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모든 생명이 죽어 버린 하얀 숲.
그 위를 단단한 쇠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질주했다.
움직이는 것은 데스 드래곤의 금속 병사들이었다.
인간의 형체를 갖춘, 은빛으로 빛나는 인간 크기의 금속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앞으로 질주했다.
그러던 그들의 움직임이 어느 순간 멈췄다.
투툭. 우두둑.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하는 금속 병사들.
그 앞으로 유령처럼 흐늘거리는, 흰색 마수들이 나타났다.
형태도 일정하지 않고, 어떤 마수와 다른 마수의 몸을 위아래만 잘라 붙인 듯한 모습.
그런 마수들이 무너지는 금속 병사들을 일제히 덮쳤다.
딱딱!
금속 병사들은 창을 내세우고 방패를 들어 돌진을 막았다.
다음 순간 창날에 닿은 마수들이 일제히 연막처럼 터지며 흩어지더니, 그대로 금속 병사들을 덮쳤다.
평범하게 죽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들 포자 마수들에게 있어 그것은 그저 공격을 개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딱…….”
남은 마수들이 계속 달려들고, 해골병들은 먼지와 마수들의 팔을 같이 쳐 냈다.
수 분 만에 수십, 수백 번의 공방이 오가는 치열한 싸움의 연속,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힘이 빠진 금속 병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들을 덮은 흰 먼지가 뭉치더니, 아까의 마수가 나타나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이내 금속을 게걸스레 뜯어먹은 마수들은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들의 발걸음을 막았다.
또 다른 금속 병사들이었다.
스카아아.
샤아아아.
흰 버섯 마수들이 공기를 빨아들이며 괴이한 소리를 냈다.
재차 이어지는 전투.
그 모습을 바라보던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가 있군.”
슥. 파프닐은 곧이어 노트를 펼치고 메모를 적었다.
[이름 : 외계 버섯분류 : 식물형
속성 : 독, 질병, 기생
타입 : 근접, 원거리, 광역
레벨 : 최소 850 이상
위험도(동 레벨 기준) : ★★★★★★★
패턴
-버섯 마수 소환 : 기존에 흡수한 마수와 식물들의 형태를 띤 하수인 개체들을 소환, 해당 개체들은 본체의 포자와 질병, 독을 그대로 사용하며 성장이 진행될 시 추가로 모체가 되어 포자와 독을 퍼뜨림.
-독기 충격파 : 전방으로 70도가량의 지역에 부채꼴 모양의 독기 파장을 발사함, 미스릴과 아다만티움 등 귀금속급 이하의 모든 일반 금속, 보호막 유는 부식되어 사라짐.
-포자 쏟아 내기 : 사방으로 포자를 뿜어 댐, 범위는 적이 있는 장소에서 5m 뒤까지. 해당 포자 균사는 피격 즉시 버섯을 성장시키며 최대 HP와 스태미나를 줄임. 바람 계열 스킬로 방어하거나 어그로용 타깃 해골병을 앞에 세워 두기.
-카오스 브레스(?) : 외차원의 에너지를 브레스식으로 쏟아 냄. 360도 쏟아 내므로, 발출 부위 옆에 붙거나 회전에 따라 움직이며 회피해야 함. 방어 불가능.
주의점 : 분신체와 사역마, 부하들을 끊임없이 소환하며, 해당 부하들의 스킬이나 대미지도 본체와 동급이므로 분신체들 처리에도 신경 써 줘야 함.
공략법 : 대규모의 화력과 결계가 필요함.
꼼수 : ]
꼼수 항목에 펜을 가져간 파프닐은 조용히 내용을 적었다.
“놀랍군…….”
그때였다.
“설마 진짜로 효과가 있다니.”
옆에 다가온 도만이 말했다.
“저 녀석들이 저렇게 약해질 줄이야.”
얼핏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를 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단 저곳에 있는 금속 해골병들은 모두 블랙 칩이 없는 일반 해골병들.
파프닐의 패시브 스킬들로 강화되었다지만, 그래 봤자 400~500레벨 정도 수준이다.
그런 해골병들이 버섯 마수들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다.
즉, 그만큼 버섯 마수들이 약체화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면 나 혼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옆에 있던 미도리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버섯 마수들을 보며 물었다.
“무슨 비결이 있나? 계속 금속 병사들을 보내는 것밖에 못 봤네만.”
“미도리, 그런 질문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단다.”
“뭐 어때! 솔직히 저 녀석 잡을 때 말고 안 쓸 것 같은데.”
“흠.”
그 순간 파프닐이 말했다.
“이독제독의 원리다.”
“이독제……. 뭐?”
“호오, 그거였군.”
도만이 손바닥을 쳤다. 음양오행에 통달한 그다 보니 곧바로 알아챈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만약 네게 기름진 요리를 가득 차려 준다고 하면 어떻겠니?”
“좋지! 그야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그걸 며칠, 한 달, 일 년 내내 그것만 준다면.”
“어……. 일 년은 조금 질릴지도.”
“바로 그거란다.”
도만이 설명했다.
“저 외차원의 버섯은 토와 목의 요괴. 금 속성은 토 속성을 살려 주는 토생금의 효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목 속성을 없애는 금극목의 힘도 가지고 있단다. 그런데 데스 드래곤은 계속 금속을 보냈고, 그걸 과하게 섭취한 요괴가 독기에 당한 것이지. 그렇지 않나?”
“…….”
단순히 쇳독을 오르게 하려 한 것일 뿐인데, 저렇게 알아서 설명을 덧붙여 주니 나쁘지 않을지도.
“마음대로 생각해라, 나는 갈 테니.”
“간다고?”
“슬슬 수확 시기야. 그리고 시간도 꽤 썼고.”
“아.”
“이 앞으로는 나 혼자 가지.”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고 버섯 요괴의 본체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뭐야, 기껏 도와준다는데 무슨…….”
“미도리, 데스 드래곤은 우리를 배려해 준 거다.”
“배려? 저게?”
“만약 우리가 갔는데 외차원의 요괴 본채가 건재하다면, 그 전투는 그야말로 대접전이 될 거다. 그런 싸움에 우리를 끼어들게 하지 않으려는 거겠지.”
“그…… 그런가?”
도만은 씩 웃으며 파프닐이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그렇다고 해도, 확실히 곧바로 저런 수법을 생각하고 결행하다니……. 역시 대요괴 자리는 거저먹은 게 아니로군.”
“그럼 선생, 우린 이제 뭘 하면 되는 건데?”
“우린 주변을 지켜야지. 누구도 싸움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수풀 속에서 수해의 다른 요괴들이 눈을 번득였다.
그중엔 저 버섯들을 피해 도망쳤던 한 지역의 패자급인 녀석들도 있었다.
도만과 미도리가 싸움을 준비하는 그 시각.
파프닐은 해골병의 눈으로 보았던 중심부에 거침없이 발을 내디뎠다.
안쪽의 풍경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수많은 버섯이 속을 드러낸 채로 널브러져 있고, 거대한 알은 깨진 채 속의 내용물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기 있군.”
파프닐은 그곳으로 다가가, 남아 있는 거대 버섯 기둥에 번개를 떨어뜨렸다.
콰르릉!
쇠를 가득 머금은 버섯에 그대로 떨어지는 번개.
한때 아오키가하라 수해에서 상대할 존재가 없던 패자는 활활 불타오르며 바스러졌다.
“멍! 맛있는 냄새다.”
버섯이 구워지며 나는 군침 도는 냄새는 덤.
복돌이가 혀를 내밀고 헥헥거렸다.
“안 돼. 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주인님 드리면 되겠다, 멍!”
“…….”
뭔가 납득될 말이긴 한데,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그때였다.
띠링! 파프닐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공허 여왕의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보이드 머쉬룸의 아성체(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이건…….”
파프닐은 눈을 크게 떴다.
‘여왕의 목걸이는 감정을 해야겠지만, 보통 녀석은 아닌 것 같고. 아성체는 레전더리급인가.’
일단 아성체는 현시점에서 다룰 수 없었다.
잘못 건드렸다가 포자가 퍼져 나가면, 방금 그 버섯 같은 녀석들이 또 무더기로 생성될 터.
제대로 쓰기는커녕 메타슬라 금속과 미스릴, 오리하르콘 등으로 몇 겹으로 싸서 밀봉해야 한숨 놓을 수 있었다.
‘뭐,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지만.’
여러모로 시간과 자본을 들여 사냥할 가치는 있었던 셈이다.
‘예상보다 시간을 훨씬 쓰긴 했어도 이 정도 보상이면 그럴 가치가 있다.’
원래는 이곳의 슈퍼 병기를 빠르게 처리할 계획으로 왔는데, 무려 사흘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래도 보상 목록을 보니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 그럼.”
파프닐은 뒤따라온 복돌이에게 말했다.
“슬슬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할까?”
복돌이 녀석이 미도리와 만난 후.
무얼 알아 왔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
“···렇게 된 거다, 멍.”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둘은 같은 적을 상대하고 있는 듯했다.
따라서 복돌이는 그간의 행적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넌 아베노 세이멍이란 놈을 쫓고 있다, 이거지?”
“그렇다, 멍. 놈은 고양이들을 조종해 각지에 있는 개들의 낙원을 뒤에서 지배하고 있다, 멍. 그렇게 착취당한 개들은 이미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망가져서 완전히 폐견(廢犬)이 되고 있다, 멍.”
복돌이는 저도 모르게 이를 드러내며 분노를 표했다.
놈들은 치밀하고 교활했다.
‘강한 힘’에 의한 질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들은 도저히 놓을 수 없는 달콤한 함정을 준비해 뒀다.
그건 바로 마약.
“난 도그 타운에서 이미 정신이 완전히 파괴된 개들을 몇 마리나 봐 왔다, 멍. 그런 나쁜 놈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을 뿐, 그리고 그놈들의 뒤에 고양이들이, 고양이들의 뒤에 아베노 세이멍이란 개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멍.”
“아베노 세이멍이라. 아베노 세이메이와 무슨 관계가 있을 거 같은데.”
미도리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워낙에 은밀한 인물인지라 자주 그 얼굴을 볼 기회가 없는 편이다.
그러나 도만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그녀는 몇 번이고 아베노 세이메이를 본 적 있었다.
물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횟수였지만······.
‘틀림없이 놈이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지. 그놈인가······?’
특별한 힘이 느껴지는 개는 아니었지만, 주인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대음양사인 아베노 세이메이가 키우는 애완견이다.
‘괜찮은 정보네.’
미도리의 정수리 인근에 뻗어 있는 녹색 머리털이 삐죽였다.
이만한 정보라면 혹시 쓰다듬어 줄지도 모른다······
‘아니지, 애써서 외지까지 왔는데 고작 이 정도 정보로 만족하고 돌아갈 수야 없지.’
마침 눈앞의 흰 개는 아베노 세이멍의 수하들이 이끄는 본거지로 침입할 모양이었다.
“이봐, 강아지야.”
“강아지 아니다, 멍, 복돌이란 이름이 있다, 멍.”
“그래, 복돌아. 그럼 넌 이제부터 놈들의 본거지까지 가는 거지? 거기까지 나도 데려다줄 수 있어?”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한 미도리였으나, 복돌이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냉랭했다.
“그럴 순 없다, 멍.”
“······왜!”
복돌이는 맑은 눈동자로 미도리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내가 가려는 곳은 위험한 곳이다, 멍. 너같이 가녀려 보이는 암컷을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가, 가녀려? 내, 내가?”
미도리는 입을 가리고 쿡쿡 어깨를 떨었다.
“뭘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난 너보다 훨씬 강할걸.”
“······.”
미도리는 가슴을 내밀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이래 보여도 위대한 녹룡의 후예, 이쪽 대륙에서는 드래곤이라 불리는 게 바로 이 미도리 님이라 이 말이야.”
턱을 치켜들며 으쓱하는 미도리를 바라보며, 복돌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후후, 어때, 깜짝 놀랐지? 놀라서 말도 안 나오지? 솔직하게 찬양해도 괜찮아.”
뻗대는 미도리를 바라보며 복돌이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용이든 아니든 암컷이란 점은 똑같은 거 아니냐, 멍?”
“어?”
“용이든 아니든 암컷이란 점은 똑같다, 멍. 그리고 수컷으로서 굳이 위험한 일에 처음 보는 암컷을 끌어들일 생각은 없다, 멍.”
복돌이는 단호히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흰색 강아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미도리는 형용할 수 없는, 생전 처음 겪는 대우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야, 자, 잠깐!”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