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라쿤맨을 데려온 파프닐은 그를 엄선된 장소에 가뒀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숲속.
그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뇌옥이 바로 라쿤맨이 갇혀 있는 곳이었다.
“자, 그럼 오늘 치 작업을 시작하지.”
파프닐은 라쿤맨과 마주 앉아 말했다.
“그 전에 혹시라도 여기서 도망칠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뇌옥의 구조는 간단했다.
일단 도망칠 수 없도록 사방을 몇 겹의 금속으로 둘러싸고, 통로 한 곳 이외에는 전부 암반으로 막혀 있다.
그 통로 끝에 있는 방이 바로 심문실 겸 감옥.
그리고 그보다 안쪽의 방에는 웨이 포인트, 즉 접속했을 때 소환되는 지점이 있다.
만약 탈출을 시도할 시 곧바로 막을 수 있고, 혹시 로그아웃이나 재접속을 하더라도 이 장소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사실상 외부의 지원 없이는 영원히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게 라쿤맨이 처한 상황이었다.
“오늘이 사흘째군.”
파프닐은 맞은편에 앉아 있던 라쿤맨에게 말했다.
“일단 이것부터 묻지, 진짜 너 너구리 맞냐?”
“…….”
“싫으면 다른 걸로. 세이메이의 본거지는 어디에 있지?”
“…….”
“네가 그들과 협력한 이유가 뭐냐.”
라쿤맨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파프닐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
묵비권.
라쿤맨이 3일 동안 유지한 상태이자, 현재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파프닐은 이를 뚫을 방법도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그 전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다.
“실망이다, 라쿤맨.”
파프닐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네가 설마 그런 일에 동참하다니.”
“…….”
“미국 힘없는 일반 서민 유저들의 히어로였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보니 쓰레기 그 자체였군.”
“…….”
“네가 북부 사람들을 도울 때, 솔직히 말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파프닐은 이득을 좇았지만, 라쿤맨은 일반 유저들을 위해 온몸을 던져 프리메이슨이라는 거대 조직과 맞서 싸웠다.
약간만 뜻을 굽혔다면 세계 상위 1%, 아니 0.1% 안에도 들 정도로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음에도.
이 때문에 이득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라쿤맨을 그다지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일에 협력하고 있었다니, 지금까지 네 모든 모습이 전부 위선이고 기만이었나?”
“이런 일이라니.”
“이제 와서 모른 척하는 거냐? 설마 세이메이가 뭘 하는지 모르고서 협력한 건 아닐 텐데.”
파프닐의 추궁에 라쿤맨은 눈을 날카롭게 뜬 채 외쳤다.
“나는 동물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결코 네가 말하는 것처럼 인간들에게 피해를 끼치려 하지 않았어.”
“그건 또 뭔…….”
동물들에게만 피해를 끼친 것도 솔직히 좋은 말이 나올 건 아니지만, 일단 그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게 있었다.
“심리적인 피해는 피해가 아니냐?”
“……?”
“삽시간에 반려견들을 빼앗긴 주인들은 피해를 본 게 아니냐고.”
“그건…….”
멈칫한 라쿤맨이 말을 이었지만, 아까에 비해서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동물들의 동물권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들은 결코 동물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하면 역으로 더 집요하게 노릴 거라고는 생각 못 했나?”
“자유의 가치가 더 중요해……!”
“그건 네 생각이겠지. 그 녀석들이 그걸 원하던?”
“…….”
라쿤맨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뭐, 마음대로 해라.”
파프닐은 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나는 배신했으면서 저 녀석들은 배신하지 않겠다면 그것도 네 선택이겠지.”
“……배신이 아니야.”
“아니면 뭔데? 또 그놈의 동물권 타령을…….”
“미국 남부 서버 놈들을 상대로 언더 커버를 하는 데 협조한다……. 그래서 나는 파프닐 너와 상호 동맹을 맺었다.”
“그랬었지.”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내가 아베노 세이메이와 손을 잡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그야…….”
이번엔 라쿤맨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표면상 파프닐은 아베노 세이메이, 일본 서버와 오히려 적의 관계이지, 아군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세이메이가 일본 서버에서 혼란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파프닐에게는 좋은 일이라는 뜻.
“계약상 틀린 건 없을 텐데……. 배신이라면 오히려 네 녀석이 배신을 한 거겠지.”
“흐음…….”
데스 드래곤과 파프닐이 동일인인 줄 알았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란 뜻.
파프닐은 태연히 대답했다.
“웃기는 헛소리군.”
“뭐라고?”
“애초에 나도 플레이어고,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권을 세운다니. 그럼 당연히 나의 적이지.”
“그건……!”
“어차피 네가 동물권을 위해 싸운다는 걸 알았으니, 나도 인간으로서 대처하는 수밖에.”
파프닐은 손을 털었다.
“순순히 협조했다면 너 하나로 끝냈겠지만, 이젠 달라.”
“무슨…….”
“너를 가져다주고 거래 대상으로 삼으면, 미국 남부 녀석들이 꽤 좋아하겠군.”
“뭐라고?”
라쿤맨의 표정에 당황이 깃들었다. 그러나 파프닐은 진심이었다.
“그 녀석들은 음모론을 꽤 좋아하니까. 아마 네 모습을 확인하면 억만금을 써서라도 실험을 하려 할걸.”
“나를 놈들에게 팔겠다……는 말이냐?”
“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겠지.”
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템이나 돈 대신, 라쿤맨이 진정으로 타격을 입을 만한 건 따로 있었으니까.
“그 녀석들에게 로비를 할 거다.”
“뭣…….”
“법률을 제정해 달라고 말이지. 라쿤을 유해 조수로 지정한다는.”
유해 조수.
한마디로 보이는 순간 사냥하고, 거기에 현상금을 건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라쿤은 생태계에서 수가 많다고 여겨져 암묵적으로 유해 조수 취급을 받아 왔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받는 취급과, 공식적으로 지정이 되는 건 의미가 아주 많이 달랐다.
“사흘 동안 시간을 줬으면 기다릴 만큼 기다렸지. 마지막이다. 내게 전폭적으로 협조할 거냐? 아니면 네 동족들까지 제물로 삼을 거냐.”
적에게는 가차 없이 대하라.
현생에서 김강한이 배운 교훈 중 하나였다.
“…….”
이를 악문 라쿤맨이 꼬리를 흔들었다.
“안 되겠군. 이 힘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응?”
“이걸 개방해야 하나 끝까지 망설였다. 되도록 쓰고 싶지 않은 힘이기 때문이지.”
“아직 카드가 남아 있었나.”
아무래도 라쿤맨은 거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듯했다.
파프닐은 궁드닐을 꺼내 들었다.
그때였다.
“너는 여기서 정리해야겠다. 고대 아메리카 대륙, 너구리 신의 힘을 보여 주마.”
“너구리 신?”
아메리카 대륙에 그런 신이 있었나?
“그게 누구지? 케찰코아틀 말고 그쪽 신화에 그런 신이 있었나?”
“훗, 말하지 않았나. 고대 아메리카 대륙의 너구리 신이라고.”
“……?”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름이지만, 일단 발악을 해 본다는 건 맞는 듯했다.
“하는 수 없지.”
파프닐은 스킬을 쓰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등골이 칼로 베인 것처럼 서늘해졌다.
미스릴 족쇄와 수갑에 온몸이 묶여 있음에도, 라쿤맨에게서 무시할 수 없는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딜!”
휘익, 곧바로 창을 든 파프닐은 라쿤맨을 찔렀다.
날카로운 창날이 너구리의 몸에 박혔다.
그 순간이었다.
“뀨아아아아아!”
라쿤맨의 몸에서 빛이 나더니, 갑자기 몸이 그대로 부풀기 시작했다.
포박하고 있던 미스릴이 휘어지다가 끊어질 정도의 강한 힘!
“음.”
파프닐은 일단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사람 크기만큼 커진 라쿤맨이 말했다.
“이 스킬을 쓰면, 나는 고대 아메리카 대륙 너구리 신님의 대신관이자 제사장, 성기사이자 사제, 신관이자 추기경, 교황이자 수도사가 된다.”
“감투가 많군.”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나는 본능밖에 없는 괴물이 되어, 자연 그대로의 본성과 흉포함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지.”
그야말로 말이 통하지 않는 맹수가 된다는 뜻.
보통 지성을 잃고 맹수가 되는 걸 ‘버서커화’라고 한다.
광전사 플레이어들이 주로 쓰는 스킬인데, 조작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대신 기본적인 스펙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난다.
하지만 라쿤맨의 말을 들으면, 저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단순히 조작이 힘들지만 스테이터스가 오르는 정도라면 저렇게 말할 리 없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라쿤맨이 쓴 스킬은 무려 상위 존재, 신격이 내려 준 것.
해저 도시에서 본 다곤 ‘따위’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의 힘이다.
그런 게 일반 스킬이랑 같은 게 오히려 이상한 일.
“인간과 라쿤 사이에 있는 나로서는 되도록 이걸 쓰고 싶지 않았다. 하나…….”
순간 라쿤맨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콰아아아, 잠시 멈췄던 라쿤맨의 변형이 이어졌다.
깊은 지하에 있던 감옥이 그 현상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포탈!”
파프닐은 정해진 곳으로 가는 텔레포트 두루마리를 급히 찢었다.
파앗, 감옥 밖 산지로 나오자 주변 광경이 보였다.
쿠르릉, 쿠릉.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무너지고 꺼지는 평지.
그 먼지구름 사이에서 괴수 영화의 한 장면이 보였다.
“뀨우우우우!”
거의 빌딩 한 채만 한 크기의 거대 미국 너구리(라쿤).
순간 파프닐은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드래곤 헌터에는 저것보다 더 큰 드래곤도 있었다.
하지만 저 라쿤은 귀여운 모습 속에 상상 이상의 힘이 숨겨져 있었다.
“거대 라쿤이라…….”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통한 공격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거다.
애초에 그것은 수많은 고급 재료들이 들어가는 레전더리급 아이템.
가진 걸 전부 모아도 저 녀석의 간에 기별도 안 갈 테니까.
결국 놈을 쓰러뜨려야 하는 상황.
“일단 시험해 볼까?”
땅 위로 솟아난 금속 해골병들이 일제히 쇄도했다.
거대 라쿤의 주변을 포위한 해골병들이 창칼을 찔렀다.
투웅! 퉁!
마치 용수철을 찌른 것처럼 튕겨 나오는 무기들.
재차 공격하려던 해골병들 사이로 폭풍이 지나갔다.
“뀨우!”
라쿤의 가벼운 손짓 하나에 열댓 기의 해골병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사이 포위진을 완성한 해골병들이 화살과 검붉은 불덩어리들을 쏘았다.
블랙 칩으로 강화된 녀석들이 쏘는, 하나하나가 6~700레벨대 유저들의 스킬과 같은 위력인 공격들.
콰앙! 티티티팅!
폭발 너머로 화살들이 그대로 튕겨 나온다.
“뀨우우우우아아!”
그 속에서 라쿤이 울부짖었다.
-상위 존재 ‘고대 아메리카 대륙의 너구리 신의 화신’을 목격했습니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를 지닌 존재를 목도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20% 하락했습니다.
-스태미나가 10% 하락했습니다.
-기절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광기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공포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정신력이 상태이상을 완화합니다.
상위 존재, 다곤을 목도했을 때와 똑같은 알림.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너구리 신의 축복을 작정하고 받은 느낌이다.
“상상 이상으로 강한데?”
수많은 해골병의 집중포화에도 대미지가 없다.
파프닐은 곧바로 최고의 스킬을 썼다.
-지고의 낙뢰
콰르르릉! 하늘에서 검은 번개 줄기 수십 개가 라쿤맨을 쳤다.
무적의 라쿤맨이라도 대미지를 입은 것인지 일순 비틀거렸다.
“뀨우우우우!”
일순 손을 하늘로 뻗으며 울부짖는 라쿤맨.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라쿤 썬더
파프닐이 쓴 지고의 낙뢰가 라쿤맨의 손에 튕겨 나와 해골병들을 지진 것이다.
직접 맞은 해골병들은 그대로 사라졌고, 그 자리엔 번개의 기운이 남아 계속 대미지를 주었다.
“……미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녀석을 보던 파프닐이 헛숨을 내뱉었다.
“이거 공략할 맛이 나겠는데?”
그리고 이내 씨익 웃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