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인간의 근원은 호기심과 탐욕이다.
세상 위에 또 하나의 세상을 덧대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여정에 동반자가 있기를 바랐다.
그런 그들에게 수천 년간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온 동반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
처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딘 개들이 느낀 감정은 공포와 불안뿐이었다.
따라서 인간은 개들에게 불을 내렸다.
비록 게임을 종료한 뒤 헤드기어를 벗고 캡슐에서 나오면 다시 순진하고 무지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개들은 호라이즌 내에서 인격과 지성을 얻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책임을 다하는 건 아니다.
어떤 개들은 방임당하고 또 어떤 개들은 버려졌다.
이미 새로운 자극에 길들여진 개들을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건 또 하나의 동물 학대였기에, 인간들은 그들이 접속하는 걸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런 개들을 위해 탄생한 곳이 도그 타운이다.
따라서 도그 타운은 인위적으로 호라이즌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로 지정되어 있다.
주인의 무관심, 혹은 버림받았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개들의 성취감과 놀이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사회를 이루고 지성을 가진 개들은 인간들의 생각처럼, 모두가 행복하고 안락하게 지내고 있지 않았다.
어떤 개는 욕망을 가지고 또 어떤 개는 지배욕을 가졌다.
검은 먹물 같은 하늘 위에 푸른 달은 녹아내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검은 콧잔등을 스치고 지나간다.
푹신한 풀 위에 새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늠름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개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그 강아지가 지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도그 타운에는 하나의 질서가 있었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 복돌이는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떤 개는 그 질서 때문에 울었다. 또 어떤 개는 불행했다. 또 어떤 개는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견사불성이 되어 눈앞의 개도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따라서 복돌이는 그 질서를 무너뜨렸다.
지금까지처럼.
신뢰할 수 있으며 그 무엇보다 존경하며 사랑하는 주인의 명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복돌이는, 원래 세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지금 고뇌하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행보 때문에 불행해지는 개가 나올 수도 있다.
아니, 이미 있다.
검은 개와 그의 수하들은 이미 불행해졌을 거다.
타견의 불행 위에 자신들의 행복을 쌓던 악한 견들이기에 당연한 업보다.
그러나 그 심판을 주인이 아닌 자신이 내려도 되는 것일까.
주인은 ‘얌전히’ 있으라고 명령했다.
그러면 그 명령조차 어긴 게 아닐까.
복돌이는 판단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견도 없었다.
몇 년 살지 못한 강아지는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이 감정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지성이 없으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다. 그러나 불은 이미 주어진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단 한 번의 발길질로 승부를 마친 후.
검은 개는 자신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냐고.
인간은 개를 버렸는데.
개는 인간에게 송곳니를 들이댈 수 없는 것이냐고.
복돌이는 그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고양이 도적단을 쓰러뜨리고 사태를 수습할 때까지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짐승으로 남았다면.
영원히 유년기를 보냈다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인데.
하지만 그건 옳지 않다.
다른 게 아니다. 틀리다.
자식은 부모를 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부모를 죽이는 것이라면.
과연 그 길을 나아가는 게 맞나.
“…….”
하늘을 보자 먹구름이 가시고 달이 떴다.
비록 만들어진 인공의 달이라지만.
알지 못하고 본다면 전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멍하니 달을 보던 복돌이는 저도 모르게 두 발로 일어섰다.
오른쪽 앞발은 위로, 왼쪽 앞발은 밑으로.
사람의 형태를 흉내 낸 것이지만.
복돌이의 앞발이 움직일 때마다 그곳에는 새로운 길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개싸움, 견투술의 모습과는 또 다른.
기존의 개들에게는 없던 무언가가 보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슬퍼하고 있느냐, 강아지야.”
복돌이는 눈을 떴다.
달빛으로 밝은 풀밭 위, 두 인영이 나타나 있었다.
도그 타운에 들어온 인간.
시기가 좋지 않았다.
흑똘똘과 고양이 도적단을 격퇴한 지금.
때마침 사람이 등장했다는 사실과 연관성이 없는 게 이상했으니까.
게다가 저들 둘.
강자다.
그것도 보통 강자가 아니다.
복돌이는 지금까지 수많은 적과 싸웠다.
그중에는 악마나 반신, 드래곤 등의 초월적인 괴물들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둘은 차원이 달랐다.
뒷짐을 지고 다가오고 있지만, 어떤 공격을 해도 통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
천외천.
차원이 다른 괴물들이다.
살 수 있는 방법은 무릎을 꿇고, 꼬리를 내리는 것뿐.
그러나 복돌이는 꿋꿋이 섰다.
죽어도 현실에서 살아나기 때문은 아니다.
개로서 가진 자부심이 물러서지 않을 용기를 주었다.
“누구냐.”
“목소리가 썩 깊음이 있구나. 마음에 든다.”
오른쪽에 있던 단정한 미청년이 고개를 끄덕인다.
“쓸 만한데?”
반면 왼쪽 거친 미청년은 덧니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개 주제에 무리(武理)를 알다니, 남만야수궁에서 알면 환장을 하겠군.”
“아서라, 네가 가면 반나절 만에 문파 전체가 불탈 테니.”
“남궁 형은 소제를 뭐로 보오?”
“뭐긴, 싸움에 미친 전투광이지.”
“쩝……. 맞는 말인지라 할 말이 없구먼.”
거친 미청년이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야, 너 내 개가 될 생각 없냐?”
“…….”
복돌이는 대답 대신 몸을 웅크렸다.
거친 청년, 독고청이 혀를 찼다.
“허 참, 남궁 형. 보이시오? 우릴 상대로 꼬리를 말지도 않고. 보통이 아니오.”
“의기가 강한 녀석인데, 견권에서 심마가 느껴지는구나.”
남궁철은 그렇게 말하며 청강검을 뽑아 들었다.
“어디 네 속에 생긴 응어리를 한번 보자꾸나.”
“……빨리 끝내고 가자고 하던 건 남궁 형 아니었소?”
“시간에 쫓겨 협을 실천하는 것에 인색하면 그것이야말로 본말전도이니. 갈대처럼 흘러가는 중이지만, 저 개에게 가르침을 내려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그 순간 독고청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앞을 막았다.
“새치기하지 말고 비키시오. 이 녀석은 내가 먼저 발견했었으니까.”
“……내가 비켜 주면 바로 후두려 패고 잡아 데려가게 생겼구먼.”
“아니, 남궁 형. 이 독고 모가 아무리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는 아니올시다.”
“그래 보이는데?”
“어차피 남궁 형은 그동안 협을 실행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실컷 놀았잖소.”
“독고 모야, 원래 좋은 건 형이 먼저…….”
한참을 티격태격하던 둘은 극적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럼 내가 먼저 봐주고, 그다음 남궁 형이 잘 상대해 주면 되는 거요. 알겠소?”
“미리 말해 두는데 너무 흥에 취하지 마라. 여기서 너무 이목을 끌면 추적에 차질이 생기니.”
“걱정 마시오. 이래 봬도 힘만 쓰는 경지는 진즉 졸업한 지 오래요.”
독고청의 몸에서 묵빛 강기가 솟구쳤다.
양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쥔 그가 말했다.
“강아지야, 머리가 아플 땐 죽어라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시원해진단 말이지. 내가 직접 해 봤으니 믿어야 할 거다.”
“……크르릉…….”
“물론 그 전에 죽는 것도 꽤 있긴 한데……. 그러기 싫으면 전력을 다해야 할 거다.”
복돌이의 등 근육을 본 그의 미소가 한층 더 진해졌다.
***
찌는 듯한 더위와 머리를 울리는 듯한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일본 열도의 날씨를 그대로 재현하기라도 한 듯, 불쾌한 열기가 몸을 덮는다.
대궐 같은 별궁의 대청 툇마루에 드러누운 파프닐은 대자로 팔을 벌리며 천장을 바라봤다.
애초에 이 먼 일본 서버까지 온 목적 중 7~8할은 이뤘다.
문제는 7할 혹은 8할이라는 점이다.
당장 본토에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이런 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게 짜증이 났다.
“실례합니다.”
차분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파프닐은 인상을 찌푸렸다.
상체를 일으켜 갑작스러운 불청객을 퉁명스레 바라본다.
작은 개 한 마리를 소중히 껴안고 있는 문사(文士)풍의 사내였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폭이 높은 모자와 소매가 낙낙한 음양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파프닐은 거칠게 물었다.
“저를 별로 반기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아베노 세이메이는 면전 박대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침착히 다가와 옆에 앉았다.
“그야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고만 하고 있으니.”
파프닐은 솔직히 말했다.
그가 겪고 있는 짜증의 대부분은 실제로 아베노 세이메이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일본 서버에서 대적해 왔던,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음양사 플레이어와는 확연히 다른 남자.
그림자 속에서 오다 노부나가와 함께 일본 서버를 지배하고 있던 흑막,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야말로 지금 저 온화한 인상의 사내였다.
오다 노부나가와 맞먹는 실권을 지니고 있는 아베노 세이메이는 데스 드래곤에게 살가운 태도를 보였다.
가장 큰 별채를 데스 드래곤에게 넘기고, 강력한 주력이 깃든 주구나 음양구 따위를 데스 드래곤에게 넘기며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무지 일본의 그림자를 지배하는 자답지 않았다.
그러나.
“감히 누가 데스 드래곤 님을 막겠습니까? 대요괴 다이텐구조차도 굴복시킨 위대하신 분인데.”
“그럼 왜 너희가 준비하고 있는 비밀 병기를 보여 주지 않는 거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아직 데스 드래곤 님에게 보여 줄 만한 물건이 못 되옵니다.”
아베노 세이메이가 보여 주는 호의는 일정 선까지다.
그 이상은 허용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대요괴라 부르며 존칭을 아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행동에 제약을 건다.
‘이래서는 나가린데.’
데스 드래곤은 혀를 찼다.
그가 일본 서버에 온 목표는 오직 하나다.
앞으로 조만간 미래에 나타나게 될, 일본이 가지고 있는 슈퍼 병기.
철갑선 함대와 함께 이 게임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막강한 그 숨김 패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오다 노부나가를 구워삶는 건 쉽다.
하지만 이 아베노 세이메이.
소설 속에서는 등장하지도 않은 이 흑막 캐릭터를 상대로 데스 드래곤은 그답지 않게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뭔가 이 녀석을 끌어낼 수 있는 미끼가 없나?’
일반적인 범주라면 강력한 아이템이나 막대한 금화, 혹은 다른 것으로라도 어떻게든 미끼를 드리웠을 거다.
그러나 상대는 수많은 음모를 꾸민 흑막 중의 흑막답게 결코 틈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타임 오버다.’
물론 아직 시간은 꽤 남아 있다.
하지만 계속 낭비만 할 수도 없는 노릇.
파프닐은 계속 비밀 병기에 대해 알려 했으나, 그때마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능숙하게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는 수 없군.’
결국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시간이 됐군, 이만 가 보지.”
“살펴 가십시오.”
아베노 세이메이는 점잖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마차에 탄 파프닐은 멀어지는 저택을 보며 생각했다.
‘다음에 또 와도 소용없을 것 같은데…….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아베노 세이메이.
그는 파프닐을 하늘에서 직접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큰 기가 주변에 있다고.
‘어쩌면 그것 때문에 경계하는 건지도 모르겠군.’
불이 뭔지 모르는 아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불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러나 일단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
데스 드래곤이라는 개체는 믿지만, 그와 별개로 기운 때문에 경계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건 방법이 없는데.’
그때였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저택을 둘러싼 결계를 빠져나온 순간.
바스락.
금속 병정, 해골병들이 이끄는 마차 앞으로 검은 신형 하나가 튀어나왔다.
“자, 잠깐만. 데스 드래곤 님!”
추레한 행색의 한 남자.
얼굴을 살폈지만 처음 보는 인물이다.
“내 앞길을 막지 마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 말은 네놈 목에서 듣도록 하지.”
금속 병정들이 검을 뽑았다.
동시에 추레한 행색의 남자가 외쳤다.
“다, 당신. 한국 서……. 아니, 코레 대륙에서 왔지요!”
“……?”
“그렇다면……. 파프닐, 파프닐 그놈과 무슨 사이인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