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24)
424화
묘원회.
견원회가 개들의 싸움이라면, 묘원회는 고양이들의 싸움이다.
투견의 역사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견원회에 비해 그 역사는 짧은 편이지만.
그 흉맹함이나 피비린내는 결코 견원회의 대결에 뒤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
개과의 정점이 늑대라면, 고양이과의 정점은 사자다.
사자의 힘을 가진 고양이들의 싸움은 개들의 흉폭함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런 묘원회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는 게 바로 사자묘 심바였다.
“지부 다섯 곳이 무너지고, 사천왕 둘이 당했다고?”
“그, 그렇습니다옹…….”
10m가 넘는 초거대 캣 타워의 앞.
엎드린 두 고양이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보고를 이었다.
“그 개XX가 이리저리 날뛰면서 저희를 추적하는 통에…….”
“여러 번 척살 시도를 해 봤지만, 놈의 함정에 빠져서 그만…….”
부하 고양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고개는 내려앉고, 꼬리는 축 처졌다.
그런 상황에서, 캣 타워 위의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아래로 돌렸다.
평범한 황색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목 주변에 사자 갈기가 인상적인 녀석이었다.
“기대하지 않는다면 실망도 없지.”
사자묘.
사자를 닮아서 그렇게 생겼는지, 혹은 사자의 피가 섞여 있어서 그렇게 불리는지 모르는 품종이다.
그런 사자묘 고양이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 딱히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실제로 그랬다.
사천왕들이라 해 봤자 다른 고양이들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
사자 앞에서 양들이 조금 더 강해 봤자 의미가 없듯,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고작 동네 잡종 개 따위에게 질 정도면 그 녀석들도 그 정도라는 것이겠지.”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어떻게든…….”
“두 녀석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두 고양이가 재차 엎드렸다.
사천왕의 둘……이라 하지만, 지금 엎드린 모습을 보면 그저 단순한 약자일 뿐.
고양이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그에게, 그 모습은 비할 바 없이 한심해 보였다.
‘자.’
그런 둘을 보고 사자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럼 어떻게 할까?’
조직 자체가 무너지고, 사천왕이 당한 건 별것 아니다.
자신만 남아 있다면 매드캣 맥스 같은 세력은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개건 고양이건 강한 무력 앞에 복종하는 건 당연한 상식이고, 그 무력은 다른 게 사라지더라도 무조건 남아 있을 테니.
문제는 지금 매드캣 맥스가 하고 있는 일이다.
주인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들여오고, 하등한 개들을 세뇌시키는 작업.
엄연한 범죄행위이자, 인간들에게 들킨다면 자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일이다.
인간은 불과 도구를 다룸으로써 새로운 차원을 열었고, 세상의 넓이와 그 바깥을 밝혀냈다.
그뿐인가.
이렇게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창조해 냈고, 자신과 같은 동물들에게도 그 빛을 나눠 줄 정도로 강대한 종족이다.
온 지구상에서 가장 강하고, 또 가장 숫자가 많은 종족.
아무리 심바가 단일 개체로 고양이들의 정점에 올랐다 해도, 그런 인간들과 대적하면 고작 힘 좀 센 맹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심바는 절대로 인간들이 이 사태를 눈치채지 못하게 총력을 다했다.
일부러 점조직 형태로 만들어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뒷골목의 개들을 하부 조직으로 고용해 자신들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도록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
개들의 정점에 오른 아수라견과 그 자식들이 있는 파이브스타 길드를 막기 위해.
심바는 은연중에 프론티어 길드와 아크 길드를 지원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은밀히 진행한 게 바로 츄르 계획.
자신의 협력자이자 명목상 주인인 세이멍의 프로젝트인데.
문제는 이번에 백구라는 그 녀석이 그것에 대한 자료를 입수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천왕들이 있던 본거지에 있던 마약 츄르의 공급, 유통 자료에 이어, 아베멍 세이멍의 이름과 정체까지도.
앞의 것들은 몰라도 그것만은 절대 다른 곳에 새어 나가서는 안 됐다.
그만큼 아베멍 세이멍의 정체는 중대한 정보였다.
온갖 일들을 겪었던 그였지만,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놀람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더는 그 녀석들이 계획을 망치게 둘 수는 없지.”
심바는 캣 타워 위에서 뛰어내렸다.
어지간한 치타나 표범급의 거구임에도, 바닥에 닿을 때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심바의 앞발이 떼어졌다.
미스릴 발판 위.
그곳엔 고양이의 앞발과 손톱자국이 깊이 파여 있었다.
***
‘겨우 놈들의 실마리를 잡았다.’
복돌이는 눈을 빛냈다.
앞발에 밟힌 그 앞에는 고양이 조직에서 얻어 낸 자료, 그리고 어딘가에서 온 명령서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사자묘 심바……. 설마 그 전설이 매드캣 맥스의 우두머리일 줄이야.’
사자묘의 이야기는 개들의 사회에서 그리 유명하진 않았다.
애초에 고양이 사회에 관심을 두는 개들이 별로 없고.
묘원회에 대한 정보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복돌이는 보통이 아니었다.
정보가 없자 직접 견원회를 찾아가 정보를 얻고.
부족한 내용은 고양이 도적단과 다른 고양이 조직들로부터 보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자묘 심바.
묘원회의 정점인 그는, 무려 5년 동안이나 묘원회의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무패인 아수라견도 3년 정도가 고작.
심지어 그는 고양이 주제에 사자와도 싸워 이긴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그가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아베멍 세이멍…….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인간이 아니다.’
고양이들의 보고서나 명령서 정도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그 이름은 결코 범상치 않았다
일단 사자묘 심바를 따르게 하는 자라는 것부터가 그랬으니까.
‘그 아베멍 세이멍이 저기 있다는 말이지.’
복돌이의 고개가 위로 들렸다.
눈앞에는 절벽같이 가파른 급경사의 산, 그리고 그 위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성채가 보였다.
‘자료에 의하면 놈은 모든 대륙을 두 달에 한 번씩 순회하며 조직을 점검한다.’
이번에 올 곳이 바로 저 성채.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과 험준한 산들로 가득 둘러싸여 플레이어들에게 배경이라고 취급받는 곳에 있어, 동물들이나 지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력자들이 아니라면 발견조차 못 하는 곳이다.
별다른 몬스터도 없어 철저히 외면받는 지형이지만.
네 발로 산을 자유자재로 타는 고양이나 개들에게 본거지를 세우기엔 상당히 괜찮은 지형이다.
‘그러니 저 정도로 큰 요새를 세웠겠지. 애초에 인간들의 출입 자체를 생각 안 했을 테니까.’
복돌이는 깎아지른 절벽에 발을 꽂아 넣은 뒤, 곧바로 힘주어 박찼다.
파파팟.
엄청난 속도로 절벽을 타고 오르는 하얀색 점.
그렇게 요새 위까지 오른 복돌이의 모습을 본 고양이들이 흠칫 놀랐다.
“저, 적이다!”
“죽어라!”
앞발의 클로(claw)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둘.
그러나 진심을 드러낸 복돌이가 한 방씩 발 차기를 날리자, 둘은 단숨에 벽과 바닥에 꽂힌 뒤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역시 이런 수를 쓰나.’
복돌이는 쓰러진 두 고양이를 보았다.
한국 서버에서는 볼 수가 없는, 검은 천 옷과 수리검, 표창 등을 허리에 찬 녀석들이다.
‘사쿠라 열도……. 그곳에서 온 녀석들이군.’
주인인 파프닐이 가 있는 다른 대륙.
과거, 주인인 파프닐이 소환 기능을 통해 불렀던 그곳은 그야말로 마경이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수많은 거대 독사들에 맞서 주인을 지키던 기억이 생생했다.
“일단 조사해 볼까.”
복돌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요새 안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안쪽의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인기척……. 아니, 묘기척이 이상할 정도로 없군.’
복돌이는 성의 복도와 각 방을 확인하며 표정을 굳혔다.
‘함정인가?’
자신이 여기 올 걸 예상하고 매드캣 맥스가 자신을 낚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약 그랬다면 냄새나 기척으로라도 적들이 느껴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낌새 자체가 전혀 없었다.
경우의수는 두 가지.
이미 이곳은 버려진 지 오래라거나.
혹은 다른 중요한 일 때문에 모두가 그쪽에 가 있거나이리라.
‘아무래도 답은 후자 같군.’
멀리서 전투의 기척이 느껴졌다.
복돌이는 그곳으로 은밀히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어느 초록 머리의 미소녀와 여러 고양이가 있었다.
미소녀 한 명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하다, 분명 이 요새에 그게 있다고 했는데.”
투툭, 피를 털어 버린 초록 머리 소녀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선생……. 나를 다른 대륙에까지 보내다니. 나중에 진짜 제대로 값을 받아 낼 거야.”
다른 대륙.
그 말을 들은 순간 복돌이는 소녀의 옷차림을 살폈다.
‘……일본이라는 녀석들의 부하……. 그렇다면 저 녀석도 아베멍 세이멍의!’
아베멍 세이멍의 간자.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복돌이는 몸을 박찼다.
***
미도리.
용들의 세계에서 그녀는 순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고기나 이무기, 사슴이나 고양이 등이 도를 닦아 용이 되는 시대.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용들 간 혼인의 결과로 태어난 순혈 용이었다.
이 때문에 미도리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귀여움을 한눈에 받았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인간사의 정세, 그리고 요괴 세계의 전쟁은 그런 가족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용은 가장 강한 요괴 중 하나.
오다 노부나가건, 반오다 노부나가건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으니까.
-용들을 잡아 가죽을 해체해라! 새끼는 산 채로 잡아!
-레전더리급 재료다! 절대 놓치지 마!
부친과 모친은 오다 노부나가와 인간들에게 잡혀 해체되었고.
어린 그녀는 간신히 도망쳤지만, 그런 그녀를 수많은 요괴가 노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용의 피와 심장은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고, 그걸 먹는 순간 요괴들의 급은 몇 단계나 더 성장할 테니까.
모험가들이 움직이고, 요괴들이 내전을 벌이는 지금 그런 힘은 더없이 필요한 것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주와 방랑 생활.
그 속에서 지친 미도리가 모든 걸 포기하려 할 무렵.
그 남자가 나타났다.
반짝이는 빛을 등 뒤에 받은 채 나타난 그 남자는, 미도리를 노리던 요괴들을 일격에 쓸어버린 뒤 손을 내밀었다.
-괜찮니?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자꾸나.
그 후 미도리는 그 남자의 밑에서 도술과 음양술, 그리고 특별한 용의 선술을 쓰는 법을 배웠다.
아베노 세이메이, 그리고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사실도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 두 사람을 대적하는 도만에게 미도리가 협력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현시점에서는 어지간한 대요괴들도 가볍게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해진 상황.
그런 그녀에게 선생, 도만은 한 가지 부탁을 해 왔다.
-다른 세계에 세이메이가 숨기고 있는 주술, 그리고 계획이 있는데, 그걸 확인해 주지 않겠니?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소위 도게자라 하는 자세를 하는 것은 덤.
귀찮은 건 딱 질색인 미도리였지만, 그렇게까지 청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아……! 진짜!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미도리는 쏟아치는 참격, 견강을 받아 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 맞은편으로 흰 형체 하나가 내려앉았다.
“크르릉! 일본 놈들이라면 주인님의 적. 그렇다면 너도 적이다.”
“넌 또 뭐야!”
분명 고양이 놈들, 아베노 세이메이의 부하들을 잡고 정보를 얻으러 왔을 뿐인데.
이제는 듣도 보도 못한 개와 싸우게 되었다.
심지어 저 개, 보통이 아니다.
힘뿐만 아니라 전투 경험까지, 전혀 자신에게 뒤지지 않는다.
‘아, 진짜.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미도리는 속으로 후회하며 외쳤다.
“예의범절도 대화도 모르는 멍청한 개새끼……!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 밑엔 너 같은 놈들밖에 없는 거야?”
“아베멍 세이멍의 부하 놈……! 절대 살려 보내지 않겠다!”
“……응? 뭐라고?”
“……멍?”
다음 순간,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