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06)
406화
“일본 서버 털이도 쉬운 일이 아니군.”
이사 준비가 진행 중인 집 안.
원두커피를 뽑은 김강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살았어.’
슬로우 스킬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초음속으로 움직이던 거대 잉어가 갑자기 끈끈이에라도 걸린 것처럼 느려진 것.
물속에서 움직이지 못하자 잉어는 그대로 가라앉았고, 그런 녀석을 사냥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목숨이 위험하긴 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지.’
잉어신을 잡자 경험치와 아이템이 떨어졌다.
드롭 아이템은 그야말로 대박.
무려 하이퍼급 아이템인 ‘잉어신의 갑옷’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날붙이, 예기형 병기의 공격을 튕겨 내는 효과에, 둔기의 피해는 적에게 반사. 마법 공격에는 대미지 40% 감소에 추가 보호막 부여 및 HP 회복 효과.
그 외에 여러 방어 및 공격 지원 옵션까지.
검사, 기사들이라면 꿈에 그리던 장비였다.
물론 기사, 갑옷 사무라이 전용이기에 파프닐이 직접 쓸 수는 없었다.
그러나 파프닐에겐 부하가 아주아주 많았다.
‘1호에게 입혀도 좋고, 3호에게 입혀도 효율이 나오겠어.
1호는 이미 73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를 이길 만큼 강했다.
소환물치고는 말도 안 되는 성능.
소규모 사냥이나 대규모 전투 양쪽 모두 항상 독보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하이퍼급 아이템인 갑옷이 있다면 집중되는 적의 공격을 전부 흘려 낼 수 있으리라.
탱킹 특화인 3호도 같았다.
앞에서 어그로를 끄는 것에는 1호 이상으로 강하니, 방어력을 올려 준다면 1호에게 쏟아지는 딜을 나눠 받는 것이 가능했다.
‘금속으로 방어력과 성능을 챙겨 주긴 했지만, 장비 아이템이 있고 없고는 아주 큰 차이가 있거든.’
심지어 시현, 시연 자매에게 맡긴다면 갑옷 구조를 해체해 양산하는 것도 가능.
원본 잉어신의 갑옷만큼은 안 되겠지만, 충분히 성능은 나올 것이다.
‘팔면 엄청난 이득을 벌겠지만……. 이건 길드를 위해 풀어야겠지.’
프론티어 길드의 모토는 자유롭고 매너 있는 게임 플레이.
인기는 있지만, 그것이 통장에 돈을 꽂아 주진 않는다.
월급과 분배 비용이 있지만, 파이브스타 길드의 두둑한 성과급과 직원 혜택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
게임 장비로 부족한 인원을 잡는다는 게 파프닐의 계획이었다.
‘자, 어쨌든 얻긴 얻었는데…….’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거울 속 궁전에 갇혀서 탈출을 할 수 없게 된 것.
선택지는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직접 사냥을 하며 어떻게든 탈출구를 찾아 나가거나, 그때 만났던 아마테라스의 무녀를 다시 만나거나.
‘어떻게든 찾아서 탈출구를 확인해야지.’
원작의 플러시처럼 운빨이 따라 줄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때문에 김강한은 반드시 무녀를 찾아 그녀에게 탈출로를 받아 낼 생각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멍, 잠시 나갔다 오겠다. 주인.”
“응?”
복돌이의 말에 김강한은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좀 마셔야 할 것 같다, 멍.”
“흠……. 그래, 너도 쉴 때가 있어야지. 내일 아침까진 들어와라.”
“멍멍.”
고개를 끄덕인 복돌이가 집 밖으로 향했다.
“멍택시.”
끼익. 택시 한 대가 복돌이 앞에 섰다.
“오성호텔 애견 바로.”
“알겠습니다.”
미끄러지듯 도로를 움직이는 택시.
위태로워 보이는 모습이었으나, 자율 주행 장치 덕분에 사고 하나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12,500원입니다.”
복돌이는 김강한의 지갑에서 가져온 돈을 꺼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성호텔.
오성 그룹 계열사인 오성호텔신라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주)타이탄이 아직 넘지 못한 최고의 호텔이라 불리는 곳.
그곳의 지하에는 인간들이 모르는 장소가 있었다.
띠링!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복돌이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여러 개가 간간이 테이블에 앉아 멍보드카, 멍와인 등의 애견용 술을 혀로 핥고 있었다.
“손님, 티켓을……. 아, 어서 오십시오.”
문을 지키던 도베르만 경비가 얼굴을 보고 물러났다.
복돌이는 그런 경비에게 코인 하나를 던져 주었다.
“팁.”
“감사합니다.”
바 안으로 들어서는 복돌이에게 시선이 몰렸다.
양복을 입은 개 마피아, 헐벗은 실크 옷을 입은 개 여인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털 그 자체를 자랑처럼 드러낸 엘리트 개들까지.
인간 사회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부터, 개들의 사회도 같이 있어 왔다.
이곳에 있는 개들은 그 사회의 최상층에 위치한, 인간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개들이었다.
복돌이가 눈을 돌리자, 그들은 일제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크릉.”
가볍게 이를 드러낸 복돌이가 바의 비어 있는 중앙 자리에 앉았다.
“주문은…….”
“늘 마시던 걸로.”
복돌이는 그렇게 말하며 뼈다귀가 그려진 금화 코인 하나를 밀었다.
바텐더가 눈으로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술병을 준비했다.
“……지치는군.”
눈을 감은 복돌이 앞에 술잔이 놓이자, 복돌이는 가볍게 한 잔을 비웠다.
본래 애견용 음료에는 알코올이 없다. 개는 알코올을 마시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다르다.
알코올을 흡입해도 인간이 술에 취하는 것 이상의 영향이 없기에, 이런 게 가능했다.
“복돌 씨.”
“오늘도 혼자 오셨어요?”
술잔을 기다리는 복돌이 옆으로 여러 암견이 다가왔다.
하나같이 상위 0.1%의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최상위 견들.
애견 콘테스트 우승 기록은 물론, 개들 사이에서도 외모와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개들이다.
“오늘은 한층 더 눈이 우수에 차 있으시네요.”
“저희가 조금 이야기를 들어 드릴까요?”
“됐어.”
복돌이는 단칼에 거절했다.
“오늘은 혼자 마시고 싶군.”
“후후, 항상 그러셨으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물러나는 암견들의 빈자리.
눈을 지그시 감은 복돌이의 옆으로 인기척, 아니 견기척이 다가왔다.
“멍티니, 두 잔.”
“예.”
복돌이의 코끝이 씰룩거렸다.
“너는…….”
“살아 있었군, 용케도.”
흰 진돗개 한 마리가 옆에 앉았다.
“주인님께 복돌이라는 이름을 받았다지.”
“너는?”
“가람.”
“다른 형들은.”
“큰형이 누리, 둘째 형은 미르.”
“누리, 미르, 가람이라…….”
복돌이는 피식 웃었다.
“안 어울리는 이름인걸. 합심해서 형제를 공격하던 놈들치고는.”
“개들의 질서를 깨려던 건 피차 마찬가지지.”
딸그락. 멍티니가 담긴 크리스탈 개 물그릇이 두 개 앞으로 밀려왔다.
흰 진돗개, 가람이 멍티니를 한 모금 마셨다.
“요즘 네 활동이 별로 안 보이더군. 어디서 숨은 꿀이라도 빨고 있나?”
“공식 자리엔 나가잖아.”
“그것뿐이지. 다른 사냥터나 보스 레이드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는 건 알고 있다.”
복돌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파이브스타 측에서도 자신과 가짜 파프닐의 위장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
일부러 페이크를 던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봐야 했다.
“네 주인도 그렇게까지 열심히 움직이지 않고 있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포기한 거냐?”
가람의 말에 둘 사이의 분위기가 날카로워졌다.
“얼마 전까지 네 주인은 어떤 인간들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외신의 사도, 그리고 우리 주인님의 강력한 경쟁자, 수많은 인간의 연합, 그 외의 강력한 인간과 이계의 마수, 마물 들을 상대로 승리했지.”
“그런데 지금은 딱히 새로운 업적이 안 나오고 있고?”
복돌이의 질문에 가람이 대답했다.
“그래, 네놈의 주인은 지금 연설대에만 나와서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있고, 너는 그 옆에서 호위와 먹이 먹기에만 여념이 없지. 프론티어 길드가 정체하는 동안, 뒤처졌던 적수들이 다시 힘을 키우며 싸우고 있어. 제2의 파프닐, 그리고 제2의 복돌이가 되기 위해서.”
복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 석상에서 귓속말을 들으며, 또 김강한의 이야기 덕분에 상황에 대해서는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하자 느낌이 달랐다.
설마 프론티어 길드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 것만으로 다른 길드들 간에 싸움이 일어나다니.
“그런데 어째서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잘 빠졌다는 건가.”
복돌이의 질문에 가람은 멍티니 그릇을 비웠다.
“반대다.”
“……?”
“너는 좀 더 힘내서, 파이브스타 길드와의 전장에 나와 줘야겠다. 네 주인과 함께.”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가장 큰 적이 알아서 빠져 준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고 설득하러 오다니?
“왜지?”
“그래야 네 녀석을 그 자리에서 끝장낼 수 있으니까.”
순간 가람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개 이빨이 드러났다.
“우두머리가 되지 못한 도전자에게는 죽음뿐. 다리 하나는 가져갔지만, 네 녀석의 목숨은 아직 남아 있지.”
“그때 죽어 달라는 건가.”
“말귀를 잘 알아듣게 되었구나, 동생.”
가람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네 녀석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날이 기대돼. 그때 끊지 못했던 목뼈, 이번에는 확실하게 비틀어 주마.”
“그거 잘됐네.”
복돌이도 마주 보며 씩 웃어 주었다.
“나도 네놈들에게 딱 그러려 했거든.”
“흥…….”
그때였다.
갑자기 입구 쪽이 시끄러워졌다.
“깨갱!”
“습격이다!”
경비견들이 급히 가시 개 목걸이와 가죽을 두르고 달려 나왔다.
“고양이 놈들이……. 깽!”
소리치던 경비견이 뒤로 날아가고, 그 자리로는 강철 손톱을 세운 고양이들이 내려앉았다.
“전부 죽여라!”
“애우우웅!”
지시를 받은 고양이들이 흩어져 개들을 노렸다.
마피아 개, 엘리트 투견 등이 급히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꺄악, 살려 주세요!”
혼란의 와중 고양이 한 마리가 구석에 앉아 있던 암컷 개 한 마리를 잡아 끌어냈다.
“뭐냐, 이 녀석은!”
“안 돼요……. 저 죽기 싫…….”
“그럼 개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키야앙!”
손톱을 들던 고양이가 검은 형체의 발 차기에 몸통째로 날아갔다.
자리에 착지한 복돌이가 물었다.
“괜찮습니까?”
“아……. 괜찮아요.”
암컷 개는 눈이 안 보이는 듯, 수정체가 흐릿했다.
얼굴을 본 순간 복돌이의 귀가 씰룩였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생각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던진 수리검이 바의 벽에 꽂히기 시작했다.
“뒤로 가 계십쇼.”
“고맙습니다.”
암컷 개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심호흡하는 복돌이 옆으로 가람이 다가왔다.
“같이 싸우지.”
“도와주는 건가?”
“개들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지. 고양이 앞에선 다 친구다.”
“……그 말이 맞는군.”
고양이는 공공의 적이다.
개들의 DNA에 박힌 본능 그 자체였다.
“뭐, 방해나 하지 마라.”
“크르릉……. 컹!”
두 진돗개는 그대로 고양이 떼 사이로 뛰어들었다.
***
“그런가, 복돌이 그 녀석이…….”
“잘 살아 있더군.”
“그래야지. 그래야 죽일 맛이 나지.”
화산이 용암을 뿜고, 지옥의 문이 열린 곳.
갑옷과 무기를 입은 세 진돗개가 이야기를 나눴다.
“싸움 실력은?”
“꽤 합니다. 여전히.”
“흥……. 그럼 가람 너보다 강하군.”
“뭐?”
“그럼 아니야?”
“크윽…….”
“됐다, 둘 다 그만해.”
가운데 있던 눈가에 상처가 난 진돗개가 말을 이었다.
“어차피 그 녀석이 주인을 받든다면, 우리와 곧 마주치게 되겠지.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음…….”
“……크크.”
“잡담은 거기까지 해라. 사냥 시작이다.”
저 멀리서 파이브스타의 1군 부대가 오고 있었다.
세 진돗개는 각자의 ‘전투견 부대’를 통솔하며 지옥의 문 앞에 섰다.
한편 그 시각.
-띠링!
-드워프들의 빨래 돕기(레어)를 달성했습니다.
“허허, 고맙네!”
“덕분에 옷이 아주 깨끗해졌어!”
고마움의 인사를 건네는 드워프들 앞에서, 백구는 혀를 빼물었다.
“아놔.”
현실에서는 상위 0.1%.
그러나 인게임에서는 그런 복돌이도 한낱 짐꾼 겸 세탁부 겸 일꾼일 뿐이었다.
“노가다 개 힘드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