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33)
432화
“저기 있군.”
쾌속선을 타고 출정한 파프닐은 곧 오다가 말한 3함대를 볼 수 있었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오다 클랜의 3함대.
인원만 수만 명에, 2백 척이 넘는 배를 가진 3함대지만, 막상 도착하니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건 불리한데.”
3함대 전체의 1/5가량인 40여 척이 이미 침몰한 상황.
10%만 당해도 전멸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회전에서, 그 정도 손실은 사실상 군대가 터져 나가기 직전이라는 뜻이었다.
‘오합지졸은 아닌 것 같은데. 상성이 좋지 않군.’
아가미와 물갈퀴가 달린 어인, 딥 원.
한국 서버의 딥 원들은 보통 4~500레벨대였지만.
먼 바다라서 그런지 이곳의 딥 원들은 하나같이 600레벨이 넘었다.
특별한 네임드, 칭호가 붙은 딥 원 개체는 700레벨까지도 보일 정도.
평균 500레벨대인 오다 클랜 3함대 대원들이 불리할 만 했다.
맵도 좋지 않았다.
해군이라 해도 결국 물속에서는 숨을 쉬지 못하고, 수영 스킬 숙련도가 90%를 넘지 못하면 스킬을 쓰기 힘들거나 아예 쓸 수가 없다.
반면 상대인 딥 원은 배만 부순 후 물속에 빠진 인간들을 여유롭게 사냥하면 그만.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전멸하겠어.”
파프닐은 재빨리 주변을 훑어보다가, 다른 배들보다 2배가량 큰 거함을 발견했다.
“저 배가 기함인가.”
기함은 신체로 치면 머리나 심장 같은 곳.
파프닐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막아라!”
“골드로드 님만은 지켜야……. 크악!”
때마침 갑판 위에서는 골드로드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파프닐은 곧바로 골드로드를 공격하던 딥 원을 찔렀다.
“카아아아악!”
엄청난 힘의 찌르기에 그대로 두 동강 나 소멸하는 딥 원.
“무슨…….”
“네놈이 골드로드인가?”
“아, 그렇긴 한데……. 너는 대체…….”
“나는 데…….”
파프닐은 태연히 대답하려다가 말을 주워 삼켰다. 만약 데스 드래곤이라면 태연히 말하지 않을 테니까.
“……버러지 같은 놈. 네놈이 제대로 일을 처리 못 했기 때문에 오다가 나를 여기로 보내지 않았더냐.”
“설마……. 데스 드래곤?”
“그래도 눈이 옹이구멍은 아닌 모양이로군.”
“맙소사, 그 데스 드래곤이 오다니!”
골드로드의 표정에 경악이 어렸다.
“상황은 어떻지?”
“좋지 않습니다. 저희 3함대가 후퇴하기 어려운 거리에 도달하자마자 사방에서 포위한 뒤, 물속에서부터 올라와 저희 함대를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사냥당하고 있다 싶더니, 진짜로 그렇군.”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파프닐이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지?”
“예?”
“네가 사령관이니 전술에 대해선 네놈이 제일 알겠지. 빨리 의견을 내놓도록.”
“아, 예!”
고개를 끄덕인 골드로드가 말했다.
“데스 드래곤 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저 괴물들도 데스 드래곤 님의 힘 앞에선 가을 낙엽처럼 스러질 겁니다.”
“…….”
“혹시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돕겠습니다.”
말을 마친 골드로드가 고개를 숙였다.
파프닐은 그 뒷머리를 보다가 짜증을 섞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정말 네놈의 뜻인가?”
“예?”
“나는 이 전투를 이길 방법을 물어본 거지, 네놈의 아부를 들으려고 말한 게 아니다.”
“아…….”
골드로드의 표정에 놀람이 어렸다. 대요괴라 해서 자존심이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저렇게 간단히 굽히다니?
“혹시 정말 모르는 건가?”
“그럴 리가요! 그냥 조금…… 생각지도 못한 말씀이셔서…….”
“바다 위 군대의 전투라면 그걸 해 본 놈이 잘 알겠지.”
모든 일을 직접 하려 하면 대부분 효율이 잘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오만한 데스 드래곤은 어차피 가짜 신분이니, 그런 것에 집착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걸 모르는 골드로드에게 파프닐의 행동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가장 급한 게 뭐지?”
“……일단 배를 모아야 합니다. 딥 원들이 각 배를 고립시키고 각개격파 하고 있기 때문에…….”
“알겠다.”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이 스킬을 사용했다.
[해골병 소환, 금속 지배.]배의 갑판들에 즐비한 시체들이 곧바로 해골병이 되고, 그들의 몸에 금속이 덧씌워졌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파프닐은 금속을 배 밑창까지 둘렀다.
-배를 강화했습니다.
-오구리호의 하단 방어력이 +15,000 상승했습니다.
-심볼호의 하단 방어력이 +20,000 상승했습니다.
구멍을 뚫어 배를 침몰시키던 딥 원들은 갑자기 단단해진 배에 크게 당황했다.
“뽀그륵(안 뚫린다)!”
“뽀긁그륵(뭐냐)!”
지상에선 인간들을 이길 수 없지만, 바다는 딥 원들의 홈그라운드.
부드러운 배 밑창을 뚫고 배를 가라앉히면,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들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사실상의 필승 전략이 갑자기 막혀 버린 것.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오다 클랜의 아군으로서 합류했습니다.
-해골병을 소환했습니다.
“딱딱!”
곳곳에서 일어난 금속 병사들이 적을 찾았다.
‘오다 클랜 소속이 된 건 불편하지만……. 하는 수 없지.’
파프닐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딥 원들은 전부 쓰러뜨리고, 인간은 도와라.”
“딱딱딱(딱딱)!”
블랙 칩을 장비한 해골 금속 병사들은, 마치 컴퓨터처럼 지시를 수행했다.
갑판과 배 안에 침투해 있던 딥 원들을 쓰러뜨리고, 전부 처치하면 다른 배로 건너가 사냥을 속행!
“저 사람들은 누구지……?”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군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위기에 몰려 있다가 살아난 3함대 인원들은 안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웹사이트를 찾던 어느 한 명이 헉 소리를 냈다.
“아! 데스 드래곤!”
“데스 드래곤?”
“그래, 저 검붉은 금속 병사들……. 요괴 퇴치 작전 때 찍혔었던 녀석들이다.”
일본의 웹에서 데스 드래곤을 검색하면 수만 건 이상의 게시글이 나타난다.
등장한 건 비록 두세 번 정도지만, 강력한 대요괴들을 처치한 데스 드래곤은 이미 유명 인물이었다.
-역시 데스 드래곤 상이다!
-저 녀석들을 저렇게 쉽게 처리한다고?
스트리밍 사이트로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경악에 찼다.
바다의 싸움에서 도가 튼 오다 3함대를 능욕하던 딥 원들이, 어포처럼 쓰러지고 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의, 격의 차이.
-그럼 이제 이긴 건가?
-아니, 아직 몰라.
한 유저의 질문에 다른 유저가 답했다.
-데스 드래곤은 금속을 쓰는데, 물속에서는 그게 안 되니까.
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갑판 위에서 해골병들과 칼을 맞댄 딥 원들은 맥이 빠질 정도로 쉽게 제압됐다.
제아무리 고대의 존재라 할지라도 따지고 보면 요괴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 그리고 숱한 전투 경험을 쌓으며 단순한 해골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강대해진 파프닐의 해골병들은 그런 딥 원들을 손쉽게 농락했다.
반면 바다 속에서의 싸움은 아무래도 딥 원들의 승기가 높았다.
해골병들이 수중 전투에 능숙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통달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반면 딥 원들은 태어나고 자란 게 바다였다.
딥 원들은 물속에서 유려하게 움직이며 삼지창 따위로 해골병들을 공략해 갔다. 해골병들의 움직임은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날렵한 편이었지만 딥 원들에 비하면 거북이나 다름없었다.
‘역시 아직 수중전은 만족스럽지 못하군.’
파프닐은 그 모든 전투를 관조하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해골병 한 기 한 기를 군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보유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원 맨 아미. 그게 이 게임을 시작하면서부터 그가 갖고 있던 지향점이다.
수중전 역시 경험을 시켜 놓긴 했지만 만족스럽진 못하다. 이래서는 언제 맞붙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딥 원과도 같은 수중의 적들을 상대로는 결과를 내놓지 못할 터였다.
‘물론 모든 걸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지만 불만스러운 건 마찬가지군.’
물속의 전투를 상정한다면 수중 생물을 해골병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리하면 새로 탄생한 해골병들은 처음부터 다시 경험을 시키고 레벨 업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 보아 완벽한 원 맨 아미의 군대를 만드는 건 아직 요원한 일이었다.
“일호, 여기는 네게 맡기마.”
딱! 하는 대답이 들려옴과 동시에 파프닐은 망설임 없이 해수면을 향해 몸을 던졌다.
군대의 경험을 증진시키는 건 좋지만 지금은 딱히 그럴 시간이 없었다.
물론 파프닐이라고 해서 수중 전투의 경험이 많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적들은 지상에 있고 또 플레이어와 싸울 때는 수면 위, 즉 수상전이 될 확률이 높았다.
‘몸을 움직이기 갑갑하군.’
담피르인 파프닐에게 있어서 호흡에 관한 트러블은 없었다. 인간 종족보다 발달된 반흡혈귀의 육체는 인간을 뛰어넘는 폐활량과 산소 효율을 지니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고 숨을 참을 수도 있었다.
반면 수압으로 인해 신체를 움직이는 데 저항이 있었다. 날렵하게 움직이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지상보다는 못할 것이다.
딱히 해골병들에게 실망할 게 아니었군, 같은 마음 편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새로운 적을 포착한 딥 원들이 빠르게 유영해 왔다.
뻗어 오는 삼지창의 속도는 지상에서 본 딥 원들의 것보다 확실히 빠르다. 바닷속이라지만 바람을 가르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파프닐은 가볍게 손바닥을 펼쳐서 창의 날 사이를 붙잡았다.
당황한 딥 원이 두툼한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지만 도저히 빠지질 않는다. 레벨 700대의 딥 원이라고는 하지만 파프닐과는 스테이터스의 단위 자체가 달랐다.
바로 곁에서 또 다른 딥 원이 동료를 구원하기 위해 재차 공격해 왔다.
파프닐은 쥐고 있는 창극을 붙잡았다.
꽤 괜찮은 무구인 듯 강철 같은 손 거죽이 찢어져 피가 좀 퍼졌다.
그러나 파프닐은 개의치 않고 안으로 당겼다. 삼지창을 쥐고 있던 딥 원이 그대로 끌려옴과 동시에 날아오던 딥 원의 삼지창에 꿰뚫렸다.
동료를 찔러 당황하는 딥 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죽은 딥 원의 삼지창을 빼앗아 놈의 목구멍을 찔렀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연속된 학살로 주변의 딥 원들이 두려움을 느낍니다.
-주변 딥 원들의 능력치가 약간 감소했습니다.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흡에는 문제가 없다지만 아무래도 눈 속에 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야가 어두웠다.
물안경 같은 장비를 만들어 두면 좋겠군,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위기를 감지한 딥 원들이 몰려와 파프닐을 사방에서 포위했다.
전후좌우 정도만 신경 써도 되는 지상에 비해, 수중 속에서는 위와 아래까지 신경 써야 한다. 딥 원은 그런 공간 장악적인 전술에 있어서는 타고난 생물들이었다.
이 때문에 파프닐도 360도 포위됐지만, 그다지 위기감은 없었다.
‘저놈이 대장이군.’
딥 원의 전사이자 신관 지위에 있는 린돈은 갑자기 위에서 떨어진 인간을 처음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놈이 두 명의 동포를 처리하는 동안 물밑에서 정예병을 끌어모았다.
린돈은 이 무리의 우두머리를 맡고 있었다.
위대한 다곤의 축복을 받은 적도 있는 우수한 전사인 그는 감이 뛰어났다. 야성적인 감각이 아니라 신관으로서 가진 영적인 감이었다. 비늘이 솟구치는 듯한 예리한 감각. 저 인간이 위험하다고 보내오는 신호를 린돈은 놓치지 않았다.
‘가만 내버려 뒀다가는 동지들에게 큰 해를 끼칠 놈이다.’
린돈은 감각이 보내오는 신호를 그 정도로만 해석했다.
그에게 있어서 해신 다곤은 전지전능한 절대자였다. 설마 저 인간이 신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존재라고는 린돈의 세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신호였다.
린돈의 지휘 아래 딥 원의 신관 전사들이 삼지창을 꼬나들고 사방에서 소용돌이처럼 파프닐을 쇄도했다. 심해 깊은 곳에 사는 크라켄이나 몇 천 년 묵은 고래 따위를 사냥할 때처럼 신중하고 체계적인 움직임이었다.
푸욱, 푹! 순식간에 삼지창들이 인간의 몸을 가격했다. 인간치고 두꺼운 가죽을 지녔는지 처음에는 꿰뚫리지 않았으나, 점차 붉은 피가 물속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내가 마지막이다!’
차륜전을 하듯 공격했다가 빠지는 부하들.
마지막에는 린돈 자신의 차례였다.
강렬한 기운을 모은 삼지창을 인간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분명히 감촉이 느껴졌다.
린돈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기묘한 감각이 린돈을 지배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의 얼굴이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얼굴 근처에서 공기를 머금은 방울들이 보글보글 수면 위로 올라간다.
그게 미소라는 걸 깨닫는 데까지는 찰나의 시간이 걸렸다.
그 찰나가 린돈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피라미 놈들!’
실제로 파프닐은 웃고 있었다.
동시에 실망했다.
고작 이따위 놈들에게 시간이 지체되다니.
해골병들을 좀 더 단련시켜야겠다.
한창 전투 중인 와중에도.
겨우 그따위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 얻은 능력을 발동시켰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