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일본 나리타공항.
수많은 사람 사이로 한 일가족이 내렸다.
휴가를 내고 일본 여행을 온 오진환과 그 일가족이었다.
“우와…….”
오한별이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진짜 일본 여행 티켓 받은 거야? 인게임 회사 홍보 계약 때문에?”
“그럼.”
“일본 회사와 계약이라니……. 대단하네.”
오진환이 일본 측 회사에서 온천 여행 리조트권을 받아 왔다고 할 때만 해도 오한별은 또 무슨 장난인가 싶었다.
하지만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나리타공항에 내리자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게임에서 좀 잘나가나 보네?”
“그럼.”
“혹시……. 아크 길드는 아니지?”
“아크?”
“어. 오다 클랜이 그쪽 사람들 조건 좋게 해서 스카우트했다던데. 어지간한 의사나 대기업 임원급 대우로.”
“흠…….”
김강한은 피식 웃었다.
“겨우 그 정도론 안 되지.”
“더?”
오한별의 눈매가 휘었다.
도대체 게임 속 정체가 뭐지?
설마 오다 클랜의 스파이, 아니면 파이브스타 쪽 간자?
“도대체 무슨…….”
“아이고, 우리 진환이 덕분에 일본 여행도 가 보는구나.”
좀 더 캐물으려던 오한별의 옆으로 두 사람의 어머니, 정 여사가 나타났다.
“아들 잘 둔 덕에 호강하네. 그렇죠, 여보?”
정 여사가 호호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옆에서 강단 있어 보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 한 명이 김강한을 향해 헛기침을 했다.
“그래…… 뭐, 고맙다.”
오진환의 아버지는 오진환이 게임을 하는 것을 가장 반대한 사람이었다.
원작에서 오진환이 비뚤어지고, 빠른 출세를 원하게 된 데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이다.
계속 게임을 하는 오진환을 마뜩잖아 했지만, 이번엔 그 게임 덕을 보고 있었다.
“아이고, 당신. 얼굴 좀 펴요. 해외여행까지 와서 왜 죽상이래요.”
“으음…….”
아버지는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긴 한데……. 그런데 말이다.”
“……?”
“저 애는 대체 왜 같이 온 거냐?”
가족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심호흡을 하던 미즈호가 흠칫 놀라다가 헤헤 웃었다.
“뭐, 티켓도 한 장 남고. 일본 유학생이니까 일본이 그리울 것도 같아서요.”
“흐음…….”
“아이고, 온천 티켓 버리는 것보단 낫지. 왜 그래요.”
아버지 등을 탁 친 어머니, 정 여사가 미즈호에게 다가갔다.
“옆집에 산다고 했지요, 아가씨? 우리 진환이랑 잘 지내 줘서 고마워요.”
“아뇨. 뭘요! 진환 님 덕분에 저야말로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으르릉……. 멍멍!”
등 뒤에서 복돌이가 짖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가족의 일본 여행처럼 보이는 그림이었다.
“그럼 온천에서 푹 쉬고 오세요. 전 일하러 가 볼게요.”
“그래, 참. 그런데 진환아.”
“네?”
막 움직이려던 김강한에게 어머니가 다가왔다.
“저 여자애 말인데, 혹시…….”
“네?”
“혹시 여자 친구니?”
“아뇨.”
김강한은 칼같이 말했다.
“아이고, 그래?”
“그냥 옆집 사는 유학생이었어요. 딱 그 정도.”
“어머……. 난 너랑 쟤랑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그보다 늦겠어요. 이만 가 볼게요.”
“아이고, 그러려무나.”
세 사람과 헤어진 김강한은 미즈호와 복돌이에게 손짓했다.
“그러고 보니 너, 일본에서 왔다고 했지?”
“네? 네.”
“그럼 근처에서 먹어 볼 만한 맛집 같은 데 아는 거 있냐? 요리라든가.”
“어……. 그건 저도 잘…….”
“나 원 참.”
김강한은 혀를 찼다.
일본 태생이 어떻게 외국인보다 먹을 걸 모른단 말인가.
물론 사람이 아니라 여우긴 하지만 말이다.
‘저 녀석이 영능력 같은 게 있을 줄이야.’
복돌이에게 처음 그 사실을 들었을 땐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직접 복돌이가 끌고 온 미즈호가 여우불을 만든 걸 보고 나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평범한 근미래 배경인 줄 알았던 소설이 무슨 어반판타지로 흘러가?’
미즈호의 목표는 다름 아닌 커다란 기운을 가진 자신을 잡아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돌이가 미즈호를 굴복시키고 상하 관계를 정립시킨 지금은 목표가 바뀌었다.
현재는 김강한의 회유에 넘어가 적당한 보상(신사와 공물, 김치 등)을 약속받고 협력 중이었다.
오다 노부나가를 현실에서 만날 때 가장 필요한 인원 중 한 명!
영능력이란 게 있는 걸 확인한 이상, 그런 고위층과 만날 때 이 정도 준비는 필수였다.
‘솔직히 복돌이 밑인 녀석을 데려가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뭐, 없는 것보단 낫겠지.’
편의점에 들어간 김강한의 눈에 익숙한 붉은 닭이 보였다.
“오, 여기에 이게 있네?”
한국에서야 흔하지만, 일본에서는 처음 보는 맛.
김강한은 그대로 불X볶음면 세 개를 사서 가져왔다.
“먹자.”
“이게 컵라면인가 하는 그거군요…….”
“키츠네 우동은 아니니까 안심하고.”
“그때는 실수였어요!”
“멍! 으르릉…….”
“힉…….”
복돌이가 살짝 이를 드러내자 미즈호가 흠칫 놀랐다.
그야말로 호랑이 앞의 토끼 같은 모습.
“아무튼 먹어 둬. 배가 든든해야 확인도 하지.”
“네…….”
호로록, 불X볶음면 뜨거운 물에 불린 후, 스프와 볶음 참깨, 후레이크를 섞어 비빈다.
입 안으로 면을 빨아들이자 달콤하면서도 화끈한 매운맛이 혀 위를 가득 메웠다.
“음……!”
“끼…… 끼아악!”
“멍멍멍!”
이게 무슨 소리지?
옆을 보자 혀를 내밀고 비명을 지르는 미즈호와 복돌이가 보였다.
“둘 다 왜 그래?”
“매, 매워요오오!”
“깨갱! 깽! 주인! 너무 맵다, 멍!”
다시 먹어 봐도 적당히 맵고 새콤한 불X볶음면의 맛이다.
미즈호와 복돌이는 연신 혀를 내밀다가, 공원의 수도꼭지에 달려들어 한참 동안 입을 댄 뒤에야 평정을 되찾았다.
“흐음……. 그 정돈가.”
아무래도 이 녀석들, 매운맛에 꽤 약한 듯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세 명의 앞으로 검은 일반 승용차 세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섰다.
“……파프닐 님?”
김강한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타시지요. 오다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승용차에서 내린 정장 사내들이 고개를 숙였다.
김강한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아 참, 그 전에.”
“네?”
“잠시 준비할 게 있는데, 자리를 좀 부탁해도 되나?”
***
요정 스즈란(은방울꽃).
겉으로는 평범한 일본식 기와집과 정원을 갖춘 요릿집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보통 사람들은 들어올 수조차 없는 장소였다.
수많은 보안과 경비로 24시간 감시되며.
오직 일본의 정재계, 군 등의 최고위층에게만 허락되는 장소.
그야말로 선택받은 일부만이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곳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은방울꽃을 한 번은 들러야 비로소 일본의 지배층이 될 수 있다고.
“……안 된다고?”
그런 은방울꽃의 후문 앞.
한 중년인이 표정을 굳힌 채 물었다.
“내가 중의원 다나카라는 걸 모르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이미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예약?”
투표에 민감한 한국 국회의원과 달리, 일본 국회는 일단 의원직을 얻으면 거의 평생직장이라고 할 만큼 보수적이다.
그런 국회의 중의원을 제치고 예약을 할 사람이 있다니?
‘분명 어르신들께서는 딱히 오늘 이용할 계획이 없으실 텐데?’
“대체 어디 사는 누가……!”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날 다시 이용해 주십시오.”
다나카는 조금 더 버텨 보았지만 요정 직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하는 수 없이 돌아서던 그의 옆으로 한 장년인이 다가왔다.
“다나카 군.”
“앗, 닛타 어르신!”
같은 국회의원이자 다나카의 정치 선배인 닛타 의원.
그가 말했다.
“오늘은 포기하는 게 좋아. 저 안에 있는 게 누군지 아나?”
“아니요……. 모릅니다.”
“그럴 만도 하지.”
닛타 의원은 시가를 입에 물며 말했다.
“야마모토 사부로. 그 녀석이 들어가는 걸 보았네.”
다나카 의원의 눈동자가 커졌다.
야마모토 사부로라면 현재 일본 권력의 중심.
정재계를 통틀어 폭풍의 눈이라고 불리는 자가 아닌가.
그런 그가 약속을 잡았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만난다더군.”
“대체 누구와 약속을 잡았답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아마 보통 인물은 아니겠지.”
아마 저 안에서는 지금 미국이나 중국의 거물, 혹은 일본 총리나 그에 준하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리라.
“……에취.”
재채기를 한 김강한이 코를 닦았다.
“여기에 오다 노부나가가 기다리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흠……. 부른 다음에 해코지를 저지르진 않을 것 같군.”
“저희 보스는 그 정도 소인배가 아닙니다.”
앞서가던 정장 남자가 말했다.
“회담 자리에 온 상대를 치는 짓은 하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뭐……. 감시하는 시선이 좀 있긴 한데, 매복은 아니네요.”
주변을 둘러본 미즈호가 말했다.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적진 한가운데라 혹시나 했더니……. 최악의 경우는 아닌 것 같군.”
김강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내를 따라 움직였다.
앞선 남자가 멈춘 곳은 요정 안의 어느 작은 방 앞이었다.
사방이 미닫이문 여러 겹으로 막힌 일본식 방 안.
그 안에는 미청년 한 명과 노부인 한 명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김강한은 남자를 보고 속으로 놀랐다.
‘야마모토 사부로……!’
게임을 제외한 뉴스나 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김강한도 저 남자는 알고 있었다.
설마 그가 오다 노부나가의 정체였을 줄이야.
“놀랍군.”
하지만 놀란 건 저쪽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놀란 표정의 노부나가가 입을 열자, 옆의 노부인이 그대로 말을 옮겼다.
“설마 평범한 일반인이……. 파프닐의 정체였을 줄이야.”
“그러면 안 되나?”
“분명 대규모의 자본과 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재벌 회장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캐릭터의 주인이 일반인이라니.
놀란 오다 노부나가, 아니 야마모토 사부로였지만 이내 그는 씩 웃었다.
“자네도 보통내기는 아니군.”
하기야 야마모토 사부로도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성장시킨 거물이다.
그가 김강한을 보며 느끼는 건 놀라움이 아니라 동료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이었다.
“그나저나 그런 차림새로 나를 만나러 오다니, 한국의 전통 옷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직업복이라고 할 수 있지.”
말을 마친 김강한은 아래를 보았다.
한복점에서 새로 맞춘 고급 전통 두루마기와 저고리 한복.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다.
“옆에 있는 소녀는 통역사인가?”
“맞다.”
엉겁결에 나온 알리바이에 김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사부로도 통역사를 데리고 있어서인 듯 그 점은 트집 잡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이야길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한숨을 내쉰 사부로가 말했다.
“지난번 말했던 그 말……. 무사시 녀석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래서?”
“연락이 오더군……. 대장암 1기를 발견했다고. 빨리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말이야.”
사부로는 그 말을 마치고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걸 보니 믿지 않을 수 없더군. 어떤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자네는 미래를 알고 있다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긴 하지. 하지만 이렇게 부른 걸 보니 받아들인 모양이군.”
“흠……. 사실은 아직 고민 중이긴 하네.”
“그럼 어째서…….”
“직접 얼굴을 보아야 확인할 수 있는 게 있…….”
그때였다.
갑자기 오다 노부나가의 말을 통역하던 노부인이 경기를 일으키며 게거품을 물었다.
“꺼어억! 꺼억!”
“뭐야, 저 인간.”
그 앞에 앉아 있던 미즈호가 생긋 웃었다.
“설마 그런 저급한 투시로 내 정신 방벽을 뚫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