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88)
388화
시간을 약간 앞으로 돌린 지점.
텐구들의 아공간인 도원향에 세 명의 텐구가 모였다.
다이텐구.
일본의 네임드 요괴인 텐구들 중에서도 최강급에 이른 게 바로 이들이다.
뱀파이어로 치면 진조인 셈.
그런 다이텐구들 셋이 모처럼 한곳에 모였다.
아주 오랜만의 일이었다.
셋 모두 일본 서버 최강급 네임드 몬스터들.
하지만 정작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몇백 년간 집중하던 수행이나 은거를 깨고 나와야 할 만큼 큰일이 일어났다는 뜻이었으니까.
외신의 침공이라든가, 동 열도의 요괴들 대 서 열도의 요괴들이 마침내 전면전에 들어갔다든가. 혹은 금단의 주술이 쓰여 열도 전체가 위험해지는 일 같은.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키모토가 세 다이텐구에게 엎드렸다.
“우리가 들은 게 사실인가?”
왼편 텐구, 잇쇼가 물었다.
“예, 사실입니다.”
마키모토가 말했다.
텐구들이 모일 정도라면 그 건밖에 없었기에, 그의 대답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즈나를 비롯한 여우 일족, 그 외에도 다수의 요괴가 인간들에게 붙었고. 그 대가로 인간의 혼, 다른 요괴들의 혼, 외신의 혼을 나눠 받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그 뒤의 일.
“데스 드래곤이란 요괴가 칠미호와 요괴들을 단신으로 쓰러뜨렸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다 클랜의 음모와 요괴들 건으로 우리를 만나자 했고.”
확인이 끝나자 세 텐구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지간한 일에는 반응하지 않는 그들이 이 정도라는 건, 그만큼 이번 건이 상식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칠미호가 배신했다는 정도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거다.
아무리 칠미호가 덤벼 온다 한들, 제대로 성장한 텐구가 나서거나 여러 요괴 두령이 힘을 합친다면 능히 상대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즈나가 인간에게 붙어 외신과 인간의 혼을 인위적으로 받아 강해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칠미호가 텐구보다 약하다고 하지만, 배운 주술의 숫자만큼은 텐구와 비슷하거나 보다 많았다.
구미호, 여우 일족의 특기가 다름 아닌 각종 다양하고 기묘한 주술들.
여우불 외에도 둔갑술, 비를 부르는 물 주술, 사람을 홀리는 매혹과 환각, 그리고 공간을 다루는 술법도 여우 일족의 주특기다.
하나같이 쓸모 있고 강력한 주술들.
그래서 여우 요괴는 항상 요괴들 사이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이즈나를 어린애 손목 비틀듯 쉽게 잡았다고 한다.
“그 데스 드래곤이란 자는 인간 세력의 영웅들이 모인 토벌대 여럿, 카호 산의 거사를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굉장히 강하군.”
“어디서 나온 요괴인가…….”
두 텐구가 고개를 갸웃할 때, 노부츠나가 중얼거렸다.
“드래곤이 맞는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드래곤에 대해 아시오?”
“알지. 대륙의 요괴 중 정점에 이른 요괴일세.”
노부츠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드래곤을 떠올렸다.
과거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 차원 밖의 다른 곳들을 모험하던 시절 우연히 만났던 거대한 도마뱀 형태의 대요괴!
다른 종족을 벌레처럼 깔보는 오만함이 디폴트였지만, 그럴 만한 힘이 있으니 어찌할 수도 없었다.
“혹시 어떻게 싸웠는지는 보았나?”
“예. 금속 식신들을 수하로 부리는데, 식신 하나의 전투력이 이즈나와 비슷합니다.”
“호오…….”
“그럼 그런 식신을 얼마나 많이 부리는지는 확인되었나?”
“최대 몇 기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최소 3기 이상이고, 한 기는 다른 개체들보다 한 계단 이상 더 강합니다.”
“음…….”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전력에 세 텐구의 표정이 굳었다.
“수하들을 쓰고 본신의 힘을 감춘다라, 그놈들이 싸우는 방식이군.”
“그렇다면 놈이 정말로 드래곤인 건가?”
드래곤이 왔다면 이 열도의 요괴-인간 구도에 큰 파란이 일 거다.
어쩌면 열도의 신들이 개입할 정도로 큰.
“그럼 드래곤이 어째서 우리를…….”
“설마 이 열도에 살 집을 내놓으라고?”
“데스 드래곤도 드래곤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텐구들의 얼굴에 불길함이 스쳐 지나갔다.
새로운 요괴까지 자리를 잡는다면, 안 그래도 요괴들이 많은 영역이 더 많은 요괴로 넘쳐나게 될 터.
그래도 집을 달라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만약 그 요괴가 도망자 신세라 추적자가 오거나, 혹은 아예 이곳을 침공하러 왔다면 그때는 더욱 큰 문제가 될 테니까.
“아직은 알 수 없지. 일단 만나 보는 수밖에.”
아마 협상은 기고만장한 데스 드래곤을 어떻게 구워삶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것이다.
세 텐구는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데스 드래곤은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골칫거리인 인간 세력을 치워 주고 빠질 테니.
대신 자신들의 둥지에 있는 보물을 달라는 것이었다.
“까마귀 둥지에 대해서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곳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겠군.”
텐구, 특히 카라스 텐구는 본래 까마귀에서 유래된 요괴다.
까마귀의 습성 중 가장 유명한 건 다름 아닌 반짝이는 물건을 모으는 것.
요괴가 되며 지성을 갖추긴 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본능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그런 텐구들은 여러 유물이나 귀금속, 유서 깊은 골동품 등을 거처에 모았다.
까마귀 둥지는 바로 텐구의 보물 창고인 셈.
물론 보물을 쓰진 않는다.
그저 자리에 놔두고 보면서 행복해하는 것이다.
마치 수천만 원어치의 분재나 외국 화폐, 우표를 거액에 사들이는 수집가처럼.
“다이텐구님들께 그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럼?”
“하지만 그 정도도 받지 않으면, 지금 오다 클랜, 이곳 인간들을 없애는 건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확실히 그 말이 맞긴 하군.”
타카마가하라 열도를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의 세력은 무섭도록 강했다.
설령 요괴들이라도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하는 강적을 대신 없애 주는 값으로 그건 오히려 싼 편이었다.
“물론 다이텐구님들께서 직접 나서셔 싸우신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으시겠지만……. 그때는 다른 쪽이 나설 테니까요.”
“다른 쪽?”
“이곳에 있는 신들 말입니다.”
데스 드래곤의 말대로였다.
요괴들이 인간들을 쓰러뜨리지 못하는 것도, 다 인간들을 지켜 주는 신들 때문.
만약 자신들이 직접 나선다면, 저쪽에서도 인간들에게 그만큼 힘을 실어 줄 테니 사실상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될 거다.
“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다른 대륙에서 온 요괴이니까요.”
그 말대로였다.
이쪽이 나서지도 않았는데 신들이 먼저 움직이면, 그때야말로 다이텐구들과 요괴 측이 명분을 얻게 되는 셈.
“그렇지만 우리가 어떻게 너를 믿지?”
“막말로 네가 둥지의 재물만 가지고 사라져도, 인간들과 싸워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텐구들이 말을 이었다.
데스 드래곤의 힘에 대한 입증은 충분히 되었고, 의뢰를 해야 하는 이유도 생겼다.
하지만 그것이 데스 드래곤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냐 하면,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건 뭐……. 원하신다면 일이 성사된 뒤 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럼 안심이 되시겠지요.”
“그때까지 자네는 우리를 믿을 수 있고?”
“음, 주시지 않으셔도 상관은 없긴 합니다.”
데스 드래곤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다만 그럴 경우에는 조금…… 많이 아쉬울 것 같군요.”
그 순간 세 텐구의 등골이 싸늘해졌다.
단순한 위협 같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저 말은 진짜로 아쉬워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아쉬움의 대가는 절대 가볍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아무튼 제 제안은 이런데……. 어떠십니까?”
텐구들은 눈짓을 교환했다.
드래곤들이 전부 안하무인이라 해서 걱정했는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매 순간 정중하게 이야기를 한다.
내용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사기를 치려는 의도 따윈 없는, 말 그대로 이쪽의 형편을 살펴 주는 거래.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군.’
‘그러게 말이야. 상도덕도 모르는 놈인가 했건만, 꽤…….’
까마귀 둥지의 보물들이 소중하긴 하지만, 요괴 전체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보다 소중하지는 않았다.
어흠, 헛기침을 한 다이텐구들이 말했다.
“흠……. 알겠네. 자네 말대로 오다 막부가 1년 안에 무너진다면, 계약대로 네게 까마귀 둥지의 모든 것을 주겠다. 나 쇼토쿠의 이름을 걸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데스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시오.”
“오다 클랜을 쓰러뜨리는 것…….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그렇다면?”
“한 가지 의뢰를 더 해 주어야겠어, 신용의 표시로.”
“어떤 의뢰이신지?”
“야마타노오로치를 퇴치해 주게.”
야마타노오로치!
일본의 요괴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사악한 뱀 요괴다.
헤라클레스로 치면 히드라.
기독교로 치면 사탄 같은 개체다.
“그건 좀…….”
“물론 본체는 아니라네.”
쇼토쿠가 곧바로 덧붙였다.
“본체 야마타노오로치는 죽었지만, 그의 자식들이 살아 행패를 부리고 있네. 인간이건 요괴건 전부 죽이며 안하무인인데, 지금까진 그걸 막을 수 없어 피해 다니기만 했지.”
“직접 처리하실 수는 없었습니까?”
“그 녀석들도 굉장히 강한 데다, 우리가 신통력을 쓴다면 인간 측과 신들도 개입할 테니 어쩔 수 없었네.”
만약 인간 측, 오다 클랜이 그들의 혼까지 가져가 쓴다면, 더 골치 아픈 적이 되리라.
그 전에 처리해 달라는 것이 쇼토쿠가 말한 내용이었다.
“물론 그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 두고 있네.”
“보상이라면 어떤?”
“만약 자네가 이 의뢰를 확실히 마쳐 준다면, 우리 텐구는 전력으로 자네를 돕지.”
***
“오다 클랜을 1년 안에?”
“그렇게 됐다.”
칠흑의 사신은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놈, 오다 클랜을 어떻게 1년 안에 쓰러뜨리겠다고? 말은 잘하네.”
당연히 칠흑의 사신은 파프닐이 사기를 치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그럴 만했다.
오다 클랜은 일본 서버 전체를 제패한 플레이어 집단.
파이브스타와 프론티어, 거기에 아크 및 여러 명문 길드를 전부 합쳐야 오다 클랜의 규모를 따라잡을 수 있다.
그런 거대 길드를 1년 안에 처리한다는 건, 사실상 핵폭탄을 터뜨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몬스터 퇴치 의뢰까지…… 할 일도 많네.”
“신용을 보여 달라는 거지.”
만약 데스 드래곤이 의뢰를 게을리한다 싶으면, 텐구들 측도 준비를 할 수 있다.
시간제한까지 있으니 더더욱 그랬고 말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먹고 튈 거야?”
“튀다니?”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했다.
“오다 클랜도 견제하면서 일본 서버의 고급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는데, 이걸 왜 안 해?”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이런 일을 벌인 거냐? 너.”
칠흑의 사신은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곧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역시 그래야 너답지. 미친놈, 진짜.”
한참을 웃던 칠흑의 사신이 문득 물었다.
“그래서 너, 진짜 무슨 계획이 있는 거야?”
“계획이야 있지.”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보면 알아.”
“재밌겠네. 어디 한번 따라가 볼까.”
칠흑의 사신의 말에,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사냥부터 하러 가 볼까.”
“어, 뭐?”
“안 그래도 일본 서버에서 좋은 사냥터가 어딜지 궁금했는데, 텐구들이 알아서 사냥터를 알려 줬으니까.”
그동안 각종 퀘스트와 대규모 세력전을 하느라 제대로 된 사냥 노가다를 하지 못했다.
일본 서버의 최강급 보스, 야마타노오로치의 분령들을 사냥하는 퀘스트라면 그 부족분을 채울 수 있으리라.
“물론 너도 같이하고.”
“……젠장.”
칠흑의 사신은 마스크 너머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