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아, 진짜 미치겠네.”
타이탄사 제3 기술 관리팀 권 부장은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주)타이탄 사내에서 흡연자들을 위해 따로 건축한 사옥 내에서는 지금 골초 기술자들이 굴뚝처럼 담배를 펴 대고 있었다.
“김군아, 이거 어떡하면 좋겠냐?”
“그걸 저한테 물어보셔도 좀…….”
김 주임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심드렁하게 답했다.
막내라고는 하지만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직함도 주임이지만 제3 기술팀에는 사원이 하나도 없기에 무늬뿐인 직함이었다.
“MIT 나온 놈이 모르면 누가 알아?”
“부장님께서도 카이스트 나오셨잖습니까.”
“그래도 카이스트랑 MIT는 급이 다르잖아.”
“너무 사대주의적 발언 아닙니까?”
“하, 시발 거 저놈의 AI가 말을 알아들어야 말이지.”
일류만 입사할 수 있는 타이탄 사내에서도 범세계적인 천재들만 모인 곳이 제3 기술관리팀이다. 그들은 호라이즌 내의 초 AI와 교류하며 게임 내에 벌어지는 각종 QC(Quality Control) 및 디버깅(Debugging)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 정도 천재가 아니면 슈퍼 AI와 말 한마디 나누기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운영팀 쪽에서 지랄지랄 하던데.”
권 부장은 책상 앞에 비치된 네 개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육중한 모니터 암에 걸린 패널에서는 지금 일반인은 알아먹을 수 없는 각종 컴퓨터 언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프로그래머 중 이를 못 알아보는 이는 없다.
“대체 게임 내 중요 AI들이 왜 자꾸 한국 서버에만 오는 거야? 다른 서버 갔으면 다른 팀에서 처리했을 거 아니야.”
권 부장은 담배 한 개비를 더 물었다. 아직 게임에 나와서는 안 될 ‘초월자’들이 한국으로 계속 향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한 국가의 서버 내의 인플레이션이 계속 망가질 수 있었다.
특히나 따로 운영팀에 명시된 플레이어 둘이 이 폭풍의 핵이었다.
1호, 즉 현재 한국 서버에서 가장 저명한 유저인 파프닐.
그리고 2호.
‘조만간 이놈이 큰 사고 한 번 치겠군.’
원래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중국 서버에 쳐들어가 버린 플레이어.
“이 사람 이제 부활하면 중국에서 부활한단 말이지.”
“천마신교 들어갔으니 뒈질 거 같은데……. 중국 내에서 부활해 봤자 계속 추적당해 죽겠죠.”
“일단 중국 쪽에 엑세스 권한 따 와서 이 사람 부활 포인트만 수정해. 그 이상은 이 깡통 녀석이 수락 안 해 줄 수 있어. 대체 이거 만든 양반은 왜 AI가 인간 명령을 거부하는 프로텍트 따위를 건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부활 포인트 한국 서버로 실행하고, 또 이 양반한테 버그로 타 서버 갔다는 거 사과 메시지 보내면서 보상 하나 쥐여 줘.”
“보상? 뭐 줄까요?”
“글쎄…… 스킬 레벨 업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권 부장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AI 쪽은 어떡할까요?”
“그건 우리 권한 밖이라 어쩔 수 없어. 그래도 다행인 건…….”
권 부장은 중국 내 초AI와 외신이 부활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둘이 부딪칠 거 같은데? 둘 다 뒈졌으면 좋겠구먼.”
“하하하, 그러면 저희야 편하죠.”
권 부장과 김 주임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권 부장이 내린 결정이 추후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는 그곳에 모인 수십 명의 프로그래머 중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
상명하복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천마신교 내에서 교주의 권한인 천마령(天魔令)은 절대적이다.
천마신교 교주 상관기홍을 필두로 교 내의 이대호법, 사대신군, 팔대천왕, 십대마객이 삽시간에 소집됐다.
“교주님, 무슨 일로 저희를 다 소집하셨습니까?”
그나마 교주에게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이대호법 중 좌호법 음양백마가 상관기홍에게 여쭈었다.
“감히 교의 구역을 침범한 외부인이 있다는구려.”
상관기홍은 수하들을 이끌고 당당하게 걸으며 읊조리듯 말했다.
“근래에 소기의 성과가 있었는데, 중원 정벌 이전에 간단하게 몸이라도 풀어 볼까 해서 말이오.”
“오오, 그 말씀은?”
우호법 음양흑마가 공손히 손을 모으며 경외의 빛을 띠었다.
“그렇소. 천마신공이 구 성의 경지에 올랐소. 이제 본좌를 막을 수 있는 건 이 천하에 없을 것이오.”
“감축드리옵니다!”
이대호법 휘하의 신교 간부들이 저마다 고개를 숙였다.
상관기홍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었다.
비록 게임 속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중에는 플레이어도 있고, 대부분 중국 서버 내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강자들이었다.
그런 이들에 둘러싸인 채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중원 정벌을 하면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구먼.’
그들은 드디어 아수라멸천진이 펼쳐져 있던 교의 후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자인가 봅니다.”
철혈신군이 잿더미가 된 숲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청년을 가리켰다.
“무림맹의 떨거지는 아닌 걸로 보이는군.”
상관기홍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화기(火氣)를 띠는 무공을 쓰는 정종 문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수라멸천진을 돌파할 만큼 강력한 문파는 백도에는 없었다.
마공 중에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마인이든 무림맹의 간자든 상관없다. 모든 건 힘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니.’
상관기홍은 추호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청년 앞에 당도했다.
“혼자인가?”
상관기홍은 주변을 둘러보다 물었다.
“여기는 어딥니까?”
청년이 역으로 묻자, 상관기홍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네놈이 감히 나를 우롱하느냐? 본 적 없는 장비들인데…… 누구에게 고용되어 본교를 침범한 것이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난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여긴 대체 어디죠? 신대륙인가?”
듣던 이들이 콧방귀를 꼈다.
상관기홍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놈이 감히 본좌를 기만하려 들어?”
틀림없이 외부 세력의 의뢰를 받은 놈이었다.
그런데 천연덕스럽게 모른 체를 하고 있으니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유저 같은데, 일단 묶인 다음 환생 물약 앞에서도 그따위 망발을 지껄일 수 있나 보마.”
상관기홍이 장포를 펄럭이며 한 걸음 나서자, 주변 인물들이 경외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폐관을 마친 천마 상관기홍의 무공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일 초 안에 끝내 주지.’
자신이야말로 최강이다.
천마 상관기홍에게는 그런 절대적 자신감이 있었다.
그가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인물은 총 네 명.
스승이자 전대 교주인 천마.
그 천마의 평생 숙적(이라고 자신만 주장하는) 검성.
앞선 두 명보다는 끗발이 떨어지는 황실 최고의 비밀 병기 황룡.
그리고 현 무림맹주이자 검성의 제자인 검왕뿐이다.
하지만 검왕을 상대로는 자신이 우위라 생각하니, 실질적으론 셋뿐이었다.
그 셋은 모두 NPC.
아직 인플레를 따라잡지 못한 은거 고수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유저 중 최강자는 자신이다.
그 생각은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고, 그럴 만한 근거가 충분했다.
‘아수라멸천진을 돌파할 정도의 강자라면 중원 정벌의 신호탄이자 본좌의 무공을 실험하기에는 안성맞춤이야.’
이제 구 성에 다다른 중국 서버 최강의 무공인 천마신공의 위엄을 교의 간부들에게 보일 차례였다.
***
‘게임 하나 즐기기 어렵군.’
플러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장포 차림의 사내들.
마치 홍콩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시대착오적인 그들은 다짜고짜 플러시를 포위하더니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내뱉었다.
‘해저 왕국에 들렀을 때도 그렇지만…… 아니, 애초에 나는 이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뭔가 재수가 옴이 붙긴 했구나. 왜 이런 돌발적인 상황만 벌어지는 거지?’
“어디 그따위 망발을 지껄일 수 있나 보마.”
그 순간 상대의 대표자로 보이는 중년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기세에 플러시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뭐, 뭐야? 딥원들보다도 더 강한 것 같은 이 기운은…….’
플러시의 현재 레벨은 551.
강력하긴 하지만 아직 천마 상관기홍에게는 닿지 못할 정도.
당연히 그가 느끼는 압박감은 대단했다.
특히나 내공이라는 별도의 스테이터스를 통해 그 힘을 마음대로 갈무리하고 내뿜을 수 있는 중국 본토 서버 유저들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응? 이 녀석은?
이그나이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
천마 상관기홍이 양손을 펼쳤다.
화르륵!
양손을 가득 메운 백색 불꽃.
‘마법사인가!!’
-저건…… 확실하군.
그 순간 상관기홍의 쌍 장에서 하얀 구멍처럼 빛이 이글거리더니 순간 강렬한 불꽃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플러시는 몸을 비틀어 회피하려 했지만, 그 속도는 그야말로 빛처럼 빨랐다.
땅을 부수는 굉음과 함께 주변이 분진으로 둘러싸였다.
“흠…… 이 정도로 끝인가. 얘기라도 좀 들어 볼까 했는데, 허약하기 짝이 없군.”
천마 상관기홍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만면에 흡족한 빛을 띠었다.
“오오…… 과연 교주님이십니다.”
“만마의 종주! 천마강림!”
“만세, 만세, 만만세!”
20명에 달하는 간부들이 절도 있게 무릎 꿇으며 제창하던 그때였다.
“……!!”
천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야, 안 아프네?”
분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플러시는…….
멀쩡했다.
상처 하나도 없었다.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상관기홍도, 천마신교의 간부들도, 모두 당혹스러워했다.
심지어 당사자인 플러시까지.
-……흐흐, 당연한 일이다.
‘무슨 말입니까?’
-그야 저 녀석들이야말로 본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순간.
천마 상관기홍이 노호성을 토해 냈다.
“네노옴! 어떤 사술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살아 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부하들 앞에서 자존심을 구긴 상관기홍은 그 자리에서 허공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 올라갔다.
“오오…… 허공답보에 능공허도까지!”
“과연 천마 교주님이시로다.”
초절정 무공의 향연에 간부들의 눈이 돌아갔다.
상관기홍은 허공에서 양손을 마구 휘두르며 불꽃을 삽시간에 토해 냈다.
그 모습은 마치 화룡이 숨결을 내뱉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천마신공이 구 성에 오른 이후 펼쳐내는 극성의 성화령지기가 순수의 극양지기를 내뿜는 것이었다.
이미 무공이라는 상궤를 벗어난 압도적인 화력!
마법사가 캐스팅 없이 화염계 마법을 마구 펼쳐내는 것과 같았다.
“크하하하! 이 정도면 살아남지 못하겠지!”
천마가 광기에 찬 대소를 흘린 바로 그 순간.
“…….”
분진 속에서 플러시가 멀뚱멀뚱 눈만 깜박였다.
“……?”
“……?”
“……?”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