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몬스터 랜드.
한 종류의 몬스터들이 완전히 한 지역을 장악하고, 그곳에서 번성하면 생기는 사냥터의 명칭이다.
자연히 몬스터 랜드는 다른 지역의 동족보다 강한 네임드 몬스터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단순한 촌락과 여러 촌락이 모인 도시의 차이.
신대륙이 개방된 후.
구대륙의 미개척지에서는 그 몬스터 랜드로부터 한층 더 진화된 몬스터 킹덤이 나타났다.
고블린 킹덤엔 고블린 나이트, 고블린 메이지, 고블린 소드마스터.
오크 킹덤에도 마찬가지로 각종 엘리트 오크가 등장한다.
심지어 레벨 버프까지 있어, 무려 600레벨의 고블린과 오크들을 떼로 상대해야 한다.
산전수전 다 겪고 넘어온 플레이어들에게도 쉽지 않은 적수.
신대륙 대신, 기존 서버에서 모험을 계속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초고난이도 콘텐츠가 바로 몬스터 킹덤이었다.
그런 몬스터 킹덤 중 한 곳인 트롤촌!
수많은 네임드 트롤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와,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지옥이라 알려진 곳이다.
이 때문에 이곳에 온 유저들은 항상 살아남아 잔여물을 챙기는 걸 목표로 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버텨야 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아니라 몬스터 측이었으니까.
“크아아!”
번개를 두른 썬더 트롤 수십 기가 마구 달려왔다.
그 앞으로 수많은 해골 병사들이 달려 나왔다.
“딱딱!”
“딱!”
일사불란하게 뼈 방책을 내세우고, 그 뒤에서 장창을 드는 해골병들.
하늘 위에서는 해골 와이번을 탄 데스나이트들이 투창을 던지고, 지상에서는 궁병과 마법사들 수천 마리가 일제히 마법과 화살을 쏟아부었다.
-헬 앰버쉬를 사용했습니다.
-지옥불 독을 걸었습니다.
-회복을 봉인했습니다.
-공격력을 하락시켰습니다.
-방어력을 하락시켰습니다.
-최대 체력 비례 대미지를 줍니다.
수천수만 마리의 언데드 군단이, 네임드 트롤들과 맞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
그야말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다만 이번엔 언데드 측 세력이 아군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흠.”
군단을 지휘하던 남자, 바알런이 명령했다.
“3부대, 4부대, 5부대는 리로드, 나머지 부대 전원 최전방에 일점사.”
“딱, 따딱!”
“공중 부대는 후미 공격, 지금! 견제용!”
“따아악, 딱!”
“크아아아!”
“크어어!”
기계 장치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는 명령.
집중포화를 받은 트롤들이 하나둘씩 쓰러진다.
“와……. 대박.”
“이게 진짜 네크로맨서…….”
일반 유저들은 그 모습을 놀란 얼굴로 지켜보았다.
바알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때였다.
트롤 무리 사이로 갑옷을 입은 금빛 트롤 열대여섯 기와 백금빛 트롤 한 기가 달려 나왔다.
“노오오옴!”
“크아아아!”
레벨 720의 트롤 킹과 레벨 718의 트롤 엘리트 나이트들!
언데드와 싸워 봤자 끝이 없으니, 소환사인 네크로맨서를 처치하겠다는 심산이다.
좋은 계획이긴 하지만, 예상하기 쉬웠다.
“친위대 전진.”
“따닥!”
바알런의 명령에 대기 중이던 헬카이트 블랙 데스나이트들이 앞을 막았다.
작정하고 임모탈 장비로만 맞춰 준 블랙 데스나이트들이기에, 트롤 친위대의 돌진도 무리 없이 막았다.
단 한 마리, 트롤 킹을 빼고는.
“막을 수 있을 줄 알았나-!”
앞을 막던 데스나이트를 도끼질로 치워 버린 트롤 킹이 바알런에게 돌진했다.
그 순간 묵빛 갑주를 입은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트롤 킹의 턱 밑에 검을 찔렀다.
“크어어억!”
“지금이다!”
남자, 유령왕의 외침에 바알런이 스킬을 썼다.
-하데스 커스(임모탈)!
트롤 킹의 몸에서 빛이 사라지고, 근육과 피가 썩어 들어갔다.
그 순간을 노린 유령왕이 트롤 킹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꺽!”
트롤 킹의 목이 몸과 깔끔하게 분리되어 떨어졌다.
-전투를 승리했습니다.
-미라클 트롤 킹덤을 토벌했습니다.
-본래 공간으로 돌아가는 차원 문이 열립니다.
-전투에 참가한 모든 유저에게 경험치가 지급됩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트롤 킹의 피(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명성을 +2,500 획득했습니다.
-블리자드 소드(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띠링, 띠링!
연이어 뜨는 알림과 함께 전투가 끝났다.
트롤 킹덤이라는 던전의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와, 진짜 대단하다…….”
“이게 진짜 넘버 원 네크로맨서…….”
유저들은 바알런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후, 뭐 그럴 수도…….”
“프론티어 길드 쪽으로 하루에 세 번 절할게요!”
미소 짓던 바알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난 파프닐이 아니라니…….”
“에이, 파프닐 님이신 거 다 알아요.”
“이 정도 해골병을 이렇게나 쓰는 고위 네크로맨서면, 파프닐 님이 맞지.”
“봐 봐, 이게 그 1호인가 봐.”
제멋대로 정하는 유저들의 말에, 바알런은 결국 소리를 내질렀다.
“썩 꺼져! 이 개XX들아!”
“으아아악!”
“이번엔 감사했습니다, 파프닐 님!”
“돔황챠!”
뿔뿔이 흩어지는 유저들의 등 뒤에서, 바알런은 연신 투덜댔다.
“뭔 파프닐이야, 파프닐은. 에휴……. 이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넌 그래도 플레이어로 착각받잖아.”
옆으로 다가온 유령왕이 말했다.
“난 해골병으로 착각하는 거 실화냐?”
바알런과 유령왕.
서로 경쟁하던 둘은, 파프닐을 견제하기 위해 임시 동맹을 맺은 후 둘이 꽤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협조는 아직도 잘 안 되었지만, 스택을 잘 쌓을 수 있다 보니 기본적인 연계만 있어도 효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그렇게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활동하던 중, 한 가지 오해가 생겼다.
“이게 다 파프닐 때문이다…….”
바알런은 이를 빠득 갈았다.
분명 자신이 최강의 네크로맨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급은 될 텐데.
어느 순간부터 파프닐만 네크로맨서로 주목받는 이 더러운 현실!
“도대체 누구의 지원을 받는진 모르겠지만, 그놈의 성장세가 말도 안 돼.”
특히 가장 어이없는 건 그놈의 CPU 해골병.
일반 해골병 한 기가 600레벨대 플레이어와 겨뤄서 안 밀리는 걸 보고, 바알런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키배까지 떴다.
[제목 : cpu 네크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작성자 : 바알런
내용 : 솔직히 말할게, 호라이즌에 2만 시간 투자했다. 네크로맨서 정통 1위였고, 내 방식에 자부심도 있었다.
남들이 마법 쓰고, 검술로 레전더리 찍을 때, 나는 파티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것에만 투자했다고.
그런 만큼 자부심 있었는데.
근데 그게 다 파프닐 그놈 때문에 박살 났다.
대체 저게 말이나 되는 스펙이냐? 무슨 혼자서 유저 열댓 명도 아니고, 천 명 만 명을 칩들 갈아 끼우면서 발라 버리는 게?
내가 지금까지 키운 건 뭐가 되는데.
……(후략)……
무려 6,000자나 되는 장문의 글!
반응은 뜨거웠다.
-제이미존 : 열폭ㅋㅋ
-tt0013 : 네가 선택한 육성이다……. 달게 받아라.
-세라스 : 캐릭터 육성은 제각각 다른 건데, 자기가 망캐트리 타 놓으시고 남한테 이러시는 거 보기 좀 그러네요…….
-만병무적왕 : ㅋㅋㅋㅋㅋ개사기긴 해.
일부 옹호 여론도 있었지만, 나머지 전부가 비웃거나 까 내리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씨X련들……. 밸런스란 게 있잖아, 밸런스란 게.”
생각을 하니 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바알런은 분을 참지 못하고 앞의 조약돌을 찼다.
평소 같으면 쓸데없는 짓이라며 안 할 짓이지만, 워낙 화가 나니 생각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게 멀리 날아간 조약돌이 두 청년 앞에 떨어졌다.
“음?”
“이보시오, 남궁 형. 아마 저 둘인 것 같소만.”
청년 중 한 명이 둘을 가리키며 말했다.
“흐음, 사술의 마기가 느껴지는 걸 봐서는 옳게 찾아온 것 같네.”
“거 참, 사술이라니! 마공이오, 마공. 엄연한 무공이란 말이오.”
“이 녀석아, 그게 무슨 무공이냐.”
“그럼 그것에 진 노형은 어떻게 되오.”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를 하는 둘을 보던 바알런의 이마에 내 천 자가 새겨졌다.
‘참아야지, 무작정 시비를 걸 수는 없으니까.’
네크로맨서가 무작정 학살을 하면, 토벌당하기 딱 좋다.
이 때문에 바알런은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도 두 사람을 그냥 넘기려 했다.
“이보게, 혹시 자네가 파프닐인가?”
“뭐?”
“자네가 파프닐이 맞냐는 말일세. 다들 자네를 파프닐이라고 하던데.”
“……아놔. 하하.”
바로 그 순간 마침내 바알런의 인내심이 한계를 맞이했다.
‘이젠 별 잡NPC들까지 나더러 파프닐이라 하는구나.’
파프닐 그놈 때문에 얼마나 설움을 당했던가!
뿌드득, 이가 갈렸다.
‘저 녀석들, NPC지?’
유저들이라면 사건 사고 게시판에 올라가겠지만, NPC라면 그럴 위험도 적다.
생각을 마친 바알런이 해골병과 데스나이트들을 소환했다.
“오냐, 내가 파프닐이다. 가서 파프닐이 양민 학살했다고 한번 소문 좀 내 보자.”
딱딱! 해골병들이 창을 들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몇십 겹으로 포위했다.
“어디 파프닐의 해골병 맛 좀 봐라.”
더불어 바알런은 이 둘을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기로 결심했다.
파프닐이 NPC를 죽인단 소문이 나도 좋고, 그게 아니라도 저 녀석들을 때려잡아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았다.
지옥 감기, 붉은 열병, 천연두, 드래곤 암, 거인 흑사병, 혹한의 저주, 염마의 저주!
열 개가 넘는 저주 마법을 쏟아부은 바알런이 손짓하자, 해골병들이 창을 들었다.
그 순간 남궁 형이라 불린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주술이랑 해골병까지 쓰는 걸 보니, 이 녀석이 파프닐이 맞는 모양이오.”
“독고청 네놈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저주를 받고서도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
남궁 형이라 불린 이가 검을 들려 하는 순간.
독고청이라 불린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남궁 형, 이번엔 내가 싸울 거요. 심심해서 몸이 아플 지경이란 말이오.”
“쯧쯧……. 의와 협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흥미 본위로 싸우려 하다니, 그래서 네가 아직 도를…….”
공격을 명령하려던 바알런은 기가 찼다.
두 놈 다 덤벼도 모자랄 판에 아침 운동이라도 하듯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어차피 둘 다 죽일 테니까.
“죽여버려! 두 놈 다!”
바알런의 외침에 데스나이트들이 일제히 쇄도했다.
검은 오라를 줄기줄기 뿜는 검들.
하나하나가 740레벨에 이르는 초고위 마물들.
파프닐의 엘리트 해골병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해골병들 정도는 쓸어버릴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 연달아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후, 후우……. 그러니까 깝치지 말았어야지.”
폭발로 솟구치는 먼지구름을 바라보던 바알런이 씩 웃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나타났다.
-블랙 데스나이트 블랙셋이 역소환되었습니다.
-블랙 데스나이트 블랙넷이 역소환되었습니다.
-블랙 데스나이트 블랙일곱이 역소환되었습니다.
……(후략)……
수십 개의 역소환 메시지.
“……미친.”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유령왕이 어이가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뭔 씨팔…….”
“엉?”
바알런은 무슨 말인지 추궁하려다가, 이내 눈앞에서 솟구치는 검은빛에 저도 모르게 같이 입을 벌렸다.
“뭔……. 씨팔…….”
수많은 공격이 쏟아진 가운데.
독고청이라 불린 날카로운 눈매의 흑발 청년이 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엔 63빌딩만큼, 아니 그보다 더 높아 보이는 검은 오라가 뭉쳐 검은 기둥을 이루고 있었다.
몬스터가 아닌, 자연 현상을 마주하는 듯한 공포감.
1,000레벨, 아니 1,500레벨이어도 저게 가능할 것 같진 않았다.
“솔직히 아침 운동감이지만, 그래도 파프닐이라니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독고청은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태산압정!
기본적인 위에서 내려치기 초식이지만, 저렇게 휘두르니 진짜로 태산이 내려치는 느낌이었다.
“으아아아악!”
바알런은 괴성을 내질렀다.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온 필드가 산산조각 나는 말도 안 되는 이펙트.
그것이 그가 로그아웃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