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드래곤은 나이와 색에 따라 그 강함이 정해진다.
가장 약한 색은 그린, 가장 강한 것은 골드 같은 식.
또 같은 드래곤이라 해도, 갓 성룡이 된 드래곤과 수천 년을 산 에인션트 드래곤이 같을 리 없다.
그중에서도 정말 강한 몇몇 드래곤은 게임 내 신화나 전설 속에 나와 있다.
악룡 파푸닐.
모든 드래곤 중 손에 꼽히는 강함을 가졌고.
신과 영웅들의 전쟁 모두에서 활약한 블랙 드래곤.
만약 한국 서버의 모든 스토리가 풀린다면, 그중에서 가장 강한 보스 몬스터로 손꼽히는 놈이자 전 세계 서버를 통틀어서도 순위권에 꼽히는 몬스터였다.
“크…… 크커어어억…….”
그런 파푸닐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채 신음했다.
이 사이에서는 검붉은 피거품이 나오고, 온몸에는 수많은 검상이 가득했다.
“후우……!”
“드디어……!”
그 위에 걸터앉은 40대 중반의 미중년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겉보기엔 일반인이지만,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절대지경의 고수 검성 남궁철.
중국 서버에서 초월의 무를 이룬 뒤, 혼돈의 바다를 조각배 하나로 건너는 미친 짓을 성공한 사람이다.
“어떤가, 소제.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고 할 수 있겠지?”
“이기긴 무슨, 이번에도 내가 이겼구먼.”
그런 남궁철에게 다른 한 남자가 뚱한 표정을 한 채 말했다.
“뭐야? 분명 내가 더 많이 베어 냈네. 보게나!”
남궁철이 손으로 드래곤의 몸에 난 검상들을 가리켰다.
“꼬리에 4개, 다리에 13개, 등에 7개, 배에 9개, 목에 1개. 총 34번 유효타를 날렸지. 자네보다 하나 더 많은 거 맞잖나.”
“남궁 형. 개소리 말고 치명상이나 보십쇼.”
독고청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했다.
“이놈 심장이랑 목, 머리, 날개, 주요 부위는 전부 소제가 찌르지 않았소. 아무리 초식을 많이 펼쳐도, 결국 적을 찌르는 게 무공인 건 정사마를 통틀어 똑같은 일이거늘…….”
“헛허……. 소제, 이 몸이 일부러 그 역할을 양보해 준 것도 모르는가?”
“아니, 남궁 형이 처음 한 번 빗나가게…….”
“갈……!
중후한 사자후와 함께 하늘을 담은 듯한 맑은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 무공을 겨우 이런 데 쓰는 걸 알면, 선조들이 잘도 좋아하시겠소.”
“천마에게 쓰는 게 뭐가 문제란 말이더냐. 이 녀석.”
남궁철은 투덜대다가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나저나 역시 힘든 녀석이구먼. 보통내기가 아니야.”
“뭐, 그건 동의하오.”
독고청도 입에서 검은 피를 뱉으며 덧붙였다.
악룡 파푸닐의 종족은 블랙 드래곤.
브레스는 물론, 땀 한 방울에도 신조차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극독이 돌아다닌다.
만독불침을 이룬 두 사람에게도 통할 정도.
몸은 또 어찌나 단단하고, 마력은 또 얼마나 강한지.
무한한 진기가 바닥난 것도 모자라, 선천진기와 현기까지 모두 끌어다 쓰지 않았다면 자리에 누워 있는 건 이들 둘이었을 것이다.
“역시 여신의 시련이라 그런가……. 힘들구먼, 파푸닐.”
“그래도 이걸로 신세계의 문을 쓸 수 있게 되었지요.”
독고청의 입꼬리에 미소가 어렸다.
천마신교의 교주가 아닌 한 명의 무인으로서.
지상뿐만 아니라 신세계에 있는 수많은 절대 강자와 순수한 무를 겨루는 것.
그 꿈이 눈앞까지 온 것이다.
“뭐, 남궁 형에게서 벗어나는 건 덤이고.”
“뭐이야……? 이 마두가!”
“소제가 없더라도 심심해하진 마시오. 하하.”
그때였다.
바닥에 엎어져 있던 파푸닐이 꿈틀거렸다.
“씨……바……알…….”
“독고! 이 녀석 마무리를!”
“잠깐만, 남궁 형.”
대번 검을 들던 남궁철을 말린 독고청이 드래곤의 입가로 다가갔다.
“뭐라고?”
“나……. 나……. 아닌데…….”
“엉?”
그런 독고청에게 파푸닐은 이를 갈며 유언을 남겼다.
“나……. 파프닐이 아니라 파푸닐인데……. 대체 왜…….”
그 말을 마친 드래곤의 머리가 완전히 힘을 잃고 널브러졌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파푸닐이 아니라고?”
“파푸닐이 맞다고 하지 않았소?”
“어디 확인해 보게.”
“확인?”
“그 여신이란 소저에게 한번 연락이라도…….”
“나 원 참……. 잠시만 기다리시오.”
독고성은 눈을 감고 기를 모았다. 상단전이 열리더니 하늘 어딘가와 그대로 연결되는 기.
보통 신과 바로 대화를 나누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독고청의 말도 안 되는 경지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음…….”
잠시 후 주파수가 연결된 독고청이 고개를 까닥였다.
반응을 주시하던 남궁철이 물었다.
“뭐래?”
“……이 녀석이 아니라는데요.”
“어엉?”
“이 녀석 말고 파푸닐을 잡아야 했답니다. 인간 파푸닐.”
“그래……?”
남궁철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죽인 악룡을 바라보았다.
“그럼 우리가 애먼 놈을 죽인 건가……?”
소림만큼은 아니지만, 무당파를 비롯한 여러 정파도 무익한 살생은 꺼리는 편이다.
남궁가에서 자라난 남궁철도 마찬가지.
만약 독고청의 말이 맞는다면, 자신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남의 집에 쳐들어가 깽판을 부리고 주인의 목을 딴 도적질을 한 셈이다.
“뭐, 그래도 이 녀석도 나쁜 놈이 맞긴 하답니다.”
“그래?”
“사람 수십만 명을 먹고, 그 몇 배가 되는 사람을 죽였다더군요. 보물도 뺏고.”
“그럼 확실히 나쁜 놈이구먼.”
남궁철의 얼굴에 있던 근심이 걷혔다. 언제 걱정했냐는 듯 어깨를 편 그가 죽은 파푸닐의 머리에 검을 다시 꽂아 넣었다.
“극락왕생하시게.”
“그나저나 남궁 형.”
“음?”
“파푸닐은 또 어떻게 찾지요?”
파프닐을 어떻게 찾느냐.
평생을 무림맹주, 그리고 천마신교의 교주라는 자리에서 지시만을 내려 왔던 두 사람에게 이것은 무림일통보다도 어려운 문제였다.
“은월 애들이 있었으면 그 녀석들에게 맡겼을 텐데…….”
“소제도 흑살대나 무영대 녀석들에게 맡기다 보니…….”
“뭐 들어 둔 것 없나?”
“있는 것 같긴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모르겠습니다.”
“으음…….”
남궁철은 아무래도 긴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슥, 고개를 돌린 그가 말했다.
“그럼 일단 이것부터 팔아 여비를 좀 마련해야겠구먼.”
“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독고청이 주먹을 손바닥에 내리쳤다.
“소제, 이럴 때만큼은 남궁 형이 존경스러워지는구려.”
“이럴 때만큼은?”
“그야……. 남궁 형, 생사결은 이 독고 모에게…….”
“갈!!”
***
다음 날.
“그럼 난 가네. 언젠가 자네가 부르면 그때 다시 만나세.”
“알겠습니다.”
용사냥꾼과 헤어진 후.
파프닐은 곧바로 아덴시로 와 점검에 들어갔다.
사냥을 하고 싶었지만, 레어의 가디언들만큼 사냥할 만한 게 없기도 했고.
또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 녀석들부터 어떻게든 해야지.”
널따란 작업대 위에 수많은 장비와 해골병들의 몸뚱어리들이 일렬로 놓였다.
드래곤과 싸우며 입은 수많은 상처, 그리고 드래곤의 위액 때문에 반쯤 녹아내린 장비들!
이대로 전투를 속행한다면, 수 시간도 가지 않아 맨손으로 싸워야 할 게 뻔했다.
‘궁드닐은 멀쩡해서 다행이군.’
파프닐은 정령목에서 나온 정령수에 갑옷과 장비들을 담근 뒤 천천히 가열했다.
장비를 수리하려면 일단 표면에 남은 위액부터 말끔히 청소해야 했으니까.
“그 조치도 쉽지 않지.”
정령수로 한 번 닦아 낸 후엔 슬라임 킹의 슬라임 젤리(레어)로 말끔히 훑어 내고, 아라크네의 실로 만든 수건(유니크)으로 말끔히 닦는다.
이를 다섯 번 반복하자 비로소 갑옷과 망토, 바지 등이 색깔을 되찾았다.
“됐군.”
인증 스크린 샷을 찍은 뒤 헤르메스의 날개에 맡기면 완료.
나머지는 배송받은 드워프들에게 달린 일이었다.
무기를 마친 파프닐은 해골병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손상이 적은 해골병들은 기존 뼈에 드래곤 본을 넣어 복구.
몸의 1/3 이상이 부서진 해골병들은 블랙 칩으로 영혼을 수거한 뒤, 드래곤 본과 아다만티움, 미스릴, 메타슬라 합금으로 만든 새 몸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모두 데스나이트급……. 아니 그 이상이군.”
편의상 엘리트 해골병으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한 기 한 기가 고위 언데드인 데스나이트보다 강하다.
어비스 나이트, 인페르노 나이트들과 비교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
“혹시 데스나이트로 승급하고 싶은 녀석은 말해라.”
“딱!”
머리만 남아 있던 해골들이 눈을 빛낸 순간.
“근데 이거 알지? 큰 권력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
해골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물었다.
“뭐, 너무 상심하지 마라.”
애초에 파프닐은 최대 효율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
해골병들이라 부르고만 있지, 각각 구성하는 재료나 마력량, 술식 등은 데스나이트를 한참 전에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말 그대로 ‘만렙’ 해골병.
오히려 전면전에만 한정된 데스나이트보다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 가능한 지금의 해골병들이 더 유용했다.
“그래도 저 녀석은 처음부터 특수한 고위 언데드로 만들어야겠군.”
파프닐은 얼음 속에 있는 쏘닉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드래곤의 가디언에 돌연변이 고슴도치.
역대급으로 좋은 재료였다.
‘제대로만 만들면, 암살자, 민첩 싸움에서는 절대 지지 않을 녀석이 나오겠어.’
물론 당장은 만들지 않는다.
최고의 재료 외에도, 최고의 설비가 있는 장소와 시기를 잡고 만드는 게 인지상정.
게다가 지금은 수리 외에도 할 일이 많았다.
“일단 드래곤의 남은 사체 부위 해체 및 분류부터, 전투의 데이터를 뇌 컴퓨터에 업데이트도 해야 하고…….”
용사냥꾼이 준 마법 주머니 덕에 드래곤의 사체 전부를 가져올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수확이었다.
드래곤의 사체는 피 한 방울마저 수십, 수백만 원어치의 값을 하니까.
그래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위잉.
켜 두고 있던 메신저창이 울리자 파프닐은 수신 버튼을 터치했다.
“오랜만에 연락하게 되는군요, 전우치 님.”
-…….
메신저 너머 목소리는 활빈당의 전우치!
한국 서버의 음지에서, 외신의 위협이나 몬스터의 웨이브, 외국 서버의 뒷공작과 맞서 싸우는 숨은 거물이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꽤 잘 지낸 것 같군.
“실제로 그렇습니다.”
-아크 길드 건은 해결했나?
“아크 길드요?”
그러고 보니 아크 길드 쪽 강경파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은 적 있다.
-그래, 그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자네 프론티어 길드와 전쟁을 선포했다고 들어서.
“이상한 일도 다 있군요.”
내부 파벌 정리도 바쁠 텐데 전쟁이라니, 아마 유명세를 얻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뭐, 하는 척만 하다가 말겠죠.”
애초에 아크 길드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게 바로 부실한 결집력이다.
설마 지금 상황에서 그 약점이 사라질 리는 없을 테니, 별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전우치 님.”
일반 유저라면 어떻게든 연줄을 놓고 싶어 할 상대.
하지만 파프닐은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먼저 요청드렸던 그것은 준비되셨습니까?”
“그래, 안 그래도 그것을 말하려 했지.”
전우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현실 시간으로 3일 후 밤 11시. 문그리팅산으로 오도록.”
“알겠습니다.”
“그곳에서 만나서 미국 서버로 출발할 테니까.”
미국 서버 측 랭커들과의 비밀 접선!
파프닐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거참 기대되는군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