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72)
372화
저돌맹진.
브레인포의 사고방식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복잡한 작전이나 계산 없이, 내키는 대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번 전투의 병력 배치도 그의 성향이 크게 반영되었다.
강한 랭커나 심복들은 전방과 중심부.
약한 인원이나 소외된 인원들은 외곽에 배치되거나 아예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후방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
그러나 사실상 좌천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루시퍼와 베라.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파벌에도 소속되지 않았던 둘이기에, 그렇게 밀려나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그런 공통점 덕에 둘 사이엔 꽤 말이 트이게 되었다.
그 전엔 임무상 대화만 나눴다면, 이젠 서로 가벼운 이야기 정도는 나누게 된 것이다.
“하 씨,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프론티어 길드로 갈아탈걸.”
“길드를 옮긴단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괜히 의리 지킨다고 이게 뭐냐.”
“하하하…….”
베라는 쓴맛에 혀를 찼다.
의리를 지켰건만 돌아오는 것은 이런 찬밥 대우.
이번 전투도 마찬가지였다.
실력으론 베라와 루시퍼를 능가하는 인원이 거의 없음에도, 파벌 때문에 후방에 배치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둘의 목숨을 살렸다.
“저기서 대체 무슨 일이…….”
“엄청난데?”
하늘에서 쏟아지는 번개의 폭풍.
아크 길드건 프론티어 길드건 저 자연재해 앞에선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파프닐 님은 저런 곳에서 싸우고 있군요.”
“어떻게 저 번개 한복판에서 싸울 생각을 할 수 있지?”
두 사람은 구릉지를 보며 연달아 입을 벌렸다.
번개 지옥이라 해도 될 만한 곳 한복판에서 해골병들을 지휘하며 아크 길드를 공격할 파프닐을 떠올린 것이다.
“영화 뺨치겠군.”
“베라 누님도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미쳤냐? 누구 죽일 일 있나.”
그때였다.
두 사람의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사, 살려 줘!”
“습격이다!”
두 사람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개의 발과 새의 발을 지닌 그리폰.
아니, 개의 머리도 달린 정체불명의 괴수들 수백 마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멍멍짹!”
“꾹꾹웡!”
“쏴, 쏴라!”
아처와 레인저들이 화살을 쏟아붓고, 마법사들은 준비된 광역 마법을 전방 대신 이쪽에 모았다.
그러나 새로 나타난 괴수들은 그 공격들을 가벼운 먼지처럼 받아 내며 유저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대미지가 안 들어가!”
600레벨이 넘는 고레벨 전사가 대검을 휘두르며 울부짖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새 발을 맞은 기사가 곧바로 회색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멍멍! 개 머리가 내뿜은 브레스가 레인저들을 휩쓸고.
마법사들 한복판으로 뛰어든 괴수 한 마리가 그대로 뒹굴어 진영을 무너뜨렸다.
대형 몬스터 사냥은 보통 상태이상 스킬을 먹이고, 대미지를 누적시키며 천천히 잡곤 한다.
하지만 이 괴물들은 그런 대미지나 상태이상 자체가 들어가지 않았다.
“멍멍멍짹!”
“구구구구컹컹!”
수백 마리 괴수들에게 쓸려 나가는 아크 길드 진영.
아연한 표정이던 베라가 심호흡하고 외쳤다.
“루시퍼, 넌 저쪽을 막아!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하지만 베라 누님!”
“빨리!”
베라는 채찍을 꺼내며 소리쳤다.
“저 녀석들 공략법을 찾기 전엔 대미지 못 줘. 너랑 나랑 시간 끄는 사이 본대에 소식이 가겠지!”
“시간을…… 알겠습니다.”
“그럼 가, 빨리!”
괴수들을 상대로 시간을 끌다 보면, 본대에서 어떻게 되건 결판이 나리라.
“그래, 어디 해 보자!”
베라의 채찍이 개 머리 괴수의 코 부분을 때렸다.
깨개갱!
괴성을 들은 독풋벋풋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독풋벋풋들이 후방에 나타난 그 시각.
아크 길드의 사령부는 난리가 났다.
“칼라인 기사단 후퇴합니다! 낙뢰에 맞아 40%가량이 당했다고 합니다.”
“포세이돈 마법병단 급보! MP 포션이랑 보충제 지원이 필요하답니다.”
“드렉사 님 낙뢰로 전사! 다들 후퇴 중입니다!”
원인은 간단했다.
번개가 재앙처럼 내리치면서, 진영 전체를 쓸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브레인포와 아크 길드 간부진은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전열을 재정비해!”
다른 간부가 외쳤다.
많은 수가 당했지만, 아직 아크 길드의 전력은 프론티어 길드의 두 배가량 남아 있었으니까.
낙뢰의 범위 밖에 있던 병력도 있고, 후방의 병사들까지 끌어 온다면 충분히 정비할 수 있었다.
“아, 안 됩니다! 이미 서로 흐트러져서,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간부들은 다급히 명령을 내렸지만, 무너진 전열은 복구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지휘하던 지휘관들은 이미 사망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정작 직접 달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다들 뭐 하는 거야! 직접 달려서라도 전해!”
“그, 그렇지만…….”
하급 장교 플레이어들이 머뭇거렸다.
그럴 만했다.
수많은 병사가 얽히고설킨 아수라장 속에 들어가는 건, 어지간한 각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놈들, 브레인포 님께서 계시는데 무슨 추태냐!”
그래도 역시 한국 최대의 길드.
고위 간부들의 호령에 간부진 모두가 흠칫 멈췄다.
“독전단을 써라! 채팅이든 연설이든 해서 모으고, 후퇴하면 벌금이랑 아이템 압수라고 협박해서라도 전열을 재정비해!”
“브레인포 님께서 아직 건재하시다. 파프닐 놈이 뭘 더 하건, 우린 아직 진 게 아니야!”
후퇴하는 아군을 죽여서라도 전장으로 돌려보내는 부대, 독전대!
그들이 나서자 도망치던 병사들도 재차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큰일 났습니다!”
“또 뭔데?”
“대형 몬스터 수백 마리가 후방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격이 안 통한답니다!”
“괴수? 몬스터 무리는 다 처리했잖아. 어떻게 된 거야?”
“다른 몬스터 무린가?”
“아, 아닙니다. 프론티어 길드 놈들이랑 같이 오고 있습니다!”
“프론티어 놈들이 테이밍한 몬스터다……!”
후방에서 나타난 독풋벋풋 무리는 아크 길드의 예비 부대를 휩쓸었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이놈들은 최항우가 대장금의 도시락을 통해 길들인 삼국 길드의 비밀병기.
공략법을 모른다면 파프닐도 잡을 수 없는 놈들답게, 수많은 화살과 마법을 받아 내면서 전사들을 때려눕혔다.
독풋벋풋들이 보여 주는 압도적인 위용!
“어……. 어…….”
“후퇴해야 해.”
누군가의 입에서 그 목소리가 나온 순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브레인포 님, 일단 한 번 물러선 뒤 재정비를 하는 게…….”
“뭐? 너네 쫄았냐?”
우두둑, 자리에 앉아 있던 브레인포가 일어났다.
“내가 직접 나서지. 따라올 녀석은 따라와라.”
“헉, 브레인포 님!”
“안 됩니다!”
간부들이 급히 뜯어말리려 했다.
지금 앞으로 나섰다간 그대로 돌진해 오는 프론티어 길드를 정면으로 맞아 싸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콰쾅!
사령부 바로 앞에서 폭음과 함께 괴성과 비명이 들려왔다.
“무슨??”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진 않군.”
길드마스터를 지키는 친위대 수백 명의 건너편.
바로 그곳에 해골병 수백 기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네가 브레인포인가?”
“어, 어떻게?”
“저 군대를 뚫고 여기까지 오다니.”
설마 파프닐이 직접 여기 올 줄이야.
기겁하는 간부들의 앞에서, 파프닐은 씩 미소를 지었다.
도망치는 병사들 사이에 섞여 사령부까지 온 다음, 해골병을 소환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동안 꽤 날뛰어 주셨더군.”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력은 인정하지. 덕분에 골치 꽤 썩었어.”
처음 킨도르한에게 상황을 들었을 땐 어이가 하늘로 승천하는 줄 알았다.
“처음 전투를 할 때는 병력을 분산시킬 걸 예상하고 정면 돌파를 해 버렸다고 했지.”
“어?”
“그래서 후방을 견제하며 진군을 못 하게 했더니, 일본을 끌어들여 물자를 보충한 후 공격을 이어 갔고.”
“그래서 모든 걸 예상해서 대비했더니, 공수부대라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썼다면서?”
“어…….”
“한번 당하고 나니, 네가 보통 놈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더군.”
직접 한 번 물을 먹자, 파프닐은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눈앞의 브레인포는 자신과 동류라는 것.
그렇다면 이 녀석은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존재였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때려잡아야 할.
“역시 브레인포 님……!”
“파프닐 네놈 따위의 작전에 당할 분이 아니시다, 이놈!”
기세가 오른 간부들이 일갈하는 가운데.
“…….”
브레인포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내가 그랬나?’
바로 공격한 건 그냥 빨리 승부를 보고 싶어서고.
일본 쪽은 그 녀석들이 먼저 접근해 온 거다.
낙하?
얼마 전 본 애니메이션에서 사람을 낙하시키는 걸 보고 떠올린 게 전부.
‘뭔 소린지는 모르겠는데, 저 녀석이 그렇다고 하니까 뭐 그런 거겠지.’
아무튼 욕하는 건 아니니까 딱히 문제는 없었다.
“역시 브레인포 님이십니다.”
“저 파프닐이 길마님을 경계하다니……. 역시 저희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군요.”
부하들의 감동에 찬 시선은 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결국 힘 대 힘의 구도가 되면 어찌할 수 없겠지.”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만약 브레인포가 자신 같은 성향이라면, 이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어떻게든 도망칠 거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놈을 잡기 위해 각종 준비를 거듭했다.
프리메이슨과 거래하고, 활빈당을 끌어들인 뒤.
비밀 병기로 양성하던 독풋벋풋까지 동원.
그렇게 상대방의 힘을 빼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링으로 끌고 나온 것이다.
“그렇게 여기까지 몰아붙였지만, 아직 방법이 하나 있지.”
아크 길드 부하들의 눈이 일제히 브레인포에게 향했다.
브레인포가 역으로 파프닐을 이겨 버리면, 앞서 나온 모든 전략이 다 소용없는 짓이 된다.
그 사실을 말해 준 파프닐이 궁드닐을 들었다.
“그럼 이제 네 실력을 한번 볼까?”
말을 마친 파프닐에게서 장갑 한쪽이 날아들었다.
빠직.
이마에 실핏줄이 돋아난 브레인포가 심호흡을 했다.
“파프닐 이놈……!”
“대충 뭐 할 말은 다 들은 거 같군.”
슥, 브레인포가 너클을 꼈다.
“좋다, 한따까리 해 보…….”
그 순간 양옆에서 부하들이 달려들었다.
파프닐이 아닌 브레인포에게로.
“함정입니다, 브레인포 님.”
“지금은 물러나시고, 뒷일을 기약하십시오!”
“뭐?”
“친위대, 저놈이 접근하는 걸 막아라!”
“예!”
아크 길드 친위대가 일제히 파프닐에게 돌진했다.
그 사이 간부들은 브레인포를 설득했다.
“프론티어 길드 군대가 앞뒤로 오고 있습니다. 지금 나가시지 않으면 아예 나갈 수 없게 됩니다!”
“저놈이 노리는 게 그겁니다! 부디 빠져나가 다음 기회를!”
“아니, 잠깐만. 이게 무슨…….”
듣고 보니 확실히 시간 끄는 것 같기도 했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번엔 후퇴를 하고…….”
그때 친위대와 싸우던 파프닐이 소리쳤다.
“야!”
“……?”
“쫄?”
“……저 개호로XXXXXXXXX이!!!”
이번엔 얼굴이 시뻘겋게 된 브레인포가 진짜로 나서려 했다.
“도망치셔야 합니다!”
“여긴 저희가 막을 테니, 어서 길마님을 데리고……!”
“미친, 놔, 놔! 저놈이 쫄았냐고 하잖아! 씨XXXXXX! 놓으라고!”
브레인포의 비명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길마님께는 보낼 수 없다, 막아라!”
파프닐의 앞을 몇 겹으로 막은 친위대가 일제히 검을 들었다.
아크 길드 내에서도 최정예인 유저들이 1년 넘게 단체 훈련을 하며 합을 맞춘 게 이들.
힘을 합치면 설령 파이브스타 최고 간부라 해도 뚫지 못한다는 인간 장벽이 만들어졌다.
“지금 놈은 혼자다! 여기서 놈을 잡는다!”
“우오오!”
수많은 친위대 길드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이 착각한 게 있었다.
파프닐은 혼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절대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
창을 들고 나타났기에, 순간 모두가 그 사실을 잊었다.
그 대가는 컸다.
“커헉!”
“딱(딱)!”
친위대의 아래, 땅 밑에서 수많은 창칼이 솟구쳤다.
직격으로 맞은 친위대원은 그대로 사망했고, 피한 사람들도 중상을 입고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
파프닐은 그렇게 명령하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에 맞춰 수많은 해골병이 일제히 입을 벌리고 돌진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