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혈월궁의 수많은 방.
사방에 새빨간 공기가 어려 있고, 곳곳의 방에는 온갖 괴상망측한 형태를 한 하급신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 한 곳에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드디어 잡았군.”
“히익……!”
카고메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보았다.
‘괴, 괴물.’
상대, 요괴의 정체는 메시지를 통해 알았다.
데스 드래곤.
피도 눈물도 없는 각종 악행과 재물 탈취로 유명한 외국의 요괴.
실력도 대단한 게 무려 일본 서버 최상급 요괴들인 오로치의 분령들을 단신으로 학살했다고 한다.
그런 대요괴란 걸 안 순간부터 카고메는 필사적으로 데스 드래곤을 피해 도망쳤다.
아마테라스의 곡옥을 찾는 것도, 일단 살아야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나를 3시간 만에…….’
어쩌면 찾은 건 그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
일단 추적이 시작되고 나자, 단 한 번도 쉬지 못하도록 금속 병사와 하급신 몬스터들이 계속 나왔으니까.
겨우겨우 도망쳤지만, 결국 막다른 곳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여러분들.’
카고메는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그녀는 플레이어고, 데스 드래곤은 NPC이자 몬스터인 요괴.
한 번의 죽음이야 괴롭겠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아무 소득 없이 나가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데스 드래곤이 말했다.
“너, 반오다 연합군의 무녀 카고메가 맞냐?”
“네?”
카고메가 눈을 번쩍 떴다.
그 사실을 어떻게?
“이제 보니 알 것 같군.”
“오다 노부나가에게 붙은 요괴와는 할 말 없어요! 죽이려면 죽이세요.”
“죽여?”
순간 데스 드래곤의 입가에 웃음기가 어렸다.
“네 목숨엔 관심 없다. 대신 거래를 하지.”
“거래라뇨?”
“널 죽이지 않고 보내 주도록 하겠다. 보물도 좀 주고. 대신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받도록 하지.”
카고메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데스 드래곤을 여기에 영원히 가둬 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럼 입장이 바뀐 것 아닌가? 만약 내가 여기서 그냥 죽음을 택한다면, 데스 드래곤은 영원히 이 궁전에 갇혀서 하급신들을 상대해야 하는 거고.’
사망한 카고메는 본거지에서 안전하게 부활한다.
몇 개의 레벨 손해, 그리고 여기 들어오기 위해 들인 막대한 자원의 손해가 있지만.
데스 드래곤을 가뒀다고 생각하면 나쁜 거래는 아니었다.
게다가 시간제한도 생기게 된다.
궁전의 주인인 츠쿠요미가 돌아와 오다 측의 불법 침입자가 있는 것을 본다면.
아마 오다 노부나가와 오다 클랜은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될 터.
그러나 카고메는 그 생각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가 아니었나요?”
“오다 노부나가의?”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데스 드래곤은 코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내 문지기도 이기지 못하는 녀석이 내 위라니, 말이 심하군.”
“네?”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안이 벙벙한 카고메에게 데스 드래곤이 검과 갑옷, 그리고 보옥이나 신장 몇 개를 꺼내 주었다.
“가져가서 써라. 아 참, 소토산 중턱을 찾아보면 쓸 만한 장소가 있으니, 그곳으로 넘어가고.”
“네?”
“확인해 보면 알아. 자, 그래서 대답은?”
“…….”
카고메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심호흡을 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
“이…… 이게 무슨…….”
뉴 도쿄의 오다성 한복판.
오다 노부나가와 클랜의 간부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베노 세이메이는 눈을 크게 뜬 채 돗자리 위에 놓인 것들을 보았다.
“혈월궁에 있던 보물들이다.”
“어마어마하군…….”
“……!”
평소 분노와 호승심 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미야모토 무사시까지 표정이 굳은 채 놀라워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 오다 노부나가만이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보물은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어마어마한 것들이군요.”
에픽 아이템이 30개, 이모탈 아이템이 10개, 레전더리 아이템이 2개!
그 아래 등급 아이템들은 무려 수백여 개나 되었다.
낮은 등급이라고 얕볼 수도 없는 게, 연계 퀘스트의 재료나 실마리, 혹은 열쇠가 되는 것들도 꽤 많았다.
제대로 쓴다면 몇 십 배의 값어치로 부풀어 오를 것들.
“한데……. 이게 전부입니까?”
“찾는 게 없나 걱정되나 보지?”
“아니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너무 급하게 찾지 마라.”
말을 마친 파프닐이 검은 옥갑을 꺼냈다.
“네가 찾던 그것이다. 혈월궁에서도 한층 더 깊은 곳에 있더군.”
“오오……!”
오다 노부나가의 표정이 눈 녹듯 풀어졌다.
그때 파프닐이 말했다.
“잠깐.”
“음?”
“그냥은 줄 수 없지.”
장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었다.
데스 드래곤이 여기서 갑자기 마음을 바꾼다면, 오다 측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어째서 마음이 바뀌셨는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저희 측이 실수라도 했다면…….”
“딱히 그런 건 아니야. 꽤 만족스러웠지.”
히히이로카네에 대한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대접을 받았다.
“그럼 어째서…….”
“생각해 보니 이 안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가져다주고 있잖아. 그러다 보니 내가 내 목을 죄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파프닐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원래 이곳에 온 목적에는 오다 노부나가가 꾸미고 있는 최종 계획을 미리 막는 것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파이브스타를 막는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도 일본 서버의 비밀 병기가 완성되어 쓰인다면 파프닐의 길드도 적잖이 피해를 입을 테니까.
그렇게 약해진 한국 서버는 다른 모든 서버의 먹잇감이 된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한 맹수들끼리 서로 싸우는 것보다, 약해진 맹수 한 마리를 합심해 죽인 후 사체를 나누는 게 훨씬 안전하고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다의 신용을 얻기 위해 이번 일을 한 것인데, 여기서 공개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는 것일 수도 있고.’
파프닐은 오다 노부나가를 쳐다보았다.
대답을 들은 그는 납득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군요.”
“너희의 말은 믿기 힘들지. 그러니 행동으로 보여 줬으면 하는데.”
“크흠……. 이런.”
오다 노부나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조금 더 늦게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이거 어쩔 수 없군요.”
“공개?”
“가르쳐 드리지요.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또 조건인가.”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인간이 부탁하는 양해라……. 웃기는군. 좋아, 무슨 조건이지?”
“데스 드래곤 님께서도 이제 저희와 한배를 타 주셔야 합니다.”
“한배라…….”
파프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선물 공세를 퍼부으니 효과가 있군.’
지금 내놓은 건 일반 혈월궁 보물고에서 얻은 아이템들 전부였다.
어마어마한 아이템들이긴 하지만 솔직히 진혈월궁 보물고의 아이템에 비하면 한 수 아래인 것들이기도 했다.
‘게다가 오다 클랜이 제작 중인 그걸 생각하면 이쪽이 더 이득이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은 대답을 할 때였다.
“재미있군. 요괴와 인간이 한배에 같이 탄다고?”
“이미 요괴들은 태우고 있습니다. 대계를 준비하는 데 그런 사소한 건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사소하다고?”
“예, 사소한.”
확실히 거물이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파프닐은 그 말의 진의를 눈치챘다.
‘어차피 자기는 플레이어니까, 몬스터나 NPC나 다 똑같다라는 말이로군.’
지금은 일단 넘어가 줄 차례.
파프닐이 말했다.
“내 위에서 부리려는 것만 아니라면 넘어가 주지.”
“그럼 잘 알겠습니다. 바로 가실까요. 세이메이, 열어라.”
“예.”
오다의 지시에 세이메이는 그대로 부적 여러 개를 던졌다.
하늘로 날아간 부적에서 빛이 나더니 문이 열렸다.
“자세한 건 이쪽에서 이야기하실까요.”
파프닐은 오다를 보았다.
전투태세가 아닌 걸 보아하니, 함정은 아닌 듯했다.
“그렇게 하지.”
“알겠습니다. 자네들은 여기서 기다리게.”
오다는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린 후, 무사시를 비롯한 몇몇 클랜 최고 간부들을 이끌고 먼저 안으로 향했다.
파프닐이 뒤따라 빛의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다음 순간 코끝으로 짭짤한 소금 내음이 났다.
“여긴…….”
눈을 뜬 파프닐이 숨을 들이켰다.
건물 대여섯 개도 들어갈 만한 거대한 공간 안에는, 건조되고 있는 수많은 철갑선과 주술 미사일, 어뢰나 대포 등이 가득 차 있었다.
각 철갑선엔 야마토(大和)라는 글자와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철갑선의 크기는 어지간한 초대형 범선 여러 척을 붙여 놓은 것만큼 컸다.
그리고 그 철갑선과 주변으로는 수많은 오다 클랜의 일꾼, 병사와 식신들이 쉴 새 없이 오가며 물건들을 싣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오사카……는 미끼 시설이고, 따로 연결된 오니가시마 지하에 있는 저희의 비밀 조선소입니다.”
오니가시마.
요괴들이 가득 사는 인외마경이자, 귀신 섬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도시는커녕 변변한 마을 하나조차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거대한 시설이 있다니.
“엄청난 양의 병기들이군. 전쟁이라도 하려는 건가.”
“바로 맞히셨습니다.”
“나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니야. 문제는 누구랑 전쟁을 하려는 건가이겠지.”
“정답은 바로 여기…….”
오다 노부나가가 손을 뻗어 옥갑을 가리켰다.
“이 옥갑 안에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비밀도 그것이지요.”
“흐음?”
“이제 갑을 여셔도 됩니다.”
“…….”
파프닐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딸깍, 잠시 후 열린 옥갑 안에는 검……. 아니, 부서진 검날 조각이 하나 들어 있었다.
‘냄새가…….’
검날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최소 레전더리급 이상, 어쩌면 하이퍼급일지도 몰랐다.
“부서진 검의 잔해로군. 원본이 있다면 엄청나겠어.”
“신검 아메노하바키리의 조각입니다. 장벽을 베는 힘이 있지요.”
“장벽……. 그렇군.”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코레 대륙과 전쟁을 벌일 참인가.”
“코레 대륙뿐만이 아닙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말했다.
“그곳을 넘어 지나 대륙. 뮤 대륙, 유로파 대륙, 아메리카 대륙에 천계와 마계까지. 모든 세계를 손에 넣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
현재 각 서버 간에는 여전히 차원 장벽이 쳐져 있고, 오직 신대륙을 통한 교류만이 열려 있다.
그런데 저 검 조각이 있다면, 장벽을 허물고 바다를 건너 직접 다른 서버의 땅으로 갈 수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저 검날을 통해 함대를 보내고, 다른 서버를 모두 정복할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사이즈의 야망.
하지만 그걸 현실화시키는 게 등 뒤에 있는 수많은 현대식 철갑선과 배들이었다.
‘옛날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데, 수백 년 후 게임 속에서도 똑같군.’
이미 소설 속에서 봐서 알고 있었기에 딱히 큰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식으로 좌절되는지도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보다 한 가지 더 확인해야겠군.’
파프닐은 오다 노부나가를 보며 물었다.
“세계 정복이라고?”
“예. 곧바로 되지 않더라도, 계속 정복지에서 자원을 뽑아내어 병력을 만들고, 또 그것을 움직이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오만한 말이군. 이 철갑선 함대가 강하다곤 하지만 고작 이걸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니, 턱도 없겠어.”
철갑선 함대는 분명 강하다.
그러나 전 세계를 상대로 이기기엔 부족했다.
일단 물량이 부족했고, 각각의 함선이 가진 화력도 충분치 않았다.
플레이어 수준이라면 먹히겠지만 드래곤들 같은 초월자 여럿이 작정하고 싸운다면 막힐 만큼.
“하하,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군요.”
오다 노부나가는 씩 웃었다.
“여기 있는 철갑선들은 보조입니다.”
“보조?”
“진짜는 따로 있지요.”
“무슨…….”
“여깁니다.”
말을 마친 오다 노부나가가 천장과 바닥을 가리켰다.
“이 장소 전체가 저희의 최종 병기인 무적함대의 기함, 다이야마토의 생산 시설입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