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드래곤은 모든 생물체의 정점이다.
포식자의 정점이자, 힘과 마력을 모두 갖춘 최강의 생물체.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몸체에서 나오는 파괴력과, 그 크기에서 나온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민첩함.
더불어 드래곤만이 쓸 수 있는 강력한 마법들은 어째서 드래곤 슬레이어의 칭호를 가진 유저가 아직 없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키에에엑!”
그런 드래곤이 일방적으로 공격받고 있었다.
날개가 찢기고, 목이 숫돌에 눌려 내려앉은 상황.
해골병 검사, 해골 창병들이 그런 드래곤의 몸을 타고 올라 창칼을 내리쳤다.
코끼리를 사냥하는 개미 떼처럼 끈질기게, 스스로가 죽어도 한 번 더 찌를 수 있다면 아랑곳하지 않았다.
해골병 궁수, 해골 마법사, 리치들도 마법을 퍼부었다.
맞으면 저주받는 독화살, 냉기 화살, 냉기와 독 마법들이 해골병과 드래곤을 가리지 않고 떨어졌다.
딱! 딱!
해골병들은 화살과 마법에 부서졌지만, 그 자리를 다른 해골병이 채우며 극복했다.
파프닐은 어둠 속성 공격 내성이 높아 해골병들의 공격을 맞아도 큰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덕분에 계속 연달아 목 뒤쪽을 내리칠 수 있었다.
“궁드닐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가짜 신기라지만 신의 무기이기에, 궁드닐로 찌르자 조금씩이나마 드래곤의 가죽이 벗겨져 나갔다.
드래곤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빌어먹을 돌! 이 돌만 아니었다면!”
드래곤의 힘은 산을 초원으로 만들고 땅을 뒤집어엎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아무리 힘을 써도 머리 위를 짓누르는 이 돌은 치울 수 없었다.
“좋아, 확실히 움직이지 못하는군.”
파프닐은 머리를 패면서 확신했다.
텔레포트, 블링크 유의 스킬만 계속해서 취소시킨다면, 이대로 사냥을 할 수 있으리라고.
“슬슬 너희도 움직여라. 1~12호.”
“딱(딱)!”
버프를 받고, 무기를 갈던 엘리트 해골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항상 장비했던 양산형 창칼이 아닌.
아다만티움과 미스릴을 드워프들의 기술로 가공해 만든, 레벨 550제의 최상급 이모탈급 장비들!
“가장 잘 싸운 녀석에게는 일주일 휴가를 주지.”
파프닐의 말에 엘리트 해골병들은 일제히 달렸다.
일반 해골병들이 상처를 내어 놓은 곳마다 달라붙으며, 팔다리의 힘줄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크아아아!”
드래곤에게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마치 온몸의 상처들을 칼로 후비는 듯한 고통이리라.
“쏘닉의 원수 놈……! 죽여 버릴 것이다!”
놀랍게도 드래곤은 그런 고통을 참으면서 침착하게 해골병들을 밀어 냈다.
드래곤이 꼬리를 휘둘러 내려치거나, 팔다리를 움직여 공격하면 그때마다 엘리트 해골병들도 피해야 했다.
“네놈만 이것들을 쓸 수 있는 줄 아느냐? 나와라! 나의 병사들!”
드래곤이 괴성을 지르며 입에서 흰 뼈를 뱉었다.
뼈가 떨어진 자리에선 흰 뼈로 된 해골 기사와 마법사, 전사들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용아병……!”
해골병 계열에서 최상위 계열의 언데드 몬스터인 용아병들이 아다만티움 해골병들과 맞섰다.
파프닐은 머리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과 여러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십 미터 크기인 드래곤의 몸 위.
주변에 높은 산도 없었기에 멀리 있는 헷지호그 사체의 산도 보일 정도였다.
‘해골병들의 소모 속도가 너무 빠르군.’
드래곤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해골병 열댓 기가 부서진다. 아무리 사자왕의 심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파프닐의 마나도 무한정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솟구친 용아병들은 해골병들에게도 쉽지 않은 상대였고.
심지어 죽이면 시체까지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
게다가 멀리서 미스틱 헷지호그들이 새로 생성되고 있었다.
펜스로 대처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가시를 쏘는데, 그 대미지도 보통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드래곤 쪽이 유리하겠어.’
주인의 위기를 감지한 헷지호그들 외에도, 강력한 다른 가디언들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그뿐인가.
이 녀석은 해츨링.
만약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 다른 성룡의 눈에라도 띄면, 그땐 다 잡은 녀석을 놓치는 것도 모자라 드래곤들의 공공의 적이 된다.
‘하는 수 없지.’
오래 사냥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
‘빠르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얻고, 사냥은 더 빡세게 하는 수밖에.’
파프닐은 궁드닐을 뽑은 다음 발끝을 세워 걸었다.
엘리트 해골병들이 사방에서 공격하는 걸 막느라 정신이 없는 드래곤의 머리 위.
조심스럽게 미끄러진 파프닐은 가차 없이 창을 드래곤의 눈에 찔렀다.
“캬아아아아아악!”
아무리 온몸이 단단한 비늘과 두꺼운 가죽으로 덮여 있더라도, 눈만큼은 방어할 수 없다.
드래곤 헌터에서 수많은 드래곤을 사냥하며 경험으로 얻은 상식이었다.
‘이상하게 생긴 놈들에겐 소용없었지만, 이 녀석은 아니니까.’
파프닐은 놈이 정신을 차리기 전 재차 다른 쪽까지 궁드닐을 찔러 넣었다.
‘이걸로 시야도 봉인했다.’
드래곤이 가장 무서운 것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온갖 마법을 쏟아부을 때다.
지금의 드래곤은 그저 움직이지 못하는 괴수에 지나지 않았다.
“딱(딱)!”
“따다닥(딱)!”
그렇게 묶인 드래곤의 몸 위로, 엘리트 해골병들이 귀화를 빛내며 올라왔다.
두 개나 더해진 약점을 마구잡이로 찌르며, 드래곤의 상처를 쑤셨다.
“크아아아아!”
예상대로 눈을 찔린 드래곤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몸을 움직였다.
파프닐은 그런 놈의 목 위로 올라갔다.
‘원래 이런 놈은 단숨에 경추를 끊는 게 공략법이란 말이지.’
보통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드래곤을 잡는 공략법은 대부분 몸을 베거나 심장의 드래곤 하트를 저격하는 것이었다.
거의 탱크만 한 크기의 초대형 발리스타를 쏘아 단숨에 심장을 찌르거나.
정말 뛰어난 검사가 단숨에 심장을 베어 내는 것.
드래곤의 배는 비늘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찌르기 쉬웠다.
그 외에도 마력을 폭주시키거나, 용에 잘 드는 특성의 무기를 쓰는 등의 여러 가지 공략법이 있다.
하지만 드래곤 헌터에서 숱한 드래곤을 잡은 바에 의하면, 결국 드래곤도 생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뇌랑 눈 코 입, 심장이 있고, 약점을 찌르면 죽는다.’
아무리 강한 야수라도 오징어가 아닌 이상 경추가 끊기면 죽는다.
파프닐은 창에 힘을 실어 드래곤의 목뼈를 계속 때렸다.
-같은 지점을 10연속 공격했습니다.
-창술(노말)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극점 찌르기(매직)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레벨도 높고, 강력한 적이기에 스킬 숙련도가 급속도로 올랐다.
‘곡괭이가 있었으면 좋겠는걸.’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니고, 사냥 중 갑자기 해츨링이 나타난 것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파프닐은 드래곤이 마법을 쓰려고 할 때마다 머리를 치고, 다른 땐 계속 뒤통수를 찔렀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흐른 어느 순간, 창끝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랑한 감각이 느껴졌다.
‘어?’
뒤쪽의 가죽을 뚫고, 목뼈를 내리치던 파프닐의 표정이 변했다.
동시에 드래곤이 갑자기 온몸을 비틀었다.
“크아아아악!”
스스로의 몸을 땅에 비비며 숫돌에서 벗어나는 드래곤.
해골병들이 곧바로 놈의 팔다리를 향해 몰려들었다.
그러나 놈의 목표는 해골병도, 팔다리도 아니었다.
“네놈! 네놈이!”
그대로 목을 돌린 드래곤이 파프닐을 향해 입을 벌렸다.
‘브레스인가!’
브레스는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파프닐의 주변이 어두워졌다.
“꿀꺽!”
그대로 입을 닫은 드래곤이 파프닐을 넘겨 버렸다.
“이건…….”
사방이 조여드는 살덩어리 속.
파프닐은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놈이 날 먹어 버린 것 같군.”
보통이라면 최악의 상황.
어떤 갑옷이나 보호막도 드래곤의 배 속에서 버티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꿀인걸?”
파프닐은 씩 웃으며 목검을 꺼냈다.
“덕분에 이 전투를 빠르게 끝낼 수 있겠어.”
***
드래곤 슬레이어.
단순히 타이틀이긴 하지만, 호라이즌 내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그런 칭호를 가진 자들이 있다.
스스로의 실력이건, 운이 따라 줬건 드래곤을 처치한 자들.
물론 그 수는 수천 년 역사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당연한 일이었다.
드래곤이 생태계의 정점이자 최상위 포식자, 반초월자라면.
그런 드래곤을 잡은 자는 필연적으로 그보다 더 강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정말 가끔, 그런 드래곤을 잡은 사람이 존재했다.
지금 필드를 걷고 있는 어느 용사냥꾼이 그였다.
“여기가 맞아…….”
그렇게 말하는 용사냥꾼의 등에는 수백 개의 마법 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하나하나가 수많은 레전더리급 장비와 마도구, 그리고 공성전에서나 쓸 법한 도구들을 담고 있다.
드래곤의 배를 노릴 발리스타, 움직임을 제한할 그물과 슬로우 마법기.
드래곤의 마법 시전을 막을 안티 매직 머신.
만일을 대비해 단 한 번, 무적의 결계를 펼 수 있는 앱솔루트 배리어 아뮬렛.
모두 어지간한 용사냥꾼이나 대형 단체에서도 한두 개나 갖추면 다행인 것들이다.
물론 혼자서 그것을 모두 쓸 수는 없다.
용사냥꾼은 동료가 없는 대신, 그 역할을 해 줄 인간보다 충실한 수하들을 모집했다.
고대, 대장장이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위대한 드워프 형제의 형이 만든 자동인형.
이런 게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드래곤에게 ‘도전’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 듣기론 이곳에 있는 드래곤은 이제 곧 성룡이 된다…….”
새끼가 귀한 드래곤들에게 해츨링은 그야말로 종족 모두의 보물.
그런 해츨링을 죽이면 상대는 자연스레 모든 드래곤의 공적이 되고, 그는 물론 그가 속한 나라까지 철저히 응징을 받는다.
이 때문에 모든 용사냥꾼은 갓 성룡이 된 개체를 주로 노린다.
너무 강해지기 전, 혹은 너무 약해지기 전.
그리고 용사냥꾼이 최근 입수한 초극비 정보에 의하면, 바로 이곳에 그런 개체가 하나 있었다.
“모험가 놈들이 죽어라 파헤치지만……. 아직 멀었다.”
용사냥꾼은 조용히 구릉지에 도착했다.
그런 그의 눈에 수많은 사체의 산이 보였다.
“이게……. 무슨…….”
설마 드래곤 간의 영역 싸움?
아니면 최근 난리인 악마교단, 혹은 뱀파이어들의 세가 미쳤을 수도 있다.
“대체…….”
콰앙! 때마침 폭음이 들리며 땅이 흔들렸다. 용사냥꾼은 천천히 그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소리의 원인이 보였다.
“쏘닉!!”
숫돌에 머리가 깔린 채 발버둥 치는 작은 산만 한 적색 형체.
그리고 그 주변을 가득 타고 오르는 해골병들을.
‘저건……!’
놀랍게도 그 머리 위에선 누군가가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모험가로 보이는 남자는, 어둠의 마나와 언데드를 다루고 있었다.
용사냥꾼은 홀린 듯 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말도 안 돼. 모든 게 완벽하다.’
드래곤의 움직임을 봉하고, 약점을 노리며, 드래곤의 행동을 읽고 대응하는 것까지.
모든 게 그야말로 용사냥꾼이 꿈꾸는 숙련도 그 자체다.
심지어 자신은 수에 한계가 있는 자동인형을 쓰지만, 저 남자는 그걸 무한히 보충되는 해골병으로 보충하고 있었다.
장기전을 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
‘정말로 잡는가……!’
그가 드래곤을 잡은 것은 지금까지 총 두 번.
한 번은 바란왕국의 엄청난 지원,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드워프와 엘프 두 종족이 연합하는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
혼자 드래곤을 잡으려 한 건 이번이 처음.
그런데 저 남자는 그걸 완벽히 해내려 하고 있었다.
‘잡아라……! 잡아! 죽여!’
용사냥꾼은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을 쥐었다.
그때였다.
남자가 목에 창을 찌르자 갑자기 드래곤이 발버둥을 치더니, 몸이 땅에 쓸리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숫돌 밑에서 나왔다.
“어?”
다음 순간 드래곤이 곧바로 입을 벌려 남자를 집어삼켰다.
“아, 안 돼……!”
용사냥꾼의 입에서 비탄에 잠긴 탄식이 새어 나왔다.
거의 다 되었는데, 그저 아까울 따름이었다.
“크르륵…… 크아아!”
남자를 삼킨 드래곤은 여유를 찾은 채 해골병들을 뒤로하고 물러났다.
이대로 남자가 죽으면 저 해골병들도 쓰러질 터.
‘안 되겠군.’
용사냥꾼은 사냥 준비를 시작했다.
남의 사냥에 끼는 건 취향이 아니지만.
그래도 저 남자도 드래곤을 잡아 주길 바랄 것이다.
막 작살을 들려던 순간이었다.
“크…… 크롸롸롸롸!”
갑자기 드래곤이 울부짖으며 땅을 구르기 시작했다.
“무, 무슨……?”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용사냥꾼이 꿀꺽 침을 삼킨 순간, 녀석의 입과 배에서 기다렸다는 듯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