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케일치커리 구릉지.
칼람시와는 낙동강과 부산 정도의 거리가 있는 그곳에서, 한창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크와아악!
키아아아!
“칼스타인 님의 뜻에 따라 신대륙의 인간 놈들을 죽여라!”
“놈이 나올 때까지 전부 죽여라!”
한쪽은 수많은 대형 몬스터, 고레벨 마수, 네임드 오크나 고블린 무리.
“셋, 둘……. 발사!”
“발사!”
다른 쪽은 아크 길드의 견장을 단 플레이어 군단이었다.
전투는 플레이어 측의 승리로 끝나 가고 있었다.
수일 동안 막혀 있던 진군도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세!”
“만세!”
푸욱. 마지막 몬스터의 머리에 칼을 꽂은 유저가 만세를 불렀다.
소식은 곧바로 수뇌부에 전해졌다.
“됐습니다. 이제 프론티어 길드 공격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오오!”
보고를 들은 간부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몬스터들을 보낸 칼스타인이 들었다면 어처구니없어할 이야기였다.
“이제 프론티어 놈들에게 브레인포 님의 활약을 다시 보여 줄 수 있겠군요!”
“그 녀석들, 브레인포 님이 한 번 함성을 지르니까 제대로 진영을 갖추지도 못하고 뿔뿔이 도망치는 모습이…….”
옆에서 같이 싸웠던 무투파 간부들이 입을 모았다.
“브레인포 님께서 자금줄을 융통해 주신 덕분에, 물자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일본 놈들을 그렇게 구워삶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략과 보급을 맡은 참모진도 같은 반응이었다.
아크 길드 측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과 일반 길드원, 유저들의 생각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브레인포의 행적을 요약하면, 누가 봐도 100% 지는 전투를 불세출의 전략, 허를 찌르는 타이밍으로 연전연승한 대장군 그 자체였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섭외 및 대담을 위해 사람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은 전쟁에 집중하는 상황.
“흠, 흠. 그래.”
브레인포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속으로 하품했다.
무돌 탑.
무신이 세웠다는 탑을 오르며 수많은 강적을 상대로 싸우던 때가 재밌었는데.
도대체 이게 뭐가 그리 좋다고 제니스나 다른 녀석들이 그리 탐을 냈는지 원.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 칭찬을 듣는 브레인포.
그사이 간부진은 작전 논의로 넘어갔다.
“지금 프론티어 길드원들은 샨 헤스 개척지에 모여 있습니다.”
샨 헤스 개척지.
이블 노우즈의 공세를 막고 불어닥친 건설 붐 덕분에 만들어진 신 개척지로, 주변 사방이 탁 트였기에 수성엔 그리 유리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프론티어 길드로서도 대규모 병력을 전개하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프론티어 길드 군은 5만 명, 플레이어만 세면 1만 명가량입니다.”
“엄청나게 깨지긴 했군, 그 프론티어가 1만 명이라니.”
“지금 온 몬스터 웨이브를 이용합시다. 몬스터의 시체들을 언데드로 살려 내보내고, 그사이 본대는 우회해 후방 개척지를 공격하는 겁니다.”
“네크로맨시는 파프닐의 방식이니 역으로……. 괜찮군요.”
“그건 틀렸습니다. 프론티어 놈들도 경험치를 받게 할 테니까요. 대신 발 빠른 기병대를 움직여 후방을 장악하고 보급을 막은 뒤, 천천히 말려 죽이는 게…….”
수많은 작전안이 간부진의 입에서 나왔다.
하나같이 합리적이고 근거가 충분한 작전들.
그것들을 들을 때마다 브레인포의 고개가 까닥거렸다.
‘흠, 저건 얌생이 같아서 별론데. 시체 앞세우고 가면 가오가 안 살잖아.’
다음 작전.
‘아니, 그게 재밌나? 그동안 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라니……. 저건 기각이다.’
그다음 작전.
‘뭐…… 나쁘지 않긴 한데, 그냥 마음에 안 드는걸.’
눈매를 찌푸린 브레인포의 눈에 참새 한 마리가 보였다.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를 쪼르르 따라가며, 매의 눈으로 노려보는 녀석.
‘흠……. 잡나?’
억지로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저런 재밌는 볼거리는 흔치 않았다.
개미는 열심히 도망쳤지만 결국 참새의 부리를 피하지 못했다.
포로롱, 식사를 마친 참새가 그대로 날아가자 브레인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안 끝났나?’
서로 언성을 높이는 간부들.
끝나기는커녕 작전 토론 때문에 싸움이라도 날 기세였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던 브레인포가 기지개를 켰다.
“아, 그냥 이렇게 해야겠다.”
“네?”
“다들 전투 준비 하라고 해, 내일 공격할 테니.”
“아, 아 네!”
“작전은 어떻게…….”
“그건 다 모이면 설명하지. 움직여.”
“아, 네. 네!”
간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이, 브레인포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불러야지.’
브레인포에게는 특이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닉네임은 드타.
공식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는 그 특이한 녀석이 인게임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확신했다.
한국 서버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이유? 간단하다.
그가 지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전투에서 드타의 힘을 빌리려는 생각은 건 아니었다.
‘이런 꿀잼 콘텐츠를 안 알려 줬다고 하면, 나중에 온갖 깽판을 칠 거란 말이지.’
미리 말 안 했다가 나중에 깽판이라도 친다면, 자신도 그걸 막을 방법이 없다.
유일한 수단이 하나 있긴 한데, 구하기 쉽지도 않고.
‘하는 수 없지. 조금 늦긴 했지만 말이나 해 두는 수밖에.’
브레인포는 메시지창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
“놈들은 수로를 이용해 공격해 올 거다.”
한편 그 시각 프론티어 길드의 진영.
파프닐이 꺼낸 예측에 간부진이 일제히 눈을 크게 떴다.
“근거 있어?”
“100%는 아니지만, 거의 확실하다.”
파프닐이 설명했다.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몬스터 사체를 일으키는 네크로맨시 전술, 그리고 특수 부대로 후방을 공격해 고립시키는 장기전 전술이 둘 다 기각되었다고 하더군.”
“흐음.”
“그렇다면 남은 건 정면 회전. 하지만 브레인포라는 그 녀석이 내 생각대로라면 절대 곧이곧대로 응하지 않을 거다.”
정보들로 유추한 브레인포는 무투파이면서 동시에 머리를 잘 쓰는 완전체에 가까웠다.
수많은 단체전으로 경험을 쌓은 킨도르한의 허를 매번 찌르고.
싸울 때는 거리낌 없이 앞장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용맹함을 둘 다 갖춘 자.
이 정도 힘을 가진 사람은 파이브스타의 이시우 정도가 다였다.
‘그나저나 이런 녀석이 있었다니, 놀랍군.’
원작에서 나온 아크 길드는 제니스와 친일파를 제외하면 거의 일본 서버의 앞잡이나 호구에 가까웠다.
여러모로 소설 속에서 묘사되지 않았던, 주목받지 못했던 인물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플러시의 운빨 때문에 안 나왔던 것이거나……. 작가 놈이 새롭게 넣은 것일지도 모르지.’
실제로 원작에서도 플러시의 승승장구를 위해 여러 등장 인물이 의문의 사고를 당하거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는 식으로 나서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런 운빨 보정이 없는 파프닐을 상대하니 브레인포라는 네임드가 나오는 것이고.
‘보통 놈이 아니긴 하지만, 일단 수를 읽으면 충분히 역습할 수 있다.’
이번 전투로 빠르게 아크 길드를 정리하고, 드래곤의 시체와 옴팔로스의 돌 연구에 집중하고 싶었다.
동시에 그동안 잠시 멈춰 있던 브레인 컴퓨터의 성능 향상.
또 기존에 준비하던 엔드 플랜의 준비도 슬슬 이어 가야 했다.
할 게 계속해서 늘어 가는 상황.
더 이상 아크 길드 잔당에게 시간을 쓸 여유가 없었다.
파프닐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놈이라면 이번에도 정면 회전을 할 거라고 생각하게 할 거다. 그리고 그 빈틈을 노리는 거지. 킨도르한이 보기 좋게 당했었지?”
“크흠…….”
“확실히 얼마 전 해안가를 점령하기도 했으니, 충분히 바다를 이용할 수 있어.”
“제가 보기에도…….”
자리에 있던 사람들.
킨도르한과 대장금, 베론과 드렉슬러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론과 드렉슬러는 원작에서도 아발론 길드라는 대형 길드를 이끌던 재능 있는 유저들.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파프닐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놈들이 물로 올 것 같으니, 미리 환영 인사를 준비해 둬야겠지.”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신형만과 가습기, 비타민을 배치하고, 그 뒤로 몽환각 암살자들, 그 뒤에 내가 직접 서고, 예비부대 5천 명도 배치한다.”
상륙한 공격 부대는 독 공격과 폭풍우 속에서 자연을 제 손발처럼 다루는 드루이드와 싸워야 했다.
그뿐인가.
해안가를 빠져나와도 몽환각의 S급 암살자들, 그리고 파프닐과 숲속에서 싸워야 한다.
어떻게든 모든 저지선을 뚫더라도 기다리고 있는 건 파프닐 본인과 예비 부대.
만약 예상대로 움직여 준다면,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 구도도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정면도 대비해야지.”
당연히 파프닐은 킨도르한이 했던 실수도 하지 않았다.
“1호와 다른 해골병들, 그리고 우미간파의 정예들이 최전선에서 아크 길드의 주력을 상대한다.”
혹시 모든 인원을 정면에서 부딪쳐 올 경우를 대비해, 직접 해골병들을 배치하며 방어선을 보강했다.
숫자는 대략 3천 명.
열 배가 넘는 전력 차이지만, 파프닐의 해골병들과 수비 시설들이 있다면 예비대가 올 때까진 충분히 버티고도 남았다.
그렇게 만반의 대비를 한 다음 날.
모든 준비를 갖추고 적의 움직임을 기다리던 파프닐 일행의 머리 위로 수많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음냐, 으아하……. 아?”
처음 이변을 발견한 건 감시탑에 있던 보초병이었다.
기지개를 켜던 보초병이 눈을 크게 떴다.
“저, 저게 뭐지?”
“뭐가?”
“하늘 위에…….”
손가락이 가리킨 하늘 위엔 수많은 새가 있었다.
언데드로 부활시킨 새들, 그리고 테이밍한 새들이 공중에서 프론티어 길드의 진영 쪽으로 날아온 것이다.
“저, 저거……!”
“잠깐만, 저거 위에 뭔가…….”
새들 위로 보이는 그림자를 확인한 보초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적들이다! 아크 길드가 공격해 온다!”
프론티어 길드의 반응도 재빨랐다.
곧바로 준비된 발리스타와 대공포를 쏘고, 마법사 유저들은 MP를 아끼지 않고 마스터 스킬들을 사용했다.
끼에엑!
키익!
집중포화에 하늘에서 내려오던 새 몬스터들이 삽시간에 터져 나갔다.
그러나 안심하는 것도 잠시.
이내 새들의 등 위에서 수많은 뼈가 떨어졌다.
“서몬 스컬 몬스터!”
“레이즈 오브 더 데드!”
새 위에 타 있던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주문을 외웠다.
비행 중 스킬을 쓰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기초 마법이기에 충분히 쓸 수 있었다.
쏘아지는 대공포와 마법들을 하늘에서 쏟아지는 언데드 몬스터들이 대신 맞는 상황.
그 위에 있던 인원들이 일제히 스크롤들을 꺼내 찢었다.
“텔레포트!”
스크롤 아이템들이 사용된 순간, 이번엔 언데드들의 위에서 빛과 함께 사람들이 나타났다.
“가자!”
“아크 길드 만세!”
“브레인포 님 만세!”
말 그대로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수천 수만 명의 아크 길드원!
“어, 어어!”
“으아아악!”
프론티어 길드의 진영 곳곳에 새로 생겨난 언데드 몬스터들이 떨어지고.
그 위로 대미지 감소 버프를 받은 유저들이 재차 쏟아졌다.
“쏴, 쏴……. 컥!”
“후후.”
막 소리치던 유저 한 명의 얼굴에 주먹이 들이박혔다.
“자, 공격해라!”
“쳐라!”
“와아아!”
브레인포의 지시를 받은 아크 길드 정예들이 일제히 싸움을 시작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