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13)
413화
고양이 행진이 끝난 이후에도 도그 타운은 별 다른 특색 없이 다시 여상스러운 일상이 계속 됐다.
곳곳에서 고양이와 사람 냄새가 강렬하게 풍기긴 하지만 개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 길 한복판을 새하얀 백구 한 마리가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어.’
복돌이에게 있어서 사람이란 절대로 대적할 수 없는 존재다.
인간은 주인이며 또한 강자다.
강자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그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개들의 본능에 각인된 본성이다.
뿐만 아니라 개들은 자신의 영역에 함부로 무단으로 들어서는 거만한 불청객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의 개들은 누구 하나 고양이들에게 엄니를 드러내지 않는다.
모든 게 복돌이에게는 낯설기만 한 상황이다.
인간으로 치면 아직 소년기이자 또한 경험이 부족한 복돌이로서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복돌이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평소라면 딱히 발길이 가지 않았을 낯선 길까지 정처 없이 떠돌았다.
평소 넘쳐나는 에너지 소모를 위해 넓은 부지 위에 건설된 도그 타운의, 벽촌 중의 벽촌, 외진 골목중의 외진 곳이었다.
어디선가 배설물의 지린내와 페로몬이 가득한 개들의 체취가 농밀하게 풍겨 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복돌이는 눈을 깜박이며 지저분한 골목길을 둘러보았다.
그 흔한 청소견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두운 골목길에는 숱한 개들이 배를 드러낸 채 낑낑거리고 있었다.
어떤 개는 수컷끼리 마운팅을 하며 붙어먹고 또 어떤 개는 구역질을 하다가 제 배설물을 다시 주워 삼켰다.
하나같이 까뒤집힌 눈과 날름거리는 혓바닥이 제 정신이 아닌 개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꼬맹이가 여기 오기에는 좀 이른데.”
라는 말과 함께 다가온 잿빛 털의 늙은 개는, 그러나 말과는 달리 탐욕에 눈이 희번덕거렸다.
“소문 듣고 왔나 보지?”
늙은 개가 무언가를 툭 건넨다.
스틱에 둘러싸인 무언가다. 본능적으로 간식으로 인식이 되었다.
“처음에는 공짜야.”
늙은 개는 주둥이를 핥으며 툭 내던졌다.
복돌이는 그 스틱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먹는지는 안다.
벗길 수는 없지만, 그냥 이빨로 깨물면 된다.
비슷한 간식을 먹어 본 적이 있다.
“싫어? 싫으면 안 먹어도…….”
늙은 개가 손을 뻗어 도로 가져가려는 순간.
탁.
복돌이는 그대로 그것을 들어 삼켰다.
달콤한 장미향과 초콜릿 맛.
그러나 너무 진하고 혀에 눌러 붙는 느낌이 났다.
“어때? 응?”
늙은 개가 짐짓 자상한 어조로 물었다.
“이제까지 먹었던 츄르랑 다르지? 무슨 맛이야?”
막 들어온 신입생을 보는 교사나, 갓 일을 배우는 사람을 보는 선배처럼.
“다음에도 당신을 찾으면 되나?”
“피구라고 불러.”
늙은 개가 대답했다.
***
어두운 폐성 중앙.
한때 몬스터로 가득했던 이 곳에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흑똘똘은 그곳에서 고양이 무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오…… 뉴견들을 무려 300마리나 세뇌시켜 끌어들였다고요?”
회색 줄무늬의 고양이가 손톱을 다듬으며 감탄했다.
“그렇습니다.”
흑똘똘은 머리와 꼬리를 숙인 채 대답했다.
그 모습은 마치 무리의 우두머리를 대하는 듯이 공손했다.
“또한 현재 5곳의 도그 타운에서 장미 츄르를 영업하는 데 성공했으며, 거기서 나오는 이문은 대략 1만 5천 골드 가량입니다.”
“5곳이라…… 열심히 뛰셨군.”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인간……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되었지요?”
일순간 장내의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이미 짐승의 위치를 벗어나겠다고 결심했지만, 인간을 말할 때마다 꼬리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몇 명이나 남아서 갚겠다고 했습니까?”
고양이가 재차 묻자, 흑똘똘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단 3명, 13명 중 3명만이 갚겠다고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라 뭐라 할 말도 없군요.”
고양이의 눈에서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튼 아주 대단하오. 그분께서도 만족하실 거요.”
“감사합니다.”
“원래는 세뇌견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군.”
“더 늘리다니요?”
“단장님께서 지시를 내리셨소. 윗선에서 세뇌견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필요한 지원은 해 줄 테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세뇌견의 양을 늘리라고 하셨소.”
세뇌견을 더 늘린다고?
흑똘똘은 말단에 불과하다.
조직 전체의 규모는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이 조직은 수많은 세월 동안 천천히 만들어져 왔다.
은밀함과 세력을 둘 다 갖췄다.
그런데 그중 은밀함을 포기하고 세력에 투자하다니.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커다란 기회, 투자의 시기를 준비하거나.
혹은 그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물론 저 고양이들의 표정에서 그걸 읽어 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흑똘똘의 감각이 알려 주었다.
삶을 바꿔 줄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고 있다고.
‘나는 이런 곳에서 썩을 개가 아니다.’
호라이즌에는 유명한 개나 고양이들이 몇몇 있다.
파이브스타 이시우의 아수라견 삼형제.
프론티어 길드 파프닐의 애견인 복돌이.
고양이검이 된 묘검 박단토 등.
모두 좋은 주인을 만나 잘 먹고 잘 사는 녀석들이다.
‘그 녀석들을 짓누르고 정점에 설 거다. 나의 힘과 능력으로……!’
자신은 있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여기까지 조직을 일으켰고.
고양이에게까지 머리를 숙여 가며 환심을 샀다.
대가는 달콤했다.
견수만 200마리가 넘는 조직이 주어졌고.
한때 절대 대들 수 없는 상대였던 인간마저도 바닥에 무릎 꿇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더 못 나가리라는 법도 없다.
‘문제는 부하인데…….’
흑똘똘은 간부 개들을 보았다.
뼈다귀를 씹거나 바닥에 뒹굴던 개들이 황급히 자세를 잡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정점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유명 개만 봐도 다들 대형 길드 소속.
그도 그럴 게 강한 우두머리는 결국 혼자만 강할 뿐.
힘을 합친 여럿이 만든 조직과 압도적인 힘을 가진 개인.
둘 중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지는 뻔하다.
하지만 조직은 혼자 이끌 수 있는 게 아니다.
중간 간부가 필요했고, 말단을 움직일 하급 간부들도 있어야 했다.
지금 보이는 녀석들 따위와는 다른 재목이.
‘하긴 여기서 구할 수는 없겠지.’
흑똘똘은 시선을 들어 폐성을 둘러보았다.
이곳 도그 타운은 초보자 지역 중의 초보자 지역.
애초에 주인들이 반려견들을 버리는 장소다.
레벨이 아니라도.
그런 개들에게 소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약 따위로 몸이 망가지는 것이고.
‘그 녀석이라면 어떨까.’
흑똘똘은 뼈 무덤에서 보았던 백구를 떠올렸다.
소질이 좋지만, 아직 어린 녀석이다.
잘만 구슬려서 데려온다면, 투자 이상의 값은 해 줄 수 있으리라.
흑똘똘이 씩 웃었다.
그 시각.
구찌는 여러 개들 앞에서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다들 준비는 됐겠지?”
“예.”
“그래, 드디어.”
구찌는 애병인 앞발톱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백구.
그 빌어먹을 녀석에게, 흑똘똘파의 자신을 건드린 대가를 가르쳐 주리라.
완전무장에 약물까지 한 자신의 힘에, 마찬가지로 무장과 약물 도핑을 마친 부하들의 힘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개들은 무리 사냥을 할 때 몇 배, 몇십 배의 힘을 낼 수 있다.
같은 개를 상대로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보험이 있었다.
“야옹.”
고양이 도적단, 롱 노우즈의 간부 고양이 한 명이 앞발을 핥았다.
흑똘똘마저도 굽실거리게 만드는 저들.
그중 1명을 구워삶기 위해 많은 보물과 돈을 들였다.
물론 구찌도 돈이 아깝다.
하지만 이 사태가, 뉴견 따위에게 당했다는 게 흑똘똘에게 들어가는 게 더 끔찍했다.
백구는 지나가게 두면 그만이지만.
흑똘똘은 그렇지 않으니까.
“이번 일은 절대로 그분께 들어가선 안 되게 해야 하오. 무슨 일이 있을 시 확실하게…….”
“이야앙, 나를 너희 개들과 똑같이 보는 거냐앙?”
고양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꼬리는 절로 내려간다.
그럴 수밖에.
저 고양이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골 도그 타운의 뉴비들인 자신 따위보다 아득하게.
‘백구 녀석만 소리 없이 손봐 줄 수만 있다면, 더한 것도 참을 수 있다…….’
“구찌 님!”
정찰을 나갔던 개가 달려 들어왔다.
“그래, 놈은 어디 있지?”
“그게…….”
구찌의 말에 일순 개의 표정이 변했다.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스쳐 지나갔다.
“뭐야, 못 찾았나?”
“아닙니다.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
짜증이 솟구친 구찌가 소리쳤다.
움츠린 개에게서 지린내와 함께 축축한 물이 흘러내린다.
“그, 그게, 놈이 마약굴에 있습니다.”
“이런…….”
구찌의 입가에서 뿌드득 소리가 났다.
가득 고인 휘발유 위에 불씨 한 개를 던졌을 때 일어날 일은 간단하다.
폭발.
아마 지금쯤 그 마약굴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으리라.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빨리 가자!”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랐다.
구찌는 재빨리 앞발을 내딛었다. 완전무장한 개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막상 마약굴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상상 외의 광경이었다.
“더.”
“더? 하, 하지만.”
“돈은 여기 있다.”
쩔그렁.
금화 주머니가 개 앞에 놓였다.
호라이즌의 화폐이자, 인간들도 하나를 얻기 위해 수 시간을 들인다는 골드 금화.
그것이 한가득 담긴 주머니를 내민 복돌이가 말했다.
“왜, 돈을 내놓으면 약을 준다며?”
***
그 후 복돌이는 마을에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보인다면 밥을 시켜 먹는다든가, 잠을 잘 때뿐.
나머지 시간 대부분을 뒷골목이나 골방, 혹은 카지노 같은 곳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깨끗한 옷이 때를 타는 건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엔 아무리 깔끔해 보였던 방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먼지가 쌓인다.
어느 날부터 복돌이의 몸에서는 장미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똘망똘망하던 눈동자는 게슴츠레하게 변했다.
구찌 패거리는 처음에 경계했고, 그다음에는 비웃었지만. 종내는 관심을 버렸다.
-그 백구라는 녀석 어떻게 됐대?
-말도 마, 약쟁이 다 됐던걸.
-허 참, 나쁜 친구는 아니었는데.
도그 타운의 개들 사이에서 술 안줏거리로 잠깐 오르내리는 정도.
가끔 찾아와 훈계하는 진달래가 그나마 마지막까지 복돌이를 찾은 개였다.
바로 그 진달래가 또 한 번 돌아선 어느 날.
마약굴로 찾아온 어느 개가 말했다.
“다들 움직여라. 아베멍 세이멍 님을 위해.”
스윽, 슥.
누워서 츄르를 먹거나, 향을 맡던 개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선두로 나가는 개의 뒤로 멍하니 따라가는 개들.
그러나 그 개는 알지 못했다.
마약 츄르에 중독된 개들 사이에 복돌이가 있음을.
그리고 그 복돌이의 눈빛이 형형하게 살아 있음을 말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