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심바, 너는 내 뒤를 이어 사바나의 왕이 될 거란다.
심바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전의 목소리는 심바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심바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유일한 목소리였다.
사자묘의 왕, 무빠사.
그러나 그가 말한 대로 심바가 무빠사의 뒤를 잇는 일은 없었다.
심바가 젖을 떼던 날. 무빠사의 동생 스크래치의 배신으로 무빠사 일가는 전부 전멸당했기 때문이다.
스크래치의 부하들을 피해 겨우 탈출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사바나의 환경에서 심바는 굶어 죽어 가고 있었다.
그때 그런 그를 받아 준 것이 사바나의 밑바닥에 있던 동물들이었다.
-그런데 사자묘는 뭘 먹지?
-음……. 날고기?
-근데 고기는 어떻게 구한대?
비극적으로 끝날 뻔했던 심바의 삶은, 그들로 인해 극적으로 달라졌다.
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약한 동물들의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 심바.
그러나 과거의 악연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스크래치는 왕의 후계자를 어떻게든 죽이려 했고, 심바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백성들이 된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스크래치와 싸웠다.
결과는 심바의 승리.
그렇게 사바나의 왕이 된 심바에게, 총을 든 인간들이 다가왔다.
-이 녀석에게서는 ‘재능’이 보이는군.
-회장님께서 기뻐하시겠어.
그리고 놀랍게도, 심바는 그런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인간들의 주인.
묘원회 회장 구본성에게 거래를 제안한 것도 그였다.
-거래다, 인간. 묘원회에서 무적의 절대강자가 되어 주지. 대신…….
그 후의 일은 안개처럼 흐릿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일이라면, 사자묘가 아닌 진짜 사자.
그것도 무시무시한 경험을 쌓은 수사자와의 싸움.
-재미있는 고양이로군. 나중에 다시 싸우자.
단 일격에 심바를 날려 버린 사자.
그때 엎드려 있어도 아무 문제 없었을 거다.
이미 승부는 결판이 났다고 모두가 여기고 있었고, 거금을 들인 심바가 사자에게 죽으면 그것도 곤란하니까.
하지만 그때 심바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사자에게 덤벼들었다.
-죽음을 원한다면 하는 수 없군.
그때 사자는 진짜로 심바를 죽일 각오로 공격해 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심바는 그런 사자의 공격들을 전부 피하거나 받아쳐 내며 버티기 시작했다.
단순히 버티는 정도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역으로 그 사자를 압도하더니, 끝내 진짜 사자마저 발아래 꿇리는 데 성공했으니까.
왜인지 모르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눈앞의 흰 강아지에게서, 옛날의 자신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심바는 뒤로 물러나며 앞발을 놀렸다.
극냥냥펀치.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복돌이의 앞발을 가볍게 밀어 냈던 공격이다.
그러나 지금, 둘의 공격은 거의 비등한 힘을 가지고 부딪치고 있었다.
튕겨 나간 충격파가 땅에 박히자, 금속과 화강암이 파이며 자국이 남았다.
양쪽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며 싸웠다.
고양잇과, 갯과 동물의 싸움에서 한번 기세를 주는 건 곧 패배나 다름없었으니까.
한 가지 다른 점은.
“강하군!”
“크와아앙!”
어지간한 무술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고급 기술들이 연달아 쓰인다는 것.
콰앙, 쾅, 콰콰콰쾅!
쏟아지는 복돌이의 앞발들을 손짓 두 번 만에 가볍게 흘려 낸다.
다른 사자묘의 왕들에게는 없는 부드러움의 묘리.
그 상태로 심바는 옆으로 움직이며 복돌이의 사각을 노렸다.
다음 순간 복돌이의 몸이 앞으로 돌진해 왔다.
자연스레 드러나는 하얀 옆구리.
기회를 잡은 심바의 앞발이 복돌이를 향했다.
전광석화 냥냥펀치.
가벼운 냥냥펀치지만, 거기에 담긴 힘은 랭킹 최상위권 플레이어도 빈사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그런 공격이 복돌이의 뒷발과 부딪친다.
뒤로 튕겨 나간 심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럴 수가?’
방금 공격은 분명 옆구리에 맞을 공격이었다.
그것을 엄청난 속도로 몸을 회전시킨 뒤, 그 회전력까지 실은 사이클론 킥을 만들어 역으로 튕겨 낸 것.
‘스킬’의 범주에서 본다면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호라이즌의 시스템은 스킬을 쓰는 도중 다른 스킬을 시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너도 그 경지에 이르렀나.”
심바는 복돌이의 옆으로 붙으며 앞발을 내질렀다.
까앙! 부드러운 동물의 앞발이 부딪치는 것치고는 말도 안 되게 딱딱한 소리가 연달아 퍼졌다.
“재미있구나!”
심바는 웃으며 앞발의 속도를 올렸다.
진짜 사자를 꺾고 정점의 자리에 오른 지 2년.
그동안 그가 진 건 단둘뿐이다.
세이멍의 직속 부하이자, 호라이즌 최강의 고양이 아이언 마스크.
그리고 전설적인 투사이자 최강의 투견 아수라견.
그 아수라견의 등에 있던 아수라가, 복돌이의 등에 선명히 떠올라 있었다.
‘그사이 한층 더 강해졌다.’
마치 과거의 자신처럼.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싸우지?”
파파팍, 뒤로 밀려 난 심바가 질문했다.
“그러지 말고 너도 이쪽으로 와라. 동물의 권리와 지위를 찾는 거다.”
“동물의 지위?”
“그래, 인간도 본래는 우리와 같은 동물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키고, 지식을 쌓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전의, 태초의 인간은 어디까지나 동물.
“인간과 우리를 가르는 건 결국 지혜다. 하지만 지금 너와 나에게는 지혜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싸울 이유는 없을 텐데.”
심바는 앞발을 내밀었다.
“내 손을 잡아라. 동물이, 개와 고양이가 이 세상과 바깥 세계의 지배자가 되는 거다.”
복돌이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심바를 쳐다보았다.
곧 심바의 표정에 의문이 어렸다.
“무슨…….”
“잡지 말라고 하는 것 같은데.”
“……?”
“내가 이 손을 잡길 바라지 않는 것 같다고.”
심바의 꼬리가 흔들렸다.
정곡을 찔린 거다.
아무래도 좋다.
싸움을, 온몸을 날카롭게 할 만한 싸움을 바랐을 뿐.
우두두둑. 심바의 네발 밑에서 돌조각이 바스러졌다.
“안타깝군.”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복돌이는 자신을 이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일렀다.
심바는 심호흡을 한 후 스킬을 썼다.
-역혈대법(레전더리)
-공격력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공격 속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이동 속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공격의 기절 수치, 관통 수치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스킬의 위력이 +300% 상승했습니다.
-HP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스킬 시전이 끝난 후 최대 HP, MP, 스태미나가 현재 상태의 30%로 고정됩니다.
-스킬 시전이 끝난 후 스킬 쿨타임과 시전 시간이 3배가 됩니다.
촤아아.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호라이즌의 시스템에서만 쓸 수 있는 특별한 스킬.
비록 잠시 힘을 잃겠지만, 저 녀석을 처치하기엔 충분했다.
“그럼 끝을 내자.”
파앗, 심바의 몸이 땅을 박차고 사라졌다.
음속을 넘어선 속도로 접근한 사자묘의 몸이 한 차례 회전하더니, 그대로 복돌이에게 쇄도했다.
이제까지보다 한 층 더, 아니 몇 층 더 빠르고 강해진 일격.
다음 순간 복돌이가 발을 굴렀다.
쿠와앙, 바닥의 돌이 튀어 오르며 심바의 힘을 줄였다.
‘이놈이!’
얕은수.
그러나 효과적인 수다.
돌조각을 부수며 쏘아진 심바의 몸이, 뒤쪽의 복돌이를 노렸다.
이번엔 복돌이도 피하지 않았다.
마주 몸을 회전시키며, 온 힘과 무게를 실어 발 차기를 날린다.
-냥냥군림보.
-천마 사이클론 킥.
두 기술이 부딪친 순간, 주변의 바닥이 일제히 갈라지며 뜯어졌다.
엄청난 힘의 충돌.
그 속에서 심바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겼다.’
아주 약간이지만 그가 우세했다.
심바는 한 번 더 힘을 주어 거리를 좁혔다.
복돌이의 저 둥근 머리통을 걷어찰 수 있도록.
그때였다.
갑자기 심바의 다리와 몸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무슨……. 아니!’
복돌이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사자를 이겼을 때처럼 실시간으로.
‘이……. 이건…….’
어느새 밀리고 있는 건 심바가 되었다.
추진력을 잃고 떨어지는 그의 머리 위에서 복돌이가 한 바퀴를 돌았다.
“멍……!”
“네놈……!”
심바가 포효하려는 순간.
복돌이의 몸이 그대로 낙하하며 심바를 땅에 내리꽂았다.
몸통 박치기.
명중했을 시 가장 확실하게 상대를 끝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네……놈……!”
심바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렸다.
쩍!
승리가 확실해진 것을 확인한 복돌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 아래에선 심바가 빛으로 변해 사라지고 있었다.
“……이겼다.”
복돌이는 살짝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겼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민트 초코라도 먹은 듯 후련해졌다.
아니, 그보다 더했다.
강력한 적을 치열한 싸움 끝에 쓰러뜨리고, 그 위에 섰을 때 복돌이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꼈다.
특히 그 상대가 지금까지 싸운 적 없는 강력한 적이라면 더더욱.
“멍.”
역시 자신도 아수라견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일까.
그 대가로 주어진 가혹한 삶을 겪었음에도, 아직도 투견의 피가 남아 있나 보다.
“딱!”
지켜보고 있던 1호가 쓰러지려는 복돌이를 부축했다.
“딱딱…….”
자신에게 맡기고 쉬라는 듯한 눈빛.
그러나 복돌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멍!”
아까 사자묘는 주인을 순순히 보내 주었다.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주인이 막힐 거라고 확신한 듯.
그럼 시간이 없다.
자신의 주인은 강하지만, 그 강함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건 수많은 군단을 이끌 때다.
빨리 가서 도와야 했다.
“……주인에게 가는 거냐.”
그때 사자묘가 말했다. 거의 어깨와 머리밖에 남지 않은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복돌이를 바라보았다.
“길들여진 본성에 충실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어째서 스스로 목줄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 뿐이야. 나는 주인님이 좋고.”
“흥……. 마음대로 해라.”
코웃음을 친 사자묘, 심바가 덧붙였다.
“그럼 빨리 가는 게 좋을 거다. 네 주인에게는 라쿤맨이 갔으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심바는 완전히 사망 처리가 되었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말을 곱씹던 복돌이의 눈이 커졌다.
“주인님!”
“딱딱!”
복돌이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그 뒤를 1호가 따라 움직였다.
수많은 개가 탈출구를 향해 걷고 있었지만, 복돌이가 지나갈 때마다 양옆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졌다.
그러나 복돌이는 그런 상황도 신경 쓸 겨를 없이 달렸다.
‘주인님이 위험하다.’
라쿤맨.
미국 서버 2위의 강자이자, 실제 전투력으로 따지면 미국 1위일지도 모를 천재.
그런 그를 정공법으로 상대하는 건 파프닐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1호를 여기 내버려 둔 상태라면 더더욱.
라쿤맨의 공격은 빠르고 변화무쌍했고.
레벨과 스펙, 장비 아이템은 미국 북부의 최상위인 만큼 상상을 초월했다.
심지어 너구리 종족으로서 모든 너구리 히든 피스를 독점했기에, 같은 레벨의 인간 플레이어보다 한층 더 강력하다.
지난번 주인님이 이기긴 했지만, 그것은 라쿤맨이 잠행에 특화된 세팅을 했기 때문.
작정하고 전투준비를 했고, 또 적들의 지원이 있는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더 빨리……!’
마지막까지 젖 먹던 힘을 짜내 달리는 복돌이.
그렇게 파프닐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을 때.
복돌이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이럴 수가……!”
“더 해 봤자 의미는 없겠지.”
흐르는 물을 앞에 두고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쥔 라쿤맨의 모습.
그 앞에 선 파프닐이 상처 하나 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라쿤맨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