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50)
450화
“하여 본 클랜장, 오다 노부나가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도쿄성 앞의 광장.
수많은 방송국, 인터넷 방송국이 지켜보는 앞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말했다.
“다이야마토를 파프닐에게 양도하고……. 이후 10년 동안 오다 클랜은 다른 해외 서버를 침략하는 일체의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오, 오다 님!”
“어째서……!”
클랜 간부들과 일본 플레이어들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오다 클랜,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을 통일하자마자 전 세계 서버를 정복하는 걸 목표로 움직이던 사나이다.
클랜에는 그 꿈에 이끌려 온 사람도 있고, 이득을 따라서 온 사람도 있다.
공통점이라면 그들 모두 오다 노부나가의 세계 정복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그 꿈을 갑자기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설명을 요구합니다!”
유저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단상으로 침입해 오는 유저들을 친위대가 막았지만, 그들의 눈동자도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눈을 감고 고개를 하늘로 향했다.
‘이게 맞는 거겠지……?’
상황은 몇 주 전, 오다 노부나가가 납치되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
“미쳤군.”
오다 노부나가의 반응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캐릭터 따위야 다시 키우면 그만이다. 다이야마토를 잃는다 할지언정 내 마음이 꺾이는 일은 없을 거다. 비록 게임이라고는 하나 대일본을 대표하는 내가 너 같은 테러리스트 악귀 놈의 협박에 굴할 거 같으냐?”
오다 노부나가의 안광이 빛났다.
“나는 이 자리에 협상을 하러 나왔다. 그건 내가 친우로 둔 데스 드래곤의 부름이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감히 날 협박할 셈이라면 나는 더 이상 네놈과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겠다.”
자리에 주저앉더니 팔짱을 낀 채 파프닐을 쏘아보는 오다 노부나가.
그 부동의 태도에는 과연 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CEO다운 풍모가 엿보였다.
그가 일본 서버를 대표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담함과 끓어넘치는 야망. 이를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행동력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를 두루 갖춘 인물이 바로 오다 노부나가는 남자였다.
“너야말로 뭔가 착각하고 있군. 나는 네게 협박을 하는 게 아니야. 협상을 하고 있는 거지.”
“말장난이라도 치자는 셈인가?”
“적어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내 다짐하지.”
오다 노부나가의 미간이 좁혀졌다.
오다 노부나가는 무장으로서의 면모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업가다. 상대가 내미는 패를 확인도 하지 않고 자존심만 내세우다 죽는 건 한 단체의 우두머리로서 너무나 우둔한 일이다.
적어도 오다 노부나가는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현존하는 최대 체급의 전함과 일국의 외교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의 협상 카드란 대체 뭐지?”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뭐지?”
“2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네가 여기서 2주일간 내게 구금되어 있어야 된다는 얘기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수작이 아니다. 2주일 후에도 아무 일도 없다면 다이야마토는 다시 네게 돌려주지. 맹세하겠다.”
오다 노부나가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이 자리에 다이야마토와 자신을 묶어 두고 일본 서버를 정벌하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러려면 지금 당장 원정 작업을 시작해도 문제없을 텐데?’
이미 오다 노부나가의 신병을 획득한 순간 파프닐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
그런데 대체 어째서…….
“오다, 메일 주소가 어떻게 되나?”
“메일 주소는 왜?”
“지금부터 네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거다. 비밀 유지는 해 줄 거라 믿고 있다만 2주일간 그 메시지대로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너도 내 말을 믿을 테니 ‘진짜 협상’을 하도록 하지.”
오다 노부나가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대체 이 남자가 원하는 게 무어란 말인가?
***
야마모토 사부로.
우리나라로 치면 박삼돌쯤 되는 이 평범한 이름의 주인이 바로 일본 서버 최고의 지도자인 오다 노부나가의 정체였다.
얼핏 들으면 수많은 범인 중의 한 명.
그러나 그는 평범한 이름과 달리 비범한 재능을 타고났다.
어린 시절부터 두 형제를 제치고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일본 버블 경제 붕괴로 인해 무너진 가계를 이어받아,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야마모토물산을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야마모토 기업으로 키워 낸 장본인이었다.
현재는 첨단 IT, 로봇, 각종 분야에서 일본을 알리고 있는 거물급 기업의 수장이기도 하다.
전국시대에 태어났다면 내로라하는 다이묘나 사무라이가 됐을 테고 고대 시대에 태어났다면 훌륭한 족장이 됐을 법한, 문무(文武)는 물론 끝없는 정욕과 야망을 지닌 인물.
그러나 그 재산에 비해 다소 소박한 2층 자택의 소파에 앉은 채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야마모토 사부로의 얼굴에는, 언제나와 같은 냉철함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이 진짜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노트북 속에는 얼마 전 게임 속에서 만났던 인물이 보낸 메일이 있다.
그리고 노트북 옆에는 오늘 자의 조간신문이 있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신문에는 ‘오사카 지역에 최대 진도 약 3도의 지진이 잠시 발생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진이 드문 나라라면 모를까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3도 정도의 지진은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편이다.
문제는 그 날짜가 노트북 속의 메일에도 적혀 있다는 점이었다.
‘설마······ 이 메일 속에 있는 내용이 전부 진짜란 말인가?’
3일 전, 파프닐에게서 받은 메일.
그 내용에는 이번 오사카 지진을 정확히 예언한 문구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약 11일간 벌어질 작은 사건들이 세 개 적혀 있었다.
개중에는 어떤 기업이 무슨 제품을 발표할 것이다, 후지산에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어찌 보면 사소한 내용이 두 가지.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로는 신칸센에서 사고가 터져 약 2백여 명이 사망한다는 다소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예언서······라고 해도 될 내용이군.’
파프닐은 무슨 의도로 이런 메일을 자신에게 보낸 것일까.
야마모토 사부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2주일 후. 약속 시각이 된 이후 야마모토 사부로는 캡슐 속에 들어가 자신의 캐릭터 오다 노부나가에 접속했다.
여전히 다이야마토 내부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
정면에는 파프닐이 기다렸다는 듯 서 있었다.
“신칸센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더군. 뭔가 조치라도 취했나?”
파프닐의 물음에 오다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레일 쪽에 문제가 있더군. 일본 철도를 관리 중인 JR그룹과는 조금 인연이 있어서 이미 조치를 취해 놨네.”
“2백 명의 무고한 목숨을 살릴 수 있었군.”
“…….”
침묵하던 오다 노부나가가 콧방귀를 훅 뀌었다.
“꽤 지독하군. 설마 나를 포섭하기 위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일을 꾸미다니 말이야.”
파프닐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다 노부나가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지진도 후지산의 이상 현상도 모두 전문 시설에서 예측할 수 있는 범위였다. 그리고 신칸센의 레일은 인력과 자본만 있다면 어떻게든 인위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지. 고작 그런 걸 가지고, 무슨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도 되는 것인 양 나를 설득하려 했나?”
“당신도 참 삐뚤어져 있군.”
파프닐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었지만, 오다 노부나가는 요지부동이었다.
“앞으로의 다른 내용도 마찬가지겠지. 예언? 웃기는 소리. 이런 것들을 내가 믿을 거라 생각하나?”
세상에는 수많은 예언서가 있다.
그리스신화, 로마신화의 신탁,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교황청에서 보관해 왔다는 파티마 예언 등.
실제로 현실에도 상당수의 예언가들나 무당, 영능력자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긴 하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
사이비라고.
“사람을 감금이나 학대로 극한 상황에 몰아넣은 뒤, 속임수를 써 자신에게 신적인 능력이 있다고 믿게 하지. 그 과정에서 각종 트릭을 써서 그렇게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사이비 종교들 태반이 그렇다.
교주에게 신통력이 있다고 믿게 한 뒤, 판단력을 흐릿하게 세뇌한 다음 그 신도를 이용해 다른 신도를 모으고 또 모으면서 영향력을 확대한다.
하지만 이번엔 상대를 잘못 골랐다.
오다 노부나가는 맨땅에서부터 기업을 일으킨 CEO.
심지나 지능 모두 일반인들에 비교할 수 없는 천재 중의 천재이자 호걸이다.
상황도 그랬다.
애초에 그가 구속된 건 인게임 속일 뿐.
현실의 야마모토 사부로는 멀쩡히 살아서 회사 업무를 보고, 아침에 일어나 모닝커피와 토스트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기댈 곳이 없이 구석까지 몰리지도 않았고, 정상적인 판단력으로 사태를 볼 여유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 볼 때, 지금 파프닐이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지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하다.
이 세상에 진짜 ‘예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믿을 수 없으시겠다? 내가 인위적으로 조작을 가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헛소리하지 말고 이걸 풀고, 다이야마토를 돌려주도록.”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믿을 거지?”
“네놈이 무슨 말을 하건…….”
“만약 돈과 인력, 혹은 다른 예측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믿을 건가?”
파프닐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화산 폭발이나 유조선 사고, 전쟁, 대규모 질병 같은. 일단 일어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눈앞에서 보고 나서 믿는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지. 하지만 막상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그게 무슨 소용일지 모르겠군.”
“…….”
“하긴, 그걸 다 일으킬 수 있으면 내가 신이겠지.”
오다 노부나가는 그런 파프닐을 기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몇 번이나 생각해도 사기꾼이 하는 흔한 멘트다.
하지만 저 남자의 얼굴에서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나 더 알려 주지. 이번이 마지막이다.”
파프닐은 말을 이었다.
“무사시에게 연락해라. 부모님을 데리고 대형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아 보라고. 분명 뭔가가 나올 거고, 지금을 놓치면 한동안 시간을 빼앗기게 될 거다.”
“…….”
“만약 이마저도 믿지 않는다면 나도 더 이상 네게 뭔가 강요하지 않겠다. 옛정을 봐서 그대로 풀어 줄 테니, 그다음은 뭘 하든 알아서 해.”
“……알겠다.”
기껏 자신을 억류해 놓고 갑자기 풀어 준다고?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분명 하는 말도 허세인 것 같긴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 야마모토 사부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메신저를 켰다.
다음 날.
다시 접속한 오다 노부나가가 파프닐을 찾았다.
“협상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지.”
“흐음. 그래?”
“여기서 진행하면 되나?”
“아니.”
파프닐은 씩 웃었다.
“내가 직접 찾아가지. 시간과 장소는 그쪽에서 준비하도록.”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