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지옥과 명계, 그리고 외차원에는 수많은 악마가 있다.
사방이 어둠뿐이거나 불과 얼음이 가득한 땅!
오직 투쟁과 생존뿐인 그곳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의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러나 강함과 별개로 고통을 받는 걸 좋아하는 생명은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지상과 연결된, 중간계로 갈 수 있는 틈이 생기면 항상 그곳엔 수많은 악마와 외계 생명체가 몰려들었다.
그들 사이의 경쟁을 뚫고 나온 것이 아오키가하라 수해를 지배하던 지옥, 명계의 마수와 악마들.
막강한 그들도 파프닐의 해골병 앞에서 경험치와 아이템, 그리고 재료일 뿐이었다.
그런 금속 해골병들을 상대로, 미도리는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게!”
쾅, 쾅! 퍽!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금속 병사 한 구가 날아간다.
가녀린 소녀의 몸에서 나온다기엔 믿기 힘들 정도의 괴력이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군.’
파프닐은 해골병들 뒤에서 미도리를 보며 팔짱을 꼈다.
식신이 당했으니 세이메이가 직접 오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급이 나설 거라 예상한 대로였다.
당연히 저 정도가 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만 강한 것으로는 안 되니까.
‘성질이 급해 보이는 성격이니, 조금만 공략하면 패턴을 보이겠군.’
좋은 일이다.
일찍 패턴이 열릴수록 그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까.
문제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인데.
다행히 파프닐에게 저 공격을 대신 맞아 줄 병사들은 차고도 넘쳤다.
“1호.”
“딱.”
“저 여자를 대형 보스 몬스터처럼 공략하도록.”
“딱딱.”
지시를 받은 1호가 손가락을 들어 움직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해골병들이 미도리의 사방에서 화살과 불, 얼음덩어리, 그리고 각종 뼈 투척 무기 등을 날렸다.
앞으로 돌진하려면 금속 병사들의 육탄 방어를 뚫어야 하고.
뒤나 옆으로 물러가자니 엘리트 해골병들이 각종 견제 스킬을 쓰며 빈틈을 노렸다.
인위적으로 수십 명이서 한 명을 한 점에 묶어 놓고, 사방에서 화력을 집중!
길드, 그것도 대형 길드가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 쓰는 형태였다.
소녀 한 명에게 너무 심한 투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
그러나 파프닐의 해골병들은 아무 의심 없이 지시에 따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해골병들은 네크로맨서가 일으킨, 네크로맨서의 뜻에 완전히 종속되는 사역마.
개체라기보단 명령에 복종하는 기계 같은 존재들이고, 실제로 스킬 설명에도 무조건적인 복종을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설령 그 명령에 따름으로써 소멸한다고 해도.
“딱딱!”
그런 해골병들의 집요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고작 미도리의 주먹질 한 번에 다시 얻은 삶이 사라지지만.
그마저도 감수할 정도로.
“악!”
해골병의 창날이 미도리의 뺨 끝을 스쳤다.
계속 무적이던 미도리에게 마침내 처음 상처가 생긴 것이다.
-어둠의 마나를 침투시켰습니다.
-암흑의 저주를 걸었습니다.
-명계의 왕 하데스의 인장을 걸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파프닐의 흑마법 디버프가 이어졌다.
수많은 해골병으로 적을 묶어 두고 저주를 쏟아붓는 일반적인 네크로맨서 스타일 전투.
다만 이 경우에는, 해골병 각각이 플레이어급 레벨이라는 게 차이가 있었다.
현재 어떤 다른 네크로맨서도 꿈꿀 수 없는.
파프닐만의 ‘왕귀형’ 빌드가 100%, 아니 120%의 힘을 발휘했다.
“이익……!”
미도리의 표정에 짜증이 깃들었다.
“아, 진짜!”
금속 병사 한 기를 걷어 낸 미도리가 발을 굴렀다.
“더 못 참아! 네가 자초한 거야!”
미도리의 몸에서 녹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가까이 있던 해골병들은 그대로 역소환되고.
조금 멀리 있던 해골병들도 적지 않은 대미지를 받고 비틀거렸다.
“저건…….”
파프닐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 모습을 본 거대한 용이 외쳤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냐?”
“큰 녹색 뱀이로군.”
“…….”
녹색 용, 미도리의 수염이 푸들푸들 떨렸다.
“죽엇!”
미도리는 그대로 입을 벌리더니, 필드 전체를 덮는 녹색 브레스를 뿜었다.
휩쓸린 나무나 땅, 해골병들이 전부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브레스가 닿은 곳에서는 각종 포자나 솜털, 수많은 줄기나 버섯 등이 피어올랐다.
‘용을 상대하는 건 처음인가.’
파프닐은 공중에 뜬 미도리를 살폈다.
길이는 대략 3~50m.
성인 남성 한 명만 한 두께의 몸이 하늘에서 똬리를 튼다.
초록색의 윤기 나는 비늘은 어떤 칼이나 창, 화살도 튕겨 낼 것 같아 보였다.
용, 굳이 분류를 붙인다면 옥앵룡이라고 불러야 할 개체.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저 브레스와 충격파 방출이로군.”
색깔이나 효과만 보면 영락없이 독이나 강산성의 브레스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내용물이 살짝 다르다.
저 브레스의 정체는 엄청난 양의 세균과 균진, 포자들의 덩어리.
독극물이 화학 성분의 효과로 적을 죽이고, 산성이 녹여 죽인다면, 저것은 수많은 감염과 기생체로 인해 죽게 된다.
임팩트는 다른 브레스에 비해 부족하긴 하지만.
잘못 대비했다면 아무리 강한 스펙의 유저들이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투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손해겠는걸.’
특히 까다로운 건 저 미도리란 녀석의 특성이다.
수많은 포자와 세균, 식물의 씨앗은 해골병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블랙 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해골병이야 얼마든지 재소환할 수 있지만, 블랙 칩은 다르다.
드워프 장로급 여럿의 공동 작업과 여러 귀금속 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같이 구하기 어려운 재료들이다.
심지어 이곳은 일본 서버.
아예 재수급조차 불가능한 만큼, 더욱 신경 써서 간수해야 할 아이템이었다.
‘곤란하게 됐어.’
“흥…….”
고민하던 찰나 미도리의 눈이 파프닐을 향했다.
“이제 네가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겠어?”
“…….”
파프닐은 그런 미도리를 보다가 지시를 내렸다.
“소닉, 격추시켜라.”
“딱!”
파악.
무시무시한 속도로 등에 오른 황금 금속 병사가 미도리의 뒷머리로 올라갔다.
“무슨…….”
어지간한 속도는 피할 자신이 있었지만, 이 황금 병사의 속도는 미도리의 인지를 한참 뛰어넘었다.
당연한 일이다.
빠른 속도로 유명한 골든 헷지호그 중에서도 돌연변이였던 쏘닉의 육체와 영혼.
거기다 드래곤인 너클즈의 뼈와 각종 귀금속을 섞은 합금을 통해 스피드를 한계까지 강화시켰다.
덕분에 지금의 쏘닉의 속도는 가히 음속을 넘어선 급.
그 속도로 달려든 쏘닉은 곧바로 미도리의 뒷머리를 향해 가시를 쏘았다.
“아아아아악!”
공중에 떠 있던 미도리가 요동치자, 사방으로 포자와 녹색 기운이 퍼져나왔다.
닿은 나무나 땅, 금속 모두 바깥에 식물이 자라났다.
그러나 머리 뒤편은 그렇지 않았다.
미도리의 입과 머리는 정반대 방향.
유일하게 녹색 기가 퍼져 나오지 않는 ‘약점’.
그곳에 달라붙은 쏘닉이 연달아 미도리의 머리에 가시를 쏘았다.
약점인 머리에 쏟아지는 막대한 대미지.
미도리의 거대한 몸이, 거목이 쓰러지듯 땅으로 떨어졌다.
-적을 격추시켰습니다.
-추가 대미지를 입혔습니다.
드래곤과 용의 가장 무서운 패턴 중 하나는 하늘에서 비행하며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
바꿔 말하자면 하늘을 봉쇄했을 때 용의 위험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형 몬스터의 움직임을 묶는 것은 공략의 필수 패턴.
지금까지는 1호가 억지로 패턴을 열어 왔지만, 쏘닉이 합류하자 난이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지금이다, 다시 못 떠오르게 공격해!”
슈슈슉, 수많은 화살과 마법, 그물과 넝쿨들이 미도리를 향해 쇄도했다.
“이것들이 진짜!!”
미도리가 온몸에서 연달아 초록색 빛을 뿜어 댔다.
닿자마자 포자 덩어리가 되는 죽음의 빛이었지만, 쏘닉에게는 통하지 않았고 다른 해골병들도 범위 밖에서 공격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 분이 지났을까.
더 이상 빛이 나지 않자, 파프닐은 다음 지시를 내렸다.
“근접해서 공격해라.”
해골병들이 천천히 미도리의 몸 위로 올라갔다.
거대한 코끼리가 수많은 개미 떼에게 둘러싸이는 듯한 모습.
지금까지는 몸에서 방출되는 기파 때문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저 용이 어린 편이라 다행이군.’
지난번의 드래곤도 그렇고.
나이가 들수록 MP와 스킬의 위력, 그리고 공격력과 방어력 같은 스펙이 차원이 다르게 막강해진다.
마치 노말 모드와 하드, 아니 헬 모드급의 차이.
이 녀석은 그런 의미에서 노말 난이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만날 기회는 더욱 없는데, 운이 좋았어.’
용 소재의 드롭 아이템.
중국 서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마저도 한 손가락에 꼽히는 재료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이었다.
그때였다.
막 파프닐이 미스틸테인을 꺼내 들 무렵.
“데스 드래곤 님.”
고개를 돌리자 미남자 두 명이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가세하러 왔나?”
파프닐은 미스틸테인을 겨눴다.
그 양옆, 그리고 미남자들의 주변에서도 해골병들이 흉흉하게 귀화를 빛내며 퇴로를 막았다.
그러나 두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는 데스 드래곤 님께 사죄와 선물을 드리러 왔습니다.”
“무엇에 대한 사죄지? 나는 그걸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실제로 그랬다.
진법을 부수고 식신을 소멸시킨 것에 대한 거라면 오히려 파프닐 쪽이 먼저 공격한 것에 가깝다.
“그게 아니라.”
“저희 측에서 오해가 있었습니다.”
두 미남자가 말을 이었다.
“분명 미도리에게 데스 드래곤 님을 정중하게 모셔 오라고 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확인해 보니 일이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예. 데스 드래곤 님께서는 시험에 통과하셨으니, 저희 주인님과 만나 이야기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
이야기를 듣던 파프닐의 표정에 짜증이 어렸다.
무슨 의도로 말하는 건지 대충 감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너희의 말은, 저 용을 살려 달라는 건가? 이제 다 잡아서 전리품만 취하면 되는데?”
“미도리의 실수에 대해서는 저희 주인님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부디…….”
두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여기서 미도리랑 이 둘도 죽이고, 아오키가하라 수해 안을 헤집어 놓든가.
아니면 이 둘을 죽이고 저 용을 인질로 삼든가.
그때였다.
“사죄의 의미로 저희 주인님께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여기 그 선물이 있습니다.”
두 미남자가 커다란 보물 상자를 가져와 열었다.
그 안에는 맥동하고 있는 쌀가마니 크기의 빛나는 구체가 있었다.
“청룡의 심장입니다.”
“이걸 받으시고 부디 저희 측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파프닐은 심호흡을 한 뒤 뒤로 신호를 보냈다.
“딱.”
“딱.”
금속 병사들이 일제히 창을 들고, 쏘닉이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꺄아아아악!”
죽음을 눈 앞에 둔 미도리가 비명을 내질렀다.
다음 순간, 창날이 미도리의 눈 바로 앞에서 멈췄다.
“하악! 학……. 하……..”
그대로 미도리의 눈동자가 흰자만 보이고 뒤로 넘어갔다.
금속 병사들은 그제야 창과 무기를 거뒀다.
“원래는 죽여야 하지만……. 너희의 선물도 있고, 그리고 그 녀석에게 묻고 싶은 것도 있으니 이번엔 용서해 주지.”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고.”
파프닐은 두 미남자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안내하도록. 그 녀석, 실물을 한 번 꼭 봐야겠으니.”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