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55)
455화
호라이즌에서 가장 단단한 귀금속은 무엇일까?
미스릴, 만년한철, 천공운철, 오리하르콘, 다이아몬드.
쟁쟁한 금속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중엔 특별한 금속이 하나 있었다.
애초에 살아 있는 생명체의 뼈이지만, 그 특이한 성질 때문에 금속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
드래곤 본.
호라이즌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인 이들의 뼈는, 사실 뼈보다는 금속에 가까웠다.
엄청난 마나를 수백, 수천 년 동안 받아들이며 압축되고 강화된 뼈는, 숯이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 이상의 변화를 거쳐 특별한 드래곤 본으로 변했다.
그렇게 완성된 드래곤 본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단단하면서 부드럽고, 탄력이 있지만 뻣뻣하고, 뜨거우면서 차갑고, 거칠지만 매끈한.
모든 특성을 극한까지 갖춘 그야말로 완전 금속.
그중에서도 고룡의 뼈, 에인션트 드래곤 본은 지상을 넘어 천상의 귀금속에 비교되기도 했다.
파프닐이 의뢰한 것은 바로 그 금속들로 다이야마토를 개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할 말은 많지만,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겠구먼.”
“고맙다니요?”
“이 정도 작업을 해 볼 수 있다니. 드워프로서 800년을 살아왔네만 이번 의뢰처럼 엄청난 건 없었어.”
드워프가 800살이면 인간으로 치면 200살이 좀 넘는다.
그러나 윈필드는 현역처럼, 아니 현역보다도 더 생생했다.
강고한 마나가 쌓인 근육을 일으킨 그가 말했다.
“좋아, 맡겨 주게. 최고의 개조를 해 주지.”
“감사합니다.”
윈필드를 비롯한 드워프들이 전력을 내 주면 쉽게 될 거다.
“그럼 일단 이것들을 녹여야겠군.”
“네? 왜 녹입니까?”
“그야 녹여야 부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지.”
윈필드는 이상한 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파프닐을 보았다.
“자네 대장장이 일 많이 보지 않았나? 원석을 녹여야 형태를 만들지.”
“흠…….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파프닐은 인벤토리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이런 식으로의 개조를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이런 식?”
종이를 대충 훑던 윈필드의 표정이 묘해졌다.
천천히 처음부터 훑어보던 그가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지었다.
“……저 배의 표면을 드래곤 본으로 덮어 달라고?”
“예.”
“내부 시설은 아무 개량도 안 하고?”
“그렇습니다.”
“흐, 흐허허허허!”
순간 윈필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꽤 버릇없는 제안이군……. 우리를 이런 식으로 쓰려 하다니.”
드워프들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는 어마어마하다.
단순히 작업을 하기만 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데 의의를 두는 예술가.
그런 그들에게 단순히 덧씌우기만 해 달라는 말은 자신들의 기술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다름없었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당장 도끼를 뽑았을 걸세. 대체 무슨 이유인가.”
“어차피 다이야마토 자체는 부품 몇 개 갈아 끼워 봤자 큰 의미가 없는 완성품입니다.”
“그래서?”
“하지만 그것의 외피를 만드는 것은 오직 여기 계신 윈필드 님, 그리고 드워프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그랬다.
어떤 인간 플레이어 대장장이나 NPC들도 이런 대작업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흐음…….”
“그리고 이건 꼭 필요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미래?”
“예.”
“으음…….”
한참을 고민하던 윈필드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자네가 우릴 많이 도와줬으니 이번만 우리도 자존심을 꺾겠네.”
“감사합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네만…….”
“어떤 문제인지……?”
“음……. 자네도 알겠지만, 보다시피 저 철갑선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지.”
다이야마토는 작은 섬 하나의 크기를 자랑한다.
현대 항공모함보다 훨씬 더 커서, 혼자서 전쟁을 수행할 수도 있을 정도.
그런 함의 외피를 둘러싸려면 어지간한 양으로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었다.
“아마 저걸 다 두르려면 보통 드래곤은 열 마리를 넘게 잡아야 할 테니, 막상 작업을 하면 일부만…….”
“수량은 충분할 겁니다.”
“음?”
“제가 가져온 것도 그에 못지않으니까요.”
말을 마친 파프닐이 인벤토리에서 마룡 파푸닐의 드래곤 본을 꺼냈다.
“이 정도면 어떻습니까?”
“……아니 무슨 크기가…….”
잠깐, 설마?
윈필드는 굳은 표정으로 파프닐을 보았다.
“자네가 이 드래곤을 잡았나?”
“그랬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닙니다.”
의문의 고수들이 잡은 것을 드래곤 슬레이어 도바긴에게 얻은 것뿐이다.
굳어 있던 윈필드가 이마를 쓸어내렸다.
“휴우……. 다행이군.”
“네?”
“자네한테 존댓말을 안 쓴 걸 후회하지 않아도 되어서.”
“아.”
그렇게 거래는 성공적으로 체결이 되었다.
망치로 드래곤 본을 두들기던 윈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번엔 정말 잘 찾아왔네. 이런 건 우리랑 그 녀석들밖에 못 하는 일이니까.”
“그 녀석들이라뇨?”
“자네는 드워프 형제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
오래전 신들이 현세에 있던 시절.
특별한 기술 때문에 갈라진 드워프 형제가 있었다.
형은 전통 기술을 추구했고, 동생은 자동화를 추구했었던.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파프닐은 동생 드워프가 만든 던전을 본 적 있었다.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이자 윈필드가 물었다.
“그 동생 드워프를 따르던 무리가 형 드워프의 저주를 받아 타락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
“예.”
“놀랍군, 드워프 일족의 비사를 알고 있다니. 하긴 자네 정도 되는 모험가라면 그럴 만도 하지.”
띠링!
-윈필드는 드워프 역사를 잘 아는 당신에 대해 놀랐습니다.
-윈필드의 추가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커흠, 헛기침을 한 윈필드가 말을 이었다.
“그때 저주받은 드워프들 대다수는 허락되지 않은 기술들을 받아들였지만……. 그중 일부는 자신들의 기술을 계속 갈고닦았네. 저주의 어둠마저도 극한의 기술을 위해 이용했지.”
“흐음.”
“현재는 태고적 갈라진 우리의 방계. 보이드 드워프들의 유래일세.”
보이드 드워프?
원작 소설이나 장비 설명에서 몇 번 본 적 있었다.
‘어둠 속성 최고급 장비나 액세서리에 가끔 보이드 드워프들의 기술이 보인단 내용이 적혀 있었지.’
“그 드워프들의 후예가 아직 남아 있다면, 우리와 비슷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세.”
“그렇군요.”
윈필드급의 드워프들이 또 있다라…….
‘플러시가 그쪽과 연관될 확률도 있으니, 한번 알아볼까?’
파프닐은 곧바로 질문했다.
“그 보이드 드워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신대륙의 깊은 곳에 있다는 것만 구전으로 전해져 왔네. 동쪽 산맥의 장로 녀석들이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을 텐데. 그건 그 녀석들에게 물어봐야 하고.”
“흠……. 알겠습니다.”
한국 서버에 있는 바란왕국 동쪽 산맥.
그곳은 파이브스타의 영역이다.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들어가 봐야겠어.’
신대륙에 큰 투자를 하고 있는 파이브스타이지만, 드워프 자원의 관리만큼은 게임 초창기와 큰 차이 없이 철저하게 하고 있다.
아무래도 꽤 많은 준비가 필요하리라.
‘그럼 이제 남은 건 브레인 컴퓨터 확인, 그리고 마법사 해골병 제작인가.’
파프닐은 공방 한구석에 놓인 거대한 수조로 걸어갔다.
파브르의 뇌에 수많은 신경절, 뇌, 영혼이 담긴 라이프 포스 베슬 등을 모아 만든 거대 두뇌가 그 안에서 맥동하고 있었다.
“……어디.”
거대 뇌와 연동된 블랙 칩을 착용한 파프닐은 간단한 창술 스킬 몇 개를 사용해 보았다.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검은 실루엣!
적이 어떻게 움직일지, 그리고 이 스킬을 썼을 땐 어떤 식으로 연계 공격을 하는 게 최선인지가 나타난 것이다.
“흠…….”
창을 휘두르던 파프닐이 손을 뻗자, 땅 밑에서 검은 식물 줄기들이 목적지 주변에서 움직임을 봉쇄했다.
뒤이어 그 자리로 찔러 드는 번개.
“나쁘지 않군.”
전투를 마친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최소 프로 하위급.
일반 유저가 쓴다면 적게는 2단계, 많으면 3단계 이상의 실력 향상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상대하는 건 다름 아닌 플러시.
역대급 운빨을 가지고 오는 적인 만큼, 모든 경우의 수와 패턴을 계산해 완전히 봉쇄해야 한다.
작게는 스킬을 잘못 사용하는 것부터.
크게는 길가의 작은 돌멩이가 튕겨서 눈을 방해하거나, 무기의 궤적을 트는 경우까지 전부 계산해야 한다는 뜻.
그걸 위해서는 아직 준비가 더 필요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강화하면 되겠어.’
성장 속도도 빠르니 조금만 더 파츠를 구해 준다면 충분히 기대하던 성능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고위 마법사 언데드는…… 구해야 할 게 많군.”
일단 필요한 것은 전용 스킬.
헬카이트의 스킬은 데스 나이트만을 사역한다.
마법사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따로 스킬 북을 얻거나, 직접 스킬을 만들어야 한다.
마치 진짜 연구실이나 대학원처럼 수많은 실험, 논문을 쓰고, 게임 시스템을 달달 외우고 응용해야 가능한 일!
워낙 가성비가 떨어지고 재미없기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NPC들의 스킬을 사용한다.
“스킬은 얻을 데가 있고. 다른 재료들이야 가득 쌓아 두었으니 문제가 없군.”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빠져 있었다.
“시체……. 고위 엘리트 해골 마법사가 될 만한 시체가 필요해.”
파이브스타의 베로니카를 상대로도 싸울 수 있는.
최소한 시간은 끌어 줄 만한 성능의 고위 마법사 언데드가 필요하다.
컴퓨터로 치면 하이엔드 옵션을 넘어선, 기업이나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
당연히 어중간한 시체들로는 사양을 맞출 수 없었다.
특별한 마법사의 시체를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 던전에 가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런 던전 대부분은 신대륙에 있는데, 그 신대륙의 최심부는 파이브스타의 영역이란 말이지.”
적이 더 강해지는 걸 눈앞에서 보고만 있어 주면 좋겠지만, 파이브스타가 그럴 리 없다.
간접적인 방해라면 그나마 낫지.
이시우가 친위대를 대동해 직접 공격하러 온다면 그 땐 정말 큰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미국 서버를 경유해서 신대륙으로 가야 하려나? 아니면 유럽 서버?’
고민에 빠져 있던 파프닐의 커뮤니티창이 갑자기 빛을 냈다.
‘이건?’
발신인은 오다 노부나가였다.
“무슨 일이지?”
-연락을 받는군.
보이스 너머로 오다 노부나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야 당연하지. 내 커뮤니티 알림이니까.”
-……이렇게 직접 연락까지 하니 더 어처구니가 없는데? 설마 네가 데스 드래곤이었다니.
NPC인 줄 알고 있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오다 노부나가.
협상이 잘되긴 했지만, 약간 앙심이 남아 있긴 할 거다.
-본론은 간단하다. 네가 일본에 다시 한번 와 줘야 한다는 것이지.
“내가?”
-그래.
오다 노부나가가 말을 이었다.
-아베노 세이메이……. 그 녀석이 누군지 얼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거든.
“……!”
-꼬리를 잡았다.
“그렇군……. 그런데 그게 어째서?”
-아베노 세이메이는 영능력자일 테니까.
“…….!”
-그런 놈을 막기 위해서는, 같은 영능력자가 필수겠지. 그래서 네게 연락했다.
“흠…….”
맞는 말이긴 했다.
처음 사부로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미래를 영능력으로 보았다고 했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설마 이런 식으로 불똥이 튈 줄이야.
‘아무래도 미즈호와 복돌이의 도움을 다시 한번 빌려야 할 것 같군.’
그때였다.
파프닐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 것은.
“좋아, 그런데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 뭐……. 지난번처럼 큰 게 아니라면야.”
“안심해.”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일 하나만 도와주면 끝이니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