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났지. 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네. 이거면 설명이 되겠지.”
라쿤맨은 말을 마치자마자 재차 돌진했다.
-라쿤 커터
앞발에서 강기가 쏟아졌다.
파프닐은 절반을 피하고 절반은 받아치며 금속 해골병들을 만들었다.
딱딱!
귀화를 뿌리며 생성된 해골병들의 위로 금속이 씌워지는 걸 본 라쿤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게 데스 드래곤이 부리는 금속 병사들의 정체인가?”
“기존에 쓰던 해골병들보다 훨씬 더 강하지.”
“확실히 그래 보이는군.”
금속 해골병들 주변에 독과 포자가 피어난다.
거기에 닿은 고양이, 요괴 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독과 저주, 그것도 극도로 위험한 종류의 것이었다.
확실하다.
네크로맨서는 대부분 저주와 디버프,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흑마법을 이용해 싸운다.
하지만 사역마에 투자하다 보니, 직접적인 공격력은 흑마법사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보충하는 게 바로 저런 저주와 독이다.
라쿤맨은 그 순간 피식 웃었다.
“나에게는 안 통해.”
다음 순간 라쿤맨의 몸에서 금빛 오라가 솟구쳤다.
그 상태로 라쿤맨은 해골병들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딱!”
“딱딱!”
사방에서 창칼, 화살이 쏟아진다.
거기에 묻어 있던 금속 해골병들의 독과 포자가 라쿤맨에게 닿았다.
그러나 실제로 대미지를 입힌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마치 불을 상대로 나무 톱밥을 뿌리는 듯한 느낌.
금빛 불길을 감싼 라쿤맨은 그 상태로 금속 해골병들을 쓰러뜨렸다.
“저건……!”
파프닐은 깜짝 놀랐다.
-신격의 수호를 확인했습니다.
-상위 존재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신격 ‘케찰코아틀’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케찰코아틀의 힘이 독을 불태웁니다.
-케찰코아틀의 힘이 저주를 불태웁니다.
‘신격의 수호인가……!’
케찰코아틀은 남미 문명에 있는 신이다.
미국 서버의 랭커인 라쿤맨이니만큼, 그런 케찰코아틀의 축복을 받았다 해도 놀랍지 않았다.
당장 파프닐만 해도 명계의 신 하데스와 피의 신 리리스의 힘을 쓰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케찰코아틀의 힘 때문에 저주와 독은 통하지 않는다.
물론 완전히 면역인 것은 아니다.
외차원의 저주 대 상위 존재의 힘.
둘 다 비등한 위력을 가진 만큼, 더 강한 힘을 쏟아붓는다면 충분히 라쿤맨을 감염시킬 수 있다.
실제로 저 금빛 불꽃이 조금씩 약해져 가고 있다.
장기전이 된다면 영향을 주겠지만, 그 전에 일단 힘을 깎아야 한다는 뜻.
-라쿤 펀치
실제로 라쿤맨은 해골병들을 식은 죽 먹는 것처럼 쉽게 쓰러뜨리고 있었다.
세이메이가 오기 전 자리를 떠야 하니, 그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하는 상황.
‘라쿤맨이 진짜 미국 너구리라면, 저렇게 빠른 것도 이해가 가는군.’
라쿤의 반사 신경과 움직임은 인간과 비교를 불허한다.
게임상의 반응도 인간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라쿤맨은 스펙도 파프닐과 비슷하거나 훨씬 강하다.
그러나 파프닐에겐 라쿤맨에게 없는 게 있었다.
인간만이 가진 무기.
‘흠……. 그래, 그렇게 해 볼까.’
생각을 마친 파프닐은 곧바로 방향을 틀어 도망쳤다.
“거기 서!”
바짝 뒤를 따라 쫓아오는 라쿤맨을 데리고 파프닐이 도착한 곳은 쥬토피아교의 세면장이었다.
-라쿤 커터
라쿤맨이 날린 공격이 수도꼭지와 마법 샤워기들을 터뜨렸다.
삽시간에 취사장이 물로 가득 찼다.
지고의 낙뢰를 쓰기엔 딱 좋은 곳.
그러나 파프닐은 스킬 대신 인벤토리를 열었다.
[인벤토리]-뼈
-미스릴
-아다만티움
……(후략)……
각종 아이템이 가득 쌓인 홀로그램창.
그 안에서 파프닐은 궁극의 음식이 담긴 통을 꺼내 던졌다.
“크아아아!”
막 달려들던 라쿤맨의 손이 본능적으로 통을 쳤다.
그 순간 여러 갈래로 조각난 통 안에서 민트와 초콜릿 색의 아이스크림이 터져 나왔다.
“이, 이 냄새는……?”
저도 모르게 통을 받아 든 라쿤맨의 표정이 뒤틀렸다.
설마 라쿤은 미각 취향이 다른 건가?
파프닐은 천천히 궁드닐을 들었다.
막 스킬을 쓰려는 순간.
주르륵. 라쿤맨의 입가에서 침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크…… 크아아!”
그대로 바닥의 물로 아이스크림을 가져가는 라쿤맨.
하지만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미지근한, 아니 개들을 씻기기 위해 데워진 물을 만난다면 결과는 뻔했다.
“됐군.”
파프닐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미국 너구리, 라쿤이라는 걸 말한 순간, 라쿤맨은 약점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과 다름없었다.
파프닐에게는 있고 라쿤맨에게 없는 것.
그건 다름 아닌 인간의 지성이었다.
“내, 내 음식이…….”
빈손을 바라보던 라쿤맨이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 파프닐은 새 통을 던졌다.
“우왓!”
그대로 통을 받은 라쿤맨이 다시 물에 아이스크림을 넣었다.
하지만 내용물이 같은 이상 아까와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힘의 강함과 별개로, DNA에 박힌 본능은 어쩔 수 없으니까.
“……윽?”
계속 아이스크림을 담그던 라쿤맨의 몸이 움찔거렸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고, 춥고 나른해져 왔다.
코에서 비릿한 냄새와 함께 피가 흘러내린다.
-열병에 걸렸습니다.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지옥의 손 저주에 당했습니다.
-귀사병에 걸렸습니다.
-붉은 점 역병에 걸렸습니다.
-비탄의 통곡 저주에 당했습니다.
……(후략)……
못해도 20가지가 넘는 저주와 병.
라쿤맨의 눈이 커졌다.
“너…….”
“이제 더 이상 싸울 힘은 없겠지.”
파프닐은 그런 라쿤맨을 향해 씩 웃었다.
일종의 꼼수, 패턴 유도다.
달팽이 몬스터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그러나 게임사에서 막지 않은, 막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유? 간단하다.
달팽이는 게임 속 몬스터.
하지만 라쿤맨은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PVE와 PVP의 차이.
한 글자 차이이지만 내용물은 매우 크게 다르다.
플레이어와 컴퓨터의 싸움에서 컴퓨터의 버그를 수정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
그러나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간의 싸움에 운영진이 개입한다면, 그것은 게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다.
플레이어들의 자율성은 호라이즌의 절대 법칙.
이를 어긴다면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다.
당장 클레임을 넣고 언론에 이 사실을 제보하는 게 그것이다.
호라이즌의 독주를 아니꼽게 보는 언론사와 기존 기업, 정재계는 당연히 그 소식을 어떻게든 이용할 것이.
(주)타이탄의 아성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여러모로 손해를 입을 터.
그러니까.
지금 파프닐이 라쿤맨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건 운영진이 와도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자, 그럼 어디 싸워 볼까.”
그 후는 그야말로 유린의 현장이었다.
라쿤맨은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스펙 부족에 실력 부족이었다.
심지어 파프닐은 매 타이밍 민트 초코를 던지며 프리 딜 타임을 만들었다.
복돌이가 왔을 땐, 이미 라쿤맨이 스스로 전투를 포기한 상황이었다.
“주인님! 멍!”
“오, 복돌이냐?”
“왕왕왕!”
말이 끝나는 순간 복돌이가 파프닐에게 달려들었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그대로 뒤로 넘어갈 뻔했다.
“살아서 왔구나.”
“멍!”
“그 녀석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멍.”
사망 처리 로그아웃되어 현실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때마침 칠흑의 사신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칠흑의 사신 : 개들 내보냈어. 난리도 아닌데?
같이 첨부된 동영상은 길거리에 퍼져 나간 수천 마리의 개들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멍멍멍!”] [“주인님! 왕멍멍!”] [“이, 이게 뭐야?”] [“쥬리쨩! 쥬리짱! 돌아온 거야?”] [“주인님!”]소란스러워하는 플레이어들 사이 감동의 재회를 하는 몇몇이 눈에 띄었다.
“그럼 일단 전투는 끝났군.”
때마침 멀리서 초록 불을 켠 택시……. 아니, 초록 머리의 소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파프닐은 기진맥진한 라쿤맨을 챙기고 일어났다.
“이 녀석에게는 물어볼 게 많겠어.”
***
“대단하군. 라쿤맨을 쓰러뜨리다니.”
도쿄성에 위치한 아케치의 거처.
파프닐은 그곳에서 아케치, 아니 도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용은 당연히 쥬토피아교, 그리고 세이메이와 관련된 일이었다.
“심지어 그 녀석을 사로잡아 오기까지……. 어떻게 했나?”
“공략법을 잘 생각했지.”
라쿤의 습성을 이용한 특별 공략법.
그것이 아니었다면 승부는 미궁 속으로 빠졌을 것이다.
“공략법이라……. 아무리 공략법이 있더라도, 미국 서버의 살아 있는 전설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도만이 말을 이었다.
“그 정도 힘이라면 충분히 오다, 그리고 세이메이와 싸울 수 있겠어.”
이 녀석.
비행기를 너무 띄운다.
하긴, 이번에는 그만큼 놀랄 만도 했다.
라쿤맨이 나타났을 때는 파프닐도 적지 않게 놀랐으니.
“한데 그런 녀석이 어째서 세이메이의 밑에?”
“세이메이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더군.”
“거절할 수 없는? 자네는 뭔지 들었나?”
“그런 이야길 하려고 부른 건 아닐 텐데.”
파프닐의 날 선 말에 도만은 한발 물러섰다.
“미안하군. 워낙 대단한 일이라.”
“그래서 본론이 뭐지?”
“그거야 간단하지.”
적에게 타격을 입혔으니, 다음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시간이다.
“일단 세이메이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건 명백해.”
“개들을 잃어버렸으니?”
“그래. 수천 마리나, 그것도 들키지 않고 모으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도만은 낄낄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숨 쉴 틈 없이 몰아치고 싶지만……. 세이메이 놈의 다른 거점이나 본거지를 아직 찾지 못한 게 아쉽단 말이지.”
“세이메이를 찾아야 한다는 건가.”
어지간한 곳들은 수색했다고 하지만, 아직 이 일본 서버에는 플레이어의 손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가 많다.
인적 없는 수많은 무인도, 바다 밑의 수중 동굴, 열도 곳곳에 있는 깊은 산이나 특별한 지형 등.
틀림없이 그중 한 곳에 세이메이가 있으리라.
“그것도 있지만……. 슬슬 다른 쪽도 신경 써야겠지?”
“오다 노부나가를 말하는 거군.”
아베노 세이메이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지만, 혼자서는 그런 큰일들을 해낼 수 없다.
일본 서버를 제패한 오다 노부나가의 지원이 있었기에 세이메이의 세력이 지금처럼 은밀히 암약할 수 있었던 것.
“세이메이가 손을 쓸 수 없는 지금, 오다 노부나가를 처리하면 놈은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을 걸세. 반오다 연합에도 좋은 일이고.”
“흠…….”
“자네도 오다 노부나가를 없애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걸로 아는데, 아닌가?”
그 말대로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 서버의 리더로, 호시탐탐 한국 서버를 침공하려는 위험인물.
최종 계획을 준비 중인 파프닐에게 있어 폭탄 같은 존재였기에, 그를 처치하거나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서버를 보면서 약간 생각이 달라졌다.
오다 노부나가 한 명이 휘어잡은 일본 서버는, 그가 죽으면 다시금 수많은 플레이어로 나뉘어 내전을 벌이리라.
파프닐로서는 손해도 보지 않지만 이득도 보지 않는 구조.
그러나 수많은 공략으로 얻은 공략 뇌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본 서버의 단합된 힘을 없앨 수도 있지만, 유용하게 쓸 수도 있지.’
대기업 CEO인 오다 노부나가는, 파프닐의 계획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다.
일본 서버 측에서도 플러시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덤.
파프닐, 김강한이 전생에 마스터했던 드래곤 헌터에서 NPC들은 이런 대사를 한다.
쓸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써서 살아남아라.
설령 그것이 적의 힘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오다 노부나가는……. 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물론 그냥 교섭을 할 계획은 아니다.
오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담보를 준비해야 할 테니까.
“그 녀석이 어떻게 되든 내가 알 바는 아니다.”
파프닐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해야 할 게 있다.”
“그게 뭔가?”
“정보를 알아내는 것.”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