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콜록!”
파프닐은 기침을 했다.
버섯 먼지가 입 안에 들어갔는지, 아니면 침도 안 삼키고 들어서 그런지 목이 칼칼했다.
급히 물을 마시자 속이 트였다.
“뭐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파프닐은 저도 모르게 재촉하듯 물었다. 처음 복돌이가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하더라도 심드렁하던 그였다. 근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액션 활극을 듣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게…… 그냥 물러났습니다, 멍.”
“물러났다고? 그렇게 개폼 부리면서 등장해 놓고?”
“그거까지는 저도…… 끄응…….”
복돌이는 눈치를 보며 신음 소리를 냈다.
똥을 싸다 끊은 것 같은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얘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파프닐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하, 견공의 정보가 제법 쓸모가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안 그런가?”
도만이 옆에서 거들자 파프닐은 헛기침을 했다.
얘기에 집중하느라 저도 모르게 데스 드래곤이 아니라 파프닐처럼 행동하고 만 것이다.
“미물이라고는 하나 나의 종자. 고양이 따위가 내 종자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기억해 두려는 것뿐이지.”
“역시 데스 드래곤 상이군, 패기가 넘쳐, 하하하하.”
주인들의 알맹이 없는 대화를 보며 복돌이는 연신 눈치를 봤다.
“야, 너 주인한테 거짓말해도 되는 거야?”
미도리가 소곤소곤 물어 왔다.
“끄응.”
복돌이는 또다시 신음을 했다.
***
허공에서 부딪친 개와 고양이가 각자 서로가 있던 방향에 착지했다.
한쪽은 타오르는 듯한 주홍 불꽃 같은 갈기를 지닌 고양이.
또 한쪽은 새하얀 털을 지닌 백구였다.
“놀랍군.”
먼저 일어난 건 사자묘 심바였다. 그는 앞발을 털며 기지개를 크게 켰다.
“과거 내게 패배를 안겨 준 이는 딱 둘이다. 하나는 지금 내가 상관으로 모시고 있는 아이언 마스크. 또 하나는 바로 아수라견이지.”
사자묘 심바는 눈을 감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것이다.
패도를 목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에게 있어서 패배란 씻을 수 없는 흉터와도 같다.
그러나 심바는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일어설 수 있는 종류의 강함을 가진 고양이였다.
“설마 네가 아수라견일 줄은 몰랐다.”
그때까지도 복돌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승부를 내고 싶긴 하지만…….”
심바는 앞발을 그루밍하며 코웃음 쳤다.
“아직은 다 여물지 못한 모양이군.”
그 순간 복돌이의 신형이 무너졌다.
‘큭…… 이럴 수가.’
복돌이는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주인과 함께 숱한 적들과 맞서 왔다.
그러나 단 일격 만에 이만한 타격을 자신에게 입힌 적은 처음이었다.
“아수라견의 근육은 일반적인 개들과 다르지. 일반적인 개들보다 두 배 이상의 근밀도를 지니고 있는 게 아수라견이다. 그러나 그뿐만이라면 고작해야 힘만 센 개일 뿐. 놈들의 진정한 강함의 비밀은 바로 갯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신경망과 척추근의 발달로 인해 보여지는 근육 가동률.”
복돌이는 알지 못하는 동족의 비밀이었다.
“방금의 격돌로 알았다. 너는 이 세계의 스테이터스에 의존하고만 있을 뿐, 제대로 된 투쟁을 겪어 보지 못한 애송이라는 걸…….”
그것도 정답이다. 복돌이는 현실 세계에서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해 본 적 없었다.
“지금의 너를 쓰러뜨려 봤자 내 자부심이 채워지진 않을 것 같군……·.”
심바는 앞발을 들어 올리더니 허공을 응시했다. 아무래도 메시지창을 확인하는 듯했다.
“마침 아이언 마스크 님의 호출인가…….”
아이언 마스크?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던 복돌이의 다리가 꺾였다.
-스태미나가 부족합니다.
-다리가 부상 상태입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 더……. 나의 적수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오도록.”
휙, 심바는 그대로 몸을 돌리고 떠나갔다.
복돌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거기……. 서라……!”
다리에서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천신만고 끝에 주인의 명령마저 어기면서 이곳에 왔는데, 저렇게 보내 줄 수는 없었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
그때였다.
“저기! 저기 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멀리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막 쫓으려던 복돌이가 순간 움찔했다.
‘지금 사람들이 오면…….’
사람 한 명 한 명의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나 복돌이는 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가끔 자신들도 모르던 흔적이나 자취를 찾아 이를 추적해 낸다.
게다가 지금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복돌이는 고개를 돌렸다. 쓰러져 의식을 잃은 초록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보였다.
‘미도리…….’
만약 녹룡이 사람들에게 넘어간다면 다음은 뻔했다.
다른 수많은 몬스터처럼, 재료가 되거나 혹은 잡혀서 살아 있는 재료 농장이 될 터.
복돌이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미도리는 객관적으로 꽤 곤란한 녀석이다.
성질이 조금 고약하고, 말을 하나도 안 들어먹긴 하지만.
그래도 저기서 사람들에게 잡혀 못 볼 꼴을 당할 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
탓탓, 그대로 미도리의 옷깃을 문 복돌이가 네 발로 뛰기 시작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은 부서진 성채와 사방에 널브러져 정신을 못 차리는 고양이 무리를 발견했다.
“고양이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라? 잠깐만.”
그런 사람들의 눈에 성 지하에서부터 올라오는 개들이 보였다.
멍한 눈을 한 채 약에 취한 수많은 반려견.
“자, 잠깐. 이게 다 뭐야!”
“일단 개들부터 구조해! 잡아 두고 치료한다!”
“컹컹컹! 멍멍!”
그날 호라이즌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글로 소란이 일었다.
행방불명, 가출 처리 된 개들 수천 마리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간 것은 덤이다.
***
“사냥을 막 마쳐서 힘든 건 이해하네만.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일세.”
도만의 말에 파프닐은 짧게 반문했다.
“돌아가다니, 아직 사냥할 게 더 남아 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꽤 많이 흘러서 말이야. 오다 노부나가도 기껏 거금을 들여 영입한 인재가 자기 계발에 너무 오래 열중하고 있으면 돈이 아까워질 테고, 세이메이도 슬슬 의심을 할 수 있으니까.”
회사로 치면 오다 노부나가는 사장, 파프닐은 스카우트된 고급 경력자다.
그런데 그 경력자가 업무 대신 공부나 개인 커리어만 쌓고 있다면 그만큼 회사는 손해를 보는 구조긴 했다.
아예 퇴사를 못 한다면 모를까.
언제든지 데스 드래곤의 마음에 따라 관계가 끝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네도 재정비를 해야지. 설마 여기서 한다고 하진 않을 테고.”
“흠, 하긴 그 말이 맞군.”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의 계획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여기서는 더 이상 찾을 게 없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그럼 돌아가지.”
“잘 생각했네, 혼자 가기엔 조금 심심했거든.”
“혼자라니.”
파프닐은 말뜻을 잠깐 생각하다가 되물었다.
“오다 노부나가를 만나러 간다고?”
“아무렴, 어차피 수해 지부의 정기 보고도 해야 했는데. 데스 드래곤과 같이 가면 설명이 간편해지니까.”
“…….”
“너무 그렇게 의심하지 말게나. 나는 적어도 자네가 배신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으니까.”
도만은 진심이었다.
자신과 오다 노부나가의 관계를 제삼자에게 밝히는 건, 그의 다른 신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를 전부 알려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어차피 곧바로 찾아갈 곳도 생기지 않았나. 이 사쿠라 열도에 있는 놈의 지부를 찾았으니.”
아베노 세이메이의 음모는 한국 서버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각 서버 전부에 걸쳐 진행되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다.
일본 서버는 아베노 세이메이의 홈그라운드.
다른 서버들에서 공작 행위를 펼치고 있는데, 이곳만 제외한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이 때문에 파프닐은 정비 후 곧바로 그곳을 공격할 계획이었다.
세이메이나 사자묘가 함정을 파거나, 혹은 빠르게 철수를 결정해 꼬리를 자르지 못하도록.
“참, 가서 줄 것도 있고.”
“……?”
“오다성 뒤뜰, 그곳에 내 특제 된장을 묻어 놓았거든.”
도만이 말을 이었다.
“원한다면 조금 퍼 주겠네.”
“……시간이 없으니 바로 가야겠군.”
파프닐은 곧바로 일어섰다.
‘운이 좋은걸, 된장까지 얻다니.’
도만의 된장찌개는 생각지도 못한 별미였다.
민트 초코 같은 것보다 몇 배는 더.
재료야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요리의 레시피에 된장까지 받는 건 예상 이상의 소득이었다.
“그런데 네가 이 자릴 비워도 되나? 다른 녀석들이 올 텐데.”
“물론 평소엔 괜찮지 않지. 자네 덕분에 나도 휴가 좀 내 보는 거고.”
“내가?”
“외계에서 온 침식 괴수를 정리해 주었고, 또 여기까지 오면서 수많은 요괴를 쓰러뜨리지 않았나. 덕분에 이 주변엔 잠시나마 요괴의 씨가 말랐다네.”
골칫거리이던 요괴들이 전부 정리된 덕에, 모처럼 만에 도만도 여유가 난 것이다.
물론 수일 만에 금방 요괴들이 보충되겠지만 그게 어딘가.
“뭐……. 마음대로.”
그렇게 돌아가는 길.
복돌이는 계속 시무룩한 채 주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 앞발…….’
잊으려고 해도 머릿속에서 자꾸 사자묘의 앞발이 떠올랐다.
쓸 수 있는 어떤 기술을 써도, 그걸 막는 상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한 번 접힌 금속은 아무리 펴도 접힘 선이 남는 것처럼.
그 앞발의 이미지가 복돌이의 어깨를 짓눌렀다.
“……주인, 잠시 산책 좀 하고 오겠다, 멍.”
“산책? 흠……. 뭐, 너무 늦기 전에 와라.”
파프닐은 선뜻 허락했다.
정처 없이 걷던 복돌이의 발걸음이 어느 바위 앞에서 멈췄다.
“…….”
고개를 들자 거대한 바위 하나가 보였다.
잠시 그것을 보던 복돌이가 이를 악물었다.
“크으윽……!”
꽈악, 그대로 힘이 들어간 복돌이의 팔이 바위를 쳤다.
쿠웅.
주변의 나무가 흔들리고, 땅 밑으로 은은한 진동이 퍼져 나간다.
잠시 후 이변이 일어났다.
쩍. 쩌억.
바위의 옆과 아래로 균열이 퍼져 나가더니, 곧 작은 건물만 한 바위가 여러 조각으로 동강이 나 바스러진 것이다.
아무리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스킬이라도 땅에 파인 흔적을 내거나 크게 베어 버리는 게 고작.
정권 한 방으로 산만 한 바위를 깨부수는 것은 최상위 랭킹권 플레이어도 힘든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힘.
그러나 정작 그 힘을 선보인 복돌이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공포를 느끼다니…….”
심바의 정권.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다리가 떨리고 꼬리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게 아니다.
“이래서 주인님을 지킬 수 있을까?”
목숨이 스러지는 건 아깝지 않다.
하지만 주인님을 지키지 못하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이 세계가 아니라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건 마찬가지.
그러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했다.
아무리 의지를 다져도, 지금과 같다면 사자묘가 주인을 공격하는 걸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어야 할 테니까.
‘더 강한 힘이 필요해.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는…….’
그때였다.
“아니, 이게 뭐야.”
바위 안쪽에서부터 껄렁거리는 한 청년이 걸어 나왔다.
“익숙한 무공이 느껴진다 했더니만, 그때 그 개 새끼 아니야?”
“……멍??”
복돌이의 눈이 커졌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