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네크로맨서 라간은 입을 쩍 벌린 채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았다.
흑마법사 내전은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는 꿀 같은 기회였다.
상대 세력을 죽여 경험치를 쌓고, 공헌도를 쌓으면 고위 NPC에게 스킬을 배울 수 있기 때문.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새로운 신을 따르는 세력, 그리고 신 없이 어둠의 마법을 연마하는 기존 흑마법사 세력.
그와 플레이어들이 붙은 것은 새로운 네크로맨서 세력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신이 생기면 그만큼 스펙도 높아지고, 강한 스킬도 쓸 수 있을 테니까.
그 선택은 옳았다.
새로운 신을 따르는 고위 네크로맨서들은 듣도 보도 못한 골렘과 언데드 군단을 마구 만들었다.
기존 흑마법사 스킬로 만든 언데드들보다 훨씬 강하고, 또 많이 소환할 수 있는 녀석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대박인 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이었다.
‘와, X발. 파프닐을 직접 보다니.’
네크로맨서의 전설이자, 한국 플레이어들의 전설!
그 전설이 지금 눈앞에서 언데드들을 상대로 무쌍을 펼치고 있다.
이등병이 사단장을 직접 보는 듯한 숨 막히는 느낌!
자신이 적이 아니었다면 정말 완벽한 순간이었을 거다.
“후우.”
언데드들을 마무리한 파프닐은 혼자 남은 라간에게 다가갔다.
의연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라간 앞에서 파프닐은 창질 대신 질문을 던졌다.
“……플레이어?”
“어, 네.”
“퀘스트 중인데. 여기 있던 기존 NPC분 어디 가셨는지 아세요?”
“……파프닐 님 맞으시죠?”
“네, 파프닐 맞습니다.”
“우와……. 진짜 파프닐 님이구나.”
꿀꺽, 침을 삼킨 라간이 말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위기 앞에서 기존 흑마법사들은 한 곳으로 모였다.
새로운 세력, 세트 교단과 싸우기 위한 전장으로.
“메티스 대초원이란 곳이 있습니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매일같이 싸우는 몬스터랜드인데, 흑마법사 내전에 참가한 NPC들은 다 거기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 있다는 건가요?”
“네, 아마도요.”
“감사합니다.”
수많은 시체들이 묻힌 몬스터랜드는 병력 싸움을 하기에 적절한 곳이리라.
파프닐이 막 출발하려는 순간 라간이 손을 뻗었다.
“자, 잠깐만요!”
“……?”
고개를 돌린 파프닐에게 라간은 고민 끝에 펜과 로브를 내밀었다.
“혹시……. 같이 스샷이랑 로브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
파프닐은 곧바로 로브에 사인을 한 뒤, 라간 옆에 서 주었다.
“오……!”
라간은 침착하게 스크린샷 촬영 모드로 들어간 뒤, 3D 뷰로 보이는 둘의 정면 모습을 찍었다.
“감사합니다!”
유명 플레이어는 거의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다.
게다가 파프닐은 앞장서서 일본 서버를 무찌른 한국의 영웅!
그런 사람의 사인을 받는다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10년은 우려먹을 자랑거리가 생긴 것이다.
“그럼 이만…….”
“저기…….”
구석에 움츠려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저희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파프닐 님 때문에 네크 시작했습니다!”
“팬입니다!”
적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상황!
한참을 붙들려 있던 파프닐은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사인해 달라는 말은 여기선 처음 듣는데.’
설마 자신에게 팬이 생길 줄은 예상치 못했다.
‘여러모로 귀찮게 됐군. 혼자 꿀 사냥터를 독점하려 해도 팬들이 오면 나눠 줄 수밖에 없고, 위기에 처했을 때도 구해 줘야 하잖아?’
과거 프로게이머 시절에도 그래서 게임에만 집중했었는데, 그 모습이 좋다고 또 팬들이 더 생겼다.
팬들에 대한 뿌리 깊은 짜증을 가진 파프닐!
‘일단 스승님이 전장에 안 갈 리 없을 테니, 나도 그곳으로 가야겠군.’
파프닐은 사람들이 더 오기 전 메티스 대초원으로 향했다.
한국 서버 서쪽의 개척 지대 깊은 곳.
아프리카의 사바나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풀밭 위에서는, 매일 수많은 몬스터 무리들이 패권을 두고 싸운다.
흑마법사들은 그 대초원을 반반씩 가른 채 싸우고 있었다.
세트 신을 섬기는 세트 교단.
그리고 하데스를 섬기거나, 혹은 아무도 따르지 않고 마법을 연마한 강력한 흑마법사들의 진영!
“저기군.”
파프닐은 대초원 한복판에 있는 뼈 성벽을 보고 눈을 빛냈다.
성벽의 높이나 구조가 제각각이었고, 천막의 위치나 막사의 크기도 무질서한 모습.
일단 손을 잡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티격태격하던 흑마법사들이 손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조용히 인사만 하고, 용건만 듣고 나가야지.’
파프닐은 일부러 장비를 갈아 끼웠다.
400레벨대 장비들을 찾아 끼우고, 변장용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다.
순식간에 일반 유저로 변장을 마친 뒤 걸어가자, 입구를 지키던 해골병들이 창을 들이댔다.
“딱……!”
“잠깐만, 어이. 거기 누구냐?”
입구를 지키던 흑마법사들이 내려왔다.
그 순간이었다.
-죽음의 신 하데스가 위엄을 드러냅니다.
-피의 신 리리스가 위엄을 드러냅니다.
파프닐의 주변으로 검은 오라가 휘몰아쳤다.
동시에 진영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컷 신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음?
-무슨!
한창 자리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이 흠칫 놀란다.
달려 나온 흑마법사들의 눈앞에 검고 붉은 회오리가 보였다.
“뭐야!”
“앗……. 아아……. 하데스님…….”
레벨 5~600대의 고위 흑마법사들이 밖으로 나와 경악했다.
“이 어둠의 마나는 대체……!”
“무시무시한 힘이군. 크크크…….”
다른 흑마법사들도 식은땀을 흘리는 장면은 덤.
그렇게 진영의 문이 열리며 컷 신이 끝났다.
“뭐임?”
“누가 온 모양인데?”
“네, 지금 라이브 시작합니다. 갑자기 뭐 생겨서요.”
일제히 몰려나온 플레이어들이 모이자 한산하던 정문이 순식간에 시장통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이게 무슨…….’
파프닐은 황당한 감정을 숨기며 들어가려 했다.
그때였다.
언데드 병사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움직이더니, 마치 군인들처럼 경례 자세를 취했다.
“딱! 딱! 딱!”
“딱딱!”
“저 사람…….”
“대체 누구지?”
갑자기 등장한 컷 신과 뒤이어 나오는 이펙트까지.
수많은 사람이 그 주인공이 누군지 알기 위해 계속 모여들었다.
‘이거 조용히 들어가기는 글렀군.’
파프닐은 한숨을 내쉬고 도열한 해골병 사이를 당당히 걸어갔다.
흑마법사들의 진영 사령부.
파프닐이 다가서자 다투고 있던 고위 흑마법사들이 하나둘씩 몸을 돌렸다.
“네놈……. 아니, 당신은 뭐지!”
“그 어둠의 마나는 대체…….”
“피의 마나까지 있어, 그것도 어둠의 마나급으로…….”
술렁이는 인원들 사이로 검은 로브 노인이 나왔다.
“본인은 데몬즈 학파의 포보스라 하오. 혹시 귀하가 누구인지 여쭤보아도 되겠소이까?”
포보스.
데몬즈 학파의 학장으로 레벨 600의 고위 흑마법사이지만, 지금 그의 태도는 정중하기 그지없었다.
그럴 만했다.
저 정도로 강력한 흑마법사라면 진짜로 마족이나 수백 년 묵은 고대의 리치일 확률이 높다.
기존 최상위 흑마법사, 각 학파의 장들보다도 더한 존재를 두고, 예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족……은 아니고.”
이렇게 된 이상 정체를 들키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
파프닐은 천천히 로브를 벗었다.
“그냥 네크로맨서입니다. 스승님을 뵈러 왔는데…….”
“…….”
“…….”
장내의 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이런, 실수했나?’
오다 클랜 때처럼 연기하는 게 좋았을지도.
그 순간이었다.
“파프닐……! 그 흑마법사가 여기 오다니!”
“12영걸을 쓰러뜨렸다는 천재 흑마법사라……. 겉보기로는 꽤 젊어 보이는데?”
“역시 모험가라 그건가……. 저 나이에 그런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내다니, 믿을 수 없군.”
장내에 있던 고위 흑마법사들이 눈을 빛내며 쳐다보았다.
-흑마법사 클레바의 관심을 받습니다.
-흑마법사 클레바의 호감도가 +10 상승했습니다.
-네크로맨서 본카우의 관심을 받습니다.
-네크로맨서 본카우의 호감도가 +3 상승했습니다.
-흑마법사 네임드 NPC 5명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칭호 ‘어둠이 주목하는 자(레어)’를 획득했습니다.
-지혜가 +2 상승했습니다.
네임드 NPC들 여럿에게 깊은 인상을 남김으로써 칭호 획득까지.
그때였다.
멀리서 다가온 마른 체격의 흑마법사 한 명이 이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파프닐……! 너 이 녀석!”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승님.”
파프닐은 고개를 숙였다.
***
“강력한 리치 마법사 해골병을 수하로 불러들이고 싶다고?”
붉은 고양이가 꼬리를 말며 말했다.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라, 굴드의 스승이자 네임드 흑마법사 중 한 명인 헬카이트다.
“예, 그렇습니다.”
“그럼 그러면 되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
고개를 갸웃한 파프닐에게 헬카이트가 말했다.
“너는 강해졌어. 이 녀석이나 나보다도 더.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둘이 힘을 합쳐도 상대가 안 될 걸?”
“스승님, 그런…….”
“뭐 왜 그러냐. 이 녀석이 배신할 녀석은 아니잖아.”
난처해하는 굴드에게 핀잔을 준 헬카이트가 덧붙였다.
“아무튼 그 정도 수준이면 재료를 준비해서 스킬을 만들어도 될 텐데. 네가 만들면 좋은 스킬이 나올 거야.”
“그쪽으로는 재능이 별로 없어서요.”
플레이어도 직접 스킬을 만들 수 있지만, 필요한 재료도 많으며, 방식이 복잡하고 확률도 낮다.
게다가 스킬을 쓰는 플레이어의 역량이나 숙련도, 레벨에 따라 결과물도 크게 수준이 달라진다.
파프닐로서는 굳이 모험을 번거롭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굴드 님과 헬카이트 님의 기술을 사사받았는데, 끝까지 배우고 싶기도 하고요.”
“그래?”
그 대답은 헬카이트의 마음에 썩 든 모양이었다.
꼬리를 휘릭 움직인 헬카이트가 씩 웃으며 말했다.
“물론 있지, 네가 딱 마음에 들어 할 만한 게.”
“……!”
말을 마친 헬카이트의 품에서 검은 책 한 권이 나타났다.
흔한 뼈 장식이나 마법진 하나 없지만, 왠지 그래서 더욱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함부로 줄 수 없어.”
“네?”
“이건 우리 학파의 술법이긴 하지만, 우리 학파의 술법이 아니기도 해서.”
“그게 무슨…….”
“이걸 봐라.”
헬카이트가 책을 펼치려 했다.
그 순간 검은 연기가 주변을 감싸더니 글자를 만들었다.
[진정한 어둠을 알지 못하는 자. 결코 악마의 지혜를 염탐할 수 없으리라.]“악마?”
“이 스킬 북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악마, 마족이거든.”
헬카이트는 어깨를 으쓱한 뒤 말했다.
“책 자체는 줄 수 있지만, 아마 바로 배우지는 못할 거다.”
“흠…….”
파프닐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그럼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말이 빨라서 좋군.”
당연히 시킬 퀘스트는 한 가지뿐이었다.
“흑마법사 내전에서 우리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닌 건 알고 있겠지. 네가 우릴 도와서 저 세트 교단 놈들을 밀어내 주었으면 한다. 다만 다른 곳에서 얻은 힘은 제외하고, 네크로맨서의 힘……. 그리고 순수한 너의 무력으로만 말이지.”
띠링!
-새로운 퀘스트 ‘흑마법사 내전 종식(에픽)’이 발생했습니다.
-세트 교단과 세트 교단의 동맹을 모두 처치하십시오.
-보상으로 해골 대마도사 사역 스킬 북(레전더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흑마법사 세력이 아닌 다른 세력의 유저, 파티원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