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미야모토 무사시.
물론 진짜 미야모토 무사시는 아니고, 단지 그 이름으로 닉네임을 지은 현대인이다.
하지만 그가 그 아이디를 완벽히 차지하기까지는, 과거 무사시 이상의 뼈를 깎는 노력과 피가 튀기는 싸움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 있는 최고 검호.
한국에서 이순신이나 세종대왕 같은 닉네임이 인기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닉네임을 얻고자 했다.
대인 전투가 주류인 일본 서버의 특성상, 그 방식도 당연히 살육전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닉네임 쟁탈전.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다른 모두를 죽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지금의 무사시였다.
원래 역사보다도 더 많은 전투를 승리한 거물.
그렇기에 무사시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일본 최고의 검호라는 자존감.
그런데 최근 그 자존감이 두 번이나 꺾였다.
네크로맨서 파프닐과의 싸움은 그럴 수 있다.
홈그라운드가 아닌 원정전.
심지어 발전의 여지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기에.
실제로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때의 자신이 셋, 아니 다섯이 덤벼도 이길 테고.
하지만 두 번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참패였다.
고작해야 문지기, 무명의 귀무사에게.
이천일류의 모든 스킬을 구사하던 자신이 꺾인 것이다.
“그 녀석……. 어떻게…… 어떻게……!”
스펙 차이로 꺾인 것이라면 설욕을 기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능, 기예로 꺾인 것이라면 다르다.
‘힘이 아니야……. 기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귀무사의 기술은 미야모토 무사시를 이겼다고 할 수 있었다.
“무사시 님, 노부나가 님께서.”
“지금 가지.”
무사시는 공허한 목소리로 노부나가의 부름에 응했다.
“왔군.”
“여긴……. 비밀 보고가 아닌가.”
무사시의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째서……?”
“알려 줘야 할 게 하나, 그리고 지시해야 할 게 하나 있어서라네.”
말을 마친 오다가 문을 열었다.
순간 무사시는 잠깐 눈을 비볐다.
“히히이로카네가 없군. 어디로 간 것이지…….”
“줬네, 데스 드래곤에게.”
“……어째서!”
옆에 있던 세이메이가 기겁하고 외쳤다.
“그게 어떤 아이템인데! 하이퍼급이란 말이오. 스사노오에게 바쳐도 최소 30레벨은 오를 거고, 장비나 포션, 의식 재료에 써도 사용처가 무궁무진하거늘…….”
“나도 알고 있다네. 아마 현금화하면 도쿄의 빌딩 정도는 살 수 있겠지.”
도쿄의 빌딩이면 최소 1백억 엔(1천억 원).
일본 모든 대기업의 지원을 받고, 본인부터가 CEO인 오다 노부나가에게도 상당히 큰 지출이다.
“미국 서버와 교섭하면 그 이상도 될 텐데……. 그걸 어째서!”
세이메이의 하소연에 오다 노부나가는 씩 웃고 말을 이었다.
“그래 봤자 게임 아이템 아닌가?”
“……!”
실제로 그랬다.
히히이로카네는 어디까지나 인게임 아이템.
아무리 중요한 물건이라도, 결국 이기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 녀석의 귀무사는 자네를 이겼지. 보인 다른 금속 무사들만 해도 최소 다섯 이상이고.”
“얼마나 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모르지. 하지만 최소 30기 이상이라 보는 게 편할지도.”
몇몇 보스는 전투 시 부하들, 미니언을 소환한다.
데스 드래곤도 그런 유로 본다면 최소 소환 평균치인 30명은 넘을 터.
“우리가 전력을 쏟으면 잡을 수 있겠지만, 그래 봤자 상처뿐인 승리일 뿐이고.”
“그렇다면…….”
“해서 놈에게 공물로 바쳤네. 도쿄의 빌딩 한 채를 NPC 요괴 놈에게 건네준 거야.”
데스 드래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엄청난 공물을 바친 셈.
“대계를 이루게 되면 이 게임 세계 전체가 우리 것이 되는데, 그럼 그놈이 뭘 가지든 의미가 없게 되지.”
더불어 데스 드래곤에게 없는 게 이들에게는 있었다.
무한한 목숨.
플레이어로서의 힘이 있는 이상,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도 결국 언젠가는 공략당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성비가…….”
“그럼 그 데스 드래곤 놈을 잡으면 된다는 얘긴가.”
세이메이가 더 따지려는 찰나.
무사시가 말을 끊었다.
“준비는 되어 있다. 명령만 내려 줘.”
“미안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천금을 들여 천리마를 고용했는데, 띠껍다고 벌써 처리하면 손해가 막심하지 않겠나.”
오다 노부나가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츠쿠요미의 궁전에 들어갈 때 썼을 테니, 데스 드래곤이 얻는 것 자체는 얼마 안 될 걸세.”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히히이로카네가 있어야 하지요.”
세이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이로카네가 있으면 혈월궁에 죽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밝혀진 건 극히 최근의 일.
일을 시켰다고 보냈는데 정작 입장을 못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웃긴 일이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말게. 제아무리 데스 드래곤이라도 혈월궁에서는 꽤 곤혹을 치를 테니.”
“그럼…….”
“혹시나 모르지, 만약 데스 드래곤이 옥갑을 가져온다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세계 정복을 나설 수 있다네.”
“그가 실패할 거라 생각하나?”
무사시의 질문에 오다 노부나가는 씩 웃었다.
“내 직감으로 생각해 보면, 그 요괴는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
파프닐과 파이브스타 길드에 패배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병기가 완성되기 전.
‘그것’의 준비도 막바지에 이르렀고 파워 업도 했으니, 다시금 칼을 뽑을 때였다.
“하지만 그 전에, 혼노지에 있는 적들을 처리해야겠지.”
원역사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혼노지라는 절에 있다가 죽음을 맞는다.
똑같은 닉네임을 가졌지만, 오다 노부나가는 그것까지 따라갈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자네의 힘을 보여 주게, 무사시.”
“……료카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검에서 폭풍의 기가 일렁였다.
***
츠쿠요미의 궁전, 혈월궁.
핏빛으로 물든 달이 뜬 아래, 호수 위에 떠 있는 일본식 궁궐은 현실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관광지로 있으면 엄청나게 흥행하겠군.”
심지어 기둥이나 땅 없이 공중에 떠 있는 건축물도 많아,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이세계의 느낌도 가득 풍겼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사태를 맞이한 파프닐의 감상은 태연했다.
“전투가 쉽지 않겠군. 궁전이랑 숲에 물까지 있다니…….”
아니, 이미 이곳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날지를 분석하고 있었다.
“일단 탐색부터 해 볼까?”
호수에서 나타난 곳은 호숫가 기슭의 땅.
파프닐은 주변에 적이 없는 걸 확인하고 탐색을 시작했다.
“일단 가만히 대기할 수 있느냐를 봐야겠군.”
상태창을 보자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핏빛 달의 세계 디버프를 받습니다.
-츠쿠요미의 힘으로 신체 내의 피가 들끓습니다.
들어온 플레이어의 몸에 스택을 쌓고, 결국 터뜨려 버리는 강력한 디버프.
사실상 타임 어택이 강제되는 셈이다.
물론 일반 유저들은 히히이로카네를 사용하면 막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파프닐은 달랐다.
-담피르의 피가 피의 저주를 제어합니다.
이미 마물이 된 덕분에 저주 효과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이러면 시간제한 없이 사냥할 수 있겠군.”
파프닐은 그렇게 생각하며 히히이로카네를 확인했다.
‘덕분에 이걸 쓰는 일도 없고.’
피의 신의 진체이자 호라이즌 전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하이퍼급 아이템.
심지어 재료이기에 더더욱 가치가 높았다.
‘잘 가공한다면, 하이퍼급에서도 상위권의 장비를 볼 수 있을 테니까.’
하이퍼급 최상위의 장비면 사실상 호라이즌의 ‘종결 장비’다.
개인으로 수천, 수만의 유저와 싸우거나.
레벨 1,000이 넘는 초월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신병이기.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주재료가 바로 이 히히이로카네인 것.
운철에 이어서 이런 아이템을 내어 준 것은 정말로 큰 투자였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오다 노부나가 녀석, 어지간히 이 궁전을 공략하고 싶나 본데.”
오다는 바보도, 멍청이도 아니다.
생판 처음 보는 데스 드래곤이 강하다고, 이런 걸 무턱대고 넘겨줄 리 없다.
즉 이 정도의 아이템을 줄 땐 반드시 대가를 생각하고 넘긴 것.
“이 안에서 노부나가가 노리는 게 그보다 더한 것이라는 뜻이겠지.”
궁성의 입구는 달 문양이 그려진 가면을 쓴 무사 몬스터들이 지키고 있었다.
“일단 패턴부터 살펴볼까? 마침 보는 눈도 없으니 괜찮겠지.”
해골병들을 소환해 보내자 무사들이 검을 뽑고 선제공격을 했다.
한마디의 말도 없이 열댓 구의 해골병들을 줄여 나가는 모습!
‘보통 놈들이 아니군.’
전투를 지켜보던 파프닐의 눈이 빛났다.
‘저건……!’
무사들이 눈을 빛낼 때마다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그때마다 해골병들이 한 기씩 쓰러졌다.
“레벨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일반 해골병들로는 저 녀석들을 못 잡겠군.”
파프닐은 해골병들을 불러온 뒤, 엘리트 해골병들과 기사를 소환했다.
“가자.”
“딱!”
언데드인 해골병들은 피가 없기에, 피의 저주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정거리 앞에 들어서자, 무사들이 다시 검을 뽑았다.
“딱! 딱.”
“딱(딱).”
블랙 칩을 장착한 엘리트 해골병들이 그런 무사들을 포위해 공격했다.
재차 스킬을 쓴 듯 다시 사라지는 무사들.
그 순간 파프닐이 궁드닐을 들어 한 바퀴 돌렸다.
채앵!
챙!
다음 순간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무사 둘이 나타났다.
“가속 스킬이라면 상대하기 쉽지.”
총알을 보고 피하는 게 아닌, 총구를 보고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
드래곤 헌터의 무시무시한 초음속 드래곤에게 익숙해진 파프닐에게 이 정도면 애교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스킬엔 대략 15~20초의 딜레이가 있고.”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트 해골병들이 무사들을 포위했다.
일단 스킬이 빠진 무사들은 더 이상 해골병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5만 엔을 획득했습니다.
-4만3천 엔을 획득했습니다.
“오.”
파프닐은 눈을 빛냈다.
두 마리를 잡았는데도 경험치가 1%나 오른 것.
고레벨로 갈수록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는 그야말로 노다지 수준이 맞았다.
“신대륙에서도 별로 없는 수준일 텐데……. 이건 대박이군.”
일본 서버에서 금방 돌아가야겠다는 기존의 생각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런 사냥터, 흔히 못 찾지.”
그때 카라미트가 몸속에서 말했다.
-신의 궁전에 너무 오래 있는 건 좋지 않아.
“네?”
-자칫하다 신과 마주하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그것도 화난 신이랑.
“…….”
확실히 그 말도 맞긴 했다.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죽으면, 지금까지 번 것 이상으로 큰 손해를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빠르게 끝내고 가지요.”
문 안쪽의 다리를 건너자 궁성의 외곽 마당이 나타났다.
멍하니 돌아다니고 있는 무사와 남성 귀족, 그리고 여인 무희들이 보였다.
“침입자…….”
“신의 성소를 침범한…… 용서받을 수 없어…….”
파프닐을 인식했는지, 무사와 귀족들이 일제히 이쪽을 보고 손을 뻗어 왔다.
“흠…….”
잡히면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것 같은 상황.
그렇다면…….
파프닐이 손가락을 튕기자, 땅 밑에서 해골병 수백 기가 나타났다.
“소용없는…….”
무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해골병들을 역으로 제압했다.
지금까지 땅 밑에서 솟구치는 공격에 대처한 적들이 손꼽히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일.
하지만 파프닐은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철폭! 흑뢰!”
궁드닐의 창날이 검은 번개를 사방으로 쏘아 댔다.
이를 피하는 무사, 무녀와 귀족들을 향해서는 하늘에서 철 파편 조각들이 마구 쏟아졌다.
“크아아악!”
“피, 피를……!”
“오오오오…….”
무녀와 귀족들의 가면이 벗겨지더니, 썩어 문드러진 미라와 같은 얼굴이 나타났다.
해골병들과 외모 대결을 해도 그리 밀리지 않을, 아니 질 것만 같은 모습들이었다.
“그럼 일단 여기 경험치부터 얻어 볼까?”
광역 스킬들을 다 쏟아 낸 파프닐이 창을 휘두르며 외쳤다.
“전원 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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