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혈월궁의 몬스터는 크게 세 종류로 이루어져 있었다.
긴 칼을 들고 돌아다니는 가면 무사.
낡은 옛날 복식을 입고 돌아다니는 가면 귀족.
그리고 여인 복장을 한 채 돌아다니며, 울음소리를 내는 가면 무녀.
세 몬스터들은 각각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며, 신인 츠쿠요미를 보좌했다.
무사는 외적으로부터 궁을 지키고.
귀족은 신의 양옆에서 신을 보좌하며 궁성 안팎의 일을 처리하고.
여인 무녀들은 기도를 올리며 신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 법.
신이 자리를 비우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혈월궁의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썩어 가고 있었다.
와그작. 와그작.
어두운 방에 열댓 명의 귀족이 모여 무언가를 갉아 먹고 있었다.
“아이고…… 맛있다……. 아이고…… 맛있어…….”
“맛있다…… 맛있어……. 맛있다…… 맛있어…….”
갉작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방의 병풍 문이 열리며 금발의 여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아……?”
“아?”
자연스레 귀족들의 시선이 여기사에게 집중되었다.
“……역겨운 마물 놈들…….”
“오…… 오오……. 달콤한 향기…….”
“살아 있는 인간이다…….”
“야들야들한 살결…… 반짝거리고 촉촉한 눈……. 아아……. 군침이 흐르는구나…….”
금발의 여기사를 본 귀족들이 팔을 휘적이며 쫓아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여기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디론가 향했다.
“이리 오너라…….”
“네가 필요하다…….”
도망치는 여기사와 쫓는 귀족들.
스으으으, 귀족들이 말을 할 때마다 안개 같은 기운들이 여기사를 향했다.
닿자마자 HP를 대폭 흡혈하는 생기 흡수.
살아 있는 사람은 물론, 언데드나 무생물에게까지 통하는 무시무시한 스킬이다.
“오오…….”
“달리기가 빠르구나……. 슬슬 재롱은 그만두고 이리 오지 않으련?”
“맛있는 사탕이 있단다. 네 눈동자처럼 투명하고 맛 좋아 보이는 사탕이란다. 후후후후.”
겉보기에는 장난처럼 보이지만, 잡히는 순간 온몸의 생기를 빨리고 미라가 된다.
한참 동안 도망치던 여기사의 발걸음이 멈췄다.
눈앞에 굳건히 있는 건 다름 아닌 단단한 돌벽.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 여기사의 앞을 귀족들이 막았다.
“후후……. 드디어 막혔구나.”
“이리 오너라.”
유령처럼 다가오는 귀족들.
그 순간 그들의 양옆에서 열댓 개의 신형이 들이닥쳤다.
“죽여!”
“딱(딱)!”
“따닥(따악)!”
턱을 부딪친 해골병들이 창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때마다 귀족들의 팔다리가 잘리거나 목이 날아갔다.
순식간에 정리되는 귀족들의 무리.
그런 해골병들의 뒤로 파프닐이 나타났다.
“역시 노다지 사냥터답군.”
혈월궁에 들어온 지 이틀째.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하자 효율은 상상 이상이었다.
귀족 열댓 마리를 처치한 것만으로 3%.
‘랭커들은 열댓 시간 사냥해서 겨우 0.1%를 올리는데, 이 정도면 말도 안 되는 속도지.’
아마 전 세계에서 이 정도 성장 속도를 내는 건 이시우나 라쿤맨 정도가 다일 거다.
거대한 자본과 인력, 그리고 본인의 노력과 환경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그게 되는 건 극히 드물었으니까.
“딱(딱)!”
사냥이 끝나자 해골병들은 지체 없이 아이템 습득에 나섰다.
-월궁의 귀족 가면(이모탈)을 획득했습니다.
-월궁의 귀족 예복 상의(이모탈)를 획득했습니다.
쏠쏠한 재료와 귀한 마법사, 주술사용 의복을 드롭하는 귀족들!
“아주 잘했다. 이제 리젠 지역으로 갈까?”
방금 몬스터를 소탕한 지역은 최고의 안전지대 중 한 곳이다.
씩 웃은 파프닐은 처음 귀족들이 있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쥐가 파먹은 듯한 자국이 난 해골이 무녀 예복을 입은 채 누워 있었다.
‘몬스터들끼리 서로 동족을 포식하고 있군.’
드문 일은 아니다.
호라이즌의 몬스터들은 사실상 독립적인 개체들.
야생의 동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듯, 몬스터도 같은 일을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것과 달랐다.
다른 세력도 아니고 같은 세력.
그것도 보스 몬스터에게 속한 권속들 간에 먹고 먹히는 일이 생긴 거니까.
즉 그런 상황이 일어날 만큼 이곳의 질서가 무너져 있다는 것.
또한 오랫동안 이곳의 주인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까지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지.’
드래곤 헌터를 하면서 파프닐은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아무리 강한 말이 붙는다 해도, 결국 그건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수십 년간 둥지를 비웠다거나.
태초 창세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설정이 붙더라도, 유저가 필드에 나타나면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빈 둥지라고 해서 별 대비 없이 들어갔다가 스타 갤럭시 블루 아이즈 드래곤을 만났을 땐 진짜 노데스 기록 깨지는 줄 알았었는데. 호라이즌이라고 안 그럴 리는 없다.’
마음 놓고 사냥하다가 카라미트의 말처럼 갑자기 나타난 신에게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편히 쉬기를.”
파프닐은 시체가 된 무녀의 뼈를 수습해 근처의 흙 밑에 묻어 주었다.
아무리 몬스터라도 저렇게 두는 건 조금 불쌍했기 때문.
“자, 그럼 다음은…….”
파프닐은 종이를 펼쳤다.
층별로 정리된 지도에는 복잡한 길과 방이 연결된 그림, 그리고 점과 기호 등이 찍혀 있었다.
첫날 궁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리한 내부 지도와 오브젝트, 그리고 몬스터들의 정보였다.
“보자……. 남쪽 구역은 전부 확인이 끝났고, 동쪽은 내가 들어온 곳이지.”
지도의 중앙 구역에는 거대한 여백이 있었는데, 파프닐은 그곳이 보스 룸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보스 룸 근처에 보물 창고는 없었고, 설마 보스 룸에 보물 창고가 있을 리는 없겠지.”
아무리 보물들이 진귀하더라도, 보통 숙소 옆에 바로 두지는 않는 법이다.
당장 오다 노부나가도 집무실 옆에 보물 창고를 두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곳은 서쪽과 북쪽인데, 서쪽은 건물들 대신 사방이 탁 트인 망루, 그리고 실외 연회장 등 대형 시설이 가득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무시무시한 괴수가 도사리고 있지.’
조사하러 갔던 해골병들 열댓 기가 단숨에 문어 다리 수십 개에 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최소한 서브 보스 몬스터, 혹은 저곳 자체가 진짜 보스 룸일 수도 있었다.
공략한다면야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보스 사냥도, 서브 보스 사냥도 아니었다.
“게다가 플러시가 연회장에 갔다는 서술은 없었으니, 이쪽이 맞겠군.”
소설 속 내용을 떠올린 파프닐은 방향을 정했다.
“가자, 북쪽으로.”
해골병들을 이끌고 움직인 파프닐은 북쪽 지역을 탐험하면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가는 길마다 무녀와 무사, 귀족들이 공격을 해 왔지만, 이미 대처법을 숙지한 파프닐과 해골병들 앞에서는 경험치 덩어리가 될 뿐이었다.
“신성한 구역을 침범하다니, 네놈에게는 저승의 자비도 없을 것이다.”
달려드는 무사들을 맞상대하는 척하면서 뒤쪽으로 보내고.
생기 흡수를 쓰기에 굉장히 성가신 귀족들을 가장 먼저 처리한다.
“다음은 이 녀석들인가.”
1분도 되기 전에 귀족들을 쓰러뜨린 뒤, 파프닐은 무녀들을 처리했다.
각종 디버프를 걸어 대고, 또 무사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느리게 하는 스킬을 퍼붓는 무녀들은 아차 하는 순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전부 쓰러뜨린 뒤 마지막으로 남은 무사들을 처치하면 사냥은 끝.
‘매 전투가 아슬아슬하군.’
워낙 레벨이 높은 사냥터이다 보니, 공략법을 잘 쓴다 해도 매번 죽음의 위기가 왔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딱! 딱!”
“따닥…….”
스태미나가 없는 해골병들마저도 팔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파프닐은 그런 해골병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죽어도 다시 살리면 그만이니까.”
“딱.”
“살려서 뭐 하냐고? 뭐 하긴, 또 싸워야지.”
엘리트 해골병들 모두 최소 수억 원을 들여 키운 소중한 부하들이다.
고작 이런 몬스터들 따위에게 몸을 사리게 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다들 서둘러라. 시간은 금이야.”
파프닐이 목적지로 삼은 곳은 북쪽의 성채 지하.
직선 경로가 하나도 없이 전부 다른 장소를 거쳐 가야 하는 곳이었다.
‘보물들을 보관하기에도 딱 좋고, 경비를 배치하기에도 좋은 곳이지.’
우선 여기 온 목적인 보물고를 다 털은 다음 보스 사냥을 준비한다는 전략이었다.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의뢰한 물건을 가지지 못하면 일이 꼬여 버리니 말이다.
“죽어도 되니까 적을 보면 곧바로 선공해. 내가 되살려 준다.”
해골병들을 미끼 겸 소모품삼아 속도를 내자, 각종 함정이나 적들도 순식간에 뚫렸다.
그렇게 지하에 도착한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한눈에 봐도 보물고라는 걸 알겠군.”
사람의 몇 배에 달하는 크기의 금속 문.
몇 개나 걸린 자물쇠까지 모든 게 이 안에 보물들이 있다고 가리키고 있었다.
결정적인 건 코끝으로 느껴지는 냄새!
마치 문 안에서 맛집 거리가 영업 준비를 마친 듯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저 자물쇠군.”
소설 속 플러시는 간단하게 철사만 돌려서 열었지만, 그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파프닐에게도 다른 방법이 있었다.
“어디 이것도 버티나 보자.”
인벤토리에서 흐룽그니르의 숫돌을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 돌에 광택이 어렸다.
그것을 그대로 휘두르자 자물쇠가 틀째로 깨져 나갔다.
땡캉!
챙캉!
흔히 말하는 ‘억까!’
아무리 철저히 보안을 만들어 놨더라도, 이런 초중량으로 때려 부수니 금세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눈부신 빛이 파프닐의 눈을 때렸다.
“오호라…….”
예상이 들어맞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게 신이 모았다는 보물들인가…….”
거의 학교 운동장만 한 크기의 지하 창고를 가득 메운 금은보화들.
화려한 금실이 수놓인 의복이나, 여러 장신구가 달린 금관, 보석으로 만들어진 분재 및 각종 보검과 보석 갑옷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심지어는 서양식 기사 갑옷이나 마법 지팡이까지 있었으니, 그야말로 놀랄 만한 양과 내용물들.
믿기지 않는 광경 앞에서도 파프닐은 의심을 버리지 않고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겉보기에는 다 진짜 같긴 한데. 고레벨 던전이니 어떤 사기를 칠지 모르지.”
존스 박사의 경험담에 따르면, 일부 유적은 환상으로 가짜 보물들을 만들어 모험가를 속이기도 한다.
한참을 코를 킁킁대던 파프닐이 커다란 금화 하나를 입에 가져다 씹어 보았다.
꿀꺽! 순식간에 넘어가는 금.
“……맛있네?”
맛과 상태창까지 업데이트되었다면 진짜가 맞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진짜 보물이라니, 이거 대박이군.”
일단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오다 노부나가가 의뢰한 목갑.
파프닐은 보물 더미를 뒤졌고, 곧 목갑을 찾아 따로 빼 놓았다.
“이제 나머지는 전부 내 건가?”
계약대로라면 오다 노부나가가 원하는 건 옥갑 하나뿐!
즉, 이 보물고에 있는 나머지는 전부 파프닐의 것이었다.
“어디 보자, 찾던 게 있을 텐데.”
보물들을 둘러보던 파프닐은, 곧 찾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하, 여기 있군.”
작은 거울 하나를 주운 파프닐은 그것을 가지고 보물고 구석의 커다란 거울에 비췄다.
두 거울이 서로를 비추자 수많은 잔상이 나타났다.
그 순간이었다.
파앗!
양쪽 거울에서 나온 빛이 서로 연결되더니, 곧 커다란 거울 너머에 보물고가 아니라 다른 복도의 풍경이 비치기 시작했다.
-진혈월궁을 개방했습니다.
-진혈월궁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히든 던전 속 히든 던전.
아니, 진짜 혈월궁의 등장!
엄청난 일이었다.
혈월궁만 해도 일본 서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상급 던전인데, 심지어 그것에서 한층 더 깊이 들어가는 곳이 있다니.
“후우…….”
파프닐은 그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하며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원작 소설 속 내용대로인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