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12)
412화
해가 이글거리는 날이었다.
개들의 낙원이라는 도그 타운은 오늘도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굽이진 골목과 골목 사이로 숱한 견공들이 늠름하게 꼬리를 세우고 제 갈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따금 본능을 참지 못하고 벽에 실례를 하는 풍산개 한 마리와 타운 청소를 도맡아 하는 개가 다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든 광경이 한 눈에 비춰 보이는 언덕 위, 한 아름은 될 법한 나무 그늘 아래 포장마차 한 대가 있었다.
그늘 아래는 견공 백 마리는 쉴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진주빛 털의 어린 개 한 마리가 혀를 빼물고 그늘에서 몸을 식히고 있었다. 큰 눈에 잘 빠진 주둥이, 윤기 나는 코.
진돗개처럼 보이는 어린 개였다.
‘오늘도 주인님은 안 오시려나.’
매일 현실에서 만난다지만 게임 속에서는 못 본 지 오래다.
포갠 앞발에 턱을 얹으며, 혹시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는 방향을 쭉 응시한다.
그때, 앞치마를 두른 불독이 질그릇 하나를 갖고 왔다.
시원한 얼음 사이로 상추, 딸기, 고깃덩어리가 섞여 있었다.
“배추는 몰라도 상추는 찾는 개가 없어서 어렵게 공수해 왔다고.”
작은 체구의 불독이 코를 벌렁거린다.
복돌이는 감사의 대답을 하고는 돈을 지불했다. 불독은 뒤뚱거리며, 그 짧은 꼬리를 흔들며 돌아간다.
‘여기 생활도 나쁘진 않지만.’
복돌이는 주둥이를 그릇에 박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웠다. 다른 세계라지만 이 더운 여름날에 목을 축이기에는 적당한 개밥이었다.
주인이 서비스를 듬뿍 넣었는지 양도 알차다.
지난번, 이 도그 타운을 주름잡는다는 조직원 하나를 혼내준 이후로 늘 그랬다.
도그 타운의 개들은, 개라는 본성에 의해 강자에게 억압받으며 지배당하는 걸 수긍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높아진 지능 덕택에, 그들 역시 불합리를 향해 송곳니를 세울 줄 알게 됐다.
따라서 복돌이는 어쩌면 지금 도그 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견사였다.
구찌를 혼내 준 강아지에 대한 소문을 모르는 개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도 서비스가 나오고, 꼬리를 흔들며 알은척을 해 오는 견공들, 한번 겨뤄 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개들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아직까지 초급 퀘스트나 하고 있는 복돌이를 보고는 전부 실망해서 돌아가고는 했지만.
마법으로 만들어 낸 각진 얼음을 아각아각 씹어 먹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었다.
복돌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는 고개를 틀었다.
“소문이 파다하던걸.”
목소리가 들리기 전부터 냄새로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복돌이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돌리며 그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달짝지근하게 풍기는 체취와 어울리는, 싱그러운 외모의 암견이었다.
그녀는 차분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옆에 앉았다.
“옆에 앉아도 될까?”
“이미 앉으셨는데요?”
“예의상 물어본 거야.”
복돌이는 얼음을 아각아각 씹어 먹으며 그녀를 흘깃 바라보았다.
단정한 털 가짐에 밤하늘처럼 까만 눈동자가 감겼다가 뜨이며 말했다.
“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대답하지 않자, 그녀가 다시 말했다.
“구찌네 패거리가 벼르고 있거든. 지금 너를 아무도 안 건드리는 건 자기들 대장 귀에 안 들어가게 하려고 기를 쓰고 있어서 그래.”
“누가 오든지 별 관심 없는데요. 전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을 뿐입니다.”
복돌이는 솔직한 심정이었다.
복돌이에게 있어서 최고이자 최선의 행복은 주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개들이 벌이는 힘의 서열 따위에는 추호도 관심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상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입수되는 경험치나 아이템은, 주인이 자신에게 내어 주는 것에 비하면 조악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장난감 정도 밖에 안 되는 잡동사니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복돌이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어둡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철창, 경원과 경멸과 무관심의 속박 속에서 죽어 가던 다리병신 강아지 일생에서 처음 느껴 보는, 동족들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라는 경험은 썩 나쁘지 않았다.
추구해야 할 목표를 하사할 주인이 없는 곳에서 복돌이는 그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결여된 부분을 채워 나가고 있었다.
“조용히 지낸다고? 네가?”
“실제로 지금도 그러고 있지 않습니까.”
“글쎄에, 내가 보기에는 폭풍의 눈 같은데.”
암견, 진달래가 피식 웃으며 뼈다귀를 하나 씹었다.
우물우물.
한참을 씹던 그녀가 앞발을 내밀었다.
“그거 맛있어?”
“먹을 만 합니다.”
“나도 좀 줘.”
“손이 없습니까, 발이 없습니까?”
“내가 가져가면 상추만 다 골라 가져갈 건데, 그래도 돼?”
복돌이는 군말 없이 그릇 안의 음식을 몇 개 덜어 주었다.
그것을 먹던 진달래가 말했다.
“크, 맛있다. 역시 음식은 남한테 받아먹어야 제맛이야.”
“그래서 그것 때문에 오신 겁니까?”
복돌이는 뚱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꼬리는 이미 양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달래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걱정해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꼬맹이가 어른인 척만 하고.”
“저 이래봬도 한 살 넘었습니다. 케이크에 촛불 1개는 꽂는다고요.”
“그래, 그래. 너 다 컸다. 우리 아기. 으이구.”
진달래의 입가에서 미소가 지워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동안은 잠시 다른 데 가 있어. 주인님한테 붙어 있던가.”
“그건 곤란한데.”
“무슨 일 있어?”
“왕왕멍 요양원 등 긁어 주기를 해야 해서요.”
“하아…… 너 말고 다른 개들 많잖아?”
“개가 너무 없어서 저밖에 할 개가 없다더라고요. 하도 간곡하게 부탁해서, 이번만 들어주기로 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복돌이는 턱을 긁적였다.
최근 마을에서 일을 받는 게 이상할 정도로 여유 있어진 것.
맛있는 고기나 특별한 고급 장비를 줘서 인기가 많던 ‘곰 퇴치’ 파티를 모집하는 광장에서도 개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보통 개라면 주인님이 와서 데려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그 타운의 반려견들은 사실상 반쯤 떠맡겨진 개체가 대부분이다.
특별히 개 전용 이벤트가 열렸다는 소식도 못 들었고, 현실에서도 사건이 없는데 무슨 일인가.
“이봐!”
그때였다. 아까의 불독 주인이 짧은 다리를 쫑쫑거리며 다가왔다.
“빨리 안에 들어가 숨어 있어. 큰일이 나려나 봐.”
“큰일이요?”
“흑똘똘 패거리가 오고 있어. 그것도 엄청 많이!”
대답을 들은 복돌이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의아함이었다.
흑똘똘 패거리.
분명 강성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음지에서밖에 살아갈 수 없는.
대낮에 도그 타운에 오는 건 꿈도 못 꿀 뒷골목 조직이 아니었나?
“잠깐…….”
“가 보죠.”
복돌이는 가게의 3층 위로 올라갔다.
창가 구멍 자리엔 몇몇 개들이 있었지만, 복돌이를 보자마자 급히 양 옆으로 물러났다.
“무슨…….”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복돌이의 눈에 놀라운 광경이 비쳤다.
복돌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고양이?”
흑똘똘 일당의 사이에, 고양이들이 섞여 있었다.
“무슨…….”
처음엔 가짜인가 싶어서 의심했지만, 이미 코끝이 답을 알려 주고 있었다.
“진짜 고양이라니.”
고양이들은 도그 타운 길 한복판을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걸었다.
면식이 있는 개들은 눈치 보며 자리를 피하고 초입이거나 온 지 얼마 안 된 개들은 고개를 틀며 그 별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어떤 개도 짖지 않았다.
개들의 영역에 침입한 고양이들을 향해 불쾌감을 드러낼지언정 하룻강아지들의 으르렁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저건…….”
복돌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답지 않게 놀랐다.
이 다른 세상에서 온갖 별천지와 괴물들을 경험한 복돌이였지만, 눈앞의 광경에는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 무리는 선두에 뒷짐을 쥔 채 두 발로 선 무리가 있었고, 그 뒤로 덩치가 대형견만한 뚱냥이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뒤를 가장 계급이 낮아 갈빗대가 드러날 정도로 마르고 힘없는 고양이들이 쇠사슬에 걸친 무언가를 끌고 오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바로 사람이었다.
그들은 몇 날 며칠을 끌려 왔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넝마 같은 꼴이었다.
“무슨…….”
“일단 따라가 보죠.”
복돌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 괴이하리만치 이상한 광경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또 다른 외침이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끝을 보아야겠다고.
복돌이는 발을 놀려 행렬을 보는 군중 사이를 가로질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지?’
도그 타운의 광장.
평소라면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개들로 가득했겠지만, 지금은 인적. 아니 견적 하나 보이지 않는다.
흑똘똘 패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그 광장 중앙의 개 조각상 밑이었다.
“크릉.”
흑똘똘이 앞발을 들이밀자 눈치 빠른 심복이 길쭉한 막대 하나를 건넸다.
굵직한 시가 하나를 입술로 덮고는 불을 붙인다.
“지금 인간 양반들 말을 이해 못 하시는 거 같은데. 당신들이 내게 내야 할 골드가 5천 골드야.”
흑똘똘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말했다.
애완견은 반려다. 가족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아니다.
개를 다치게 하면 재산손괴죄를 물지, 애완동물에 대한 다른 법안은 책정되어 있지 않다.
게임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는 펫이다.
그리고 펫이란 결국에는 소지품일 뿐이다.
개가 맺은 계약은 결국에는 소유자인 주인이 책임지어야 한다.
즉 피계약자인 흑똘똘은 계약자인 주인에게 죄를 물을 수 있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그런 돈을 내야…….”
불시에 고양이들의 습격으로 인해 도그 타운까지 끌려온 플레이어들이 분개했다.
그러나 흑똘똘이 내민 서류를 보자 말문이 자연스레 막혔다.
주인들의 눈이, 한쪽 벽에서 쪼그린 채 몸을 덜덜 떠는 반려견들을 향한다.
뽀삐도 멍순이고 철구도 현실에서는 제 품에 안겨 아양을 떠는 귀엽기만 한 애완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호라이즌에서의 뽀삐와 멍순이와 철구는 주인과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부정하며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눈알만 굴린다.
그들은 모두 흑똘똘에게 빚이 있다.
그리고 채무를 청산하지 못할 시, 그것은 그대로 인간이 갚아야 했다.
흑똘똘은 반드시 빚을 받는 개였다.
“이 새x……!”
참지 못한 플레이어 한 명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기회를 노리던 고양이들이 일제히 앞발을, 길게 뻗어나고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크아아아아아악!”
그대로 로그아웃되는 플레이어. 흑똘똘의 눈빛이 나머지를 향했다.
“정하시오. 인간 나으리들.”
돈을 낼 건지, 아이디와 반려견을 버리고 도망칠 건지.
지친 표정의 인간 플레이어 한 명이 조용히 입술을 뗐다.
“갚……겠습니다.”
“잘 생각했소.”
흑똘똘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