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슬로우(노말).
상대를 느리게 만드는 효과의 스킬로, 마법사로 전직한 후 마탑 상점에서 스킬 북을 사서 쓰면 배울 수 있다.
레벨 제한은 10.
효과는 상대방의 이동, 공격 속도 10% 저하.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인 상태이상 부여 스킬이다.
간단히 배울 수 있는 만큼 등급도 당연히 노말이고 말이다.
초반에 잠시 쓰다가 금방 더 좋은 더 좋은 상태이상 부여 스킬을 얻고 잊어버리는 용도.
그런 게 바로 슬로우였다.
그런데…….
“대체 슬로우가 어떻게 하이퍼급이지?”
이건 확인이 필요했다.
[슬로우]-등급 : 하이퍼
-분류 : 액티브
-소모 MP : 200
-쿨타임 : 100초
-효과 : 적에게 지속 시간 60초의 슬로우를 건다.
-설명 : 최초의 ‘슬로우’가 관념화된 슬로우 스킬이다. 혼돈, 악 속성 유저만이 습득할 수 있다.
*현재 간이 습득 상태입니다. 정식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스킬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또 뭔…….”
제대로 된 설명 하나 없이 슬로우만 건다고 하니 더더욱 아리송해졌다.
다른 스킬들은 보통 구체적인 설명이 있다.
간단한 효과라면 간단명료하게.
복잡한 효과를 가진 스킬이라면 사소한 내용까지 디테일하게 설명을 붙인다.
그리고 후자는 대개 강력한 스킬이 많았다.
조건이 많이 붙는다면 그만큼 결과물이 잘 나오는 게 고급 스킬의 특징이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굉장히 간단한 스킬 설명인데도 하이퍼급이란 말이지.’
파프닐은 턱을 쓸었다.
경우의수는 두 가지.
특별한 직업 전용이나, 다른 히든 피스를 얻어야 금제가 풀리고 효과를 낼 수 있거나.
스킬 설명은 생략되어 있지만 써 보면 정말로 대박인 경우다.
‘스킬을 써서 습득해야 하나? 그렇게 해야 설명이 보이나?’
문제는 스킬이 함정일 경우도 있다는 것.
기껏 하이퍼급 스킬이라고 사용했더니, 쓸 때마다 레벨을 1씩 떨어뜨리는 조건이라도 있다면?
‘쓰지도 못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스킬 숙련도나 경험치를 빨아 가겠지.’
스킬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각 스킬은 제각기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필요로 하고, 스킬을 많이 보유할수록 이 숙련도를 쌓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강력한 스킬들을 입수하는 것도 좋지만, 꼭 필요한 스킬만을 선택해서 가져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
심지어 잘못 배운 스킬은 되돌리기 위해 굉장히 힘들고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레테의 강물이라 불리는 시약을 만들고, 일정 퍼센트의 경험치를 대가로 지워야 했으니까.
이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는 스킬 습득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파프닐은 입맛을 다셨다.
“100%는 아니지만……. 원작에서 안 나온 걸 보면 함정일 가능성이 높겠군.”
만약 효율이 좋은 스킬이라면 원작에서 플러시가 가져갔을 거다.
하지만 본래 플러시가 소설 속에서 얻는 것은 아마테라스의 곡옥(하이퍼).
태양의 심장이라 불리는 아이템으로, 모든 언데드 계열에게 추가 대미지를 주고 어둠을 관통하는 성스러운 보물이었다.
“흠, 다른 건 됐으니 일단 그것부터 얻어 볼까?”
생각이 거기에 미친 파프닐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보물들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나아가자, 커다란 거울을 양손으로 받잡은 무녀의 석상이 나타났다.
“원작에선 이렇게 했었지.”
파프닐은 거울 속에 손을 넣고 휘저었다.
손끝에 걸리는 것을 잡고 빼내자 검은 조개껍질이 잡혀 나왔다.
작은 수박만 한 크기의 거대한 흑조개!
파프닐은 미리 준비한 소금물에 조개를 담고 기다렸다.
십여 분쯤 지난 뒤 조개가 입을 열자 순식간에 소금물이 증발했다.
열기의 근원은 다름 아닌 조개 안에 있는 물방울 모양의 옥 조각.
“됐다.”
저것이야말로 일본 최고신 아마테라스의 신기 중 하나인 아마테라스의 곡옥.
무려 하이퍼급 아이템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얼음 계열은 걱정 없겠군.”
원작에서 플러시는 이 스킬로 무쌍을 찍었다.
단단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그대로 열기로 물러서게 만드는 모습은 주인공 그 자체.
“어디…….”
파프닐은 옥 조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갑자기 손에서 무시무시한 통증이 느껴졌다.
“윽!”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지만, 거의 가스레인지 불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듯한 고통.
의식하기 이전에 반사 신경이 거부했다.
“이게 무슨…….”
분명 플러시가 손을 가져다 댈 땐 눈 녹듯 사라지면서 능력치와 스킬을 획득했었다.
그때는 아무 이상 없이 잘 잡고 스킬을 얻었었는데?
“단순히 유저인 게 아니라, 뭔가 조건이 있군.”
플러시는 되고, 파프닐은 충족하지 못하는 조건.
그때였다.
띠링!
알림과 함께 아이템 정보가 나타났다.
[아마테라스의 곡옥]-등급 : 하이퍼
-분류 : 일반, 스킬 북
-제한 : 혼돈, 마 속성인 경우 접촉 및 사용할 수 없음.
-효과 : 사용 시 아마테라스의 태양신광 스킬을 획득한다.
-모든 스테이터스 +50
-사용자의 모든 불 속성 수치, 불 속성 내성이 +200% 상승한다.
-사용자에게 아마테라스의 가호를 부여한다.
-아마테라스의 태양신광 : 사용 시 아마테라스의 신력이 형상화한 초고온의 태양 광선을 발사해 적을 공격한다.
-아마테라스의 가호 : 10%의 확률로 모든 스킬 발동에 드는 코스트를 전부 무효로 한다.
-소모 MP : 300
-쿨타임 : 30초
-설명 : 낮과 태양, 빛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장비하고 다니던 장신구 중 한 개. 아마테라스의 신력의 일부가 깃들어 있다.
“……진짜 개사기긴 하군.”
설명을 본 파프닐이 헛웃음을 지었다.
일단 모든 스테이터스를 50 추가시켜 주는 것부터가 엄청난 파워 업 아이템이다.
최초 발견이나 메인 스토리를 한 번 완수할 때 주어지는 게 20 스테이터스 정도.
하지만 그 뒤의 것에 비하면 이건 양반이었다.
태양신광은 거의 갓급의 화염 계열 공격기.
범위로는 화염 마법 궁극기인 메테오에 밀려서 그렇지, 단일 공격기로는 화염계 최강의 마법인 헬 파이어에도 그리 꿇리지 않는 비전 스킬이다.
심지어 가호도 남아 있는데, 이건 앞의 두 개보다 더했다.
필살기를 하나 써도, 10% 확률로 그 스킬을 다시 쏠 수 있다는 것.
어떤 스킬이건 제대로만 터진다면 역대급 대박을 낼 수 있었다.
‘이시우가 가졌을 루의 심판, 베로니카가 가진 아케인 퍼니시먼트 같은 종결 스킬에 이게 터지면, 그 순간 게임 끝이지.’
그래도 둘은 그나마 양반이다.
만약 이걸 원작처럼 플러시가 가져간다면?
‘답 안 나온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이번 원정에서 무조건 이걸 얻으려 했다.
그런데 열기만 느끼고 얻지 못하다니?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설명을 정독하던 파프닐은 곧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혼돈, 마 속성인 경우 이걸 얻을 수가 없다고?”
현재 파프닐은 담피르인 데다 네크로맨서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혼돈과 악이란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셈.
반면 원작 소설의 플러시는 행운의 여신 니케의 수호 기사로 활동했다.
아마테라스의 곡옥을 얻을 자격은 차고도 넘쳤다.
‘이런 젠장…….’
파프닐의 표정이 죽상으로 일그러졌다.
“여기까지 어떻게 그 고생을 하면서 왔는데, 설마 이딴 것에…….”
애초에 얻지도 못할 걸 위해 일본 서버에 오고, 오다의 부탁을 받으며 그 개고생을 했다는 이야기!
“그래도 플러시 놈이 가져가게 둘 수는 없지.”
파프닐은 미스릴과 오리하르콘, 그리고 아이스 아이언 등으로 손을 감싸고 재차 시도했다.
뜨거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번에는 버틸 만했다.
“좋아, 획득했고…….”
금속으로 곡옥을 감싸서 인벤토리에 넣는 것까지 성공.
“……젠장, 뭔 하이퍼가 이래?”
혀를 차던 파프닐의 눈에 거북이 등딱지가 보였다.
흐릿한 투명 구슬을 받치고 있던 물건인데, 구슬이 사라지자 그 아래 있던 글씨가 보이고 있었다.
“이건…….”
등딱지에 마력을 넣자, 번역된 내용이 그대로 눈앞에 나타났다.
[슬로우]-천상과 지상이 다르지 않았을 무렵.
-어떤 형제가 있었다.
-형은 슬하이, 동생은 슬로우.
-둘 다 신들의 전쟁에서 활약할 수 있을 만큼 영웅이었다.
-형은 동생보다 모든 면에서 아주 약간 뛰어났다.
-먼저 태어난 만큼의 성장이었으나, 동생의 마음은 그걸 넘기지 못할 만큼만 좁았다.
-전쟁신을 처치한 어느 날, 동생은 모두가 형을 칭찬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동생은 결심했다. 형을 따라잡지 못할 바엔, 차라리 형을 느리게 만들자고.
-동생은 시간을 찾아가 자신을 바쳤다.
-그렇게 해서 남을 느리게 할 수 있는 ‘슬로우’를 창조해 냈다.
-자신을 잊은 동생은 기술이 되었고, 그렇게 세상에는 슬로우라는 이름만이 남았다.
설화를 다 읽은 파프닐이 평가했다.
“이건……. 템빨과 나이빨로 1등을 차지한 형을 한 번이라도 이기고 싶어서 온 힘을 다한 동생의 일대기군.”
보통 동생의 열등감을 지적하는 것과 달리, 동생의 입장에서 사건을 평가하는 모습!
프로게이머 시절 템빨과 돈빨에 밀려 1등을 차지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동생에게 공감이 갔다.
“그나저나 이거, 슬로우(slow)가 사실 슬 가문의 하이랑 로우에서 나온 거라고……?”
근본도 뭣도 없는 마구잡이식 나열!
십수 년 전 초창기 AI라고 나왔던 채팅GPT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었다.
“어쨌든 얻을 건 다 얻었으니, 이제 보스 하나 잡고 끝내 볼까?”
혈월궁과 진혈월궁의 구조는 똑같으니, 보스가 있을 만한 곳은 뻔했다.
호수 한가운데, 다른 건물들보다 두 배는 더 크게 서 있는 대궐 같은 일본식 성채.
그 안으로 들어간 해골병들이 눈을 빛내며 내부의 모습을 파프닐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공략을 하려면 정보를 수집하는 건 당연하지.’
그런데 막상 내부를 보니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아아아아아.
오오오오오.
운동장 두세 개를 합친 크기의 대연회장.
그곳을 하급신 수백 마리가 가득 메운 채 돌아다니고 있고.
각 모퉁이나 벽가마다 메인 스토리 하나의 보스급으로 나와도 손색없을 신들이 각각 배치되어 있는데, 아무리 봐도 최소 열 기가 넘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건 수많은 촉수가 달린 거대한 뇌 모양의 신.
처음 보자마자 몬스터의 급을 정할 수는 없지만, 저건 최소한 한국 서버에 있던 마왕보다도 더한 보스 몬스터가 틀림없었다.
‘파이브스타가 레이드를 뛰어도 힘들겠군.’
한쪽 구석에는 무녀 수백 명이 마법진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뒤에 걸린 종을 보아하니 소환이나 알림, 경보 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경보가 울리면 집의 주인이 찾아오겠고.’
집의 주인이라면 한 명밖에 없다.
일본 삼대신인 츠쿠요미.
사실상 그가 오는 순간 레이드는 타임 오버라고 봐야 했다.
파프닐은 혀를 찼다.
‘시간 싸움이면 어떻게든 해 볼 텐데, 타임 리미트까지 있으니 각이 도저히 안 보이는군.’
과거 김강한이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스펙을 갖춘 것도 이런 놈들 때문이었다.
타임 리미트를 걸어, 최소한의 대미지 스펙이나 조건을 맞춰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것.
아무리 컨트롤이 뛰어나다 해도 넘을 수 없는 스펙상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으니까.
파프닐은 거대한 뇌의 뒤에 있는 닫힌 직사각형의 철문을 보았다.
‘저 뒤에 신계가 있지.’
수많은 신과 신수들이 직접 돌아다니며, 최소한 1,000레벨은 넘어야 사냥 자체가 가능한 특수한 필드였다.
원작에서 플러시가 진입했던 곳이기도 했고 말이다.
‘어떻게든 저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그 뒤로 넘어갈 수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게이머로서의 호승심이 일었다.
그러나 파프닐은 용기와 만용이 무엇인지 정도는 구분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해골병들을 부른 파프닐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보스 공략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저긴 이번에 공략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진짜로 공략해야 할 곳은 성의 동쪽.
호수 위에서 연회를 즐길 수 있도록, 커다란 전각 여러 개가 이어져 있는 장소였다.
끄어어어.
끼에에에에!
달려오는 하급신들을 소탕한 파프닐은 가운데에 있던 밥알 덩어리를 집어 호수로 던졌다.
다음 순간.
펄떡!
작은 건물만 한 붉은색의 잉어 한 마리가 물속에서 뛰어나와 먹이를 받아먹었다.
“먹이를 주고, 이제 잠시 기다리면…….”
파프닐은 버프 포션들을 들이마셨다.
쿠르르릉!
잠시 후 전각 전체가 크게 뒤흔들리더니, 마치 엘리베이터가 하강하듯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흡은…… 다행히 상관없군.’
숨을 들이마신 파프닐이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자 근처에서 거대 잉어가 한 바퀴 회전하는 게 보였다.
작은 건물만 한 덩치로 뻐끔거리는 게 꽤 귀여운 모습.
하지만 겉모습에 속아 얕잡아 보면 안 된다.
저놈은 무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준보스, 넘버 2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초네임드였으니까.
“자, 와라.”
다음 순간 잉어가 그대로 지느러미를 휘둘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