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아, 맨날 여기서 X뺑이만 쳐야 되냐.”
“월급 받으니까 참아.”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를 가르는 벽해.
세계의 벽을 사이에 둔 망망대해에 수십여 대의 목조 함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본 새끼들 지난번에 개같이 털렸는데 뭘 경계까지 하라는 건지.”
“요즘 세계정세가 별로 안 좋잖아. 미국이랑도 아직 전쟁 중이고.”
그들은 다름 아닌 파이브스타 소속의 경계 함대였다.
한국 굴지의 1위 길드답게 파이브스타는 아직까지 수많은 곳에 전선을 만들어 둘 여유가 있었다.
“그래도 방송에서 나온 그 배는 시발 X간지 나던데.”
“간지는 무슨……. 나 그거 보고 없던 PTSD가 생기더라.”
“PTSD?”
“나 해군이여.”
“아…….”
“네가 그거 깡깡이질 한다 생각해 봐라. 진짜 죽어날걸.”
정예라 여겨지는 파이브스타 해군들도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로 시간을 보냈다.
당연한 일이다.
아직 서버의 벽은 굳건하고, 그게 완전히 사라지려면 최소한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수뇌부의 의견이었으니까.
“하……! 씨바, X바리 놈들 때문에 게임에서까지 물개짓 해야 하는 게 말이냐.”
“근데 이거 암?”
“뭐가?”
“솔직히 거기보다 여기가 돈 더 많이 주긴 할 듯.”
“X발, 그걸 말이라고. 대기업이 어딜 감히 K-굳건이랑 비벼? 진짜로 그렇게 주면 때려치워야지.”
“그래도 그게 진짜 도움이 될 줄은 모르지 않았냐? 아니 설마 가상현실에서 배 타는 일을…….”
“그러니까……. 음?”
“어라?”
“저게 뭐야?”
이 때문에 갑자기 벽이 일렁이며 나타난 물체를 보고 당황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파이브스타 해군 사령선에 있던 사령관, 퍼시발은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당황하지 마라! 일본 새X들의 공격이다. 전 함은 위치로!”
“위치로!”
파이브스타의 주력 함대가 곧바로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적의 출현에도 당황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그들이 유능하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유능하다는 것을 거듭 보여 주었다.
“적은 거대 철갑선 한 대! 거대 철갑선 한 대!”
“철갑선 한 대……. 추가 함대는…… 없습니다!”
차원의 벽을 뚫고 들어온 게 다이야마토 한 대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파이브스타 해군은 곧바로 퍼져 사방에서 다이야마토를 포위했다.
“화포에 대철갑탄을 장전!”
“속성탄을 준비하고, 측면 C포인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런 그들에게 철갑선의 약점은 폭발 속성의 유탄이고, 거대한 몸집 곳곳에 이음매가 있을 것이며, 그 비대한 크기 때문에 정면에 비해 측면 보호가 약할 것이라는 것 따위는 굳이 말해 줄 필요도 없었다.
“재차 보고! 적함은 다이야마토 한 기밖에 없습니다!”
“사령관님, 대화는…….”
“필요 없다.”
퍼시발은 딱 잘라 말했다.
“어차피 저놈들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어. 호위함이 없는 지금이 천우의 기회다.”
“알겠습니다. 전 함 장전!”
주변이 소란스러운 한복판에서, 퍼시발은 눈을 번득였다.
‘지금이 기회다. 일본 놈들이 하려는 모든 것을 원천 봉쇄 한다.’
승산은 충분했다.
파이브스타 해군선들은 얼핏 보면 목조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내장된 대포는 같은 목조선은 물론 철갑선마저도 간단히 부술 수 있는 15mm 구경의 철갑탄을 발사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주포마다 배치된 아케인 캐논은, 무려 현대 해군 군함의 주포에 준하는 수준의 파괴력을 낸다.
‘파프닐과 프론티어 길드의 철갑선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 설비인데……. 덕분에 이런 거물을 잡아 보는군!’
다이야마토가 아무리 거대해도, 함포전인 이상 이쪽에도 승산이 있다.
한국 서버의 함대가 사방을 포위하고 대포를 장전했다. 그러나 다이야마토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데, 정면에서 깨부숴 주마!’
결심을 마친 퍼시발이 명령했다.
“다들 발사!”
파이브스타의 해군함 1백 척에서 장전한 모든 화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15mm 구경 철갑탄, 20mm 구경 폭발탄이 5백여 발.
반경 20m 안의 모든 걸 증발시키는 공성 병기, 아케인 캐논 50발이 모두 적중했다.
“페인 오브 플레임!”
“파이어 발리스타!”
플레이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레벨 600 이상. 7클래스급에 다다른 마법사 유저들의 대규모 광역 마법들이 그 뒤를 이어 쏟아졌다.
작정하고 준비한 최대한의 대미지.
찬란한 빛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
“전 탄 적중!”
한국 플레이어들은 그 순간 다이야마토가 무너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특히 화포는 해상전에서 시스템 보정을 받기에, 배를 상대로 할 땐 강력한 고위 마법에 뒤지지 않는 위력을 발휘한다.
파이브스타의 함대에 있는 대포들은 그중에서도 특상품.
바다의 마수 크라켄이나 카리브디스마저도 쓰러뜨릴 화력이 한 점에 모였다.
“만세!”
“전 함 인원들은 근접전 준비! 파손된 적함에 접근……. 어?”
이 때문에 폭발 속에서 다이야마토가 멀쩡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살아 있잖아!”
침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설마 멀쩡한 채로 나타나는 건 상정한 상황을 한참이나 벗어나는 일이었다.
“흐…… 흠집 하나 없어.”
“분명 다 맞혔을 텐데……. 어떻게?”
수많은 실전으로 단련된 파이브스타 해군이었지만, 이 순간은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후퇴! 전 함은 후퇴해서 포를 재장전하라!”
퍼시발이 찢어져라 고함을 지르는 순간.
다이야마토의 갑판과 그 아래 포수구, 전방과 측면 곳곳의 철판이 열렸고, 포탑이 돌아가며 매끄러운 포신을 드러냈다.
그 과녁이 어디를 겨누고 있는지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방어 마법을 써라! 시스템상 화포 대미지가 아무리 강해도 한 방에 침몰할 순 없어!”
“쾌속선은 회피, 재장전 후 다시 사격해!”
상식을 초월한 사태에도 파이브스타 해군은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다.
그 순간 다이야마토의 포신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쾅! 콰콰쾅!
망망대해 위에서 수백 개의 폭발이 일었다.
동시에 퍼시발의 메시지창에 수백 개의 알림이 새로 나타났다.
-베이더호가 침몰했습니다.
-엔터프린스호가 침몰했습니다.
-딥 씨호가 침몰했습니다.
-갱킹호가 침몰했습니다.
……(후략)……
“이, 이럴 수가…….”
파이브스타 해군에서 수많은 활약을 보여 주고, 바다를 제패했던 고급 전함들이 단 한 방에 격침당한다.
기존 대포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차원이 다른 위력.
“이게 일본의 비밀 병기……?”
퍼시발이 탄 배이자, 함대의 기함인 노틸러스호마저도 HP가 20%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터져 나간 배들에서는 수많은 유저가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마치 날파리를 떨쳐 내는 것처럼, 단 한 번의 일제사격으로 이 지옥 같은 풍경을 만든 것이다.
“하, 항복! 항복한다!”
퍼시발은 다음 순간 급히 소리쳤다.
항복.
비록 커뮤니티와 유저들에게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결정이긴 하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항복할 테니 병사들만은 살려…….”
다이야마토 정면에 있던 포탑의 포신이 멈췄다.
퍼시발을 정면으로 조준한 그 포탑은, 곧바로 불과 빛을 뿜었다.
***
-파이브스타 해군 1, 2함대 궤멸. 생존자는 고작 13척…….
-제2의 칠천량? ‘충격적’.
파이브스타 해군의 패배 소식은 곧 한일 양 서버 전체에 알려졌다.
반응은 충격 일색이었다.
-미친…….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원정군 한 척한테 100척이 전멸당할 수 있는 거냐?
유저들은 파이브스타를 비웃었다.
그때 일본의 네코네코티비 플랫폼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일본 다이야마토의 승조원 한 명이 직접 송출한 전투 영상.
그 속에는 수많은 포격을 맞고도 상처 하나 없는 다이야마토의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 있었다.
-그냥 딜을 다 쏟아부었는데 저게 멀쩡하다고?
-아니 씨X 이거 버근데?
-뭐 스킬 배리어 같은 걸 쓴 건가?
댓글창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찍혔다.
-저 정도 효과를 내는 방어 스킬은 최소 레전더리급일 겁니다. 그것도 단 한 번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되죠?
-어떻게 되긴……. 우리 다 망한 거죠.
실제로 그랬다.
파이브스타 길드는 그 전쟁으로 1만이 넘는 유저, 5만이 넘는 NPC들, 그리고 최정예 목조함 120여 척을 잃었다.
파이브스타 해군의 절반가량이 이번 전투로 소멸된 것이다.
이런 대참사에 파이브스타 길드 본영도 난리가 났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완전히 잘못 판단했습니다.”
전략 기획부의 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이야마토 한 척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상 이상입니다.”
“차원 장벽을 넘어온 것도 그렇고, 신대륙 위주로 방어를 하고자 했던 전략이 완전히 빈틈을 찔렸습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야마토는 직접 서버 간 장벽을 넘어 한국 서버에 진입했다.
더 이상 바다는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럼 일본 서버 측에서 함대로 상륙전을 벌이겠군.”
“왜구처럼 말이지요.”
일본의 공격은 임진왜란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일본 해적이 해안가를 약탈했으며, 고려 시대에는 내륙 지방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지상전이지요. 그리고 지상전은 쉽지 않을 겁니다.”
임원 한 명이 덧붙였다.
“아무리 배가 강하더라도, 변신 로봇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육지에 올라올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육지에서 만든 방어 체계, 고위 마법은 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규모 공간을 이용한 고위 마법, 혹은 육지에서 반동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쏠 수 있는 초대형 포대를 상대로 한다면, 다이야마토의 방어력이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현재 다이야마토는 한국 서버의 대해에서 항해하며 이쪽을 정찰하고 있습니다.”
“상륙전을 준비하는 거로군.”
“그렇다면 저놈들이 노릴 곳은 어디일까요.”
“현재로서는 두 곳 중 한 곳일 겁니다.”
김 비서.
이시우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간부가 지도의 한 곳을 짚었다.
“파프닐과 프론티어 길드가 일찍부터 육성한 거점 로크아일. 한국 서버 최고의 항구도시지요.”
“그곳을 쳐 준다면 우리야 좋지요.”
로크아일은 프론티어 길드, 그리고 파프닐의 것이다.
다이야마토가 그곳을 친다면, 파이브스타는 굿이나 보면서 떡이나 먹으면 된다.
“문제는 두 번째 경우입니다.”
파프닐이 로크아일을 개발한 것처럼, 파이브스타 길드도 항구도시 한 곳을 거점으로 삼고 개발했다.
한국 서버 최고는 아니지만, 최대의 항구도시라고 불리는 세일럼이 그곳.
“다이야마토가 세일럼을 노린다면, 전력을 다해 싸워야겠지요.”
“격퇴하더라도 피해가 엄청날 텐데, 그 점은 어떻게…….”
“걱정 마십시오. 거기에 대해선 사장님께서 제게 내린 지시가 있습니다.”
김 비서가 말했다.
“이미 마법 병단 다섯 개 여단이 수비 준비를 끝마쳤고, 지상전을 대비해 기사단 열 개만큼의 병력이 근교에 대기 중입니다.”
“엄청난 전력이군요.”
“랭킹권 길드 하나 정도는 단숨에 갈아 마실 수 있는…….”
마법 병단의 마법사만 무려 4천 명.
거기다 기사단까지 합치면 1만 명에 가까운 랭커 플레이어 부대가 대기 중인 것이다.
과도한 준비 같긴 하지만.
일본 서버라는 한 국가와의 전쟁인 만큼, 이 정도는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시우는 거기서 안심하지 않았다.
김 비서가 덧붙였다.
“참, 그리고……. 베로니카 님께서 세일럼시에 배치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베로니카 님이라면, 설마!”
“예, 방금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이어지는 말을 들은 순간, 전략 기획실 임원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베로니카 님이 그곳에 있다니, 그럼 안심이군요.”
“다이야마토는 절대 상륙전을 펼칠 수 없을 겁니다. 하하하.”
“왔다가 그대로 통구이가 된다면 모를까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반응.
그럴 만했다.
베로니카의 폭발 마법은 한국 서버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적수를 찾을 수 없다.
그야말로 파이브스타가 가진 최강의 창 그 자체.
그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뚫리지 않으리라.
그때였다.
“김 비서님! 임원님들!”
덜컥, 문이 열리고 기사 한 명이 달려들어 왔다.
“무슨 일이지?”
“회의 중엔 방해하지 말라고…….”
“큰일 났습니다!”
“큰일?”
“예.”
기사는 숨을 고른 뒤 그대로 말을 이었다.
“……세일럼시가……. 완파되었습니다!”
“뭣……!”
파이브스타 전략 기획실 임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