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95)
395화
연회가 끝난 후.
파프닐은 오다 노부나가의 안내를 받아 성의 최심부로 향했다.
“나를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한 적 있었는데, 그 성은 버려야 했습니다.”
뉴 오사카성에 팠던 함정 건.
듣자마자 생각이 났다.
그럴 만했다.
바로 그 함정에 빠진 대상이 파프닐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흥, 너희 놈들 따위가 아무리 머릴 짜내 봤자지.”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모욕을 들었음에도 오다 노부나가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의외였다.
샐러리맨이라면 모를까. CEO 정도가 되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텐데.
“그래서 함정이 아니라면 뭐지? 나를 이런 곳까지 데려와도 되는 건가.”
파프닐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이렇게 다 보여 줘도 되냐는 거다.”
“뭐,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이제 보여 드리려는 것이 정말 극비리에 운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극비리에 운용되는 비밀 병기라?
역시 파이브스타처럼 일본 서버도 비밀 병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 의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대야마토일 텐데, 그게 이곳에 있을 리가 없지.’
그렇다면 지금 보여 주려는 것은 또 다른, 어쩌면 대야마토보다 더한 비밀 병기.
‘설마 핵은 아니겠지?’
2차 세계대전을 핵 두 방으로 끝냈으니.
일본 유저들이 핵에 한이 맺힌 것도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호라이즌에서 핵이 가능한지는 또 다른 문제긴 했다.
‘일단 우라늄이랑 플루토늄이 있느냐부터 따져야지.’
마법이나 주술로 비슷한 원리를 낸다 해도, 사실 그 노력이면 외신이나 기존 신의 고위 마법을 대신 받아 내는 게 가성비가 낫다.
‘그렇다면 대체…….’
계속 내려가자 부적이 가득 붙은 철문이 나타났다.
“열어.”
“하이.”
오다 노부나가의 명령에 문을 호위하던 사무라이들이 걸쇠를 풀고 부적을 뗐다.
그 순간 파프닐의 코끝에 새로운 냄새가 풍겼다.
마치 미슐랭 3점짜리 레스토랑의 최고급 요리, 그중에서도 제대로 된 육즙 소스를 쓴 최고급 스테이크에서 나는 듯한 냄새.
그 냄새가 나오는 방향을 보자 피처럼 붉은빛을 내는, 은빛이 섞인 금속 덩어리가 투명한 얼음 속에 있는 게 보였다.
“이건…….”
“저희 오다 클랜이 특별히 관리하는 금속 원재료. 히히이로카네입니다.“
“히히이로카네?”
처음 들어 보는 레어 메탈이다.
“저희 일본에만 있는 금속이시니, 데스 드래곤 님께서 모르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흠…….”
금속에 손을 댄 파프닐이 말했다.
“이 금속, 살아 있군.”
단순히 그것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어인 파프닐은, 오다 노부나가가 알지 못한 것까지도 볼 수 있었다.
[히히이로카네(하이퍼)]-피의 신, 리리스의 진체 일부가 금속 결정화된 것.
확실히 하이퍼급 금속이라면 이렇게 극비리에 보관할 만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려 이것이 피의 신의 몸이라는 것.
‘이거 대박이군.’
오랜만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다 노부나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저희 서버……. 아니, 열도 전체에서 전부 모아들인 금속이지요. 덕분에 성인 남성 한 명 정도 부피만큼은 모았습니다.”
“과연…….”
실제로 그 정도만 한 부피의 금속이다.
하이퍼급의 금속을 이 정도나 모으려면, 저 말대로 일본 서버 전체를 이 잡듯 뒤졌으리라.
어쩌면 해외 서버에서까지 가져왔을지도.
그러나 더욱 놀랄 말은 그다음에 있었다.
“가져가십시오. 드리겠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진짜라는 듯, 직접 거치대에서 히히이로카네를 들어 건넸다.
“공물인가?”
“네?”
“나를 신으로 숭배한다고 하지 않았나. 신에게 바치는 공물이냐는 거다.”
“그것도 좋지만, 저희의 선물이라고 해 두죠.”
데스 드래곤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대하다.
언젠가 적으로 돌린다면 모를까.
그 전까진 무엇을 주더라도 최대한 신뢰를 얻어 두는 게 이후 계획에 좋았다.
인간이 생태계의 정점이 된 이유는, 자연재해를 제어하고 이용해서이다.
홍수를 제어한 문명은 번성했고, 그렇지 않은 문명은 멸망했다.
자신은 이 홍수를 제어하고 전 세계의 게이머들의 정점에 설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감사히 받지.”
데스 드래곤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히히이로카네 덩어리를 받아 챙겼다.
그런 후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말해라.”
“예?”
“이런 걸 단순히 선물로 줄 리 없지. 나도 시간 낭비를 싫어하니,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이야기다.”
“이런, 이런……. 꼼짝없이 간파당했군요.”
만약 지금 말하지 않았다면, 언젠가 이것을 명분으로 삼아 데스 드래곤을 압박했으리라.
그들이 정말로 데스 드래곤의 힘이 필요할 때.
혹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 억지로 밀어넣을 경우라든가 말이다.
거절한다면 명분을 잡은 오다 클랜은 제대로 파프닐을 처리할 수 있을 테고.
일본 서버의 신들도 그것을 이유로 개입할 수 있었다.
‘신들은 레벨이 최소 2,000은 넘을 테니, 그렇게 되면 일이 심각해지지.’
이블 노우즈 때도 위험했는데, 그때와 차원이 다른 놈이 오는 건 절대 사양이다.
“그래서, 바라는 일이 뭐지?”
“별건 아니고…….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부탁?”
“혹시 혈월 호수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오다는 간결하게 설명했다.
“핏빛 달이 뜨는 호수이지요. 꽤 강한 요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은 굉장한 곳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특별한 시간대, 혈월 호수에서 특별한 의식을 치르면 특별한 던전이 열린다.
무려 이차원 공간에 별도로 생성된 던전.
“보통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무려 삼환신 중 한 분, 츠쿠요미 님의 궁전이 있는 곳…….”
다음 순간 데스 드래곤에게서 엄청난 어둠의 마나가 퍼져 나왔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라면 실패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자, 잠시만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급히 손을 내저은 오다가 말을 이었다.
“츠쿠요미의 궁성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확실합니다.”
“자리를 비웠다고?”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그곳에는 츠쿠요미 님의 사도들만 남아 있습니다.”
이건 새로운 정보였다.
사도라면 아무리 강해도 레벨 7~800 남짓일 테니, 사냥하기 딱 좋은 상태.
파프닐은 흥미를 가지고 오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뭘 하면 되지?”
“츠쿠요미 님의 성 보물고에 가시면, 여러 보물이 가득 있을 겁니다. 다른 건 다 데스 드래곤 님께서 어떻게 하셔도 상관 없지만, 그곳에 있는 달 모양이 그려진 검은 옥갑만 제게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검은 옥갑이라…….”
일단 내용물을 확인해 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으리라.
“좋아, 그렇게 하지.”
애초에 히히이로카네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의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기엔 한 가지 더 장점이 있었다.
‘안 그래도 오로치 사냥터의 약발이 조금 떨어진다 싶었는데, 때마침 딱 좋은 건을 들었군.’
***
혈월 호수.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뜰 때 이곳엔 특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평소처럼 멀쩡하게 달이 뜬 뒤.
날이 흐리지 않으면 호수에 비친 달이 갑자기 핏빛으로 물든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현상이다.
물 속에 있는 광물에 빛이 비쳐서 반사되는 것일 수도 있고.
달빛에 반응한 요괴가 피를 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호수에 비친 핏빛 달이 떠 있으면.
거울에 비친 상이 곧 현실을 침범한다.
하늘에 있는 달이 점차 피 흘리는 것처럼 붉게 물들더니, 이내 완전히 붉은 달이 이 호수에 떠 버리는 것이다.
다른 필드와 달리 새빨갛게 젖은 듯한 모습의 핏빛 달이 뜨는 것.
처음 보면 몽환적인 그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보고 있고 싶어도 상황이 그걸 허락해 주지 않았다.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어느 순간 NPC와 몬스터들은 그대로 핏물이 되어 녹아 버리고.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로 즉사급 대미지를 받아 핏물이 된다.
그야말로 죽음의 저주!
이 기현상은 일본 서버가 오픈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알려졌다.
그러나 수많은 조사와 탐색에도 원인이나 히든 피스는 딱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츠쿠요미의 궁전과 관련된 현상이란 말이지.”
어두운 혈월 호수.
파프닐은 호숫가에 자리를 잡고 무언가를 하늘로 쏘았다.
잠시 후 투명한 이펙트가 사방으로 퍼지며 주변의 검은 구름들을 몰아냈다.
하늘에 새하얗게 뜨는 둥근 보름달!
‘가습기와 비타민에게 약을 주문하길 잘했군.’
길드 대전 때 가습기가 쓴 마법 중엔 날씨를 조절하는 것도 있었다.
이것도 대기 중의 습기를 흡수하거나 흩어 버려, 강제로 맑은 날로 만들거나 그 반대로 쓸 수 있는 마법 스크롤이었다.
-저건……. 굉장히 참신하군. 500년 전엔 저런 게 없었는데.
몸 속에 있던 카라미트가 중얼거렸다.
-저것만 있었다면 그때 레인우드 전투에서 지지 않는 건데…….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아, 레인우드 전투를 모르나? 정말 유명한 전투이자 내가 온갖 고생을 했던 전투 중 하나지. 그러니까…….
“아, 개소리 마십시오.”
파프닐은 귀를 막고 카라미트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 후로도 한참을 떠들던 카라미트가 문득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강아지는 데려오지 않는 거냐?
“복돌이는 이번엔 웬만하면 안 데려올 작정입니다.”
-저번 사냥 때는 신나게 쓰더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 않았나?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다시 소환하면 되니까요. 게다가 이번 던전의 컨셉이 짐작도 가는데, 그것에 따르면 복돌이를 여기에 데려오는 건 녀석에게도 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카라미트는 뭔가 아쉬움이 담긴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그럼 다음번에는 꼭 데려오도록 해라.
“네? 혹시 개 좋아하십니까?”
-좋아하지, 어디까지나 무기로 말이야. 개들은 유용하거든.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갑자기 호숫가에 비친 달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위쪽 부분부터 점차 붉은색 물감을 흘리는 듯 새빨개지더니, 점차 아래쪽까지 변화하기 시작.
수분 만에 호수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이건……!!
“시작되나 보군요.”
파프닐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핏빛으로 물든 호숫가의 달에서 요사한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 오러가 시야를 가리나 싶은 순간, 하늘 위의 달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혈월의 빛 디버프를 획득했습니다.
-혈월의 빛 디버프를 2중첩 획득했습니다
……(후략)……
“지금인가.”
오다 노부나가는 여기서 죽지 않으려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프닐은 계속 기다렸다.
-어, 이봐. 잠깐만.
카라미트의 언성이 다급해졌다.
-파프닐, 너 설마……!
그 순간이었다.
-혈월의 빛 디버프가 10중첩이 되었습니다.
-혈월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HP가 0이 되었습니다.
-사망했습니다.
파악!
파프닐의 HP바가 순식간에 텅 비었다.
그 순간이었다.
-헤모라의 생명선이 발동했습니다.
-HP가 회복되었습니다.
피의 마장군 헤모라의 에픽 스킬 생명선.
단 한 번 죽음의 상황에서 돌아오게 해 주는 그 스킬이 발동하자, 핏물로 변하려던 파프닐의 몸이 시간을 거꾸로 휘감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후우…….”
그렇게 원상태로 돌아온 파프닐은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럼 슬슬 가 보죠.”
-간다고? 게이트는 딱히…….
카라미트가 질문하는 순간, 파프닐은 그대로 호수에 뛰어들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속.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밑바닥에서 갑자기 붉은빛이 올라오더니, 다음 순간 파프닐의 머리가 수면 위로 빠져나왔다.
-혈월궁에 입장했습니다.
-현재 레벨에 비해 몬스터의 레벨이 과도하게 높은 지역입니다.
“……됐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이걸로 히히이로카네를 아낄 수 있게 됐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