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파프닐 녀석, 간도 크네.”
칠흑의 사신은 일본 각지에서 오다 클랜의 정보를 찾았다.
그러던 와중 파프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도 들었다.
“오다 노부나가 진영에 들어가서 이중 스파이가 될 생각을 하다니.”
물론 그건 자기가 알 바 아니었다.
애초에 파프닐도 지시한 일만 하라고 했으니, 오다 클랜의 정보만 찾으면 놀고먹어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러고 보니 직업 퀘스트도 하나 있었는데, 여기서 끝내 볼까.”
칠흑의 사신은 암살자 히든 클래스의 정점.
퀘스트 내용들도 하나같이 무시무시했다.
드래곤 레어에서 알 털기, 고대 유적의 봉인 시설 수리 등.
그중엔 다른 세계에서 최고의 암살자를 차지하는 것도 있었다.
“다른 세계라면 일본 서버도 세계가 맞지. 그럼 시작해 보실까.”
최고의 암살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암살자와 도적 유저들이 인정할 때.
구체적인 완수 조건으로는 암살자들의 업계에서 가장 큰 포인트를 쌓거나, 그런 포인트를 쌓은 암살자를 터는 게 있었다.
칠흑의 사신이 고른 선택지는 당연히 후자였다.
잡졸 따위를 처리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건 칠흑의 사신이 보기에 굉장히 재미없는 일이었으니까.
“털 거면 오다네를 털어야지.”
칠흑의 사신은 곧바로 활동을 시작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주요 성인 도쿄는 물론, 파프닐이 말했던 대로 수많은 자원이 모여들고 있는 오사카성까지 살폈다.
‘뭘 훔치는 게 좋을까…….’
양쪽 다 대단한 보물과 아이템들이 가득 있었다.
유니크, 에픽급은 물론.
임모탈에 레전더리급까지 열 개가 넘었다.
그럴 만했다.
도쿄와 오사카성은 일본 서버 전력의 7할이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으니까.
뭘 선택해도 되지만, 그렇기에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
‘기왕 훔칠 거라면 최고를 훔쳐야 하는데…….’
그러던 중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요괴 데스 드래곤이 오다 노부나가에게 엄청난 양의 레전더리, 임모탈급 아이템을 바쳤다는 것.
‘그럼 그걸 훔치면 다 내 거라는 거잖아?’
길드에 들어오게 한 뒤로 부려 먹기만 하는 파프닐 녀석에게도 엿을 먹이고.
오다 노부나가와 부하 암살자들을 실력으로 꺾었다는 증명도 된다.
‘안 할 이유가 없지!’
칠흑의 사신은 씨익 웃었다.
바로 그 순간, 단조는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
“무슨 소리야?”
“이 근처에서 났는데…….”
소리를 들은 고대 오니들이 몰려왔다.
레벨 680의 강력한 몬스터들이었다.
“이, 이런……!”
분명 재채기를 비롯한 생리 현상 억제 포션을 전부 먹었고, 은신 스킬도 몇 겹이나 썼을 텐데.
도대체 어째서 지금 코가 근질거렸단 말인가.
혼란은 길지 않았다.
오니들이 단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기 있다!”
“쫓아라!”
“인간 놈이 날래구나. 분명 고기도 야들야들하고 맛있겠지!”
“……젠장!”
단조는 급히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몬스터 무리가 가득 쫓기 시작했다.
***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
일본 서버를 제패한 오다 클랜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 정도이지만, 객관적인 크기만 따지면 한국 최대 길드였던 아크 길드와 비교해도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사실상 오다 노부나가에게 밀려난 인원들이 모두 모인 만큼, 내부 구성원부터 편제나 목적까지 모두 가지각색.
그런 반오다 연합이 유지되는 것은 세 사람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도쿠가와.
지금은 적대 관계지만 전직 오다 클랜의 최고 간부였던 그의 권위와 무력 앞에서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두 번째는 렌야.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연합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게 그였다.
현실의 정체나 직업 모두 안개 속에 가려져 있지만,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을 몇 번이나 구해 낸 자가 바로 그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모든 게 가려져 있는, 심지어 렌야나 도쿠가와조차도 모르는 의문의 최고 간부까지.
이 셋이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을 이끄는 세 영웅이었다.
그중 한 명.
리더라 할 수 있는 렌야가 6개월 만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
대나무 숲 한복판.
종이우산을 쓴 곱슬머리 흑발 청년이 한숨을 내쉬었다.
“늦지 않았군.”
맞은편에는 금속으로 된 은발의 가면 미남자가 서 있었다.
데스 드래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반갑습니다, 데스 드래곤 님. 제가 렌야입니다.”
“그런가.”
다음 순간 데스 드래곤 옆에 있던 금속 병사 한 기가 창을 찔러 왔다.
렌야의 손이 교차하며 인을 맺더니, 그곳에서 얼음 파도가 쏟아져 나와 병사의 앞을 막았다.
“인!”
재차 인을 맺자 이번에는 물과 흙벽이 솟구치며 금속 병사를 감쌌다.
그야말로 완벽한 대처.
“확실히 허명은 아니로군. 아베노 세이메이에 비견되는 최고의 음양사라지?”
“데스 드래곤 님이야말로 최강의 요괴라는 말에 걸맞게 강하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심호흡을 한 렌야가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도움에는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도움?”
“카고메에게 들었습니다. 혈월궁에서 여러 물건과 정보들을 받았다더군요. 데스 드래곤 님께.”
“그래, 그랬었지.”
“혹시 이유를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이유?”
데스 드래곤은 손바닥으로 가면을 감싸 쥐고는 낮게 웃었다.
“내가 너희에게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위치였나?”
“그, 그건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오해가 아니라면 뭐지?”
“그게, 저희가 아무래도 좀 쫓기는 위치에 있다 보니…….”
데스 드래곤은 혀를 찼다.
“인간 놈들은 다 똑같군. 조금만 어울려 줘도 이 몸이 저희 것들과 같은 수준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습이 참 방자하기 짝이 없단 말이지.”
가면의 구멍 속, 서슬 퍼런 안광이 주변을 훑는다.
어슴푸레한 달빛만이 가득한 어둠 속.
데스 드래곤은 가소롭다는 듯 조소했다.
“이빨을 보이고 싶다면 언제든 보여라.”
그 말에, 렌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화를 거둬 주십시오. 제 무례를 사과드리겠습니다.”
렌야가 두 손바닥을 위로 한 채 무릎을 꿇었다.
음양사로서 어떤 촉매나 부적도 쓰지 않으며 상대에게 굴복한다는 최대한의 예의 표시였다.
“렌야 님! 저런 무뢰배한테 무릎을 꿇으시다뇨!”
그러자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분명 아무도 없는 허공 속에서 몇 명이나 되는 인영들이 나타나 렌야의 배후를 둘러쌌다.
그들은 죽일 듯한 눈초리로 데스 드래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번 찔러본 건데, 진짜 숨어 있었나? 과연 이 남자가 일본 최고의 음양사라 불릴 만하군.’
데스 드래곤, 파프닐은 태연한 척하면서도 적지 않게 놀랐다.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의 수괴라 할 수 있는 렌야.
당연히 그가 혼자 나올 리는 없을 테니 한번 찔러본 건데, 정말로 허공에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속으로 감춰 두고,
입에서는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음색이 절로 흘러나온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그 꼴이군.”
“뭐? 고작해야 요괴 놈 따위가 감히!”
맨 처음 소리쳤던 청년이 날카로운 검을 뽑아 들었다. 평범한 일본도처럼 보이지만, 자루가 길고 끝에 수실이 달린 주술병이었다.
“싸움이라면 나도 피하지 않는 법이지.”
데스 드래곤은 희미한 웃음소리를 남기며, 과장된 동작으로 손뼉을 쳤다.
그러자 렌야를 제외한, 그의 수하들의 안색이 굳었다.
순식간에 대지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금속 병사들.
그 수는 약 수십 기.
한 기 한 기가 렌야의 얼음 술법을 맞고도 멀쩡한 놈들이었다.
물론 술법이 렌야의 전력은 아닐지라도, 이미 저 강철병들의 강함은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달이 차군. 너희의 목을 오다에게 선물로 가져가도 나는 상관없다만.”
평온한 죽음의 선고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렌야였다.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다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데스 드래곤 님! 오해십니다. 저희는 절대로 데스 드래곤 님과 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자. 그자야말로 우리 일본 서버를 좀 먹는 병폐의 화신과도 같은 괴물. 그자를 처치하기 위해 반드시 데스 드래곤 님과 같은 강자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막기 위해 렌야는 속사포처럼 진심을 내뱉었다.
“……오다 노부나가의 뒤에 있는 자라고?”
“예.”
데스 드래곤, 아니, 파프닐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소리는 원작 소설에도 없었는데?’
***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까요. 그건 제가 호라이즌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데스 드래곤을 은신처로 안내한 렌야는 손수 차와 금속편을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질 좋은 철이군.’
데스 드래곤은 렌야가 건넨 철편을 과자처럼 씹어 먹으며 조용히 경청했다.
“데스 드래곤 님, 혹시 도쿠가와 님에 대해 잘 아십니까?”
“잘 알지. 실질적으로 오다 다음가는 실세였지만, 어느 순간 오다를 배신한 일본의 모험가였지.”
“예. 그 도쿠가와 님께서는, 솔직히 아직 오다 노부나가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한 이유가 바로 그 제3의 흑막 때문입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건 듣고 싶지 않은데.”
렌야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최초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음양사를 하겠다고? 너 미쳤냐?”
호라이즌을 처음 시작했을 때, 렌야는 직업으로 음양사를 선택했다.
그랬더니 먼저 플레이하던 친구에게 들은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미쳤냐?”
“왜?”
“음양사는 병신아, NPC 밑에서 도제 노릇 하면서 겨우겨우 기술 배워야 1인분 할까 말까인데 게임 속에서 노예 생활을 하겠다고?”
그런 말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친구의 말이 맞았다.
물론 검사나 기타 직업들도 각각 교관이나 사범에게 기술을 배워야 하는 건 맞았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돈만 주면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오의, 비오의 같은 전승 기술은 특정 퀘스트를 하거나 제자 노릇을 일정 기간 이상 해야 가능했지만, 어찌 됐건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 내 화폐를 지불하고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음양사는 달랐다.
비인비전을 원칙으로 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던 음양사는 제대로 된 스킬이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음양술을 관리하는 음양청에 들어가 온갖 자질구레한 잡일을 하며 시간을 축내야 했다.
따라서 일본 서버 내에서는 음양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멋지게 식신을 부리며 음양술을 쓰는 음양사들은 대부분 NPC뿐.
플레이어는 음양사보다는 편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무라이나 무사를 택하고는 했다.
그러나 렌야는 포기하지 않았다.
‘남자가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지.’
어릴 때부터 근성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렌야는 음양청의 모진 관료들과 꼬장꼬장한 음양사들을 버텨 내고 하나둘 음양술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재능도 있었다.
그래서 기회가 찾아왔다.
“자네가 렌야인가. 모험가라는.”
밤중에 찾아온 한 귀인.
“그게 바로 제 스승이었던 아베노 세이메이였습니다.”
“……아베노 세이메이? 오다 노부나가의 밑에 있는 그놈 말인가?”
렌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자는 제 동기. 그는 스승의 명으로 스승을 사칭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면 속 데스 드래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게 무슨 말이지? 아베노 세이메이가 음양술의 일인자가 아니란 말이냐?”
“예,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는 따로 있습니다.”
렌야는 고통스럽다는 듯 눈을 감았다.
“일본의 비전 세력인 야규가를 제 마음대로 휘두르며, 오다 노부나가를 부추긴 장본인이자, 일본 개들의 주인인 아베노 세이메이. 그가 진짜 일본 서버를 뒤에서 마음대로 흔드는 흑막입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