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호라이즌에는 서버마다 해당 국가의 특색을 반영한 신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 서버의 천 년 된 곰.
중국 서버의 용이나 판다, 신선들.
유럽 서버에 있는 페가수스나 피닉스 같은 것들.
이들은 외신이나 사악한 존재들로부터 세계를 지키고.
수많은 사람의 숭배를 받았다.
북아메리카에 있는 신수는 다름 아닌 천둥새.
그러나 그 천둥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물을 보이지 않았었다.
파프닐은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애초에 죽은 지 오래였으니, 신수를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콰르릉!
파직!
천둥과 함께 쏟아진 벼락이 한데 뭉쳤다.
번개로 이루어진 사람 크기의 독수리가 외쳤다.
-네놈! 여기 있는 건 꺼내어져서는 안 된다!
“천둥새……. 아니, 천둥새의 영혼인가?”
-그렇다.
번개 독수리가 말을 이었다.
-나는 천둥새, 피카투다. 육신은 비록 스러졌지만, 혼으로 남아 이 봉인을 지키고 있다.
“봉인?”
-네놈, 이 안에 뭐가 있는지 알긴 하는 거냐?
“잘 모르겠는데. 딱히 위험한 느낌은 안 나는데?”
실제로 다른 외신의 유적이나 균열들은 주변에 가면 여러 알림 메시지가 뜨거나 보기만 해도 몸이 으슬으슬해지는 이펙트가 있었다.
-어리석은……. 이 밑에 있는 것은 외신의 본체! 나 천둥신이 몸을 바쳐 가둬 놓았을 뿐, 그 위험성은 누구보다도 더하거늘.
“외신의 본체라고?”
이건 정말 의외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적들은 전부 화신, 즉 수면에 비친 그림자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여기 있는 건 실제로 몸을 갖춘 놈이라는 뜻이다.
만약 놈이 살아 있다면, 그래서 풀려난다면 미국 서버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핵폭탄의 스위치 같은 셈이었다.
-그렇다. 아무리 네가 여러 신에게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하나, 이 봉인만큼은 안 된다.
“흠…….”
파프닐은 피식 웃었다.
“싫은데?”
-뭐, 뭐라고!
“말은 좋지만, 결국 나더러 빈손으로 가라는 거 아니야?”
-이…… 인간 놈아, 정말 네놈이 죽고 싶어서……!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죽여 보든가.”
천둥이 한층 더 거세게 내리쳤다. 주변 땅에서 모래가 튀면서 탄 냄새가 풍겨 왔다.
-정녕 네놈이 죽고 싶으냐!
“그럴 수는 있고?”
-나 천둥새, 세계의 수호자이자 위대한 영의 화신을 감히 얕잡아 보는 것이냐?
“허세는 그만두지. 어차피 영혼만 남아 있어서 별다른 힘도 없어 보이는데.”
파프닐의 말이 끝난 순간, 천둥새의 몸이 한 차례 짧게 떨렸다.
-그걸…… 어떻게?
“만약 진짜로 강했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였겠지.”
애초에 아무리 신수라 해도 영혼만 남은 상태이니, 쓸 수 있는 힘은 극히 일부였다.
“뭐, 나라고 완전히 미친놈은 아니야. 공짜로 가긴 좀 그렇다는 거지.”
-원하는 게 뭐냐.
“일단 외신의 시체를 좀 살펴보고 싶은데. 뭔가 도움이 될 걸 찾아야 해서.”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하나?
“그럼 이대로 계속 파고.”
-자, 잠깐, 잠깐! 인간이여, 정말 큰일 난단 말이다!
“내 알 바 아니고.”
결국 두 손 든 건 천둥새 쪽이었다.
-알겠다. 잠시 봉인을 치울 테니, 네가 원하는 대로 시체만 보고 나오도록.
파프닐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다음 순간 파프닐은 전혀 다른 곳에 이동되어 있었다.
“여긴…….”
주변을 둘러본 파프닐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각종 회로, 괴이한 문양과 금속들로 가득한 이곳은…….
“UFO?”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 물체라는 뜻의 이것은, 수천 년 전부터 현대까지 계속해서 관측되고 있었다.
비행접시 모양부터 정육면체, 정팔면체 등 각종 형태로 나타났으며.
현대 기술로 재현할 수 없는 속도나 방향 전환을 하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외계인의 함선이라고 믿는다.
지금 파프닐이 있는 곳은, 영락없이 그런 UFO 시설의 안이었다.
“그럼 설마 이곳에 잠들어 있던 히든 피스라는 게 UFO 비행선이라고?”
발견되면 서버 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UFO를 타고 싸운다면, 상대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테니까.
하필 파묻혀 있는 곳도 51구역이니 나름 고증(?)도 잘 지킨 셈이고.
“그럼 다른 외신들도 설마 외계인 비슷한 종류인 건가? 아니면 그냥 이 시설만 특이한 건가.”
잠시 고민하던 파프닐이 곧 머리를 내저었다.
“에이, 그게 중요한가.”
어차피 게임사에서 알아서 만든 설정.
잘 만든 세계관이 있다고 해도, 이벤트에 따라 얼마든지 일회성으로 소모될 수 있다.
“그런 것보다 이게 대박이라는 게 중요하지.”
UFO를 조종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일들을 더 할 수 있었다.
플러시를 수색하는 건 물론.
파이브스타나 아크, 일본이나 유럽 서버.
심지어는 중국 서버까지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히든 피스 독점 및 대규모 PVP를 할 수 있었다.
“어디 한번 상태를 볼까?”
파프닐은 UFO의 내부 곳곳을 하나하나 살피며 금속 지배 스킬을 사용했다.
곧이어 UFO의 대략적인 시설들이 그려졌다.
“……이건.”
파프닐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사실상 폐품이군.”
겉은 멀쩡하지만, 전투와 추락의 충격 때문인지 거의 대부분의 회로가 손상되어 시동조차도 켜지지 않는다.
물론 벽이나 회로, 금속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로띠복권 1등과 2등의 차이 같은 느낌은 있었다.
“가장 탐나는 건 이 우주선의 동력로인데……. 이건 가져가려고 하면 당연히 막을 테고.”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머리를 긁었다.
“일단 금속이라도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겨 가야 하나?”
마침 드래곤의 사체들도 비웠고, 가져온 샐리온 소드도 넘긴 상태.
그래도 너무 아까웠다.
막 금속을 챙기려던 파프닐의 눈에 전구 하나가 나타났다.
“잠깐, 이거 되려나?”
파프닐은 곧바로 바깥으로 향했다. 천둥새는 구덩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발치에 몇 개의 장비가 놓여 있었다.
“이건……?”
-여기로 들어오려던 누가 있기에 죽였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확인했나?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큰 문제가 있어.”
파프닐은 천둥새에게 말했다.
“시체 안에서 보니, 외신의 핵이 불안정한 상태로 요동치고 있더군.”
-뭐라고!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킬 거야.”
외신의 힘이 통째로 터져 나가는 수준.
게임 내 설정상 저건 실제 핵폭탄보다도 더할 게 분명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설령 폭발에 아무도 안 휘말리더라도, 외신의 마나가 사방에 퍼지겠지.”
천둥새의 몸을 이루고 있던 번개가 눈에 띄게 요동쳤다.
-그럼 어떻게 해야……. 어떻게 막을…….
“직접 어떻게 할 수는 없나?”
-그건 불가능하네. 나는 저 외신의 몸 안에 들어갈 수 없어.
“그럼 하는 수 없겠군.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사명을 이행하길 바라지.”
진심인 것처럼 웃어 보이며 뒤로 빠져나가는 파프닐.
-잠깐만!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
하지만 진정한 낚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외신의 힘을 진정시킬 수는 없나? 이 세계의 인간과 자연을 위해서라도…….
“아니, 나는 어디까지나 외부인인데…….
-저들도 다 사람이야! 지금 그들을 버리고 혼자만 살겠다, 이건가?
“그게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파프닐은 살짝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처럼.
-방법이 뭐지?
“후우…….”
-말해!
“외신의 핵이 폭발하기 전에 떼어 내서 가져가는 거지.”
-가능한가?
“가능하긴 한데, 솔직히 내키지 않는걸.”
외신의 핵은 실시간으로 외차원의 마력을 내뿜고,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그런 걸 떠맡으라는 건 쉽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부탁한다, 인간이여. 세계를 위해 도와다오.
천둥새는 집요하게 달라붙어 설득했다.
결국 파프닐은 두 손을 드는 자세를 취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오오……!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
“일단 저 외신의 몸에서 여러 금속을 좀 챙겨 갈 거고.”
일단 이것까지는 정해진 보상.
파프닐은 말을 이었다.
“그다음에 네 번개, 그 번개의 마력을 좀 받아 가고 싶은데.”
***
뉴 구마모토성.
오다 클랜으로부터 빼앗은 요충지인 이곳은, 제니스가 내분을 일으킨 후 프론티어 길드가 점령해 활동하고 있었다.
그곳의 성벽 위에서 킨도르한은 바깥을 보았다.
“거 참…….”
성 밖엔 수만 명의 플레이어-NPC 연합이 대열을 갖춘 채 다가오고 있었다.
절대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일단 저 플레이어들의 수준만 봐도 보통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550레벨을 넘는 거물들이고, 600레벨을 넘는 인원들도 열에 한둘은 꼭 끼어 있다.
특히 새 길드마스터인 브레인포와 간부진은 650레벨을 넘어 700레벨에 가깝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아크 길드의 새로운 마스터라…….”
사전에 정보를 받아 두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예상하고 있었다.
‘수년 동안 웅크려 있다가 단숨에 길드를 통합한 거물…….’
킨도르한의 표정이 굳었다.
‘분명 엄청난 거물이겠군.’
때를 노렸다면 굉장히 지능적인 플레이고.
거기에 힘까지 갖췄으니 굉장한 난적이 되리라.
“뭐, 머리 굴리는 싸움이라면 나도 어디 가서 지지는 않지.”
파프닐이 없어도 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어디 어떻게 나오나 볼까……?”
다음 순간, 적들이 일제히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공격! 공격!”
“와아아아!”
구마모토성의 높은 성벽과 방어 시설에 막무가내로 돌진해 온다.
성벽 위에서 마법과 화살, 돌이 비 오듯 쏟아졌다.
“막아라!”
“계속 쏟아부어!”
프론티어 길드의 일반 길드원들은 너나없이 수성전에 참가했다.
같은 길드원들도 속였던 아크 길드에 들어가느니, 프론티어 길드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큰형님! 놈들이 공격해 옵니다!”
“수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잠, 잠깐만.”
킨도르한은 상황을 정리했다.
“이렇게 다짜고짜 공격한다고?”
아무리 봐도 지금의 공격은 흔히 말하는 ‘개돌’에 지나지 않았다.
단단히 준비된 요새에 마구잡이로 병력을 들이붓는 일.
저렇게 공격해 봤자 얻는 게 없을 텐데?
대체 무엇 때문에…….
킨도르한의 눈이 번득였다.
“그렇군……!”
다음 순간 킨도르한은 주변에 손짓했다.
“예비대와 주력 병력을 옆 도시로 보내! 여기 있는 건 페이크다!”
“페이크요?”
“그래! 적장은 머리가 없는 놈이 아니다! 분명 페이크를 주었을 테니, 서둘러라!”
“예, 알겠습니다. 가자!”
프론티어 길드원 예비대가 급히 움직였다.
수백 명의 기사 유저, 그 뒤를 따르는 수만 명의 일반 유저!
혹시 작전이 간파당했다는 게 알려질까 봐, 모두 뒷문을 통해 은밀히 나갔다.
“저놈들, 한번 크게 당해 보라지.”
대비를 마친 킨도르한이 재차 정면을 보았다.
한편 그 시각.
맞은편에 있던 아크 길드의 진영에서, 브레인포는 가볍게 목을 양옆으로 돌렸다.
“대충 10분 지났지?”
“네.”
“그럼 전장도 그럭저럭 달아올랐겠구먼.”
도핑을 마친 브레인포의 몸에서 시뻘건 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슬슬 막공(막 공격)해 볼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