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호라이즌의 각 서버에는 여러 역사적인 인물들이 실제 NPC와 유저들로 있다.
한국 서버에는 웅녀와 홍길동, 전우치.
중국 서버에는 항우, 유방이나 관우, 조조 등의 영웅들.
일본 서버에는 오다, 무사시, 세이메이 등의 전설적인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플레이어가 닉네임을 얻고 활동하는 것이다.
진짜 NPC는 몇 되지 않았다.
“그자는 엄청난 대음양술사 플레이어입니다. 랭킹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인게임의 스킬들을 조합한 건 물론, 게임에 있지도 않은 스킬들까지 모두 사용하지요.”
렌야의 설명에 파프닐은 짜증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오다 노부나가를 뒤에서 흔드는 흑막이 있다고? 웃기는 일이군.”
“예?”
“그럼 너는 내가 오다 노부나가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돌려 말하기!
일본에서 한때 여러모로 화제가 됐던 이야기들이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저는 데스 드래곤 님을 능멸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그자는 흑막 같은 게 아닙니다.”
“흑막이 아니라고?”
“둘은 아마도 협력자 관계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
‘그럼 NPC인 아베노 세이메이가 진짜 흑막인가?’
목 끝까지 질문이 올라왔지만 파프닐은 일단 참았다.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렌야의 회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온 그 남자는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츠치미카도류에 입문해라.”
“네?”
“그냥 보내기엔 재능이 아까워서 말이지. 어떻게 할 텐가? 거절해도 상관없네만.”
갑자기 찾아온 그의 제안에 렌야는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제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그래, 그럼 이제부터 너는 츠치미카도 렌야다. 모험가.”
-아베노 세이메이 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사제 관계가 파기되었습니다.
-음양청의 소속 관계가 파기되었습니다. 음양청에 있을 수 없습니다.
“앗…….”
렌야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저, 혹시 잠깐만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시간을?”
“예, 기존에 배우던 분들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해야…….”
아마 스킬 봉인이나 압수 패널티를 당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세이메이가 말했다.
“그보다 훨씬 쉽고 편한 방법이 있지.”
“예?”
그다음 세이메이가 한 일은 놀라움의 극치였다.
식신을 불러낸 뒤, 단신으로 음양청을 모조리 불태우고 음양사를 모두 죽여 버린 것이다.
쉽지 않은,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음양청은 다른 시설들과 다르다.
일본의 모든 음양사 NPC와 유저들이 모여 있고, 비전을 가르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곳.
수많은 내로라하는 음양사들은 물론, 이들을 지키는 사무라이와 포수, 닌자들까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세이메이는 1만 명이 넘는 그들을 너무나도 가볍게 죽여 버렸다.
단 두 명, 자신과 야베라는 놈만 빼고.
“이제 시간은 필요 없겠지. 그럼 가자꾸나.”
렌야는 차마 그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 말했다간, 자신도 저들 같은 꼴이 될 것 같았기에.
그 후 둘은 아베노 세이메이에게 각종 스킬을 배웠다.
음양오행, 각 속성의 힘을 다루는 스킬부터, 타인에게 살을 보내는 저주술, 이를 막는 역주술까지.
스킬을 이렇게 쓸 수 있나 싶은 것부터, 진짜로 현실에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스킬들이 있었다.
어느 날, 수련 중이던 둘을 세이메이가 불렀다.
“이제 너희도 그럭저럭 제 몫을 하게 되었으니, 내 일을 도와라.”
첫 일은 산의 수원지를 차지한 거대 뱀 요괴를 죽이는 일이었다.
레벨은 무려 400.
그때만 해도 레벨 250에 변변찮은 스킬도 없던 둘이었지만, 놀랍게도 요괴는 둘의 술법 앞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마을 주민들의 칭찬은 덤.
그렇게 당당하게 돌아오자, 세이메이가 다음 명령을 내렸다.
“이제 수원지의 기운을 역으로 뒤집도록.”
사실상 독을 풀어 주민과 산을 모두 죽이라는 뜻.
“어째서 그런 짓을! 기껏 구하고서 대체 왜…….”
“알겠습니다, 스승님.”
렌야는 당연히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야베는 달랐다.
곧바로 기를 뒤틀고, 시키지도 않은 저주까지 풀면서 주변을 죽음의 땅으로 만든 것이다.
“기개는 좋군.”
“흠……. 뭐, 잘했다.”
당연히 파문당할 것 같았지만, 스승인 세이메이는 짧은 평가만을 남기고 넘어갔다.
그러나 그 후로도 세이메이의 학살과 음모는 계속되었다.
각 지역에 있는 요괴들의 봉인을 풀거나, NPC들을 세뇌해 플레이어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심지어는 개와 고양이 등의 접속한 반려동물에게도 손을 뻗었다.
“세이메이, 그자는 개들을 세뇌해 자신의 수하로 삼았습니다.”
“세뇌?”
“이 세계로의 모험, 그리고 세이메이를 따르는 것 말고는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요.”
“흐음…….”
“여기에 당한 개는 주인도 잊어버리고 그자를 따르게 됩니다. 이미 수천, 아니 수만 마리가 그렇게 된 지 오래고요.”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하다 한 가지 뉴스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최근 개들이 게임 중독이라는 것 같은데.’
한국 서버에서도 약간 있지만, 일본 서버에서는 그게 꽤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고.
그 때문에 일본에서도 게임물 등급 관리위원회나, 게임 중독 치료 캠페인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었다.
‘단순 사회적 문제인 줄 알았는데, 설마 인게임 속 존재가 그런 일을 했다고?’
단순히 인게임뿐만이 아니다.
현실의 개들이 그렇게 되었다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큰일들이었다.
“저는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제 스승의 손바닥 위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학살을 막아 보려 해도 매번 실패하거나, 아예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와중 야베는 적극적으로 사냥과 학살을 하며 강해져 갔다.
“그러던 와중 저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무슨?”
“아베노 세이메이는……. 저와 같은 모험가입니다.”
“……!”
그런 사람이 현실의 플레이어라고?
‘원래부터 이런 전개가 깔려 있었던 건가, 아니면 내가 일으킨 나비효과인 건가.’
고민하는 사이, 렌야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스승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본거지는 물론 일본 어느 지역에서도 전부요. 소문을 들은 사람도 없고, 뭔가 사건 사고를 찾아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라졌다라.”
“저와 야베는 계속 기다려 봤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3개월쯤 지났을까, 그때부터 저는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
렌야는 눈가에 손을 얹고 탄식하듯 대답했다.
“스승이 저지른 과오를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니까요.”
죽은 NPC는 돌아오지 않지만 적어도 사람은 돌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움직이려는 순간, 등 뒤에서 강력한 주술이 렌야를 공격했다.
“야베로군.”
“그렇습니다. 그 녀석은 저를 진심으로 죽이려 하더군요.”
실력은 렌야가 한 수 위였지만, 강력한 대미지를 입은 채로 싸우자 도저히 제힘이 나지 않았다.
결국 렌야는 몸만 살아서 도망쳤고, 야베는 아베노 세이메이를 사칭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제 과거사가 길어졌군요. 데스 드래곤 님께서 지루하시진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충분히 지루하니까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크흠……. 알겠습니다.”
헛기침을 한 렌야가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는 큰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가 살아 있고, 각 서버……. 아니, 세계를 돌아다니며 같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요.”
앞서 말한 수많은 악행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다 노부나가도 막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베노 세이메이도 위험한 자입니다. 그래서 반오다 노부나가의 깃발 아래 인재들을 모으고, 그에 맞춰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아베노 세이메이의 부하일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나? 오다 노부나가와 자리를 가졌다는 이야길 들었을 텐데.”
파프닐은 껄끄러운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꺼냈지만 렌야는 태연했다.
“바깥 세계에서 오신 요괴이시니까 그 점은 생각 안 했습니다. 게다가……. 카고메를 구해 준 것도 그렇고……. 아무리 흉악한 요괴라 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은 분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군…….”
착하다고 칭찬을 들어서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플레이어인데 요괴처럼 사악하다고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데스 드래곤 님, 부탁드립니다. 힘을 빌려주십시오!”
말을 마친 렌야가 상체를 앞으로 엎어 오체투지를 했다.
매체로만 보던 ‘온몸 도게자!’
그랜절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좀 더 현실적으로 최고의 예의를 묘사할 때 나오는 자세였다.
‘일본 서버에도 네임드가 상상 이상으로 많군.’
단순히 오다 노부나가의 음모를 잡고 히든 피스를 얻으려 했던 게 점점 일이 커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한국 서버로 복귀해 작업을 진행하기는커녕 끝없이 여기 붙잡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파프닐은 태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원작 소설 덕분에 대처할 계획을 짜 뒀기 때문이다.
‘미리 잘 봐 둬서 다행이군.’
파프닐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일어나.”
“도와주십시오!”
“그만 일어나지?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도와주십시오!”
“하아…….”
파프닐이 손짓하자 금속 병사 둘이 렌야를 양옆에서 일으켰다.
순식간에 의자에 앉게 된 렌야에게 파프닐이 본론을 꺼냈다.
“정말 그렇게 원한다면 도와주지.”
“감사합…….”
“하지만 맨입은 아니야.”
기뻐하려던 렌야의 표정이 굳었다. 잠시 눈을 굴리던 그가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파프닐은 씩 웃었다.
“카고메에게 들었을 거다, 소토산 중턱에 가라고.”
“아……. 예.”
“그곳에 이공간이 하나 있다. 너희 모두 그곳으로 들어가서 1년 동안 모든 활동을 접고 성장하도록.”
“예……. 예??”
갑자기 봉문이라니 무슨 소린가.
렌야가 되묻기도 전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하나 더 있다. 거기 있다 보면 내 부하들이 또 올 텐데, 그 녀석들이랑 절대 싸우지 않는 게 조건이다.”
***
“정말 따르실 겁니까?”
데스 드래곤이 사라진 후.
자리에 남은 렌야에게 검은 그림자들이 다가와 물었다.
“저희가 보유한 사냥터, 마을, 퀘스트, 필드 및 거점. 모두 수많은 플레이어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 요괴는 그걸 그냥 내주라고 한 겁니다.”
단순히 점령지가 아니라, 퀘스트나 사냥터 등 성장 기반이 전부 그 영역에 있었다.
이를 버리고 도피하라는 것은 사실상 반오다 연합이 가진 모든 영역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오다 노부나가의 스파이가 아니라면, 저런 헛소리를 할 리가…….”
“그만.”
렌야가 한 손을 들었다. 그가 말했다.
“전 부대원들은 즉각 이동할 준비를.”
“렌야 님!”
“그리고 내 부하들과 포션, 장비들을 준비해라. 소토산에 직접 가 볼 테니.”
우선은 확인이 먼저다.
정말 저 요괴가 자신들과 협력하는 게 맞는지.
소토산 중턱에 아무것도 없다면.
그 후에 뭔가를 해도 늦지 않았다.
“좋아, 작전 시작이다. 일단 이공간부터 확인하고, 그 후 상태 여부에 따라서 봉문을 시작한다. 물론 데스 드래곤과 오다도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그림자들이 일제히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순간 렌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나저나 저 요괴, 혹시 개를 키우나?”
“네?”
“아니, 이상하게 개 냄새가 좀 나더군. 분명 개를 보진 못했는데…….”
착각이겠지.
렌야는 어깨를 으쓱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