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이거 완전 노다지군.”
마법사는 기분이 유쾌한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둡고 습한 하수도 내부에 알 듯 모를 듯 한 멜로디가 울렸다.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파프닐이 묻자, 사냥꾼은 너스레를 떨었다.
“이 근방은 이미 척후를 마쳤습니다. 몬스터는 없을 테니 당분간 내버려 두죠.”
그리 말하는 사냥꾼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럴 만하다.
왕도 하수도 2층은 말 그대로 미궁 같은 곳이었다. 고대 왕국의 유적이라더니 천장 곳곳에 야명주가 박혀 있고, 텁텁한 고린내가 나긴 하지만 1층의 악취에 비하면 신선한 수준이었다.
기본적으로 하수도 탐사보다는 훨씬 환경이 좋았다.
그뿐인가?
‘시체핥기, 크로우 배트, 자이언트 랫……. 부산물만 해도 제법 값나가는 놈들이다.’
호라이즌은 버려지는 아이템이 거의 없는 게임이다.
마법사나 주술사, 혹은 대장장이나 가죽 장인들은 대부분 몬스터의 재료를 이용해서 비약을 만들거나 아이템을 만들고는 했다.
당연히 희귀한 재료는 그만큼 값이 비싸진다.
이 지하수도 2층에서 나오는 놈들이 그랬다.
대부분은 던전이나 미궁 따위에서 나오는 녀석들이었다.
그런 곳은 대개 그 지역을 통제하는 길드에 의해서 탐험 순번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 하수도 2층은 왕궁에서 관리하는 장소.
1층은 경비대 퀘스트를 통해 손쉽게 입장할 수 있지만, 2층만큼은 현재 일반 유저는 거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당연히 이곳에서 나오는 드롭 아이템들은 모두 파프닐 파티의 것. 개중에는 사냥꾼과 마법사에게 돌아가는 몫도 상당했다.
‘킨도르한이 제법 괜찮은 퀘스트를 가져왔단 말이야.’
사냥꾼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킨도르한은 왕성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라면 모르는 이가 거의 없었다.
NPC들과 전쟁을 하는 특이한 유저였지만, 플레이어들한테는 딱히 해코지하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유저에게는 상점가를 할인해 주어 뒷골목 경제를 활성화시킨 점으로, 네임드화가 될 조짐도 보이는 유저였다.
‘아무튼 별 사고 없이 오크의 자취만 확실히 파악하면 왕성에서 보수도 따로 받을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군.’
사냥꾼과 마법사의 머리가 꽃밭으로 물들 무렵, 파프닐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일이 이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물론 지금까지의 여정이 그리 쉽다고는 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만난 몬스터들은 강했다. 하지만 싸움에 능숙한 편인 그들 파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수도에서 벌어진 일은 왕도 붕괴 시나리오에서 큰 축을 맡고 있던 이벤트다. 지난번 요새에서 본 오크들만큼의 숫자가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근데 지금까지 발견한 자취에 의하면 생각보다 숫자가 적어 보이는군. 왜지?’
이 자리에는 플러시가 오지 않았다. 따라서 파프닐은 다분히 소설에서 왕궁 붕괴에 대해 묘사한 몇 줄의 문장으로만 이 일을 추측해야 했다.
‘최소한 오크들이 어떤 통로로 유입되었는지, 혹은 무슨 일을 벌이는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왕도에서도 심각하게 이 일을 다룰 테고, 내 보상도 커질 거다.’
파프닐은 인벤토리를 보았다.
[블루문 기사 흉갑(레어)] [하베스의 삼단 버터플라이 나이프(레어)]몬스터들을 잡고 나온 파프닐 몫의 장비들이 가득하다. 위로 올라가서 수리 과정을 거치면 쓰거나 팔 수 있으리라.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리자드 워리어의 무기…….”
무기의 주인인 리자드맨은 이미 죽고 먹혔다.
하지만 다른 리자드맨들은 여전히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곤란한데.’
애초에 오크는 그렇게까지 강력한 몬스터가 아니다.
전사나 부족장, 샤먼 같은 엘리트가 강력하지.
일반 오크는 물량빨로 밀어붙이는 하급 몬스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오크 사냥이 인기가 많은 건, 그만큼 보물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오크의 거점 내에는 각종 아이템이나 보물이 가득 쌓여 있으니.’
오크는 욕심이 많아서 보물을 좋아한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기에 모은 장비도 바로 쓸 수 있는 게 많았다.
이 때문에 오크 토벌은 유저들에게 꽤나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리자드맨은 다르다.
“무슨 일입니까? 표정이 어두우신데.”
“리자드맨이 있는 거 같습니다.”
사냥꾼의 물음에 파프닐은 쿠크리를 내보였다.
“리자드맨이라고요? 그 뱀 인간?”
마법사가 깜짝 놀랐다.
리자드맨.
도마뱀의 머리에 인간의 하반신을 단 종족으로, 주로 늪지대나 물이 많은 곳에 살고 있었다.
“물이 많으니 가능성이 없진 않군요.”
사냥꾼의 표정도 얼어붙었다.
체형이 인간과 비슷하고, 보물을 모으는 건 오크와 리자드맨이 같다.
그러나 리자드맨은 개개인이 엘리트 몬스터 수준인 강자들.
오크와 달리 되도록 마주하지 않는 게 최선이고, 싸우더라도 도망을 치는 게 그나마 나은 선택지였다.
‘그래도 무조건 싸울 필요는 없는 몬스터란 게 다행인가.’
리자드맨은 분류로 따지면 회색 지대에 있는 개체들.
인간과 오크가 각각 흰색과 검은색이라면.
그 사이에서 이득에 따라 어디든지 붙을 수 있는 제삼자가 바로 이들이었다.
당연히 주 업종도 용병이나 암살자, 주술사 들이 대부분이었고, 그게 아니라도 돈만 있으면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놈들이었다.
‘만나면 돈이 나가는 건 짜증 나겠지만.’
그래도 교섭의 여지가 있는 게 어딘가.
‘퀘스트만 잘 끝내면 된다.’
파프닐 일행은 중앙 쪽 하수도로 가는 길을 찾아 움직였다.
지하 3층과 4층은 애초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레벨이 너무 높아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마다 균열이 움직이고, 곳곳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악조건.
하지만 보상이 너무 쏠쏠했기에 이 정돈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음?’
세 번째로 구조가 바뀔 즈음.
파프닐의 귓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요.”
파프닐은 인원들을 조용히 시킨 뒤 먼저 그쪽으로 향했다.
곳곳에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돌 통로들 사이.
야명주 빛 아래에 작은 문과 복도가 하나 나 있었다.
지도에 나와 있지도 않는 작은 은신처.
도망자나 이교도 들이 숨어들었다가 만든 장소들 중 하나였다.
취익!
오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튼튼한 강철 갑옷과 글레이브 한 자루로 무장한 중장갑 오크.
녀석이 양옆으로 움직이며 주변을 감시하던 게 파프닐의 눈에 띈 것이다.
‘드디어 찾았다.’
파프닐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오크가 있었어. 저놈을 잡고 전리품이나 목을 가져가 위쪽에 보이면 이 퀘스트는 확실하게 끝낼 수 있겠군.’
오크를 상대로 한 전투라면 자신이 있었다.
요새에서도 수많은 오크들을 잡았고, 그 전에도 오크 대전사나 샤먼 들을 잡아 보지 않았던가.
“굳이 길게 끌 필요 없지, 잡고 돌아가 볼까!”
파프닐이 막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그그그릉.
하수도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파프닐은 막 돌진하려다가 곧바로 몸을 숨겼다.
하수도 전체가 맥동하고 있었다.
취이익! 취르르륵!
오크가 지키던 돌문이 열리고, 하수도 곳곳에서 군홧발 소리와 함께 오크 무리가 나타났다.
못해도 3백 마리 이상의 개체 수.
게다가 저놈들이 전부일지, 또 다른 무리가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취이익! 무슨 일입니까?”
“취익! 침입자다, 침입자를 잡으러 간다!”
쿵쿵쿵, 수백 마리의 오크들이 급히 하수도 중심부를 향해 달려갔다.
파프닐은 오크들이 전부 멀어질 때까지 숨죽이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적어도 요새 때는 넓기라도 했지, 여기선 포위당하면 끝장이겠군.”
일단은 일행에게로 돌아가는 게 우선.
본대로 복귀한 파프닐은 자신이 본 것을 설명했다.
“오크가 삼백 마리요?”
“미친…….”
킨도르한을 비롯한 파티원들의 낯빛이 야명주 아래에서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창백해졌다.
“어디에 그렇게 많이 숨어 있었던 거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여기가 보통 넓은 게 아니니까……. 곳곳에 안전지대들도 있으니, 아마 그런 곳들에 숨어 있었을 겁니다.”
수도 지하의 하수도인 만큼 영역 자체는 굉장히 넓다.
조사나 토벌도 잘 들어오지 않으니 오크들이 거점을 만들기엔 안성맞춤이었으리라.
“일단 튀지?”
킨도르한이 대뜸 말했다. 그 정도 숫자의 오크가 있다면, 솔직히 더 이상 증거니 뭐니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정찰을 계속한다, 킨도르한.”
“미쳤어?”
“파티장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세 명 모두가 반발했지만 파프닐의 의견은 바뀌지 않았다.
“어차피 오크 놈들은 그렇게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니 열에 아홉은 안 들킬 거고, 혹시 들켜도 충분히 안 잡힐 수 있습니다. 지도도 있고 베라 님 스킬도 있는걸요.”
“그렇지만…….”
“게다가 공헌도도 직접 증거를 가져다주는 게 증언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을 거고요. 기왕 히든 피스 얻은 것, 끝까지 해 봐야죠.”
“…….”
“뭐 이번에 죽는다고 끝은 아니잖습니까. 그럼 한 번 정돈 여기에 걸어 보겠습니다.”
게이머에게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목숨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 목숨이 오가는 위험한 모험과 사냥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그 덕분.
파프닐의 말은 셋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좋아, 사나이가 이런 데서 물러날 순 없지. 나도 가마.”
“내 스킬이 필요할 테니 어쩔 수 없군. 가겠소.”
“…….”
마법사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혼자 올라가려 해도 이젠 길을 모른다.
결국 그도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갑시다.”
파프닐은 일행을 이끌고 오크들이 가던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이상한 게 보였다.
“뭐야, 이거?”
킨도르한이 중얼거렸다.
“오크들이 다 죽어 있잖아?”
하수도의 벽에, 바닥에, 흐르는 오폐수 속에.
야명주가 비추는 빛 아래로 수많은 오크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드롭 아이템과 골드가 없다……. 유저인가?’
사체를 살피던 파프닐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지만 이 2층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을 텐데, 어떻게 유저가 있지?’
일단은 더 들어가서 정찰을 해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으리라.
파프닐은 오크 사체의 어금니를 인벤토리에 수집한 뒤 계속 통로를 걸었다.
그러던 중 점차 어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칼 부딪히는 소리 같은데?”
“전투…….”
파프닐은 한층 더 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소리를 따라가자 곧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보였다.
취취이익!
취익!
한 남자가 오크 수십 마리에게 둘러싸인 채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온몸을 검은 터번과 로브, 갑옷으로 가린 모습의 인영이었다.
“구해야 해요!”
“적의 적은 아군이랬지!”
마법사와 킨도르한이 외쳤다.
그 순간 파프닐이 손을 들었다.
“잠깐만.”
위기에 처했다고 하기엔 싸우는 모양새가 이상했다.
남자가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의 무기나 살점에서 피가 튀기고, 가까이에 다가간 오크들은 남자의 샴쉬르에 맞자마자 반으로 갈라지기 일쑤였다.
이건 오크들에게 포위되어 궁지에 몰린 싸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흐흠.”
검은 터번의 남자가 파프닐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왜 이런 곳에 사람이 있는 거지?”
수많은 오크를 학살했음에도 남자는 여전히 멀쩡해 보였다.
고개를 갸웃거린 남자가 중얼거렸다.
“바란왕국 놈들의 조사대인가? 녀석들도 촉이 좋군. 하지만 목격자는 없다. 그래, 없는 게 좋겠군.”
“……!”
파프닐은 본능적으로 땅을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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