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갈라진 땅 밑에서 유황 불길이 솟아오르고, 하늘에선 24시간 번개가 치는 곳.
마계에 침식당한 마을의 한복판을 한 남자가 달리고 있었다.
“헉헉……!”
“컹컹컹!”
“크아아앙!”
그런 남자의 등 뒤를 불타는 개 무리가 바짝 쫓았다.
“젠장……. 젠장! 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남자의 이름은 루드비히.
유럽 서버에서 기사 랭킹 3위를 하고 있는 레벨 736의 랭커 유저다.
수많은 유럽 길드에서 러브 콜을 보내고 있지만, 자유로운 솔로 플레이를 하고 싶어 모두 거절한 자유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얼마 전 한 퀘스트가 왔다.
뮤 대륙 안쪽, 개척 교회의 소식이 끊겨 버렸으니, 확인을 부탁한다는 내용.
난이도도 노말급이라 별것 아닐 거라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네놈……! 나 혼자 가진 않는다. 같이 지옥으로 가자꾸나!”
개척 교회를 타락시킨 사교의 우두머리가 죽기 직전 건 최후의 저주는 루드비히를 처음 보는 장소로 전송시켰다.
그렇게 도착한 이곳은 그야말로 진짜 지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컹컹컹!”
“크르러렁!”
분명 지상이긴 하지만, 마계와 차원이 연결되어 침식된 장소.
심지어 몬스터도 마계에서 출몰하는 놈들이 똑같이 나온다.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죽으면 유럽 호라이즌 챔피언스 리그에 나갈 수 없단 말이다……!’
전 유럽 서버의 최강자를 가리는 중요한 리그.
프랑스, 영국 등 각 국가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강력한 랭커들이 나와 승부를 벌인다.
수준들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그런데 만약 죽어서 스펙이 다운된다면, 다른 랭커들을 상대로 이기기는커녕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다 쓰러질 것이다.
‘몬스터들의 수준이 말도 안 되게 강해.’
마계의 몬스터들이라 그런지 레벨과 스펙부터가 지상의 몬스터들에 비해 두 단계 이상 강하다.
그것만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곳의 지형 자체가 뒤틀려 있다는 것.
한두 번은 이겨도 보급과 정비를 할 수 없게 되자 점차 궁지에 몰렸다.
기사 클래스인 그였기에, 헬하운드들의 추적을 뿌리치기도 어려웠다.
“헉헉……!”
담장을 따라 달리던 루드비히가 멈칫했다.
눈앞에 있는 건 거대한 투기장처럼 넓은 무대 위.
사방이 꽉 막혀 포위된 곳이었다.
“이런…….”
어느새 등 뒤에서 헬하운드들이 이를 드러냈다.
-아 ㅋㅋ
-이건 끝났네요.
스트리밍을 보고 있던 시청자 몇 명이 채팅을 쳤다.
“어쩔 수 없군요. 그래도 저 루드비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적어도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간다.
루드비히는 가드 스킬을 쓴 뒤 랜스를 들었다.
그때였다.
“크르릉……!”
“컹! 컹컹! 컹!”
갑자기 헬하운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어? 뭐임?
-살았는데?
순식간에 갱신되는 채팅들.
루드비히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다 잡은 사냥감을 놓아두고 도망친다고?’
베테랑 유저의 직감이 소리쳤다.
저건 놈들이 한곳으로 힘을 모으는 것이고, 그 상대가 따로 날뛰고 있는 중이라고.
루드비히는 헬하운드를 따라 움직였다.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퍼퍼퍼퍽!
“깨개갱깨갱!”
“깨개개갱!”
사방으로 널뛰기하듯 날아다니는 헬하운드 무리.
그 한복판에 흰 개 한 마리,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날뛰고 있었다.
“내 공격에 맞춰서 움직여라!”
“…….”
현란한 움직임으로 헬하운드들의 사이를 흐트러뜨리는 사자묘.
냥냥 펀치와 냥냥 킥이 쓰일 때마다 헬하운드들의 이빨이 공중에 날았다.
한편 흰 강아지는 또 달랐다.
티타임이라도 가진 듯 가만히 서 있는 모습.
수많은 공격이 그 강아지의 주변을 스쳐 지나갔지만, 적중한 공격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강아지가 움찔하더니 번개같이 헬하운드를 공격한다.
그때마다 그 강한 헬하운드들이 여지없이 한 마리씩 쓰러진다.
“크르릉! 미친놈들!”
“너도 개새끼면서 고양이랑 손을 잡다니! 자존심도 없냐?”
헬하운드들이 이를 갈며 외쳤다.
그러나 흰 강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리고 확실하게 헬하운드들을 공격할 뿐이었다.
“저건……. 분명 펫인 것 같은데.”
전투를 지켜보던 루드비히가 중얼거렸다.
시청자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장비들이 몬스터들이 낄 수 있는 장비가 아닌데?
-펫 맞음. 근데 어떻게 펫이 여기서 사냥을 하지?
놀라는 사이 헬하운드들 사이로 한 거대 인간 형체가 나타났다.
[개몰이꾼 말카트로스]무려 이름까지 가진 네임드 악마!
“내 개들을 이렇게 만든 게 네놈들…….”
“내 공격에 맞춰서 움직여라! 가만히 있지 말고!”
악마의 등장에도 사자 갈기를 가진 고양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흰 개를 보며 소리쳤다.
가만히 서 있는 개를 보던 악마의 눈이 번득였다.
“후후, 이 말카트로스를 앞에 두고 내분인가?”
악마 계열 종족은 한 번 발견한 빈틈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말카트로스는 거체에 맞지 않는 빠른 속도로 둘의 사이를 파고들려 했다.
“죽…….”
“야옹! 방해다!”
“방해다, 멍!”
다음 순간 고양이와 개의 뒷발과 앞발이 각각 말카트로스의 양쪽 얼굴에 명중했다.
“크아아아아악!”
양쪽 눈에서 피를 흘리며 물러나는 거대 악마.
“이거 이거…….”
루드비히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개와 고양이가 저 정도로 완벽한 협공을?!
-이거이거……. 위험한 콤비가 탄생한 것 같군요.
시청자들의 채팅은 덤.
그사이 악마와 헬하운드를 정리한 개와 고양이가 다가왔다.
“따라와라. 출구로 안내해 줄 테니.”
“나……. 나는…….”
“이봐, 네가 나서는 게…… 어이.”
고양이의 부름에도 개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전투 끝났다. 그러니 이제…….”
“멍! 다 잡았나?”
척, 전투 자세를 취하는 복돌이.
-왓 이즈 댓 도그?!
-하하하하하!
루드비히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
복돌이와 사자묘가 사냥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각.
파프닐은 눈앞을 보며 생각했다.
‘슬슬 이 렉도 익숙해져 가는군.’
마법사의 무덤에 들어선 지도 벌써 하루가 지났다.
“그건 그렇고 정말 깊군.”
아케치가 주변을 둘러보며 감상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레벨 800대의 수호자 골렘들의 신위에 경악하던 일본 플레이어들도 이제는 얼굴에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인형들을 상대하기만 하는 것도 슬슬 지겨운 참입니다.”
야베는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하하하, 어제까지만 해도 꽁지 빠지게 도망만 다니시더니 팔자가 늘어지셨습니다, 야베 공.”
“뭣……. 그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놈들이 와서 당황했을 뿐입니다.”
“확실히 당혹스럽긴 했지. 마법사의 무덤이래서 마법사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설마 석거인 놈들이 덤벼들 줄 누가 알았는가.”
얼굴을 붉히는 야베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다 노부나가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이것도 저것도 다 파프닐 공의 덕택이지. 설마 그 단시간에 놈들의 공략법을 만들어 낼 줄 누가 알았겠나.”
일본 서버에서도 최상위권에 드는 세 랭커가 파프닐을 향해 신뢰의 시선을 보냈다.
단신으로 일국의 서버를 농락한 유저, 데스 드래곤.
그의 능력은 과연 낭중지추였다.
사령술사임에도 불구하고 근접 클래스인 오다 노부나가에 밀리지 않는 접근전 실력, 스스로 이끄는 군세의 일개 지휘관에 불과한 해골병조차 초월적인 신위를 보였다.
그러나 오다 노부나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능력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파프닐의 저력을 꿰뚫어 보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침착하게 대응하는 냉철함과 분석 능력······.’
‘아깝군······. 저런 인재가 내 오른팔을 맡아 줬다면 세계 정복도 꿈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세 일본인의 말을 듣고 있던 파프닐이 그제야 말했다.
“정말 깊긴 하군.”
무언가를 골몰히 생각하고 있는 그 모습, 짧은 한마디.
세 일본인은 과연 방심하지 않는 파프닐을 또다시 고평가했다.
‘진짜 X나 끊기네.’
물론 파프닐은 그냥 렉이 걸려서 반응이 느렸을 뿐이었다.
그들은 다시 묵묵히 마법사의 무덤을 탐험했다.
대부분 처음 조우한 수호자 골렘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뿐.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경험치는 물론 드롭 아이템도 숨겨진 던전답게 풍부해 만족스러운 사냥.
그리 생각할 때쯤 변화가 생겼다.
“거대한 문이라. 이걸 열면 진짜 무덤에 들어서는 건가.”
그동안 외길 진행이었던 던전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문.
“일단 함정이 있는지 야베 공과 함께 소인이 알아보겠소.”
음양술사인 야베와 아케치가 먼저 문 근처에 다른 술식이 있는지 분석했다.
“별거 없나 보군. 어서 들어갑시다.”
“한번 알아보시오.”
파프닐의 말에 아케치가 고개를 갸웃했다.
‘함정은 없을 텐데······ 파프닐 공의 눈에는 또 다른 게 보이나?’
하는 수 없이 야베와 함께 다시 조사를 하는 아케치.
그러나 역시 나오는 건 없었다.
“진짜 없는 거 같습니다. 들어가죠.”
“들어갑시다.”
끼이익.
긴장과 함께 문을 열었으나 보이는 건 없었다.
또다시 외길이 진행될 뿐.
“그저 장식물이었나? 얼른 심층부까지 갑시다.”
오다 노부나가의 재촉 아래 일행이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갑시다.”
한참 후에 파프닐의 대답이 들려왔다.
계속 렉이 걸리다 보니, 대답마저도 늦게 들려오는 것이다.
***
“왕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
“절대 넘지 못하리라!”
무덤 안쪽으로 가면 갈수록 강한 몬스터들이 출몰했다.
좀 더 단단한 갑옷에, 특별한 버프나 자폭 마법 같은 게 하나씩 더 걸린 네임드들이 대량으로 출몰!
그러나 희소식도 있었다.
골렘들만 나오던 초창기와 달리, 역으로 마법사 몬스터들도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극악한 던전이군.’
초입부에서는 마법사 대비를 한 파티의 뒤통수를 치고.
어떻게든 그걸 돌파해서 들어오면 이번에는 또 마법사 몬스터들을 등장시켜 한 번 더 뒤를 치는 구성이다.
‘이럴 땐 마법 저항력이 강한 오다 노부나가의 세팅이 도움이 되는군.’
던전을 설계한 컴퓨터도 설마 마법사 대비용 세팅을 갖춘 플레이어를 데리고 심층부까지 들어올 거란 예상은 못 했을 거다.
파프닐은 쓰러진 몬스터들의 시체에서 아이템을 챙겼다.
-카니펙스의 손톱(레어)을 획득했습니다.
-공간 절단자의 낫(에픽)을 챙겼습니다.
처음엔 무덤 수호자 골렘들이 많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악마 계열의 몬스터들도 튀어나왔다.
여러모로 정보가 없었다면 크게 뒤통수를 맞았을 것이다.
‘렉도 어느 정도 이용하면 이런 식으로 싸울 수도 있고.’
파프닐은 근처 허공에 칼질하며 생각했다.
“케에엑!”
십여 초 후 그곳에 나타난 악마 한 기가 그대로 괴성과 함께 두 동강이 났다.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악마들의 위치를 예측해 미리 검을 휘둘러 두는 것.
‘그러고 보니 렉을 이용해서 오히려 전투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었지.’
벽 타기나 슬라이딩 공간 이동, 벽을 넘어선 곳에서 때리기 등.
평범하게 게임을 하면 할 수 없는 여러 꼼수를 이용해 클리어 타임을 줄이는 ‘꼼수’ 플레이는 방송 BJ들 사이에서도 핫했다.
물론 파프닐은 그 정도까지는 쓰지 않았다.
렉이나 버그를 써서 깨면, 그건 치트 키나 다름없는 일이니까.
“음? 앞이 막혔나?”
“이건…….”
앞서가던 오다 노부나가 일행이 멈칫했다.
분명 포탈을 따라 계속 왔는데, 갑자기 포탈 대신 검은 금속 벽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탐지를 해 봐도 진짜 벽입니다.”
야베가 눈매를 찌푸렸다.
“어디, 내가 해 보지.”
오다 노부나가가 직접 검을 휘둘러 봤으나 날이 튕겨 나가기만 할 뿐이었다.
“이건 대체……. 음?”
그때였다.
슥, 일행 사이로 나선 파프닐이 그대로 벽을 향해 걸었다.
“잠, 잠깐! 파프닐!”
야베가 손을 뻗어 말리려 했다.
다음 순간 파프닐의 몸이 그대로 벽을 넘어 사라졌다.
“아, 아니!”
“어떻게?”
“무기를 집어넣고 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
상황을 지켜본 아케치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 경계심 없이 걸어 들어가야 뚫을 수 있는 벽이라니.
알기만 하면 통과하기 쉽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트랩을 겪은 이들이기에 막상 그렇게 행동하라 하면 절대 따르지 못할 것이기도 했다.
“그걸 보자마자 눈치채다니……. 역시 파프닐이군.”
한숨을 내쉰 오다 노부나가가 걸음을 옮겼다.
파앗, 팟. 팟.
포탈을 넘은 셋의 눈앞에 어떤 장면이 나타났다.
“……이건!”
태연히 서서 앞을 보고 있는 파프닐.
그리고 그 맞은편에서 화려한 차림새에, 엄청난 오라를 뿜어 올리는 기사들 네 명이 검과 창을 이쪽으로 겨누고 서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