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일본 서버.
1억 명에 달하는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이 서버는, 최소 동시 접속이 1천만 명 아래로 떨어진 적 없을 정도로 메이저한 서버다.
그런 일본 서버의 현 주인은 누가 뭐라 해도 오다 노부나가와 오다 클랜이다.
통일 전쟁을 일으킨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을 따르는 유저, NPC들과 함께 다른 모든 NPC 영주, 그리고 유저 길드들을 전부 궤멸시키고 일본 전역을 손에 넣었다.
현 시점에서 오다 클랜의 클랜원수는 무려 1천5백만 명.
어지간한 대도시의 시장, 아니 소국의 대통령만큼의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오다 노부나가를 따르는 건 아니었다.
혼자서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혹은 가혹한 오다 클랜의 착취에 맞서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남아 싸우고 있었다.
퇴마사 단테도 그런 사람들이고, 지금 이 곳에 있는 무녀도 그중 한 명이었다.
“여기가 진짜 혈월궁…….”
사방이 핏빛으로 물든 복도 한가운데.
흰색 상의에 빨간 바지를 입은 한 소녀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이 마지막 희망이네요.”
소녀의 눈빛에 비장한 기색이 감돌았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여기서 츠쿠요미 님의 지원을 받아 가야 해요.”
소녀의 이름은 카고메.
일본 서버의 플레이어이자,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군의 간부였다.
“더 이상 연합군에게는 버틸 수 있는 힘이 없어요……. 최대한 빨리 지원을 받아 움직여야, 오다 노부나가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오다 노부나가는 수많은 NPC와 플레이어, 요괴들을 제물로 바쳐 스사노오의 축복을 받았다.
이에 맞서기 위해선 같은 삼주신인 츠쿠요미의 힘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최소한 츠쿠요미의 장비, 혹은 츠쿠요미의 축복이나 클래스를 받아야 해.’
그것을 위해선 일단 츠쿠요미의 보물고를 찾고, 또 가능하다면 츠쿠요미를 찾아 청을 드려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이 혈월궁부터가 일본 서버 최상위급 이상의 사냥터였으니까.
“이럴 시간이 없지, 어서 움직여……야?”
막 발걸음을 내딛던 카고메의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이게 무슨……! 몸이 이상해?”
몸을 일으키려고 오른손을 뻗으면 왼손이 나가고, 왼발로 힘을 주려 하면 오른발에 힘이 들어간다.
“이……. 이익……!”
한참 동안 버둥거리던 카고메가 무언가를 깨닫고 몸을 천천히 멈췄다.
“일단 왼팔부터……. 다음은 오른팔…… 그리고…….”
목각 인형처럼 천천히 움직여 몸을 일으키는 모습.
겨우 자세를 잡은 카고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 수가……. 츠쿠요미의 저주라는 게 모든 움직임이 반대로 움직이는 건가?”
옛날 비디오 게임이나 PC 게임의 기믹 중 입력 키 역전이 있다.
전진이 후진이 되고, 점프가 웅크리기가 되는 식.
그런데 그게 현실로 오니, 적응이 한층 더 어려웠다.
숨 쉬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간단한 걸음걸이조차 쉽지 않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키보드나 스틱 하나를 움직이는 PC게임과 달리.
현실은 팔 근육, 손가락 근육 하나까지 전부 세세하게 힘이 들어가니 말이다.
그것이 전부 반대가 되자, 정말 완벽히 ‘반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조차 없는 극악한 환경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소한 말은 제대로 나온다는 사실.
“젠키, 고키!”
카고메가 방울을 흔들자 곧 여성형 귀면갑 무사와 남성형 귀면갑 무사가 나타났다.
둘은 카고메의 식신.
네크로맨서로 치면 사역마, 정령사로 치면 정령 같은 존재들이었다.
잠시 팔다리를 까딱이던 둘은 곧 적응했는지 카고메를 부축해 몸을 일으켜 주었다.
“고마워. 이대로 계속 부축해 주겠어? 천천히 가 보자.”
말을 잇던 카고메가 흠칫했다.
어느새 눈앞에 붉은 풍선 형체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진혈월궁……. 아무리 이계라고는 하지만 하급신이 몬스터로 나올 줄이야.”
카고메의 표정이 굳었다.
눈앞의 저 형체가 하급신이라면, 최소 800레벨 이상의 강력한 몬스터.
일본 서버에서 나온 몬스터 중 현재까지 가장 레벨이 높은 게 700대 초반이었으니,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끼 이 이 이 이!
형체가 입을 찢어져라 벌리면서 다가왔다.
그 순간 카고메가 방울 하나를 꺼내 흔들었다.
딸랑. 딸랑.
다음 순간 형체의 온몸에서 뜨거운 흰 빛이 터져 나왔다.
끼아아아악!
괴로워하는 형체의 주변에서 나오던 붉은 기운이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지금 쳐!”
대답에 맞춰 남성 귀면갑의 무사가 검을 휘둘렀다.
800레벨이 넘는 형체가 두 동강이 나 그대로 쓰러졌다.
“후우……. 확실히 말도 안 되게 강하네.”
카고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테라스의 방울(레전더리)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일본 삼대주신 중 메인의 위치에 있는 아마테라스의 신물!
본래 이런 효과는 없지만 이번 퀘스트에 한해서 임시로 츠쿠요미의 부하들을 약화하는 액티브 효과를 부여받았다.
“이쪽으로 계속, 천천히.”
카고메는 몸을 반대로 움직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궁전 안으로 갈수록, 곳곳에서 아까의 붉은 풍선 외에도 물방울처럼 생긴 하급신, 나무처럼 생긴 하급신 등이 공격해 왔다.
수없이 많이 날아오는 저주와 마법, 강력한 물리 공격!
“아마테라스 님, 힘을 주세요!”
그때마다 카고메는 아마테라스의 방울을 흔들었다.
도저히 상대할 수 없던 스펙이던 몬스터들이 카고메의 레벨에 맞춰 약해지자.
“젠키! 고키! 공격해!”
양옆에서 따르던 두 식신들의 공격이 어김없이 하급신들을 쓰러뜨렸다.
-아라미사키의 저주에 당했습니다.
-아마테라스의 가호가 저주를 튕겨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가끔 저주나 공격이 들어오긴 했으나 아마테라스의 가호 덕분에 반감된 위력으로 들어왔다.
가호가 없었다면 레벨 차이 때문에 진척이 몇 배는 더 느리게 되었겠지만, 덕분에 카고메는 빠른 속도로 주변 구역을 둘러볼 수 있었다.
“동쪽도 아니라면…… 역시 북쪽밖에 없나?”
카고메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냥으로 하급신의 조각이나 여러 고레벨 장비를 얻긴 했지만, 전세를 뒤집을 만한 커다란 물건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최후의 희망도 사그라들고, 결국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 서버를 완전히 손에 넣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안 돼. 이 가상현실 게임은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거지, 그 녀석의 사리사욕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이야!’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군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모였다.
돈이건, 자유로운 플레이건, 인터넷 방송으로 명성을 알리는 것이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플레이어로서 어떤 선택을 하건, 그것은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니까.
문제는 오다 노부나가가 다른 모든 플레이어들을 자원처럼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템 징발, 골드 징발, 심지어는 계정을 강제로 징발해 고위 NPC들에게 제물로 쓰기까지.
계정 자체가 제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걸 안 이상, 절대로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걸 가져가야 해……!”
모든 조작이 반대로 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려 왔지만, 카고메는 포션을 억지로 마시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료 NPC들은 오다 노부나가의 토벌대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이 복도만 돌면……. 이 복도만 돌면 분명 대전각이 나오고, 거기서 남쪽 복도로 향하면 보물고로 향하는 길이…….”
그때였다.
막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나오던 카고메의 눈에 한 남자와 해골병들의 모습이 비쳤다.
하급신 한 명을 둘러싸고 공격하는 해골병들과 남자.
“저건……. 흡!”
깜짝 놀란 카고메는 스스로 입을 막았다.
‘하급신들과 싸우고 있고, 귀신이나 유령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육체를 지닌 사람이야.’
사람이 들어와 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들어왔을 때, 최초 던전 입장 알림이 없었어.‘
자신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뜻인데, 조작이 반대로 된 게 워낙 정신이 없어서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이곳은 나밖에 모를 텐데…….’
카고메는 히든 퀘스트를 통해 이곳에 입장했다.
즉 저기 있는 사람도 같은 히든 퀘스트를 받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찾아온 것이리라.
일본 서버에서 그만큼 정보를 많이 가졌고, 또 저만한 강자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히히이로카네를 모았던 게 그런 이유였나?’
만약 저 사람이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가 맞는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여기서 반드시 죽여야 했다.
하지만 얼핏 봐도 쉽지 않았다.
비록 수십 대 일이지만, 아마테라스의 가호 없이 하급신들을 사냥하는 것만 봐도 상당한 강자.
‘그래도 방법은 있어.’
시간이 얼마 없기에, 카고메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반드시 죽인다.’
***
거울 너머의 혈월궁에 들어온 파프닐은 계속 사냥 겸 주변 탐색을 이어 갔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갑자기 방향감각이 바뀌는 통에, 한동안은 몸을 움직이느라 꽤 고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할 만 하군.’
파프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랜덤 패턴으로 몇 개만 바뀌는 거였으면 며칠은 더 써야 했는데, 다행히 정직하게 반대로만 꼬아 줘서 파훼가 쉬웠어.’
조작이 반대로 되면 그에 맞춰서 움직이면 간단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파프닐은 금세 거기에 적응했고, 이내 바깥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보통 유저였다면 말도 안 된다 하겠지만, 드래곤 헌터를 비롯한 수많은 게임을 해 봤기에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원작 소설이 아니었다면 처음 온 사람은 죽어도 모르겠지.’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는 이 혈월궁에 운 좋게 진입했고, 그곳에서 보물들을 챙기다 복돌이가 가져온 거울 때문에 새로운 던전을 발견하게 된다.
바깥의 혈월궁을 더미로 만들 만큼 초대박 던전인 진짜 혈월궁.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만 주워도 유니크, 에픽인 곳이 바로 여기였다.
‘역시 플러시가 운빨로 들어와 싹쓸이할 만해.’
원래대로라면 이곳은 플러시가 올 때까지 아무도 흔적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마침 혈월궁도 왔겠다, 소설로 그 비밀을 알고 있는 파프닐이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었다.
‘어차피 플러시나 일본 녀석들이 가져가게 될 텐데, 그 꼴을 내버려 두느니 그냥 내가 먼저 가져가는 게 맞지.’
한국인으로서 일본 서버의 히든 피스를 챙기기로 결심!
애초에 일본 유저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다.
당하면 백 배, 천 배로 갚아 주는 게 당연지사.
‘자, 그럼 진짜 보물고들부터 한번 볼까?’
그때였다.
멀리서 수많은 하급신 영체들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저것들은…….”
파프닐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분명 패턴을 계산해서 두세 마리씩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열 마리가 넘게 공격을 해 오다니?
“새로운 패턴인가?”
추측하는 파프닐의 주변으로 해골병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처음 비틀거리던 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익숙하게 움직이는 모습.
적들이 몰려올 때마다, 온 집중을 적들에게 할 만큼 빠르게 적응한 것이다.
그만큼 해골병들이 베테랑이라는 증거였다.
이 때문에 해골병들이 등 뒤로 다가오는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태양이여!”
전투를 준비하던 파프닐의 등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뜨거운 불의 구체가 파프닐을 덮쳤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