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85)
385화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일본 서버.
파프닐과 일행은 길을 재촉했다.
최종 목적지는 여러 귀신이 모인다는 마소우 산의 귀신 시장.
다행히 마소우 산은 처음 나온 곳과 같은 섬에 있어, 배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수일을 걷자, 필드 변경 알림이 나타났다.
-마소우 산에 입장했습니다.
‘드디어 도착이군.’
목적지인 마소우 산!
검은 먹구름이 산 위에서 회오리 형태를 만들고 있고, 나무들은 하나같이 잎까지 검게 물든 상태였다.
-강력한 어둠의 마나에 노출되었습니다.
-강인함, 의지 스테이터스가 약간 하락했습니다.
-상태이상에 걸릴 확률이 약간 상승했습니다.
-성 속성 스킬의 위력이 10 하락했습니다.
-어둠이 가득한 대지입니다. 사냥 시 추가 경험치를 획득하며, 어둠을 풀어낼 시 큰 명예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단테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칠흑의 사신 쪽도 레벨이 높아 저하 효과가 무효화되었다는 걸 제외하면 같은 내용.
“으음……. 무시무시한 곳이군요.”
“흥미로운 냄새가 나는데?”
다만 파프닐에게 뜬 메시지는 내용이 꽤 달랐다.
-어둠의 마나가 가득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5 상승했습니다.
-어둠 속성 스킬의 공격 위력이 상승했습니다.
-HP, MP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둠 속성 사역마, 소환수들의 공격력과 HP가 30 상승했습니다.
‘오오, 힘이 넘친다!’
휴일에 늘어지게 잔 뒤, 집 안에서 막 깼을 때의 편안함!
혹은 도시의 매연 속에 있다가 오랜만에 시골로 내려가면 느낄 수 있는 맑은 공기가 코끝으로 들어왔다.
“이쪽입니다.”
산을 오르자 귀시로 들어가는 입구인 버려진 신사 한 곳이 나왔다.
예상대로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버려진 지 한참 된 것 같은 모습.
“여기 맞지?”
칠흑의 사신이 신사 뒤쪽의 토리이를 넘어가려 했다.
“잠깐.”
그 순간, 파프닐이 급히 붙잡았다.
“이걸 쓰고 가야지.”
꺼낸 것은 다름 아닌 각 종류의 가면.
요괴들의 시장에서 그냥 돌아다닌다면, 인간이라는 게 금방 들키게 된다.
이 때문에 가면이나 다른 아이템, 스킨 등으로 정체를 숨기는 건 필수였다.
“감사합니다.”
단테는 너구리 가면을 썼다.
“난 얼굴 복면으로 가렸는데, 또 써야 해?”
칠흑의 사신이 불평하자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가면이 싫으면 다른 방법이 있긴 한데…….”
“미친 퍼리충 새X. 내가 쓰고 만다.”
복슬복슬해지기 스킬에 당했던 기억을 떠올린 칠흑의 사신이 기겁하며 여우 가면을 썼다.
“자, 그럼…….”
“잠깐.”
파프닐은 손을 들어 단테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따로 행동하지요.”
목적지까지 왔으니 굳이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즐겜하시고, 볼일 잘되시길 바랍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는 좀 더 호위해 드려도…….”
“어차피 저흰 싸우러 온 건 아니라서요, 오히려 저희 때문에 단테 님의 퀘스트도 실패하면 안 되지요.”
“그래도…….”
단테는 몇 번 머뭇거렸지만, 설득이 계속되자 결국 받아들였다.
“파닐 님, 블랙 님, 꼭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여차하면 차라리 죽어서라도 요괴의 포박은 벗어나시고요.”
“네.”
“참, 이걸.”
주머니를 훑은 단테가 종이쪽지 두 개를 내밀었다.
그곳엔 태그로 기호와 숫자, 일본어 닉네임이 적혀 있었다.
“제 커뮤니티 아이디 태그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로 연락 주시면 제가 도우러 가겠습니다. 두 분 다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신경을 써 주는 모습!
낯선 일본 서버이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아, 그리고 블랙 님, 이거랑 별개로 혹시 저랑 친구부터 시작하실 의향은 없으신지…….”
“응? 뭐라고?”
“그러니까…….”
“잘 못 들었는데?”
칠흑의 사신은 단테의 질문을 집요하게 회피했다.
저쯤 되면 슬슬 불쌍해지는데.
‘외모 패치 아이템을 안 팔다 보니 난리도 아니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것에 홀리다니.’
파프닐은 혀를 찬 뒤 자리를 정리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네, 아무쪼록 두 분도 잘되시길 바랍니다.”
단테와 헤어진 파프닐은 그대로 토리이 안으로 들어갔다.
-마소우 귀시에 입장했습니다.
“오.”
다음 순간, 파프닐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황량한 신사와 산은 어디 가고, 수많은 등불이 매달린 아래로 수많은 천막과 건물이 있는 번화한 대도시가 나타난 것이다.
“오오, 시장이 열렸구먼.”
“빨리 가지 않으면 좋은 목을 놓치겠어.”
주변에서는 각종 요괴가 발걸음을 재촉했고, 각 점포에도 여러 요괴가 나와 아이템들을 팔고 있었다.
한국 서버에도 암시장이나 뒷거래처가 있긴 하지만, 몬스터들이 여는 시장 같은 건 일본 서버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오…….”
칠흑의 사신이 눈을 빛냈다.
“깽판 치기 딱 좋은 곳이네.”
“그건 안 돼.”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거래 및 협상이지, 깽판이 아니었으니까.
“들어가지.”
요괴의 시장. 귀시는 인간의 돈이 통하지 않는다.
안드로메다 행성의 별에서 지구 달러 돈을 내밀어도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
이 때문에 좌판 곳곳에 가득한 건 돈 대신 다른 것이었다.
“불도마뱀 꼬리 팝니다! 개당 인간의 혼 30개!”
“아비귀녀의 저주인형이 고작 인간의 혼 1천 개!”
인간의 혼.
정확히는 인간의 머리나, 도깨비불 형태로 내놓은 혼을 돌이나 유리병 속에 넣은 것들이 이 귀시에서 쓰이는 돈이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것은 물물교환으로도 거래가 가능했다.
“흠, 맛있는 냄새가 나는군.”
파프닐은 좌판을 둘러보다 한 곳에 앉았다.
“이 금속 향로를 사고 싶은데.”
“인간……? 냄새를 맡아 보니 아니군. 실례. 인간의 혼 7개……. 아니, 5개만 내시오.”
“혼은 없고, 마나석은 어떤지?”
“마나석? 기가 들어가 있는 마석이군……. 좋지.”
마나석(매직) 같은 잡템들을 주고 향로나 금속 방울 등 여러 물건을 구매.
“쇼핑이 취미인가 봐? 잡동사니들을 그렇게 사는 걸 보면.”
“잡동사니라…….”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이거 하나하나가 최소 유니크급 이상인데?’
물론 레벨 제한이 300~400대이기에 그렇게 큰 대박은 아니다.
하지만 솔로 RPG 게임을 하다 보면, 풀밭이나 숨겨진 지형에 여러 좋은 아이템을 발견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좌판들을 둘러보던 파프닐의 눈이 어떤 책을 발견했다.
제목이 없는 종이책인데, 다섯 개의 원이 겹쳐진 문양만이 적혀 있었다.
-의문의 책(???)
-감정을 받아야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설마?’
파프닐은 잠시 책을 보다가 물었다.
“이 책, 파는 물건입니까?”
“으음?”
꾸벅꾸벅 졸고 있던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자네는……. 멀리서 온 것 같구먼.”
“멀리라면 멀리서 오긴 했는데요.”
“그럴 줄 알았어. 내 눈이 틀릴 리 없지. 내가 착각할 리 없어.”
노인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책을 사고 싶나?”
“네, 그렇습니다.”
“흐흐, 대가론 뭘 주려고?”
“음…….”
보통은 마나석이나 인간의 혼을 내놓았겠지만, 왠지 이 노인에겐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파프닐은 배낭에서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마지막 남은 것이었지만 이번엔 이 이상의 선택이 없을 것 같은 느낌!
“이게 뭔가?”
“먹는 겁니다.”
“그래?”
노인은 아이스크림을 단숨에 입 안에 털어 넣더니, 곧 혀를 내밀어 통을 깨끗이 핥아 먹었다.
“쩝, 쩝……. 으음……. 이거 참 신기한 음식이구먼.”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오래 살았지만 이건 처음 맛보는 음식이군. 이거 이름이 뭔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궁극의 음식……이라더군요.”
“궁극의 음식이라……. 흐흐흐, 그런 귀한 걸 받았으니 어쩔 수 없구먼.”
슥, 노인이 책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좌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져가시게. 오늘 장사는 끝났으니.”
“감사합니다.”
-의문의 책(???)을 획득했습니다.
거래를 마친 파프닐은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돌아 나왔다.
“더 안 찾아봐도 돼?”
“그래.”
파프닐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걸 방금 얻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말을 마친 순간이었다.
발걸음을 멈춘 파프닐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이봐, 가진 혼이 좀 많은가 봐? 요괴 형씨?”
고개를 돌리자 소머리에 근육질 남성의 몸이 달린 요괴, 고양이머리의 요괴 등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시장 규칙을 모르나 보군.”
“이 시장에 따로 규칙이 있었나?”
“그야 물론이지, 처음 들어온 신참은 우리 적기회에게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거다.”
소머리 요괴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고양이머리 요괴가 건들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일단 가진 거 다 까 놓고 시작해 보실…….”
다음 순간 땅 밑에서 창칼이 솟아 나왔다.
고양이 요괴는 거기에 찔려 쓰러졌고, 다른 요괴들도 급히 피했지만 성치 않았다.
“이, 이놈이!”
“힘으로…… 때려눕혀!”
주변에 있던 각종 동물형 요괴가 일제히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 요괴들의 목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케에엑…….”
“끼엑!”
털썩 쓰러지는 요괴들.
“이 녀석들이 어딜…….”
칠흑의 사신이 단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귀한 사람들을 몰라보고 말이야.”
“흠, 잘했군.”
“그렇지? 나한테 걸리면 한 방이라니까.”
칠흑의 사신이 가볍게 웃었다.
무려 600레벨대 후반에 이르는 암살자인 칠흑의 사신이다.
가볍게 평타 한 번만 쳐도 저 정도 요괴들에겐 치명상이리라.
“자, 그럼 어디 마무리를 해 보실까?”
그때였다.
두 사람의 주변으로 일본식 갑옷을 입은 족제비 요괴 여럿이 내려왔다.
“멈추시오, 양쪽 다.”
“뭐지?”
“귀시에서 무력 싸움은 카라스텐구 마키모토 님의 이름으로 금지되어 있소.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 더욱.”
“이 녀석들이 먼저 공격했는데도?”
“그건 추후에 판단할 테니, 일단은 따라오시지요.”
텐구는 일본의 요괴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한 요괴다.
한국 서버로 치면 드래곤……까지는 아니라도, 유명 보스 몬스터들에 반드시 들어가는 수준.
“그럼 하는 수 없군. 가지.”
파프닐은 어깨를 으쓱하며 해골병 소환을 해제했다.
그 순간 족제비 요괴들의 눈이 떨렸다.
“서, 설마 데스 드래곤 상?”
“그 금속 괴인들……. 데스 드래곤이 쓴다는 것과 똑같소만.”
“어…….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 맞다.”
족제비 요괴들의 털이 빳빳이 곤두섰다.
“말도 안 되는……. 그 대요괴가 고작 이런…….”
“분명 구름 같은 요기를 두르고 주변에 수천 기의 요괴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했는데…….”
“손가락을 한 번 튕기면 쓰러뜨린 대요괴들이 구름처럼 일어나 온 섬을 뒤덮는다고…….”
“몸은 태산보다 더 크고, 스사노오와 팔씨름을 해서 이긴 적도 있다고…….”
왠지 모르게 많은 부분이 예상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퍼진 것 같았다.
아무리 소문이 크게 퍼질 수도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왜곡될 수도 있긴 하지만…….
저런 평가를 듣고 있으니 왠지 낯이 간질거렸다.
“알겠으니 빨리 가지. 시시비비도 가리고, 할 말도 있으니.”
“예, 알겠습니다.”
족제비 요괴가 손짓했다.
“마키모토 님께서는 저곳, 귀시 북쪽의 천수각에 계시오. 그곳으로…….”
그때였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천수각에서 반경 수십 미터를 아우르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