을 찾아서 내게 가져와 주게.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하지.”
“…….”
레전더리 아이템의 조각이라 해도 얕볼 게 아니다.
‘힐데 님에게 감사해야겠군.’
-하수도 얘길 수소문해 보니까 의뢰가 하나 들어왔어요. 저는 다른 퀘스트가 있으니까, 파프닐 님이 대신 찾아가 보세요!
힐데가 직접 약도까지 찍어 주며 소개해 준 덕분에 얻은 기회.
‘원래대로라면 네크로맨서인지라 얻을 수 없었을 텐데…….’
같이 가지 않는데도 이런 대박 퀘스트를 받다니.
이 은혜는 갚을 수 있다면 꼭 갚을 것이다.
파프닐은 짧게 다짐한 뒤 눈을 떴다.
“거울의 조각이라……. 챙겨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무 늦지 않는 게 좋아. 내 목숨도 얼마 안 남은 것 같거든.”
“예.”
-퀘스트 ‘성물 회수’(레어)를 수락했습니다.
이걸로 퀘스트 수집은 끝.
슬럼가로 돌아간 파프닐은 일행과 합류했다.
“퀘스트들은 다 받았나?”
“그럭저럭. 그나저나 이쪽은……?”
“구하라 했던 파티원들.”
“아, 안녕하세요. 마법사 정현식이에요.”
“궁수 베라……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주눅이 잔뜩 든 두 명의 파티원들이었다.
“…….”
파프닐은 대답 대신 조용히 킨도르한을 바라보았다.
“……아니, 진짜 협박 안 했어.”
킨도르한은 억울함 서린 어조로 항변했다.
***
-아덴시 지하 하수도 1층에 입장했습니다.
하수도 1층.
입장하자마자 파프닐과 일행의 표정이 절로 일그러졌다.
“어우, 냄새.”
“매일 들어오긴 하지만, 적응이 안 되긴 하네…….”
킨도르한과 궁수 유저가 코를 막았다.
“이 하수도는 고대 왕국의 유물로, 왕성뿐만이 아니라 더 넓은 지역까지 이어져 있다고 하더군요. 워낙 미로처럼 복잡하고, 마법 장치로 인해 몇 번이고 길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아직 궁정 마도사단에서도 3층 이하까지는 내려가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안경 쓴 마법사 유저가 신이 나 설명을 늘어놓았다.
“오, 마법사님. 자세히 아시네요. 설정 같은 거 좋아하시나 봐요.”
“아, 그게……. 설정을 알아야 호감도를 살 수 있다 보니까…….”
킨도르한이 끼어들자 금세 마법사의 입이 닫혔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빠르게 움직이죠.”
파프닐의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수도 안으로 들어가자, 곳곳에서 소리와 함께 사냥 중인 유저들이 보였다.
“빨리빨리 움직여!”
“저기 있다!”
“자리요!”
1층의 유저들은 다들 급하게 움직이며 경비대 퀘스트인 몬스터 청소에 몰두하고 있었다.
퀘스트에는 시간제한이 있을뿐더러 일정 구역을 두기에 늦으면 좋은 자리를 선점당하기 때문.
‘그래도 1층은 바깥이랑 큰 차이가 없군.’
구멍 난 곳곳에선 햇빛이 가끔 들어오고, 바깥바람과 시가지의 소리도 선명히 들려온다.
여기까지는 경비대 수준에서 퀘스트를 받아서 들어올 수 있었다.
진짜 지하 미궁이라 할 수 있는 곳은 하수도 2층부터.
“이쪽입니다.”
파프닐은 지도를 확인하고 걸음을 옮겼다.
먼저 온 사람들이 사냥 중인 사이를 몇 번 지나자, 아치형 계단 하나가 보였다.
“여기로 내려가면 됩니다.”
“숨겨진 방 같은 건가요? 하수도 1층 곳곳에 이런 꿀 사냥터가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파티원들은 별 의심 없이 파프닐을 뒤따랐다.
-하수도 2층에 입장했습니다.
계단을 내려서자 나타나는 메시지.
무언가를 지나는 느낌과 함께, 분위기가 바뀌었다.
좁고 어두운 통로.
천장 위쪽에 박힌 야명주가 주변을 밝힐 뿐, 나머진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저건 고대 유적 같은 건가?’
바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야명주가 일렬로 박혀 있고, 넓은 통로 한가운데는 검은 물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지상과 통하는 구멍이 없어서인지, 하수 냄새는 한층 더 짙어져 있었다.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와 냄새, 그 사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인기척까지.
장엄한 분위기 사이.
야명주 아래 있던 파티원들의 낯빛이 굳어졌다.
“아니, 2층이라고요?”
“여기까지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하수도 2층 이상 지하는 왕성에서 직접 관리하는 금지로 알고 있는데, 현상금 걸리는 거 아니에요?”
“저 그냥 나갈게요. 이런 거 하다가 명성도 명성대로 깎이고, 보상은 또 보상대로 못 받는 게 한두 번인가.”
둘을 바라보던 파프닐이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킨도르한을 바라보았다.
“설명 잘해 줬다 하지 않았나?”
“한몫 잡을 수 있는 퀘스트라 했지.”
‘설마……. 그게 끝?’
“아무래도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군요.”
파프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 퀘스트, 할 거 하다 한몫 크게 잡을 수 있으니까요.”
“한몫…….”
“게다가 이번엔 근위대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고위 귀족에게 뇌물을 찔러 주고 자유 통행증을 얻었거든요.”
한몫 잡을 수 있는 대박 기회에 자유 통행증까지.
처음엔 망설이던 두 유저들도 경계를 풀었다.
“혹시 소개비나 퀘스트 공유 값 같은 건 안 내도 되죠?”
“제 역할만 다하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 역할이란 게 혹시…….”
파프닐은 마법사 유저가 또 말이 길어지기 전에 손짓했다.
“냄새가 좀 지독한데, 서둘러서 가죠.”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건 넷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누가 뭐라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킨도르한이 선두에, 파프닐을 중앙에 둔 대열이 금방 완성되었다.
“그럼 출발하자고.”
킨도르한이 눈을 빛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수도 탐험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