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69)
369화
아크 길드 사령부.
파프닐이 나선 순간, 소란스럽던 그곳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파프닐이……?”
“이거, 각인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알파치킨은 아크 길드 내는 물론, 바깥에서도 알아주는 최상위 랭커이자 인기인.
아무리 상대가 파프닐이라지만, 해골병도 부하도 다 떼면 맨몸에 지팡이 하나뿐이다.
보스 몬스터라면 HP의 총량 자체가 차원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지만, 파프닐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다.
‘여기서 쓰러뜨리면 게임 끝난다……!’
‘파프닐 저 병XXX……! 천재일우의 기회다!’
사령부 내의 모두가 아크치킨과 파프닐의 결투에 집중했다.
아크치킨이 단번에 쓰러지고, 파프닐이 곧바로 기사들 사이로 뛰어드는 모습이 생생히 중계되었다.
“전투가 시작됐군.”
영상을 끈 브레인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공격해라! 파프닐이랑 다른 놈들을 전부 죽여!”
“예!”
간부들이 명령을 내리자 아크 길드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다, 쏴! 마구 쏴라!”
“발사!”
“근접 클래스들은 돌진! 프론티어의 힘을 보여 줘라!”
프론티어 길드 측 마법병단과 병사들도 돌진했다.
상위권 유저 수만 명이 싸우는 대규모 접전.
그 선두에서 파프닐은 누구보다 빠르게 적진을 휘저었다.
‘역시 전투는 가장 먼저 들어가야 제맛이라니깐.’
자신이 이길 거라 확신한 상대 라이너를 컨트롤로 쓰러뜨리고.
당황한 적진을 앞장서서 휘젓던 과거가 떠올랐다.
“이노옴!”
기사들이 말을 달리게 하며 파프닐을 덮쳤다.
말을 탄 채 스킬을 쓰면, 같은 스킬이라도 공격력과 치명타 배율이 몇 배가 된다.
“죽어랏!”
기사들이 외치는 순간, 발밑에서 또 다른 창칼들이 솟구쳤다.
황동색 해골병들이 솟구쳐 기사들을 찌르고, 파프닐의 주변에서 전열을 갖춘다.
혼자 적진 한가운데에 있어도 금방 군대를 만든다.
파프닐식, 기사단 네크로맨서의 무서운 점이었다.
“저, 저게 무슨……!”
지켜보던 간부들이 기겁했다.
분명 말 탄 기사들이 전방을 짓밟는데, 파프닐이 쓸려 나가긴커녕 해골병들이 늘어난다.
마치 물에 물감을 풀 듯, 순식간에 전장에 황동 빛 얼룩이 퍼져 나갔다.
“집중 공격!”
거대한 불덩어리들이 만들어지더니 파프닐과 해골병들 위를 덮었다.
“전진!”
기사들이 그곳을 향해 다시금 돌진했다.
그 순간 불 속에서 파프닐이 뛰쳐나왔다.
트럼페터.
일직선으로 내지르는 창끝에서 반원형의 오라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악!”
히히히힝!
휩쓸린 기사와 말들이 단칼에 숨통이 끊어지고, 그 시체는 해골병이 되어 뒤이어 오는 공격을 막았다.
“지금이다, 공격해!”
“파프닐 님이 선두에서 길을 뚫었다!”
“돌격!”
프론티어 길드의 기사들이 일제히 돌진했다.
목표는 파프닐에게 쏠려 공간이 난 적의 양옆 대열.
“어어어?”
“으아아아악!”
아크 길드 보병들은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단단하게 갖춰 입은 최상위 검사가, 기마병의 돌진 두세 번을 맞고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프론티어 길드의 기마병들은 철저히 준비하고 준비했고, 시현 자매를 비롯한 드워프들의 기술로 강화된 장비와 문신 버프까지 받았다.
마주 싸우던 아크 길드의 전력이 파프닐로 인해 빠져나가자, 보병들로는 기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가자, 얘들아!”
기사들의 뒤로는 킨도르한과 우미간 간부들이 움직였다.
도그 노우즈, 트윈 블레이드, 제로아이언 등의 쟁쟁한 랭커들이 이끄는 우미간 갱 전투부대!
온갖 비열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쓰는 실전 베테랑인 이들은, 일반 보병 부대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하물며 지금은 대장금의 도시락으로, 평소의 두 배 가까이 스펙을 끌어올린 상태.
“뭔 힘이 이렇게……. 크아아악!”
무기를 맞대던 아크 길드 유저가 그대로 밀려 나며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의 연승 때문에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프론티어 길드원들의 압도적인 힘에 아크 길드원들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랐다.
***
“블러드 팬텀! 너는 여기서 계속 싸워라.”
파프닐은 분신을 소환한 뒤 자리를 떴다. 잠시 후 그 자리로 수백 명의 집중포화가 쏟아지며 단숨에 해골병들의 HP가 뭉텅뭉텅 깎여 나갔다.
대규모 전쟁터에서는 화력을 집중할 수 있기에, 아무리 고레벨이거나 강력한 스킬을 가졌다 해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궁수들의 저격을 맞으면 HP가 크게 줄어들고, 마법 공격은 광범위에 대규모로 타격을 입히기에, 해골병들도 대여섯 기씩 쓰러졌다.
같이 있다 보면 순식간에 죽겠지만, 이런 식으로 몸만 빠져나오면 금방 다른 곳에서 새 해골병들을 만들 수 있었다.
‘마법사들의 공격이 한 번 쏟아졌으니, 5분은 안심해도 되겠군.’
대규모 광역 마법은 위력이 강한 만큼 시전 시간도 길고, MP도 많이 소모한다.
턴제 게임으로 치면 버프를 잔뜩 바른 후 치는 공격.
그 턴을 빼는 것만으로도 이득을 본 거다.
‘다른 녀석들은 잘 싸우고 있으려나?’
파프닐은 단체 채팅창을 열었다.
-파프닐 : 다들 상황은 어때?
반응을 기다려 보았지만 별다른 응답이 없는 모습.
‘뭔가 싸한데?’
채팅방에 있는 건 킨도르한과 힐데, 칠흑의 사신과 존스 박사를 비롯한 전투원들뿐.
힐데 님은 빼고, 다른 녀석들은 적들과 전투하면서도 시간을 내서 채팅을 할 녀석들이었다.
경우의수는 두 가지.
신나게 적들을 무너뜨리느라 정신이 팔렸거나.
혹은 정말 채팅을 칠 겨를도 없이 고전하고 있거나다.
‘설마…….’
해골병의 눈을 통해 보는 스킬을 쓰자, 곧 수천 개의 화면들이 비쳤다.
‘선봉대는 확실히 무너뜨렸는데, 그 후로 진격이 막혔군. 돌진이 지지부진해.’
마치 고속도로에서 교통 체증에 걸린 것처럼 진격이 막히는 상황.
원인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저 녀석들은?’
해골병의 눈으로 보던 파프닐이 인상을 찌푸렸다.
간부마다 한 명씩 검은 도복과 갑옷의 인물들이 일대일로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간부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저 녀석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일본 천황가의 특수부대가 접속한 야규가였으니까.
‘오다 클랜 쪽에서 계속 선을 대 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 녀석들이었나?’
원작 소설에서 본 적 있었다.
한국 서버의 비밀 조직, 활빈당과 용호상박의 싸움을 벌이는 저들을.
플러시의 동료들도 바로 저 야규가의 요원들을 상대로 적지 않게 고전했다.
만약 플러시가 제때 와서 돕지 않았다면, 동료들 모두 그곳에서 죽고 플러시도 협공당해 퀘스트를 실패했을 터.
그 정도인 녀석들이 바로 저들이다.
‘언젠가 마주칠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군.’
호라이즌은 현실을 120% 반영한 가상현실 게임.
스펙과 스킬, 레벨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운동을 한 운동선수와 일반인이 같이했을 때 분명한 차이가 난다.
하물며 최고 수준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들이, 인게임 내 콘텐츠까지 지원 받으며 성장한다면 그야말로 최상위 중 최상위 랭커급이라 봐야 했다.
활빈당의 전우치나 홍길동과도 싸울 수 있는.
‘아니, 그런데 칠흑의 사신 쟤는 진짜 뭐지?’
다른 간부들과는 다르게, 칠흑의 사신은 자신에게 찾아온 야규가의 요원을 역으로 농락하고 있었다.
공격하는 것 같으면서도 척만 하고 병사들 사이로 숨은 뒤, 잔뜩 긴장한 요원의 등 뒤에서 가볍게 상처를 내고 빠져나간다든가.
상대하는 야규가의 요원도 야규가 인원 중 최상급인 듯했지만, 저건 마치 사자가 토끼를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이었다.
‘방심하면 안 되겠어.’
지금은 아군이어서 다행이지만, 언제 목을 따러 올지 모른다.
‘참, 이럴 때가 아니지.’
다른 동료들이 위험하다.
파프닐은 채팅창을 열었다.
-파프닐 :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4번을 제외하곤 예정대로 움직여 주세요.
-전우치 : 알겠다.
-임꺽정 : 지금 갑니다!
-황진이 : 가요!
곧바로 나타나는 채팅들.
‘저쪽이 일본의 비밀 조직과 손잡았다면, 우리도 한국 비밀 조직이 있다 이 말이지.’
한국 서버의 뒷세계에서 외신과 맞서 싸운 초베테랑 유저들인 활빈당 패밀리!
그들이 도와준다면 안심이었다.
‘자, 그럼 나도 싸우러 가 볼까?’
파프닐은 조용히 적들의 안쪽으로 향했다.
해골병들이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 병사들 사이에 숨어서 뒤쪽으로 태연히 걸어갔다.
노리는 것은 어중간한 적들 따위가 아니었다.
‘브레인포. 그 녀석 실력이나 한번 볼까?’
사령부!
사령부를 쳐서 단숨에 끝낸다.
그렇게 생각하던 파프닐의 눈앞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예상대로군.”
“너는…….”
“겐이치, 야규가의 검이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뽑았다.
“무사시를 쓰러뜨린 네 검을 견식하겠다, 파프닐.”
***
“한국 서버 게이머들의 힘이 엄청나군.”
파프닐이 알파치킨을 쓰러뜨리고 전진할 때부터.
겐이치는 요원들을 곳곳에 준비시켰다.
고도의 은신술과 잠행술이 필요한 일이지만, 처음부터 완전체로 키워진 야규가 요원들답게 모두가 간단히 잠입해 움직일 수 있었다.
‘과연 브레인포가 파프닐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두 용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야규가는 지원만을 해 주는 입장이기에, 요원들을 투입시킨 것은 어둠 속에서 은밀히 이루어져야 했다.
당연히 정보도 받을 수 없는 입장.
그런데 전투가 벌어지자 곳곳에서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파프닐이 나타났습니다! 알파치킨을 단칼에 쓰러뜨리고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파프닐이 전면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요원들의 보고, 그 외에도 아크 길드 내부에 있던 스파이들의 보고를 받아 가며 겐이치는 그때그때 판단을 내려 지시했다.
-선봉대는 굳이 도와주지 말고 빠지도록. 적들의 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2파를 넘어 제3파까지 부딪쳤습니다. 프론티어 측 간부들이 아크 길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럼 때가 됐군. 출진해서 놈들을 없애라.
예상대로 간부들간의 싸움에서 아크는 프론티어에게 밀렸다.
바로 그때 겐이치의 명령을 받은 요원들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칠 것 없던 킨도르한과 우미간 간부들, 프론티어 길드 측 랭커들의 전진이 꽉 막히는 순간이었다.
‘자, 어떻게 할 테냐. 파프닐?’
아크 길드의 물량은 무려 15만.
많아야 3~5만인 프론티어 길드의 무려 세 배가 된다.
그 물량이 계속 밀려온다면, 결국 힘에서 밀리는 건 수가 부족한 프론티어 쪽이리라.
‘별다른 일이 없다면 브레인포가 이기겠군.’
겐이치는 여유롭게 보고를 들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갑자기 몇몇 요원들의 사망 알림이 들려오더니, 다른 수하들의 다급한 보고가 올라온 것이다.
-활빈당입니다!
-뭐라? 그놈들이 여기에 끼어 있었나!
-활빈당 놈들이 가세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통신을 끊은 겐이치의 이가 갈렸다.
‘놈……!’
활빈당은 야규가보다도 더욱 자존심이 높다.
야규가는 일본 천황, 정재계의 지시를 따르지만.
저들은 그마저도 없이 순수하게 한국 서버를 외신에게서 지키는 것 뿐이니까.
그런 활빈당을 부하로 삼고, 작전을 지시할 수 있는 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파프닐 그놈이 수를 썼구나!’
역시 파프닐이었다.
지금까지 계속된 패배로 약간은 얕잡아 보는 감이 있었지만, 이제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파프닐이라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
이 때문에 파프닐이 다음 수로 무엇을 선택할지 예측이 되었다.
‘파프닐 녀석은 소수 정예로 적의 우두머리를 치는 플레이를 해 왔다. 오크 전쟁이나 괴충 웨이브, 삼국 길드와의 전쟁도 그랬지.’
지금 상황도 그랬다.
사방에서 전부 다 시선이 끌리고 있고, 그 주변으로 병력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사령부 쪽의 방비가 상대적으로 허술해지는 건 당연한 일.
‘그렇다면……!’
겐이치는 곧바로 움직였다.
5분 후, 그는 파프닐을 눈앞에 두고 검을 뽑았다.
“자, 시작이다.”
파직, 파지직.
겐이치의 검에 번개와 빛이 어렸다.
그의 주 속성은 뇌격 계열.
인드라-라이진의 힘을 직접 쓸 수 있는, 무려 레전더리급 번개 스킬이다.
‘파프닐 네놈의 속성은 금속이었지. 어디 번개를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볼까?’
약점을 잡은 겐이치는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파프닐의 반응이 이상했다.
“오, 번개. 잘됐네.”
씩 웃은 파프닐이 손을 들었다.
“비교 대상이 필요했는데. 어디 누구 번개가 더 센가 볼까?”
다음 순간.
하늘에서 새하얀 낙뢰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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