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37)
437화
“죽어라!”
“끼야옹!”
고양이들은 손톱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살벌한 공격.
그러나 그건 금속 해골병들도 마찬가지였다.
까가각!
날카로운 발톱이 금속 표면을 긁고 지나가면, 해골병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격해 고양이들을 때려잡았다.
“끼야옹!”
“카아옹!”
고양이들이 쓰러지자 틈이 생겼다.
파프닐은 그 틈으로 개들을 이끌었다.
“이쪽이 출구다. 빨리 움직여!”
“끄으응……. 낑…….”
발걸음을 옮기는 개들.
파프닐은 속으로 혀를 찼다.
‘속도가 잘 안 나는군.’
깨어났다곤 하나 방금 전까지 마약에 취해 있었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나 몇 달 동안 약에 절어 있었으니, 아무리 민트 초코가 무적이더라도 당장 정신을 차릴 수는 없을 터.
게다가 수천 마리나 되다 보니 진로를 뚫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예상처럼 곧바로 개들이 전력에 보탬이 되었으면 모를까.
지금은 파프닐과 해골병들만으로 어떻게든 해 나가야 했다.
‘그래도 이대로라면 딱히 문제는 없겠군.’
최악의 경우 세이메이와 싸우는 것도 각오했지만, 사자견만 아니면 순조롭게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이었다.
파프닐의 주변으로 금속의 벽이 일어났다.
[슬라임 배리어]패시브 스킬, 슬라임 배리어.
다음 순간 그 위로 강력한 검격의 비가 쏟아졌다.
-슬라임 배리어의 대미지 수용량이 한계를 넘었습니다.
-슬라임 배리어가 해제되었습니다.
깨져 나가는 배리어를 본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엄청난 대미지……!”
메탈 슬라임 킹의 메타슬라로 이루어진 보호막은 초월자, 신격들의 공격도 한 번은 버텨 낼 수 있다.
그런 게 단번에 사라지다니.
궁드닐을 들어 반격하자 상대의 신형이 그대로 뒤로 밀려 났다.
“저건…….”
가면을 쓴 남자 한 명이 창을 이쪽으로 겨눈다.
곧바로 쏘아지는 신형.
순식간에 파프닐과 남자의 공격이 수십 합이나 교차했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서로 뒤로 밀려 났다.
‘이건.’
가면 남자의 공격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최소 700레벨 이상, 어쩌면 800레벨대.
단순히 레벨이 높은 것뿐만 아니라 최상위 랭커의 힘이 느껴졌다.
메탈 슬라임의 방벽을 뚫을 수 있을 만한 위력.
그러나…….
“누군진 모르겠지만.”
파프닐은 궁드닐을 한 바퀴 회전시킨 뒤 멸망의 창술을 사용했다.
[트럼페터]초승달 모양의 강기가 남자를 향해 쏘아졌다.
눈 한 번 깜박할 사이에 접근한 강기에 남자는 헛숨을 들이켜며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파프닐이 노린 것이었다.
공중에 뜬 남자의 주변으로 수많은 금속 창칼, 그리고 해골병들이 내쏜 화살과 마법이 쏟아졌다.
일제히 일어나는 폭발 속, 가면 남자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왔다.
파프닐은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말했다.
“나를 상대로 처음 쓰는 무기를 써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분명 강하고 빠른 데다 실력도 있다. 하지만 이자에게는 한 가지가 결여되어 있었다.
창이나 검 등, 한 가지 무기를 오래 쓴 자에게 있는 숙련도가 그것.
비슷한 실력의 적을 상대로 그건 치명적이었다.
파프닐은 연신 창을 내질러 그것을 증명했다.
숨 돌릴 틈 없이 쏘아진 창날이 팔다리에 찰과상을 내고, 창날이 연달아 부딪치며 위쪽으로 튕겨 나갔을 때, 또다시 내지른 창날이 가면 남자의 옆구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종이 한 장 차이의 싸움. 그러나 그 한 장의 차이로 인해 가면 남자는 파프닐의 의도대로 춤추는 인형처럼 밀려 났다.
“커헉……!”
그 끝은 파프닐의 창이 남자의 허벅지에 깊이 박혀 든 순간이었다.
-치명타!
-상처를 입혔습니다.
허벅지에 힘을 주지 못하는 건 더 이상 무기를 휘두를 수 없다는 뜻.
심지어 그 상처로 흑마법과 저주가 스며들어 가면 남자를 괴롭히기까지 한다.
이대로 싸워 봤자 한두 합 안에 결판이 날 터.
그 사실을 깨달은 가면 남자가 물러섰다.
“역시…….”
처음으로 가면 남자가 말했다.
“이 몸으로는 이길 수 없군.”
동시에 남자의 가면 위로 줄이 그어졌다.
땡그랑! 세로로 동강 난 가면이 떨어진 순간, 남자의 몸이 새하얀 빛에 잠겼다.
-변신 주물을 파괴했습니다.
-변신 마법이 해제되었습니다.
변신?
눈을 뜬 순간 남자가 있던 자리에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파프닐은 순간 표정을 굳혔다.
“……네가 어째서 여기에 있지? 라쿤맨!”
미국 북부의 히어로이자, 현재 미국 서버 랭킹 2위인 라쿤맨.
진짜 너구리 캐릭터라는 특이한 플레이어였던 그가 가면 남자의 정체였다.
생각나는 경우의수는 두 가지였다.
다른 개들처럼 라쿤맨도 세뇌가 되었거나.
혹은 거절할 수 없는 인질이나 조건 때문에 강제로 협력하고 있다거나.
‘다른 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럴 리 없지.’
아무튼 세뇌라면 민트 초코를 통해 정신을 차리게 한 뒤, 차근차근 중독을 줄여 가면 될 문제다.
“크흐…… 크아아아!”
너구리가 된 라쿤맨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피드지만, 이번엔 절로 등골이 서늘해진다.
파프닐은 가드 대신 라쿤맨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교차하는 순간, 파프닐은 스킬 대신 미리 준비한 양동이를 흩뿌렸다.
촤아악, 차가운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이 라쿤맨을 덮은 순간, 뜨거운 통증이 옆구리에서 느껴졌다.
-라쿤 크로우에 당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크윽!’
파프닐은 이를 악물었다. 가볍게 스쳤음에도 HP가 15%가량이 줄어들 만큼의 대미지가 들어온다.
그래도 민트 초코를 씌웠으니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을 거다.
“음, 맛있군.”
“……!”
파프닐은 순간 놀랐다가, 이내 상황을 깨닫고 외쳤다.
“설마 라쿤맨 네놈……!”
“그래.”
민트 초코를 핥던 라쿤맨이 대답했다.
“나는 제정신이었다, 처음부터.”
“어이가 없군.”
파프닐은 그런 라쿤맨을 보며 물었다.
“너 같은 사람이 어째서 세이메이의 부하가 됐지?”
“나 같은 사람이라…….”
“미국 서버 북부의 영웅이자 질서 있는 자유의 수호자가 아니었나.”
무한한 자유와 질서가 잡힌 자유를 각자 모토로 삼은 미국 서버의 남부와 북부.
그중 북부의 영웅이 바로 이 라쿤맨이었다.
한데 그런 사람이, 반려견을 세뇌시켜 병기로 쓰려는 세이메이와 손을 잡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째서 세이메이와 손을 잡았지?”
“궁금한가? 가르쳐 주지.”
라쿤맨이 씩 웃고 말했다.
“세이메이……. 아니, 세이멍과 협력하면 동물의 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
앞선 상황은 그래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건 정말 의외의 말이었다.
“미국 너구리에게 농담 따먹기 하는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농담이 아니야.”
“농담이 아니면, 동물의 지도자가 되어서 무슨 소용이지?”
“상관이 있지, 그것도 아주 많이.”
그 순간 라쿤맨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팔짱을 낀 라쿤맨은 파프닐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자네, 생각해 보게. 진짜 동물 플레이어를 본 적 있나?”
“그야 라이칸스로프나 웨어울프 클래스가…….”
“게임 시스템상의 명칭 말고, 진짜로 동물인 플레이어 말일세.”
“그야…….”
호라이즌엔 반려견 시스템이 있지만, 그 반려견은 엄밀히 말하면 주인 플레이어인 인간의 사역마로 취급된다.
실제 플레이어라 할 동물은 단 한 마리도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진짜 동물은 없다고. 하지만 아니야. 잘 살펴보면 세상 곳곳에 있단 말이지.”
라쿤맨이 말을 이었다.
“아까까지 옆에 있던 네 애완견, 복돌이도 그중 한 명이고.”
“복돌이가?”
파프닐이 반문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반려견…….”
“그래, 개지.”
다음 순간 라쿤맨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나는 너구리야. 현실에서도 말이다.”
***
복돌이와 심바의 싸움은 치열하기 짝이 없었다.
전 세계 서버의 1억이 훌쩍 넘는 반려견 중 가장 강한 개와 고양이의 대결.
흰 강아지의 발길질이 하늘을 메우고, 이에 맞서는 고양이의 앞발이 방위를 짚어 공격을 막는다.
얼핏 보면 승부는 우열을 가릴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늘어 가는 상처와 지쳐 하는 기색이,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크헝!”
심바의 목에서 포효가 터져 나왔다.
-사자후에 당했습니다.
-기절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현기증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사자후를 정면에서 맞은 복돌이의 몸이 굳었다. 뒤이어 쏘아진 심바의 몸통이 복돌이와 정통으로 부딪쳤다.
“깨갱!”
복돌이는 그대로 뒤로 밀려 나 쓰러졌다. 누가 승자인지는 명백했다.
“……실망스럽군.”
언덕 위에 선 심바가 짧게 읊조렸다.
등에 선명히 솟아난 아수라의 근육이 보인다.
“너라면 나의 적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물론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저 녀석은 아직 세상에 나온 지 1년 남짓한 새끼.
1년, 아니 반년 정도의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이 승부에서 지는 건 자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 법.
그 너구리, 라쿤맨이 오기 전 일대일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심바가 베풀 수 있는 최대의 핸디캡이었다.
“너를 여기로 끌고 온 주인을 원망해라.”
“끄으응…….”
복돌이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일어서더라도 시간만 조금 더 끌릴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사자묘는 강했다.
힘이면 힘, 기술이면 기술, 심지어 투기까지도 모든 것이 복돌이를 압도했다.
마치 그때의 그 인간처럼.
스스로를 천마라 부르라고 한 그는 그야말로 천외천의 경지에서 복돌이를 상대했다.
모든 공격은 가볍게 막히고, 반대로 그가 가볍게 하는 손짓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공격으로 다가왔다.
스킬들을 쓰려 했지만, 그 전에 당하길 수십, 수백 번.
수많은 전투가 끝난 뒤.
복돌이는 지쳐 나자빠진 채로 천마에게 물었다.
왜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 주는 거냐고.
대답은 간단했다.
개새끼가 무공을 수련하는 게 웃겨서라는, 간단하면서도 성의 없는 내용.
그 후에 복돌이는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어떻게 스킬을 펼치기도 전에 전부 막아 낸 거냐고.
그때 천마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뭔 소리냐?
-멍?
-무공은 펼치는 게 아니라 항상 몸에서 숨 쉬는 건데.
쿠웅, 심바의 발걸음이 복돌이의 머리 앞에서 멈췄다.
갈기를 휘날리던 심바가 천천히 앞발을 들었다.
“끝이다.”
아이언 마스크가 이 녀석을 정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놈을 끌어내릴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진 그 명령을 따르는 게 상책.
그런 시기에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난 건 이 녀석의 불운이자 업보였다.
“다음엔 패배자의 위치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오길 바란다.”
지난번 같은 자비는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는 무자비한 앞발이 내리쳐졌다.
그때였다.
파팟, 복돌이의 몸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회전하며 뒷발로 심바를 걷어찼다.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HP가 감소했습니다.
-왼쪽 앞발이 부러졌습니다.
“……!”
메시지를 본 심바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런 그를 향해, 자리에서 일어난 복돌이가 조용히 상체를 웅크리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비록 침묵하고 있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메시지는 확실히 전해지고 있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