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호라이즌에서 레벨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레벨과 장비 격차가 난다면 고수 한 명이 수백 수천의 적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크 길드와 파프닐 길드의 차이는 절망적이었다.
2만 대 15만.
평균 레벨도 비슷했으니, 그야말로 이길 수 없는 마지막 싸움인 셈.
그런데 프론티어 길드가 그 싸움을 이겼다.
그것도 프론티어 길드 측 사상자가 네 자릿수를 넘지 않는 역대급 성적으로.
[프론티어 길드, 한국 서버 길드 순위 2위에 등극하다] [프론티어 길드의 자산 가치, 100대 기업 안에 들어가……]이런 대승을 일궈 낸 파프닐과 프론티어 길드의 명성은 그야말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지금까진 특이한 네크로맨서인 파프닐이 이끄는 대형 길드 1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서버 하면 반드시 언급되는 초대형 길드가 된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 호라이즌과 파프닐. 그 행적을 따라가다] [비결은 NPC와의 상호작용? 프론티어 길드의 ‘대박’ 뒤에는 NPC 왕국이 있어……]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여러 메인 잡지나 기사 등에서도 프론티어 길드를 주목했다.
(주)타이탄이 전 세계 과학 혁명을 선도하는 이 시대.
그런 타이탄사의 주력인 호라이즌에서 흥한다는 건, 곧 현실에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파프닐 연락처 가진 사람 없어? 무조건 구해 와!”
“맥심즈 놈들한테 질 수는 없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프닐에게 컨택해!”
방송국이나 잡지사, 매체의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반응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었다.
[더 가디언, 한국 서버의 신흥 강자. 프론티어에 주목] [르 몽드, 한국의 초신성이 기존의 거목을 쓰러뜨리다. 파프닐은 누구?] [프랑스 랭킹 1위 아르센토, ‘파프닐의 군대 운용에 굉장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프 연계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해외의 유력 일간지, 그리고 해외의 유명 랭커들도 일제히 파프닐을 주목했다.
한편 아크 길드는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큰 타격을 입었다.
기존 한국 서버 최대 길드라곤 하지만, 오다 클랜과의 전쟁에 이어 내부 파벌 싸움으로 절반 이상 힘을 깎아 먹혔고.
남은 전력을 총동원한 이번 싸움에서도, 플레이어들 태반이 전사하며 더 이상 전쟁을 이어 갈 여력이 남지 않은 것이다.
-665레벨 기사 길드 구합니다. 상위 20위 안쪽으로.
-670레벨 마법사 새 길드 구합니다. 급여는 협의 후에.
그렇게 아크 길드가 망하자 수많은 고급 인력이 바깥으로 풀려났다.
갑자기 활발해진 인력 시장!
파프닐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프론티어 길드의 명성이 퍼지며 생긴 여러 변화였다.
그 변화에 영향을 받은 곳에는, 한국 서버의 정점 길드도 있었다.
“다음.”
베로니카의 싸늘한 명령에, 임원 한 명이 몸을 일으켜 구석에 섰다.
줄 서 있던 다음 임원이 엎드리자, 기다리고 있던 장한이 매질을 시작했다.
“윽……. 윽!”
호라이즌엔 고통 감소 설정이 있지만, 지금 그걸 쓰는 바보는 없었다.
50%의 고통이라 하더라도, 힘 스테이터스가 더해진 매질을 견디는 건 쉽지 않은 것은 덤.
한바탕 매질이 끝난 후.
일렬로 선 정보부 임원들을 향해 차가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이 부장, 박 부장, 피 부장님. 세 부장님께서는 그동안 파이브스타 길드 정보부로서 많은 일을 처리해 주셨지요.”
베로니카의 눈이 차갑게 세 사람을 응시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여러분의 예측대로 조치를 취했어요. 파프닐을 쓰러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도 개입하지 않고, 인원을 대기시킨 채 관망만 했지요.”
부장들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러내렸다.
“결과는 최악이었죠.”
아크 길드는 더없이 완벽하게 무너졌고.
파이브스타는 이제 자신과 같은 체급으로 올라온 프론티어 길드라는 강적을 상대해야 했다.
본대가 미국 남부와 전쟁 중이긴 하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실책.
“죄, 죄송합니다.”
간부들의 고개가 숙여졌다.
베로니카, 현생의 배주희가 있는 유성 그룹은 직원들의 실책에 엄격하다.
이시우의 오성 그룹과 파이브스타의 신상필벌이 여유 있는 편이긴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의 실책.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드리겠어요.”
베로니카의 말에 부장들이 고개를 들었다.
“저는 아니지만, 이시우 님께서는 여러분을 믿고 계시니까요.”
“가, 감사합니다.”
“실패하신다면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모인 시선을 둘러보던 베로니카가 말을 이었다.
“이시우 님께서도, 다음번에는 더 이상 여러분들을 고평가하지 않을 테니까요.”
베로니카의 말에 부장들의 목구멍이 움찔거렸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파이브스타 길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아크 길드가 무너진 후.
많은 유저가 새로운 길드를 찾아 들어가거나, 단독 플레이어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몇몇 아크 길드 플레이어는 대형 길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갔고, 새로 유입되는 유저들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한탕 했는데?”
“흐흐.”
“나누면 수리비나 새 장비 적금 빼고도 최소 1백만 원씩이군.”
스컬과 콕헤드, 다탄도 그런 인물이었다.
670레벨대 카오틱 플레이어인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 의기투합해 PVP 패밀리를 만들었다.
비록 아크 길드가 무너지긴 했지만, 미개척지는 많았다.
지나가는 유저들을 노리기엔 최적의 환경.
레인저인 콕헤드가 타깃을 찾으면, 전사인 스컬과 마법사인 다탄이 앞뒤를 막고 돈과 아이템을 걷는다.
물론 마구잡이로 죽이진 않는다.
팬티 한 장만 남기고 턴 뒤, 유유히 자리를 뜰 뿐.
남은 사람이 어떻게 되는진 알 바 아니었다.
“이번엔 꽤 수익이 좋단 말이지.”
“역시 상단을 습격해야 한다니깐?”
스컬이 손에 든 병을 흔들었다.
“골든 에이지! 무려 레전더리급 술을 얻게 될 줄이야.”
“팔 거냐?”
“이걸 왜 팔아? 우리가 마셔야지.”
돈이야 다른 장비들을 팔면 그만이지만, 고급 음식과 술을 즐기는 건 호라이즌에서밖에 하지 못한다.
재벌이나 연예인 중엔 이 식도락 때문에 호라이즌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자 자, 빨리 아지트로 돌아가자고.”
걸음을 재촉하던 셋.
“야, 저기 봐라.”
그때였다.
콕헤드가 무언가를 발견한 뒤 손짓했다.
“누구 엎어져 있는데?”
“시첸가?”
NPC의 시체라면 그냥저냥 오브젝트 취급이다.
털 만한 건 이미 몬스터들이 털어 갔을 테니까.
“……아냐.”
물론 NPC가 아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저거 유저인데? 살아 있어.”
콕헤드의 말에 다른 둘이 무기를 들었다.
천천히 다가가는 그들의 귓가로, 드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 녀석은.”
“곯아떨어졌……. 크헉! 술 냄새!”
콕헤드가 코를 싸매고 손사래를 쳤다.
다탄이 물러섰지만 스컬은 피식 웃으며 다가갔다.
“보자,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겠는데?”
“장비는……. 별것 없는데?”
술 냄새 전 담요와 거적, 간단한 면 셔츠와 바지 정도가 남자가 입은 것의 전부였다.
심지어 흔한 금화 주머니마저도 보이지 않는 상황.
“이건 뭐…….”
“에이씨, 상거지잖아.”
“그래도 요건 좀 좋아 보인다야.”
삼인조는 쓰러진 남자의 품을 뒤져 귀걸이나 목걸이, 신발 등 몇 가지 가치 있는 것들을 뜯어냈다.
오랜 삥 뜯기의 노하우(?)가 아니었다면 찾기 어려울, 디테일한 소지품들!
“에휴, 더 없다. 술 마시느라 다 쓴 모양이야.”
“그럼 됐다. 가자.”
“안 죽여도 돼?”
“죽여서 뭐 하게? 카오틱 수치 낮아지면 현상금 붙잖아. 프론티어 애들 붙으면 일이 이상해져.”
볼일을 마친 삼인조는 미련 없이 떠나려 했다.
“킁, 크흥.”
그때였다.
침까지 흘리며 자던 남자가 코를 킁킁대더니, 곧 번쩍하고 눈을 떴다.
“이 냄새……. 술!”
냄새를 맡은 남자가 단숨에 삼인조의 뒤로 붙었다.
“뭐, 뭐야!”
“그거 술이지?”
“그런데……?”
“갈 때 가더라도, 그건 내놓고 가라.”
잠시 말을 이해 못 한 셋이 멍하니 있다가 일제히 미소를 머금었다.
“아니, 이 새X 미쳤나.”
“뭐래냐?”
“술 내놓으라는데. 알코올중독인 듯?”
사마귀가 덤비라고 손짓하면, 사람은 화를 낼까?
백이면 백 웃거나 신기해할 것이다.
삼인조의 반응이 딱 그랬다.
“아저씨, 돈 많아? 이거 좀 비싼데?”
“아무도 없는데……. 무슨 자신감이지?”
“아씨, 걍 꺼지쇼. 귀찮게 굴지 말고.”
술에 취한 주정뱅이.
현실이건 인게임이건, 그런 사람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리 없었으니까.
이 때문에 세 사람 중 누구도 남자를 경계하지 않았다.
남자가 엄청난 속도로 스컬의 손에 들린 술병을 빼앗을 때까지도.
뽕!
그대로 뚜껑을 딴 뒤 입에 갖다 대는 중년 남자.
레전더리 등급의 술이 순식간에 반 가까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커허……. 이 사과향, 진한 달콤함……. 썩 괜찮군.”
“이 미친 새끼!”
스컬이 진지하게 철퇴를 휘둘렀다.
“아, 안 돼!”
“카르마 떨어지잖아!”
다른 둘이 깜짝 놀라 말렸지만, 이미 스킬은 나간 뒤였다.
“됐어, 이런 새낀 어차피……. 어?”
대답하던 스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째서인지 시야가 빙글빙글 돌며, 바닥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그것이 스컬이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헉…….”
“미, 미친.”
순식간에 스컬의 목을 베어 낸 중년 남자가 히죽 웃었다.
“자, 너흰 이 녀석 일행이냐?”
“……씹…….”
콕헤드와 다탄은 그제야 깨달았다.
600레벨 몬스터가 득실대는 신대륙 필드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자는 남자가 평범한 사람일 리 없다는 사실을.
“우, 우린 모르는…….”
“모르긴 뭘 몰라.”
단숨에 콕헤드를 때려잡고, 도망치는 다탄에게 술병을 던져 기절시킨 남자가 기지개를 켰다.
“으하아아. 저 녀석들 때문에 잠 다 깼네.”
그래도 좋은 술을 얻었으니 용서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그러고 보니 슬슬 물어봐야겠구먼.”
기절한 다탄에게 다가간 중년 남자가 가볍게 발로 다탄을 찼다.
“야, 일어나 봐.”
“으……. 으어……. 어헉!”
“그렇게 놀라지 말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무, 뭘 말씀입니까?”
압도적인 힘 앞에서 다탄은 저도 모르게 존댓말을 꺼냈다.
“그게 말이야. 아크랑 프론티어 길드랑 길드전 하잖냐?”
“어……?”
“그거 어디서 하는지 알려 주면 좋겠는데.”
아크랑 프론티어 간 길드전……?
“저기……. 그거 끝났는데요.”
“엉?”
“며칠 전에 다 끝났어요. 프론티어 길드가 대역전승으로 이겼고, 아크 길드는 완전 해체되어 가지고…….”
“뭐라고!”
중년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손을 휘둘렀다.
거기에 맞은 다탄이 그대로 로그아웃되었지만, 남자는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연신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허 참, 그게 벌써 끝났다고? 그럼 안 되는데…….”
입맛을 다시던 중년 남자가 구르는 술병을 주워 들며 혀를 찼다.
“브레인포 녀석이 그새 연락했군. 술 좀 덜 마실 걸 그랬나.”
남자의 이름은 드트.
브레인포의 친구이자, 브레인포가 믿고 있던 비장의 패였다.
“뭐, 어쩔 수 없지.”
술병을 마저 비운 남자가 입술을 소매로 문질렀다.
“그 파프닐이란 녀석은, 나 드트가 취권암살가의 이름을 걸고 확실히 죽여 주마.”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