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41)
441화
공략의 시작은 정보를 복기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부터다.
파프닐은 입술을 핥았다.
‘라쿤맨이 저런 스킬을 갖고 있다는 정보는 들어 본 적 없는데……?’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사실상 미국 서버 1위인 라쿤맨. 설마 이런 자리에서 그와 맞설 거라 예상하고 있던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맞붙을 상대였다.
따라서 그와 싸울 때를 대비한 뇌 내 시뮬레이션 정도는 몇 번이고 해 본 적 있었다. 같이 등을 맞댄 적도 있는 만큼.
물론 상황을 보아하니 그때의 데이터는 전혀 쓸모없어 보였기에 파프닐은 충분히 경각심을 가지고 싸움에 임했다.
‘우선 정찰부터 해 볼까.’
창술사로서도 담피르로서도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 파프닐이지만, 그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네크로맨서다.
파프닐이 가볍게 명령을 내리자 해골병들이 딱딱 뼈 소리를 내며 나아갔다.
병렬로 연결된 블랙 칩이 장착된 해골병들은 평범한 네크로맨서의 해골병들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민첩하며 또한 절도 있는 동작을 보였다.
복수의 개체가 마치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처럼 정확한 타이밍에 움직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전진하라.”
지휘기의 명이 떨어지자 해골병들의 몸에서 검은 오라가 피어났다.
-마왕의 명령(레전더리) 스킬이 발동했습니다.
-해골병들의 모든 스테이터스가 30% 상승했습니다.
-해골병들의 마법 저항력이 +200 상승했습니다.
-해골병들의 신성 저항력이 +10% 상승했습니다.
-해골병들은 가끔 죽음에서 강제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해골병들의 회복력이 15% 상승했습니다.
-해골병들이 넘어졌을 시 보다 빠르게 일어나게 됩니다.
-단체로 공격할 시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군무를 맞추듯 진군하는 해골병의 수는 무려 2천 기.
해일처럼 몰아닥치는 해골병들을 향해 라쿤맨이 크게 울부짖었다.
“딱!”
집채만 한 괴수 너구리를 눈앞에 두고도 해골병들은 용맹하게 나아갔다.
그간 파프닐이 사냥, 전쟁 등을 통해 수집한 온갖 레어, 유니크 아이템으로 무장한 해골병들.
그 해골병들을 향해 라쿤맨이 앞발을 내저었다.
“허.”
뒤에서 관망하던 파프닐은 혀를 찼다.
“저건 숫제 보스 몬스터나 다름없군.”
첫 공격을 시작으로 라쿤맨은 해골병들을 향해 광풍처럼 쇄도했다.
해골병들은 흡사 개그 만화의 연출로나 나올 법하게 삽시간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성이 사라지고 본능 레벨로 싸우는 건가?”
파프닐은 전황을 눈에 새기기 위해 안력을 돋구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냉정해야 하는 것.
프로게이머의 덕목이며 또한 지휘관의 덕목이기도 했다.
또한 아직 파프닐에게는 써먹을 만한 패가 많았다.
“일단 엘리트들부터.”
그간 힘을 비축하고 있던 엘리트 해골병들이 나아갔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가 만들어 내는 스켈레톤에 비해 훨씬 고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파프닐의 해골병들.
그 해골병 중에서도 추리고 추려 한 기 한 기가 고레벨의 정예 몬스터에 버금가는 엘리트 해골병들.
전면으로 엘리트 해골병 13기가 나아간다.
파프닐이 크게 손을 내저었다.
그 마력에 반응하며 허공에서 엘리트 해골병의 좌우측으로 골렘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트 해골병만큼 힘을 들인 건 아니지만 그들 역시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의 골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소환수들.
‘패턴이라도 알아내 볼까.’
같은 값의 황금과도 비견될 수 있을 만한 값어치를 지닌 보물 같은 병력.
그러나 파프닐은 이들을 가지고 라쿤맨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견제용.
“캬우우우!!”
그리고 예상대로 라쿤맨의 광풍 노도와도 같은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엘리트 해골병들은 그나마 일반 해골병들보다는 선방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유니크 방패가 앞발의 발톱에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목덜미를 물린 골렘은 장난감처럼 부서진다.
숱한 버프로 도배가 된 엘리트 해골병들의 공세는 털가죽조차도 꿰뚫지 못한다.
‘괴물인가?’
그 냉정한 파프닐조차도 그 상황에서는 당혹스러웠다.
‘일반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 아닌데…….’
이건 결코 자만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전력의 2/3 정도를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다니?
이기지 못할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규격 외다.
-12호의 HP가 0이 되었습니다.
-12호가 역소환되었습니다.
두 자릿수 네임드들은 물론,
-7호의 HP가 0이 되었습니다.
-7호가 역소환되었습니다.
파프닐이 초기부터 만들어 내 강화해 낸 한 자릿수 네임드 해골병들도 역소환되기 시작했다.
“딱……!(마스터,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1호를 비롯한 최초의 해골병들이 파프닐에게 진언했다.
파프닐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딱……!(명령을 내려 주시옵소서. 저 미천한 미물에게 저희의 힘을 보여 주겠습니다.)”
2호가 턱을 부딪치며 다시 진언한 순간.
파프닐이 1호와 2호의 두개골을 후려쳤다.
“이 새끼들은 생각 중인데 정신 사납게 왜 턱을 부딪쳐. 말로 해, 새끼들아.”
“죄……. 죄송.”
고레벨 네크로맨서의 마물이 되면서, 해골병들도 말문이 트인 게 한참 전이다.
그동안은 말할 필요가 없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들도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너희가 나서겠다고.”
“예.”
엘리트 해골병들의 청에 파프닐은 피식 웃었다.
“관둬라. 어차피 소용없을 테니.”
쏘닉과 1호를 보내면 조금 더 버티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차이밖에 없으리라.
“잠시 기다려라.”
파프닐은 부하들을 대기시키고 해골병 사이에 숨어 접근했다.
유효 거리 안에 들어가자마자 창 스킬을 썼다.
트럼페터.
멸망의 창술(하이퍼)의 첫 번째 스킬이 라쿤맨의 다릴 찔렀다.
“끼에에엑!”
푸욱, 라쿤맨이 처음으로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멸망의 창술 1초식의 숙련도가 50%를 넘었습니다.
-멸망의 창술 2초식 : 열 개의 짐승을 습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의 개방!
강력한 적을 상대로 스킬을 성공시키며 조건을 만족한 것이다.
‘이건……!’
놀라는 파프닐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곧이어 쏟아지는 라쿤맨의 라쿤 커터.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스킬 포화에, 파프닐은 연신 몸을 굴리며 거리를 벌렸다.
“……꽤 아슬아슬한데?”
죽을 뻔하다가 살아 돌아온 파프닐이지만, 새 스킬을 얻은 기쁨으로 얼굴엔 미소가 걸렸다.
-저건 화신이구만.
전투를 지켜보던 카라미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화신이요?”
-그래. 성기사와 교황……. 사도와 신관……. 모든 걸 전부 다 맡고 있으니 저렇게 셀 수밖에.
호라이즌의 신격들은 각각 믿는 자들에게 힘을 내려 준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쇼핑몰, 커뮤니티 단체와 같다.
활동을 많이 할수록 공헌도가 쌓이고, 그것에 따라 더 많은 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신들이라고 해도 무한정 힘이 나오는 건 아니고, 지상에 보낼 수 있는 힘은 인과율로 인해 더욱 적게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신을 믿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그 신의 힘이 항상 강하지는 않았다.
작은 소신격을 믿는 신관이라 하더라도, 큰 교단의 성기사 여럿을 상대할 수 있는 것.
플레이어들이 큰 신들만을 찾지 않아도 되도록, 호라이즌의 슈퍼컴퓨터와 운영진 측에서 설정한 밸런스 시스템이었다.
“화신이라면……. 그럼 고대 아메리카 대륙의……. 그 신이?”
-그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소신이지만, 분명히 그런 신들이 있다.
카라미트의 목소리가 회상에 젖어 들었다.
-자연신이나 인격신 같은 것들……. 대부분은 신 행세를 하는 마물이나 악마였지만, 가끔 정말로 소신격을 섬기던 녀석들이 있었지.
다음 순간 파프닐의 머릿속에 컷 신이 나타났다.
화려한 갑옷의 기사들이 장난감처럼 하늘로 튕겨 나간다.
그 맞은편에서는 말라붙은 성냥개비처럼 깡마른 남자 한 명이 귀기 어린 눈을 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카라미트 님, 여긴 저희가!
-위험합니다!
고작해야 일반인, 다 죽어 가는 남자 한 명을 상대로, 수백 년 전 최강급 기사단과 마법사단이 쩔쩔맨다.
남자의 몸 주변엔 회백색 오라가 솟구치고 있었는데, 공격이 안 통하는 건 라쿤맨과 같았다.
-신께서 진노하셨다. 네놈들의 신을 데리고 꺼……!
부웅, 쾅!
카라미트가 검을 뽑아 남자를 단번에 두 동강 내는 것으로 컷 신이 끝이 났다.
“저 무기는?”
-루의 신검이지. 효과가 꽤 좋던데?
신격을 가진 화신을 단번에 베어 내는 신의 검.
즉, 거대 라쿤맨에게 효과적으로 대미지를 입히려면 신의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신격의 힘에 대해서도 슬슬 대비해 둬야겠군.’
하데스와 리리스에게 공물을 바치든, 다른 신을 찾든 아이템을 모아 둘 필요가 있었다.
당장 플러시부터가 행운의 여신 니케와, 불을 쓰는 또 다른 신의 축복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일단 그건 차차 알아보도록 하고.’
현시점에서 거대 라쿤맨을 정공법으로 무찌르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파프닐은 애초부터 정공법보단 약점 공략과 꼼수를 좋아하는 성격.
“자, 그럼 공략해 볼까.”
인벤토리를 열고 구석을 뒤지자, 곧 원하는 아이템이 보였다.
탁, 탁. 손짓이 이어지자 인벤토리에서 나온 상자 수십 개가 주변에 쌓였다.
“딱……?(이건……?)”
“딱딱…….(설마……).”
“그 설마가 맞을 거다.”
파프닐은 해골병들에게 지시했다.
“내가 신호하면 저걸 풀도록.”
***
라쿤맨은 두 명의 신에게서 축복을 받고 있었다.
한 명은 남미 아즈텍 신화의 주신 케찰코아틀.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고대 아메리카 대륙의 너구리 신이다.
심지어 후자는 사용 시 최소 900레벨, 그 이상의 힘을 쓸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하이퍼, 아니 갓급 스킬의 축복인 셈.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라쿤맨이 케찰코아틀의 힘을 쓰는 것만을 보아 왔다.
당연한 일이다.
후자의 힘은 라쿤맨이 절대로 쓰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고대 아메리카 대륙의 너구리 신은, 너구리들만이 섬길 수 있는 신.
라쿤맨은 그 신의 축복을 받고, 너구리 신의 교황이자 사제, 성직자이자 신관, 성기사이자 몽크, 추기경이자 평신도 등 모든 직책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상 너구리 신이 현계에서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내려 받은 셈.
그 힘의 용량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코스트는 간단했다.
능력을 쓰는 동안은 인간성을 잊어버리고 완전히 미국 너구리(라쿤)가 되는 것.
막강한 신력을 쓸 수 있는 대신 대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라쿤과 인간 사이에 있는 회색 지대의 라쿤맨.
이 때문에 그곳에 서 있던 라쿤맨은 스스로 그 스킬을 봉인하고 마지막까지 아껴 두었다.
하지만 스킬을 쓴 지금.
완전히 본능에 몸을 맡긴 라쿤맨, 아니 거대 라쿤은 눈앞에 있는 모든 잡쓰레기(해골병, 나무, 바위 땅 등)를 마구 헤집어 댔다.
목표는 날쌘 인간 놈.
놈이 휘두르는 창은 아팠다.
이 때문에 화가 났다.
한시라도 빨리 잡아서 찢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때였다.
라쿤맨의 눈앞에 인간의 등이 보였다.
“끼이이이!”
땅을 박찬 라쿤맨이 파프닐을 쫓아 달렸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손톱이 닿을 거리에 들어온 순간.
갑자기 인간, 파프닐이 등을 돌렸다.
어째서인진 모르지만, 놈이 도망을 포기했다.
라쿤맨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띤 채 손을 내질렀다.
-라쿤 커터!
땅을 세 동강으로 갈라 버릴 강력한 참격.
그 앞에서 파프닐이 외쳤다.
“지금이다!”
“딱딱!”
“딱!”
사방에 있던 해골병들이 일제히 금속 상자들을 열어젖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