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6)
36화
하수도의 2층은 1층보다 훨씬 복잡했다.
보수 및 개발 공사가 자주 있던 1층과 달리, 이전에 만들어진 구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보이는 야명주의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인 미궁.
좁고 오물 냄새 가득한 속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아무래도 횃불은 자주 못 쓰겠군요.”
초입을 벗어나자 파프닐이 혀를 찼다.
하수도는 수많은 시체와 오물이 오가는 처리 시설.
워낙 넓다 보니 곳곳에 통풍이 안 된 유독성 가스가 모여 있는데, 잘못하다간 대폭발이 일어날 수 있었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선 마법사가 말했다.
“라이트.”
마법사의 지팡이 끝에서 광구가 뽑혀 나왔다.
주먹만 한 빛 덩어리가 번쩍하며 어둑어둑한 하수도 2층을 밝혔다.
‘마법사들은 저런 마법도 익히나? 진짜 쓸 만해 보이는군.’
네크로맨서는 저런 유틸리티 스킬이 별로 없었다.
하긴 워낙 방대한 분야를 다루는 곳이다 보니, 있어도 스킬 포인트 아까워서 투자하지 않을 거 같긴 했다.
“잠깐, 마법사님, 라이트 마법도 익혔습니까?”
사냥꾼이 묻자 마법사가 선선히 웃었다.
“제가 속해 있는 파티가 던전 사냥 특화라서요. 이런저런 유틸 스킬 많이 익혔습니다.”
막 랜턴을 꺼내던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름값이 굳은 것에 대해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어때? 쓸 만한 사람들 맞지?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다.”
킨도르한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안목도 거물급인가.’
파프닐이 감탄하는 사이, 탁 트인 곳으로 나왔다.
“자,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
“그럼 이곳 지리가 아마 이럴 거니까.”
마법사가 한 손에 광구를 든 채, 또 한 지팡이로 바닥에 그림을 슥슥 그렸다.
“우리가 있는 곳이 대충 이쯤이고, 여기서 반원형으로 천천히 뒤져 보면 될 거 같은데.”
마법사는 인상을 썼다.
“문제는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곳 통로가 일정 시간마다 이리저리 바뀐다는 점입니다. 이건 마법사 길드에서도 일급으로 취급되는 정보라 저도 잘 모르구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군. 내가 표식을 해 둘 테니까. 마커 스킬하고 패스파인더 스킬을 조합하면 쉽게 길을 잃을 거 같진 않군.”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마법사와 사냥꾼이 파프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 무엇을 찾으면 되는 겁니까?”
“……설명 안 해 줬었나?”
“네, 그냥 한몫 잡을 수 있다고만…….”
“마찬가지요.”
퀘스트 목표를 얘기하는 건 기본 중 기본.
이 때문에 당연히 얘기해 줬을 거라 생각했는데…….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킨도르한에 대한 평가가 조금 박해졌다.
“그건 나도 궁금하군. 이쯤 되면 슬슬 알려 줘도 되잖아?”
“…….”
생각해 보니 파프닐도 킨도르한에게 설명하는 걸 깜박하고 있었다.
크흠, 파프닐은 다른 파티원들을 모은 뒤 말했다.
“퀘스트 내용은 간단합니다. 하수도를 조사하고, 혹시 오크 놈들이 잠입해 있는지 확인하는 것.”
“오, 오크라고요?”
“하수도에 어째서 오크가…….”
“조금 말이 길어질 텐데 계속 말하겠습니다.”
파프닐은 이 퀘스트가 백작 직할이고, 나아가 대규모 이벤트의 공헌도를 미리 쌓을 수 있다는 것까지 설명했다.
“이거 대박인데요! 남들은 이벤트 시즌 열리면 그때부터 모아야 하는데, 이건 그 이벤트 개시되기 전부터 미리 공헌도 쌓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치트?”
“치트는 아니지. 어디까지나 히든 피스니까.”
마법사가 흥분해서 설명했다. 사냥꾼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깨가 살짝 들썩이긴 마찬가지였다.
“이제 설명이 됐습니까? 한몫 잡는단 게 뭔지도.”
“네, 네! 감사합니다, 파프닐 님.”
“저 갱 친구가 한 말이 맞았군.”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우리 애들도 데려오는 건데……. 쩝.”
의리파답게 킨도르한은 위쪽을 바라보며 아쉬워했다.
같이 고생하고 따라 준 부하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물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좋은 특성이지.’
의리.
일단 은혜를 입고 관계가 쌓이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아군으로 영입할 때 가장 필요한 조건이었다.
“그럼 다들 불만은 없는 걸로 알고, 계속 탐사 진행하겠습니다.”
이후 탐사는 손쉽게 진행됐다.
파프닐이 꺼낸 하수도 지도를 베이스로.
마법사의 광구와 지식, 사냥꾼의 추적 스킬들이 어우러지자 복잡한 하수도도 손쉽게 다닐 수 있었다.
가끔 좀비나 쥐 떼가 나왔지만, 파프닐과 킨도르한이 실력을 발휘하자 금세 정리가 되었다.
“그럼 찾아야 할 건 총 세 개군요. 성물 조각, 무법자들이 가져간 귀금속. 그리고…… 하수도 안에 있는 오크들.”
좁은 복도를 걷던 마법사가 문득 떠올린 듯 말했다.
안 해도 될 잡다한 퀘스트를 제외하면 큼지막한 건 이 세 개였다.
“그런데 오크가 있는 건 확실한 건가요?”
마법사가 바닥을 바라보았다.
“바깥에서 수도 안으로 어떻게 들어올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하수도 안의 몬스터들도 보통이 아닌데 그 사이에서 오크가 주둔할 수 있는 겁니까?”
수도의 경비나 통로도 그렇고, 하수도 내의 불결한 환경도 오크가 들어왔다는 걸 믿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하수도이기에 더욱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예?”
“복잡하고, 통로가 좁은 곳에서 커다란 단일 개체는 오히려 약합니다. 특히 여긴 매시간마다 구역이 바뀐다 했죠?”
“아, 네네. 마탑에서 들은 자료에 따르면…….”
“오크들이 그걸 이용할 수 있다면 100% 확실합니다.”
현실의 불개미나 쥐 떼와 마찬가지다.
넓은 바깥이라면 모르겠지만, 좁고 함정이 많은 지형에서는 숫자로 밀어붙이는 잡졸들!
심지어 어떤 개미는 천적인 개미핥기조차도 그렇게 사냥할 수 있었다.
“일단은 조사 전에 무법자들부터 잡죠. 아이템도 얻고, 레벨 업 할 겸.”
“갱 털이인가, 그거 재밌겠구만.”
킨도르한이 양손 주먹을 맞부딪쳤다.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자, 하수도 한구석에 넓게 트인 방과 바리케이드 등이 보였다.
“내 역할은 탱커, 맞지?”
“네, 잠시 기다리십시오. 패턴 확인한 후 가겠습니다.”
파프닐이 대답했다.
세력권을 전부 뺏긴 지금, 킨도르한은 스테이터스 디버프와 스킬 봉인까지 겹친 상태.
다만 강패의 맷집 하나는 그대로였기에, 탱커 역할 하나는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참 내, 나와바리만 멀쩡했어도 정찰이고 자시고 싹 들어가서 다 쓸어버리는 건데.”
킨도르한이 투덜거렸다.
그때였다.
파프닐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리케이드를 응시했다.
“뭔가 이상한데. 베라 님.”
“예?”
“정찰 한번 부탁드립니다.”
“……잠시.”
사냥꾼, 베라의 눈에 마나가 모였다.
서치 휴먼.
인간의 기척만을 탐지하는 사냥꾼 스킬이었다.
“어?”
“무슨 일입니까?”
사냥꾼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무도 없는데요?”
“으잉?”
“그럴 리가요! 함정 같은 건 아닙니까?”
옆에 있던 킨도르한과 마법사가 눈을 크게 떴다.
순간 파프닐이 먼저 골목길을 넘어 아지트로 향했다.
‘……역시나로군.’
사냥꾼의 말대로 거점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정확힌 사람만 없었다.
쉬르르르르륵.
쉬르륵!
바닥에 가득 널린 수많은 시체와 고기 조각들.
한때 무법자들이었던 그것들 위에서, 수많은 원통 모양의 살점 덩어리들이 시체를 파고들고 있었다.
[시체핥기] [시체핥기]‘저 괴물들은…….’
페트병 크기에 원통형의 몸을 움직이며 시체를 파먹는 거머리형 몬스터들.
시체 한 덩어리를 파먹으면 엄청난 속도로 뛰어올라 다른 시체로 움직인다.
‘속도를 보아하니 한 마리만 상대해도 고생깨나 하겠는걸.’
이놈들이 가득 있는 걸 보아하니, 무법자 세력은 이미 완전히 무너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저놈들이 아니다.
파프닐은 거점 한가운데로 시선을 돌렸다.
쉬릭, 쉭.
수많은 시체가 쌓여 언덕을 이룬 한가운데.
거의 성인 남성만 한 크기에, 몸에는 마법진 여러 개가 새겨진 ‘시체핥기’ 한 마리가 무법자들의 거점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룬이 각인된 시체핥기 왕]‘저 무법자 놈들이 훔쳐 간 보물들을 얻으려면 저걸 잡을 수밖에 없겠군.’
시체핥기 왕의 아래로 보이는 금은보화 몇 개가 그런 결론을 내리게 했다.
그때였다.
깔려 있는 시체들 사이.
보물이나 무법자들의 시체와 다른 무언가가 살짝 튀어나온 것이 파프닐의 눈에 보였다.
‘……!’
잠시 그것을 보던 파프닐이 눈매를 좁혔다.
‘아무래도 여길 토벌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긴 것 같군.’
파프닐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충분히 거릴 벌렸다고 생각되자 곧바로 일행에게 돌아갔다.
기다리고 있던 킨도르한이 질문을 던졌다.
“어때?”
“무법자는 없고, 시체랑 시체핥기만 가득하더군.”
“시체핥기? 그놈들이 저기 무더기로 있다고요?”
“놈들을 잘 아십니까?”
마법사가 반응하자 파프닐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그럼요.”
“그럼 아는 대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하이에나나 파리 같은 놈들이에요. 사이즈는 대략…….”
마법사가 아는 정보들을 설명하자, 파프닐은 그것을 기록했다.
일렁이는 등잔 불빛을 배경 삼아 그러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기괴했다.
“거기까지……. 더 말할 건 없습니까?”
“네, 네. 아는 건 다 말했어요. 혹시 부족하시면…….”
“아뇨,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한번 싸워서 정보를 얻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파프닐은 종이를 갈무리한 뒤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저놈들을 일망타진할 공략을 짜 보죠.”
***
[룬 박힌 시체핥기 왕]-분류 : 야수(곤충, 애벌레형)
-속성 : 물리
-타입 : 근접, 속도형
-레벨 : 90 이상
-위험도(동 레벨 기준) : ★★★
[패턴]-도약 : 마나의 힘과 근육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돌진. 적중 시 탱커 유저의 HP 최소 2/3 이상 저하.
-독액 분사 : 금속 장비가 녹는 독액 분사. 정화 마법 혹은 불 속성 공격으로 태워야 함.
-파이어 브레스 : 위쪽의 룬 문신 사용. 입에서 불을 뿜어냄.
-블링크 : 오른쪽의 룬 문신 사용, 10m 순간 이동.
-아이언 스킨 : 왼쪽의 룬 문신 사용, 잠시 동안 방어력 대폭 상승.
주의점 : 시각이 없는 대신 청각, 후각이 극도로 발달함. 주변에 일반 시체핥기 무리를 계속 소환함. 굉장히 흉폭하고 추적 속도가 빨라, 등을 보이고 도망치면 위험. 유연하게 움직이기에 좁은 길에서도 싸움을 잘함.
시체핥기.
놈들은 사실상 공중을 날고, 빠르게 달려들 수 있는 구더기였다.
그러나 그 구더기에 쇠도 씹어 먹는 강도의 이빨이 가득하다면, 그건 더 이상 만만히 볼 수 없었다.
그런 놈들의 우두머리가 바로 시체핥기 왕.
강력하지만, 시체핥기 왕은 일반 시체핥기와 그다지 큰 차이점이 없었다.
생김새나 기본 공격, 습성까지 모두 일반 시체핥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
당연한 일이다.
같은 종을 지배하는 돌연변이일 뿐, 종까지 달라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략 방법도 간단하다는 이야기지.’
어느 순간부터 시체핥기들이 있는 거점에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양옆의 통로나 벽 틈으로 쏟아져 오는 매캐한 매연.
시체를 파먹던 시체핥기들이 일제히 입구로 몰려왔다.
그때 킨도르한과 해골병들이 그 틈을 틀어막았다.
“지금!”
파프닐의 신호가 떨어지자 사냥꾼과 마법사의 스킬이 통로를 휩쓸었다.
불꽃과 화살, 그리고 바람.
좁은 데 몰린 시체핥기들이 대량으로 불에 타들어 간다.
그때였다.
파앗!
빛과 함께 일행의 한복판에 거대한 시체핥기가 나타난 것은.
쉬르르르르르!
시체핥기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건 바로 불.
자연히 블링크를 쓴 시체핥기 왕은 마법사부터 덮치려 했다.
갑작스러웠지만, 예상대로의 움직임이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
시체핥기 왕의 몸에 1, 2, 3호의 검과 창, 도끼가 박혀 들다가 말았다.
아이언 스킨.
몸을 일시적으로 금속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스킬을 쓴 것이다.
쉬르르르!
그대로 브레스를 내쏘려는 시체핥기 왕.
순간 파프닐이 그 입안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이를 던진 뒤 스킬을 썼다.
블러드 익스플로전.
고깃덩이가 터지며 브레스와 함께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이 모든 과정이 놀랍도록 빠르게 이루어졌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45실버를 획득했습니다.
“끝났냐? 나 뒤로 빠져도 되지?”
팔뚝이 물리는 걸 피하던 킨도르한이 급히 물었다.
“그래.”
파프닐은 그렇게 쓰러진 시체핥기 왕의 사체를 뒤지며 말했다.
“이제 거기 있는 놈들 다 잡을 때까지 버티면 돼.”
“크아아아악!”
킨도르한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네가 선택한 강패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그럼 그사이 선물 상자를 열어 볼까?’
파프닐은 시체핥기 왕의 사체를 손으로 헤집었다.
드롭된 아이템과 별개로 사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알뜰하게 채집!
-리자드 워리어의 쿠크리(매직)를 획득했습니다.
여러 재료와 어떤 아이템을 수집하던 파프닐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이것 봐라?’
리자드 워리어의 쿠크리?
아무래도 하수도 안에 오크만 있는 건 아닌 듯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