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29)
429화
고양이젤리 합체의 술.
무려 레전더리급의 스킬이지만, 막상 이 스킬을 쓰기 위해선 갖춰야 할 조건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일단 1백 마리 이상의 고양이, 그것도 스킬을 모두 배운 고양이가 1백 마리 이상 한자리에 있어야 한다.
스킬 북을 얻기 위한 방법도 만만치 않다.
마법사 길드에서 연계 퀘스트를 받아 여덟 개의 퀘스트를 처리한 뒤.
최종적으로는 레벨 650의 네임드 고양이 야수, 바론 캣을 처치해야 한다.
한 명당 한 번씩이니, 최소 백 번 이상 그 짓을 해야 하는 것.
게다가 스킬을 쓰려면 최소 50% 이상까지는 숙련도를 끌어올려야 하기에, 그 과정에서 또 몇 달의 시간이 더 흘러간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조건은 스킬 북 획득도, 수련도 아니었다.
최대의 난관은, 이 스킬의 사용자가 다름 아닌 고양이라는 점이었다.
*최대 스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고양이의 움직임이 일치해야 함.
고양이젤리 합체 스킬은 1백 마리의 고양이가 한 몸이 되는 스킬이다.
1백 개의 의지를 하나로 통일하고, 그 의지에 따라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그 대상이 무려 고양이.
사람이 뜻을 합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주인의 말도 우습게 아는 고양이들 1백 마리가 매번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실현 불가능한 꿈속의 스킬.
이 때문에 이 스킬 북의 가격은 고작해야 10골드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현금으로 따지면 1백만 원, 환전율까지 따지면 대략 7~80만 원 정도 된다.
다른 레전더리급 아이템에 비하면 1/100. 아니 1/200에 달하는 저가다.
그러나 호라이즌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
만약 그 스킬을 쓸 수만 있다면.
합체한 거대 고양이에게는 엄청난 힘이 주어진다.
모든 고양이 개체의 스테이터스X3의 압도적인 스테이터스와 스킬.
1백 마리를 단순히 더한 게 아닌, 거기에 세 배의 힘과 속도 그리고 체력과 방어력을 더해 준다.
일단 쓸 수만 있다면 무적의 스킬.
이 때문에 박단토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이 스킬이 쓰인 것은 총 다섯 번.
그때마다 앞을 가로막던 적들은 거대 고양이의 이빨과 손톱 앞에서 고깃덩어리로 변했다.
아무리 복돌이가 강하다고 해도, 또 미도리라는 드래곤을 데려왔다고 해도.
이번에도 그 결과는 다르지 않으리라.
“복수다! 복돌!”
거대 고양이가 된 박단토가 손을 휘둘렀다.
성채의 단단한 벽과 철골 기둥이 단숨에 산산조각 나며 밤하늘이 드러났다.
그 사이로 멀어지는 한 인간과 한 강아지가 보였다.
“도망치는 거냐!”
박단토는 땅을 박찼다.
가볍게 움직인 것임에도 곧바로 복돌이와 미도리의 앞에 와 있다.
마치 신이라도 된 기분.
“키야옹!”
박단토의 의지에 따라 괴물 고양이의 앞발이 횡을 그렸다.
[데스 스크래치]그때 복돌이는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 후 그 회전력을 실어 발 차기를 날렸다.
수많은 적을 쓰러뜨린 사이클론 킥.
두 공격이 부딪친 순간, 복돌이가 태풍에 휩쓸린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
“크르릉!”
“크하하하, 그 복돌이가 마치 벌레 같구나. 으흐흐하하하하!”
연이어 공격하는 박단토.
그때마다 복돌이의 몸은 휘청거리며 막거나, 속도에 대응하지 못하고 상처가 늘어 갔다.
문제는 속도.
힘의 차이는 무술을 이용해 흘려 낸다 하더라도.
박단토가 합체한 괴물 고양이의 속도는 최강의 투견인 복돌이마저도 대처하는 게 고작이었다.
“끝이다!”
뒤로 물러서던 복돌이의 몸이 돌기둥에 막혔다.
기회를 잡은 박단토의 몸이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녹빛 섬광 한 줄기가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무슨!”
분명 있어야 할 강아지가 없다.
돌기둥을 부순 박단토가 몸을 돌린 순간, 머리 위에서 녹빛 광선이 쏘아져 왔다.
“크아아악!”
고개를 들자 긴 뱀 같기도 하고, 뱀장어 같기도 한 괴물이 하늘에 떠 있는 게 보였다.
그 위에 올라 있는 강아지를 본 순간, 박단토는 저도 모르게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니야아아아앙!”
파앗, 거대 고양이의 손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미도리. 오른쪽으로 30도, 아래쪽으로 70도. 급강하 후 회전!”
“명령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복돌이의 소리를 들은 미도리가 날개와 콧수염을 펄럭였다.
하늘을 유영하던 용의 몸이 번개처럼 아래로 내리꽂힌다.
“저, 저게 뭐야!”
“이벤트 떴나?”
“뭐임? 대체 뭐임?”
“가 보자!”
성 아래쪽.
파티를 모으고 있거나, 사냥을 준비하는 등.
각자 게임을 즐기고 있던 유저들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성이 무너지는데?”
“잠깐, 저 고양이 위에 떠 있는 거…….”
“용……?”
용.
한국 서버에서 애초에 볼 수가 없는 존재의 출현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때문에 그들은 알 수 없었다.
용의 등에 올라타 있던 흰 강아지가, 땅에서 솟구치는 검은 고양이의 코를 있는 힘껏 후려갈기는 모습을.
***
“끝났군.”
타탓, 땅에 내려온 복돌이가 주변을 훑어보았다.
사방에는 빛으로 변해 사라지는, 로그아웃되는 흑고양이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박단토……. 쉽지 않은, 아니 위험한 상대였다.’
과거 아크 길드의 김애용과 싸울 때도 박단토가 변한 애용 블레이드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김애용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박단토가 변한 애용 블레이드의 파괴력과 의외성은 주인인 파프닐마저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했으니까.
하물며 지금은 그 주인에게서도 벗어난 데다, 주변 고양이들을 모아 금단의 술식까지 사용한 상황.
주인이 없는 지금.
혼자였다면 절대로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말이다.
복돌이는 등을 돌렸다.
“너, 너……. 너!”
등 뒤에서 나타난 미도리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허락도 안 했는데 내 등에 타?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렇게 해야만 저 녀석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이제 어떻게 해! 선생한테도 아직 안 내준 등인데. 너 같은 미물한테 내 등을……. 아아아아아…….”
미도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복돌이는 모르지만, 용의 등은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가족이나 연인, 혹은 그만큼 소중한 사람들에게만이 허락된 곳.
그런데 그런 사람도 아니고 고작 강아지 따위(?)가 그걸 탄 것이다.
“책임져! 이걸 어떻게…….”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온 것 아니었나.”
다음 순간 복돌이가 태연하게 말했다.
“뭐, 뭐라고?”
“선생을 위해, 그리고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따라왔다면서. 그렇다면 이 정도는 각오해라.”
“너 이 씨……. 남 일이라고…….”
“그래도 고맙군,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싸움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복돌이가 이곳에 온 것은 박단토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내 캣 타워가 꼴이 말이 아니군.”
쿠웅, 부서진 성의 바닥이 울렸다.
“너는 뭐 하는 놈이냐?”
사자의 갈기 같은 털을 흩날리는 금빛 고양이 한 마리.
부서진 성의 내실 쪽에서부터 걸어 나온 그가 복돌이와 미도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아래에서 보고 말하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마주 시선이 닿는 느낌.
아니, 오히려 저쪽이 위인 것 같기도 했다.
복돌이는 익숙함을 느꼈다.
아주 오래전.
자아라는 것도 없이 생을 향한 본능만이 있던 시절.
어미 젖을 빨고 있을 때 느꼈던 기감.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제왕의 분위기라는 사실을 안다.
그것이 바로 저런 유였다.
“넌 또 뭐야. 네가 여기 있는 놈들 대장이야?”
미도리가 재주를 넘어 순식간에 용으로 변하더니, 곧바로 사자묘에게 돌진했다.
다음 순간 사자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안 돼!”
복돌이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사자묘가 땅을 박찼다.
하늘에서 내려오던 용의 입에서 뿜어지는 초록색 브레스.
다음 순간 사자묘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미도리의 앞에서 나타났다.
[배쉬]기절치를 쌓고, 대미지를 주는 간단한 기초 스킬.
그 스킬에 얻어맞은 미도리의 몸이 땅으로 떨어졌다.
쿠웅.
그대로 추락한 미도리의 위에 올라선 사자묘가 앞발을 들었다.
“도마뱀 주제에 시끄럽군.”
퍽, 퍽. 연달아 휘둘러지는 앞발.
가벼운 냥냥 펀치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맞을 때마다 미도리는 연신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악! 악! 아파!”
“고작 고양이 앞발에 이래서야, 용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야말로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듯한 모습.
다만 이 경우에는 쥐가 아니라 용을 갖고 놀고 있었다.
“그쯤 하지.”
복돌이가 말을 걸자, 사자견의 시선이 복돌이에게 향했다.
“사자묘 심바에게 암컷을 괴롭히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원한다면. 딱히 약자에게는 관심 없으니.”
사자묘는 그대로 미도리를 차 구석으로 밀어 넣은 뒤 복돌이와 마주 섰다.
“프론티어 길드의 길드견이자 파프닐의 반려견 복돌. 이거 누추한 곳에 귀한 몸이 납셨군.”
복돌이는 이미 호라이즌 한국 서버의 유명인, 아니 유명견이었다.
파이브스타의 리더 이시우의 세 강아지들과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많은 활약상을 선보인 덕분이다.
가장 유명한 개인 만큼 사자묘도 복돌이의 인상착의나 정보 등은 파악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사자묘, 심바는 보자마자 상대가 복돌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런데 설명을 아직 듣지 못했는데. 프론티어 길드 소속 개가 이렇게 난리를 피우고 시설을 부쉈다는 건, 길드에 책임을 물어도 된다는 거겠지?”
“오늘 여기엔 프론티어 길드의 복돌이로 온 게 아니야.”
복돌이가 말했다.
“뒷세계의 개와 고양이들을 이용해 약한 뉴견들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갈취하고, 그것도 모자라 마약을 풀어 주인과 반려견 간의 관계를 억지로 끊은 너를. 평범한 뉴견 백구로서 단죄하러 왔다.”
“역시나 네가 그 강아지였군.”
사자묘의 갈기가 빳빳해졌다.
목적을 알게 되었으니 굳이 가식을 차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부 12곳에 사천왕 중 둘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이곳저곳에서 많이도 날뛰어 주셨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그런 짓?”
“마약을 이용해 개들을 세뇌하고, 주인과 반려견의 관계를 강제로 끊고 있잖아. 심지어 네 뜻이 아닌 아베멍 세이멍인가 하는 녀석의 명령 때문에.”
물론 없느니만 못한 반려견과 주인 관계도 있을 거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복돌이는 흑똘똘 패거리가 도그 타운에서 벌였던 행진을 떠올렸다.
반려견이 진 빚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하던 사람들.
최소한 그중 두 명은 마지막까지 반려견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체 무얼 하려는 거냐, 너와 네 주인 세이멍이란 녀석은…….”
“너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신세계를 위한.”
사자묘, 심바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위대한 대업을 방해하는 동물의 배신자……. 인간이 주는 뼈다귀에 홀린 네놈 따위에게 더 말해 줄 것은 없다.”
더 이상 할 말은 남지 않았으니,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건 아수라견 하나뿐인데, 과연 그런 개가 또 있나 확인해 볼까.”
말을 마친 심바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졌다.
다음 순간 복돌이가 이를 드러내며 뒷발을 휘둘렀다.
서로를 향해 쇄도한 개와 고양이의 다리가 부딪친 순간, 엄청난 충격파가 주변으로 터져 나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