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31)
431화
“백구 녀석, 이상하게 늦는군.”
뉴 도쿄성으로 연결된 넓은 가도 앞.
파프닐은 고개를 갸웃했다.
‘산책 간다더니 무슨 일이 생겼나?’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도중에도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
아무래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것이리라.
그럴 만했다.
동족인 개들 수천 마리가 마약으로 세뇌되는 장면을 보았으니까.
간접적 영향이란 게 있다.
공포 영화를 보거나,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피로가 쌓일 수 있는 것.
‘세이메이를 저지한 후엔 휴식을 조금 주어야겠군.’
적절한 휴식의 중요성은 굳이 말 안 해도 알고 있다.
빙의 전 프로게이머 시절, 김강한을 위협하던 강력한 적팀 하나가 있었다.
비록 종이 한 장 차이로 승리를 가져오긴 했지만, 등골을 서늘하게 하던 녀석들.
그 팀을 무너뜨린 건 김강한도, 해외 프로나 패치가 아니었다.
감독과 스태프, 코치진.
다른 게임 리그가 문을 닫으며 스카우트된 이들은, 쌍팔년도식으로 이야기되는 노력 만능론을 선수단에 강요했다.
-나 때는 말이야, 자는 시간도 4시간 아래로 줄여 가면서 연습했어.
-요즘 애들은 바라는 게 많아서…….
감독의 지시는 곧바로 선수들에게 적용되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꽤 아쉬웠다고만 해 두겠다.
어쨌든 돌아온 후 복돌이의 상태가 영 아니라는 점이었다.
고기와 상추…… 같은 걸로는 풀리지 않을 듯한.
‘그러고 보니 현실에서는 밖에 잘 안 다녔지. 조금 데리고 놀러 나가기라도 해야 하나.’
그때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풀이 흔들리더니 붉은 개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파프닐은 복돌이에게 다가가 살폈다.
“너 이 상처는…….”
“멍……. 갑갑해서…… 사냥 좀 하고 왔다, 멍.”
“사냥?”
고작 사냥 한 번 한 것 가지고 이렇게 되나?
파프닐은 복돌이와 눈을 마주쳤다.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복돌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한다.
옆으로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복돌이의 몸에 있는 상처는 꽤 흥미로웠다.
근육의 결을 깔끔하게 베고 나간 칼날의 경로.
뼈와 중요 신경은 그대로 남겨 두면서 전투력을 무력화시켰다.
드래곤 헌터에서 쌓인 경험이 말해 준다.
이건 진짜배기와 싸운 흔적이다.
“멍…….”
“꽤 많이 다쳤는데?”
미도리와 도만이 다가왔다.
“도와줄까?”
“금창약 쓰면 나아.”
게임 속이기에 가능한 일.
이 때문에 파프닐은 가볍게 대꾸했지만, 도만은 재차 치료를 자처했다.
결국 파프닐이 물러서자, 도만은 곧바로 손에 음양술의 기운을 모으며 다가섰다.
“보자……. 음, 금과…… 마에 크게 당했구먼.”
도만은 음양술의 원소들을 움직이며 복돌이의 몸을 만졌다.
초록색, 금색, 황갈색 기운이 연달아 움직이더니 상처가 순식간에 나았다.
“그것도 그 오행의 원리인가 하는 건가?”
“맞네. 자, 다 나았지?”
“멍……! 미안하다, 멍.”
“내 부하로서 그렇게 다쳐서 오다니……. 아무래도 좀 더 수행이 필요하겠군.”
파프닐은 복돌이를 쓰다듬으려다 짐짓 분위기를 잡고 말했다.
“아무튼 신세를 졌군.”
“그럴 것 없네. 미도리 녀석이 계속 안절부절못하길래 나선 거니까.”
“서, 선생! 그건 아니야!”
“아 참, 비밀이었나? 미안하다.”
미도리가 정수리의 머리카락을 쫑긋거리며 외치자, 도만은 가볍게 뒷머리를 긁었다.
“자, 상처도 나았으니 슬슬 가 보자고.”
파프닐 일행은 오다 노부나가의 성으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경비병들이 급히 깃발을 올렸다.
“데스 드래곤 님!”
“오다 노부나가는 어디 있지?”
“아, 지금 천수각에.”
“안내해라.”
돌아왔으니 오다 노부나가를 만나서 보고를 해야 했다.
‘그런데 괜찮나?’
파프닐은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도만을 바라보았다.
오다 노부나가의 성안에서도 그는 태연히 걷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로 활동 중이라는 게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데스 드래곤 님, 그 외 한 분 입장하십니다!”
천수각의 최상층 문을 열자, 상석의 노부나가와 여러 간부가 있었다.
“오오, 데스 드래곤 님! 돌아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눈에 띄게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무슨 일이지?”
“실은 골칫거리가 있어서 데스 드래곤 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골칫거리?”
파프닐은 오다 노부나가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인간과 요괴 양쪽 모두 해결한 게 얼마 전이다.
반오다 연합은 렌야의 지휘하에 전면 철수했고, 요괴 세력은 파프닐의 설득으로 텐구들과 함께 아공간으로 숨어들었다.
물론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런 놈들은 창과 금속으로 감싼 해골병들에게 경험치로 변한 지 오래.
“무슨 골칫거리지?”
“아, 땅이 아니라 바다입니다.”
“바다라…….”
“데스 드래곤 님께서는 이미 대업에 함께하기로 하셨으니,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파프닐이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들어가 있는 사이.
노부나가는 차원 장벽, 정확히는 서버를 구분하는 디멘션 월(dimension wall)을 부수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장벽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들이 상상 이상으로 까다로웠던 것이다.
“딥 원?”
“예. 물속에서 배 밑창에 구멍을 뚫거나 거대한 바다 괴수를 이용해 파도를 일으키며 저항합니다.”
원래 바다에서 만나리라 예상한 건 다름 아닌 해룡.
바닷속 용궁이나 용왕으로 지칭되는 신수들이니, 당연히 차원 벽을 뚫으려는 오다를 막으려 들 것이다.
“그래서 대룡 전투를 준비했는데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지요.”
“간단하군. 그 녀석들을 치워 달라는 건가.”
파프닐은 코웃음을 쳤다.
“거절하지. 내 일이 아니야.”
계약에 따르면 파프닐의 업무는 외부 세계의 적을 맞아 싸우는 데 힘을 보태는 것.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가 직접 나서면 명분을 주는 경우일 때가 아니고선 딱히 나설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그건 너희 인간들이 해결할 일이지. 내가…….”
“부탁드립니다. 사례는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오다 노부나가가 양반다리를 한 채 허리를 굽혔다.
“노부나가 님, 어찌……!”
클랜 간부들이 술렁거렸다.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서버 제일의 권력자.
그가 저런 태도를 보이니 당황한 것이리라.
“도와주십시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다가 물었다.
“적은 그 어인족뿐인가?”
“네?”
“다른 적이나 방해물은 없냐는 말이다.”
“아, 네.”
딥 원.
그 녀석들은 언제라도 만나긴 해야 했다.
외신 다곤의 수하들이기에 전 차원의 바다 지하에서 동시에 출몰하는 이종족 몬스터.
더불어 그들은 플러시가 마지막으로 관측된 경로에서 싸운 적들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플러시의 행보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
“좋아. 내가 원하는 건 한 가지다.”
파프닐이 말한 것을 들은 노부나가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그거면 됩니까?”
“그래. 그거면 된다.”
“뭐……. 알겠습니다, 그 정도야.”
오다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로 계약은 성립되었다.
“감사합니다, 데스 드래곤 님!”
“아, 참.”
막 나가려 했던 파프닐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도 볼일이 있다던데.”
“친구?”
고개를 든 오다 노부나가의 눈에, 막 들어오고 있는 도만이 비쳤다.
“열도의 정점, 쇼군 노부나가 님을 뵙습니다.”
“아, 자네……. 아케치!”
그 순간 파프닐은 눈을 의심했다.
지금껏 비즈니스적인 면모를 유지하던 오다 노부나가의 태도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금 나온 아케치라는 이름.
파프닐은 눈을 돌렸다.
‘아케치 미츠히데…….’
역사 속에서는 오다 노부나가를 찌르는 배신자의 이름.
그러나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그건 큰 의미가 없다.
단지 이름만 따왔을 뿐, 상황도 인물도 모든 게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그 최고 간부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니.
“아케치 님께서 오시다니…….”
“저분이 바로 1 대 1,000의 전투를 이긴 대검호 아케치…….”
“소문만 무성하던 분인데, 얼굴을 뵙는 건 처음이군.”
다른 간부들의 반응도 놀랍다는 내용 일색이다.
몰래 위키를 검색해 본 파프닐은 흠칫 놀랐다.
‘오다 클랜에서 히데요시, 도쿠가와와 함께 최상위 임원 3인방이었다고?’
무사시, 세이메이가 개인 플레이어로서 실력을 갖췄다면.
저 둘은 막강한 세력까지 더한 오다 클랜의 최고위 간부들이었다.
사실상 공동 창업자 같은 수준.
그런데 도만이 그중 한 명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확실히 엄청난 패를 까 놓은 거나 마찬가지군.’
그때였다.
오다 노부나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파프닐과 도만에게로 거리를 좁혔다.
‘무슨?’
설마 암습?
파프닐이 경계의 기색을 드러냈으나, 오다는 그런 그를 그대로 지나친 뒤 도만, 아니 아케치에게 다가갔다.
“나 원, 아케치. 얼굴 좀 비치지 그랬나.”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말이야, 내 앞에선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당황한 아케치가 몸을 비트는 순간.
툭.
천수각의 다다미 위로 비단 같은 머릿결의 가발이 떨어졌다.
***
일본 서버는 현실의 일본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열도 지형인 일본 서버는, 12개의 큰 섬과 수많은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섬들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바다.
바다를 지배하는 것이야말로 일본 서버를 지배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오다 클랜과 반오다 클랜 모두 바다를 제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오다 클랜은 패권 다툼 외에도 다른 목적이 더 있었다.
세계 정복.
전 세계 각국의 서버를 정복함으로써, 게임 세계의 정점에 일본 국기를 꽂는 것이 오다 노부나가의 야망이었다.
그리고 다른 서버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각 서버를 잇는 바다에서 절대 권력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그런 해상선단의 지배자.
골드로드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대장님! 우현함이 위험합니다. 지원을!”
“좌현함 위와 아래로 적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방 초계함 침몰! 승무원 구조에 들어갑니다!”
상황은 그야말로 위기였다.
물 밑, 물 위에서 공격받는 오다 노부나가 함대의 배들은 하나둘씩 침몰하고 있고.
남은 배들의 갑판에서는 물고기 머리에 사람 몸을 한 어인 괴물들이 플레이어, NPC를 가리지 않고 죽이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전투가 벌어지는 배에는 그가 있는 기함도 포함이었다.
“괴물들에게 지지 마라, 오다 노부나가 님의 해군이다!”
“골드로드 님, 피하십……. 크아악!”
앞을 지키던 카부토 갑주의 사무라이 한 명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그 자리엔 피로 몸을 칠한 딥 원 한 기가 물갈퀴 발톱을 내밀고 있었다.
“흥, 생선 따위가 이 배에 발을 들이다니 겁도 없군.”
“끼리릭? 웃긴다. 인간.”
딥 원은 퉁방울 같은 눈을 깜박이며 대꾸했다.
“바다, 약육강식. 힘 있는 자가 가진다. 우리 힘 있다. 너희, 힘없다.”
“생선 대가리가 말을 하네?”
“끼리릭……. 죽. 인다!”
도발이 제대로 먹힌 듯, 딥 원은 아가미를 뻐끔거리며 다가왔다.
“여기까진가…….”
골드로드가 눈을 감은 순간.
갑자기 얼굴 앞에 축축한 액체가 튀었다.
처음엔 피인 줄 알았는데, 비릿한 소금물, 생선 냄새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윽!!”
눈을 뜬 골드로드는 순간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갑자기 나타난 금속 인형들이 딥 원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물 위, 물 아래에서 제왕과도 같던 녀석들이, 금속 병사들의 칼질 한 번에 횟감이 되어 쓰러져 간다.
그야말로 전세의 대역전.
“여기가 그곳이군.”
고개를 돌아보자, 은빛 금속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미남자 한 명이 보였다.
그런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서.
“……꿈인가?”
골드로드는 조용히 눈을 비볐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