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52)
452화
고대의 모든 왕에게 신통력이란, 곧 자신의 권위를 더 높여 줄 수 있는 힘이었다.
하지만 신통력, 신과 통하는 힘을 직접 왕이 가지고 휘두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이 때문에 예로부터 왕과 귀족들은 연금술사나 마법사, 사제 등의 사람들을 항상 옆에 두고 부려 왔다.
과학의 시대가 오고, 마술의 힘이 약해진 뒤에도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권력자들을 뒤에서 지원하며 엄청난 부와 위치를 쌓았다.
일본 정재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내는 점괘는 모두 맞고, 일의 길흉을 귀신같이 본다는 뛰어난 점술사 겸 주술사.
마담 아사코라 불리는 그녀는, 겉으로는 평범한 노부인처럼 보였다.
그러나 야마모토 사부로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고객 중엔 총리, 천황가, 심지어 중국의 주석이나 상무위원 등도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그녀를 고용하는 데 성공한 것은 호라이즌의 성장에 그런 사람들 모두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덕분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그런 그녀의 협력을 약속받은 야마모토 사부로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놈이 어떤 속임수를 썼는지 이제야 알 수 있겠군.’
애초에 미래를 전부 다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아사코의 능력이라면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있으리라.
‘어디 한번 볼까? 네가 정말로 미래를 볼 수 있는 영능력자인지.’
김강한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사코가 영능력으로 검증을 해 보는 것이 계획.
‘흐음, 저 남자인가?’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자, 아사코는 김강한을 향해 눈을 빛냈다.
‘어디…….’
사부로의 말대로라면 저 남자에게 영력이 있을 터.
영력을 눈에 모아 남자를 살피던 아사코의 고개가 미미하게 기울었다.
‘영력이……. 고작 10?’
미래를 보려면 최소 수백만 이상의 영력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이치를 통달해야 하는 수준.
하지만 10의 영력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설마……. 내가 읽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영력을 지닌 건가?’
그 정도 영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하지만 보는 것 정도라면야…….’
아사코는 김강한의 더 깊은 곳을 보기 위해 영력을 눈에 모았다.
순간 옆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따가운 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아사코는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엔 기척의 주인, 미즈호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아…….”
미즈호가 살짝 입을 연 순간.
아사코는 온몸이 찌부러지는 듯한 엄청난 격통을 느꼈다.
“아아, 아아아악!”
“무……. 무슨!”
“주술이 안 통하니 역으로 자기한테 돌아온 거야.”
통역사의 말에 사부로는 순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술?”
“마음을 읽으려고 했잖아, 방금.”
그때였다.
기침을 연거푸 한 아사코가 소녀를 손가락질하며 외친 것은.
“괴, 괴물! 괴물! ……60만 영력을 지닌 나를 이렇게 쉽게…….”
“60만?”
고개를 갸웃하던 소녀, 미즈호가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빛냈다.
“네 영력이 60만쯤 하는 거야?”
“으으으…….”
“웃기네, 그럼 이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볼래?”
그 순간 사부로의 등골을 타고 차가운 기운이 흘렀다.
방 안을 밝히던 천장의 형광등이 깜박이고, 난방이 잘되고 있음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달그락!
찻잔이나 주전자, 쟁반 등이 공중에 뜬 채 돌아다닌다.
그야말로 공포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모습에 사부로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자, 이 정도 영력은 얼마지?”
“……백만…….”
부들부들 떨던 아사코가 미즈호를 손가락질하며 비명을 질렀다.
“최소 8백만 이상……. 괴물, 괴물이다!”
“8백만이면……. 그건 대체…….”
“이…… 인간이 아니야!”
사부로가 어리둥절해하는 동안 아사코가 미즈호를 향해 말을 이었다.
“당신 도대체……. 도대체 정체가 뭐야!”
“한번 알아맞혀 보지 그래? 후후훗.”
요염한 미소를 짓는 미즈호.
이대로라면 상황이 이상해질 것 같을 때, 김강한이 끼어들었다.
“그만, 거기까지.”
“네? 하지만 저 인간에게 제대로 가르쳐 줘야…….”
“씁, 복돌이 부른다?”
“……알, 알겠어요.”
미즈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원랜 콱 잡아먹을 계획이었지만, 그랬다간 그 개한테 그대로 물려 죽고 말 거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바치는 공물도 그럭저럭 만족스럽기도 하고.
조금 더 옆에서 지켜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으리라.
“너, 저 사람 덕분에 산 줄 알아.”
일렁이던 음기가 가라앉자 방 안은 아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흐트러진 옷차림을 한 아사코가 일어나자, 김강한이 설명을 시작했다.
“다시 소개하지, 이 녀석은 내……. 선대가 봉인시킨 일본 여우 요괴라더군. 이번에 통역이 필요해서 데려왔다.”
“여우 요괴? 그런 말도 안 되는…….”
“그걸 믿어서 이 자리에 나온 것 아닌가?”
김강한의 말에 사부로의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그랬다.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 왔던 그다.
그러나 최근 김강한이, 파프닐이 알려 준 정보들은 그것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박수무당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 요괴도 그것 때문에 알게 된 거고.”
“그럼 미래를 본 것도?”
“맞아. 예전부터 신기가 있다 보니 미래의 일을 볼 수 있게 되더군.”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 눈앞에서 이런 걸 보니 안 믿을 수도 없나.”
납득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부로.
김강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히 잘 먹힌 모양이군.’
당연한 말이지만 김강한은 박수무당도 아니고, 조상 중에도 무당 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 일본에 일어날 사건들을 눈치챘느냐.
이유는 간단하다.
원작 소설에 그 사건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서버는 원작에서도 플러시의 앞을 가로막는 주적 중 하나였다.’
한국 서버 정복을 노리는 일본 서버 입장에서 플러시는 무조건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서버는 플러시를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그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
당장 플러시를 죽이려는 데 성공할 때마다 지진이나 화재, 주식시장의 변동 등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주식 가격이 떨어져 부모님이 지원금을 끊자 더 이상 방세를 내지 못해 게임을 이어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
그야말로 플러시 하나 잡으려다 기둥뿌리까지 들어 불태운 격.
원작 소설에 나온 이 사건들을 미리 적어 두었기에 김강한은 일본 서버, 일본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플러시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소설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그 속 세계인 이곳에서도 틀림없이 똑같이 일어날 테니까.
그리고 그 생각이 맞는다면 이번에 사부로와 하는 협상은 사부로 본인에게도 이득이기도 했다.
“아무튼 내 쪽은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본론으로 가 보지.”
“……아사코 님, 안정을 취하고 계시지요.”
“으으…….”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아사코가 엉거주춤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김강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미즈호, 나가 있어.”
“알겠어요.”
잠시 후 방 안엔 둘만이 남았다.
사부로가 말했다.
“자, 그럼 들어 볼까. 다이야마토를 가져가고 내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를.”
“약속은 지켜 주길 바란다.”
“물론, 어차피 주도권을 지닌 건 자네 아닌가?”
다이야마토를 가지고 해안만 봉쇄해도 일본 서버는 세 달 안에 고사하고 말 것이다.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그때는 계속 전쟁을 이어도 되겠지.”
“흠……. 딱히 그럴 필요까지도 없을 것 같긴 해.”
고개를 끄덕인 김강한이 말했다.
뒤이어 이어지는 말은 상상을 초월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차피 내가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일본……. 아니 일본 서버는 조만간 멸망할 테니까.”
***
협상이 진행 중인 은방울꽃 근처의 긴자 거리.
복돌이는 그곳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잠깐의 자유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주인님께는 미즈호가 붙어 있으니 괜찮겠지.’
물론 그냥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복돌이의 눈이 긴자의 밤거리를 훑었다.
‘이 건물 안쪽엔 반대편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군. 이 건물은 지하도를 통해 저쪽 거리와 이어지고…….’
만약 사부로가 주인을 작정하고 노리려고 할 때, 안전한 탈출로의 확보는 필수다.
물론 주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아직 문제는 없는 것 같군.’
요정 안에서 아직 소란이 일어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끝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상황.
“어머, 저기. 이 개 봐.”
“몸은 깨끗한데……. 주인을 잃어버렸니?”
밍크코트를 입은 두 젊은 여자가 복돌이에게 다가와 안쓰러운 표정으로 소시지를 내밀었다.
“멍……!”
군침이 저절로 흐르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다.
복돌이는 눈을 질끈 감고 소시지를 외면하려 했다.
“아, 샐러드는 싫어하지?”
“……멍! 멍멍!”
소시지와 샐러드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 복돌이는 행인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여인들 외에도 지나가던 회사원, 호스트 등이 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받아먹기까지.
그때였다.
……살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복돌이의 귀가 쫑긋 섰다.
“……크릉…….”
이 근처를 떠나면 자칫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돕지 못한다.
상식적인 선에서 보면 무조건 무시하는 게 맞다.
그러나…….
“……킁!”
망설이던 복돌이가 땅을 박찼다.
골목길들을 돌아 돌아 들어간 곳.
그곳에는 구석에 몰린 소형견 한 마리와,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투견 무리가 있었다.
“당신들…….”
“이만 포기해라. 순순히 항복하면 물어뜯지는 않겠다.”
투견 무리의 협박에도 소형견은 이를 드러냈다.
“절대 안 돼! 주인님을 위해서라도 너희 같은 놈들에게 당할 줄 알고?”
“우리 멍마구치구미파 앞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니, 깡 하나는 칭찬해 주마. 멍.”
멍마구치구미.
개들의 뒷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직으로, 유명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의 직계 하위 조직이기도 했다.
모든 조직 계보나 규율 등이 야마구치구미와 비슷하지만, 차이점이라면 구성원들 등이 전부 개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조직원인 개들도 전부 야쿠자, 아니 야쿠이누(犬)들.
그런 야쿠이누들 열대여섯 마리가 이를 드러냈다.
“정말 마지막이다. 네 주인의 위치를 불어라.”
“개똥이나 먹어라, 멍.”
“……하는 수 없군. 멀쩡히 살려 두는 건 포기다.”
“크르릉…….”
“처리해.”
리더인 개 한 마리의 지시에, 다른 개들 모두가 일제히 덤벼들었다.
소형견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각오했던 통증은 오지 않았다.
“……?”
눈을 뜬 소형견의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달려들던 개들 여섯 마리가 모두 바닥에 대자로 널브러지거나 벽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
그 앞에는 흰 대형견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투견 여럿이서 연약한 암견 하나를 괴롭히는 게 이 나라 개들의 습성인가?”
“네놈……. 뭐 하는 놈이냐.”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야?”
다른 야쿠이누들이 이를 드러냈다.
“리더, 명령을.”
“당장 저놈도 같이 죽여 버리겠습니다!”
그때 리더가 그들을 제지했다.
“멍청한……. 물러나라.”
“하지만…….”
“너희가 덤벼 봤자 저 개에게는 다섯 수도 못 버틸걸.”
“……!”
멍마구치구미의 정식 전투원이라면 투견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상위 투견들.
그런 그들이 이런 평가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 평가를 내린 게 다름 아닌 멍마구치구미의 3대지X견 중 한 마리였기 때문이다.
“도쿄에 내가 모르는 이 정도의 투견이 있을 줄이야…….”
리더견이 눈을 빛냈다.
“나는 멍마구치구미 3대견 중 한 명인 야쿠스타다. 네 이름은?”
“복돌이.”
“복돌이라……. 기억해 두도록 하지.”
말을 마친 야쿠스타가 몸을 날렸다.
동시에 복돌이의 사이클론 킥이 야쿠스타의 몸을 향해 뻗어 나갔다.
퍼엉!
가죽 주머니 터지는 소리와 함께 양쪽 모두가 내려섰다.
승자가 말했다.
“멍, 또 덤빌 녀석은 있나?”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