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카멘의 행동은 신속했다.
세트 교단 흑마법사들을 설득하는 대신.
직접 아크나톤의 시체를 확인하고 증거를 찾았다.
결과는 파프닐이 말한 그대로였다.
아크나톤의 시체엔 어둠의 마나가 끓어오른 흔적이 남아 있었고, 아나크수의 집무실에선 루 교단의 명령서가 나왔다.
흑마법사들을 모은 자리에서 그것을 내민 카멘이 성토했다.
“우리는 계속 농락당하고 있었다! 진짜 배후는 쥐새끼 같은 수작을 부린 아르크 추기경, 그리고 루 교단이다!”
워낙 증거가 확실했고, 또 내통자들도 자백하자 흑마법사들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은 아나크수와 성기사들을 공격할 차례.
“바로 공격 준비를 할 건데, 자네도 참가하겠나?”
“흠…….”
파프닐은 턱을 쓰다듬었다.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전멸, 최소한 절반 이상이 당하는 걸 면치 못하겠지.’
세트 교단은 분명 강하다지만, 이번엔 상성이 너무 안 좋다.
빛의 그림자가 어둠이라는 말이 있듯, 성기사와 성직자들은 어둠 속성 마나를 상대론 1.5~2배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
게다가 상대 중엔 성자라 불리는 벨 아르크까지 있다.
정확한 레벨이나 능력은 잘 모르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드래곤을 상대할 정도의 최고위 NPC로 나왔기에 대충 예측은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엔 프론티어 길드나 친분 있는 NPC들을 동원할 수도 없다.
흑마법사들만을 이용해서 성기사를 잡아야 하는 극악한 난이도.
‘괜히 레전더리급 퀘스트가 아니지.’
원래대로라면 세트 교단을 쓰러뜨린 후, 그 뒤의 흑막인 성직자들까지 이겨야 하는 싸움이 되었을 거다.
그러나 파프닐은 그런 전개에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해야 할 일?”
“예, 일단은…….”
파프닐은 카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얼마 후.
세트 교단의 흑마법사들이 일제히 몬스터랜드인 메티스 대평원 한복판으로 향했다.
“비상! 세트 교단에서 대규모 공격!”
“언데드들은 정렬하라, 어둠의 영광을 위하여!”
“님, 혹시 컨져리 학파가 여긴가요?”
“아뇨……. 컨져리는 저쪽이요.”
세트 교단과 흑마법사 연합 소속 유저들의 접속률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수많은 흑마법사 그리고 몬스터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언데드들이 메티스 대평원을 가득 메웠다.
흑마법사들 중에는 강력한 파괴 마법들을 전문으로 익힌 사람도 있지만, 수많은 언데드 군단을 부리며 저주를 쏟아 내는 네크로맨서도 많았다.
파프닐의 유행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해골병으로 물량 싸움을 만드는 게 안정적이기도 했다.
그런 흑마법사들이 가득 모이자, 평원이 언데드들로 가득 찼다.
“……적어도 10만은 되겠군.”
파프닐은 멀리서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트 교단 측까지 합치면 무려 20만가량의 대군이 모인 셈이다.
몬스터들의 시체까지 합하면 그 몇 배의 군대를 만들 수도 있는 상황.
‘아니, 이쪽은 그보다 더 많군.’
세트 교단에는 유저들이 더욱 많이 줄을 섰다.
기존에 시작한 유저도 있고, 다른 학파에 있다가 이번 내전 때 갈아탄 유저도 많았다.
수많은 유저들이 소환한 언데드 군단들.
그런 언데드 병사들이 파프닐과 카멘의 발걸음에 좌우로 물러섰다.
“저건…….”
숨어서 지켜보던 성기사들이 눈을 빛냈다.
“처음 보는 네크로맨서인데?”
“장신구나 로브, 지팡이는 그저 그래 보여. 아무래도 수행원 같군.”
파프닐의 차림새를 본 성기사들이 평가했다. 실제로 카멘이 중앙에 서고 파프닐이 옆을 보좌하는 구도였기에 더욱 그랬다.
정면으로 나오는 카멘과 파프닐.
일촉즉발의 순간, 맞은편 흑마법사 연합 측에서도 세 명의 인원이 나섰다.
데몬즈, 컨져리, 레기온 학파의 학장!
양측 대표들은 계속 걸었고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때까지 가까워진 순간 걸음을 멈췄다.
세트 교단 대표로 나선 미남자, 카멘이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됐네.”
“흥…….”
“미안하면 그놈 시체는 우리에게 넘겨! 진짜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
세 학파의 대표들이 으르렁댔다. 카멘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물러났다.
“그래…….”
“파프닐, 그래서 그 녀석들은?”
“예.”
파프닐은 1호가 보내 준 위치를 가리켰다. 방향을 확인한 각 학파 학장들이 외쳤다.
“우릴 속인 놈들이 저기 있다, 진격하라!”
양쪽의 언데드 군단이 일제히 움직였다.
해골병들이 서로 부딪히며 쓰러지고, 넘어진 언데드들이 그대로 깔려 일어나지 못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수의 언데드가 성기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어? 어?”
성기사들은 검을 들고 싸웠지만, 곧 파도 앞 모래성처럼 쓸려 나갔다.
그대로 진군한 언데드들의 군대가 평원을 뒤덮었다.
“어어?”
“뭐야!”
섞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놀라면서 급히 따라갔다.
그들에게도 고위 흑마법사들이 다가와 설명했다.
“이번 싸움은 성기사 놈들이 배후에서 벌인 이간질이라는 게 밝혀졌다. 우리가 싸우다 지치면 쓸어버리려고 대기 중이지. 지금 우리는 그놈들을 잡으러 가는 거다.”
퀘스트 설명창도 바뀌었다.
“이거……. 성기사랑 추기경 처리로 바뀌었는데요?”
“갑자기 무슨 일이지? 흑마법사 간 나와바리(영역) 싸움 아니었어?”
“누가 뭐 건드렸나.”
“방송이나 사이트 찾아보는데 딱히 그런 건 없는데?”
퀘스트의 대상에 따라 상대해야 하는 적이나 보상, 난이도 자체도 바뀐다.
불안해하는 네크로맨서들과 다르게 파프닐은 침착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이번 전투는 꽤 어렵겠군.’
파프닐의 전투 스타일은 철저히 실용주의적이었다.
항상 상대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상대의 약한 점을 후벼 파며 완벽한 승리를 추구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투는 꽤 난이도가 높았다.
외부의 도움 없이 불리한 상성으로 싸워야 하는 전투.
세트 교단을 끌어들였다고 하지만, 오히려 지휘 계통이나 협조가 안 되어 흐트러질 확률도 높았다.
‘기회는 성직자들이 아직 움직이지 않은 지금뿐이다.’
전투는 언제나 타이밍!
대처하기 전에 쳐들어간다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감은 잠시 후 평원을 벗어나자마자 무너졌다.
-루의 성역이 선포되었습니다.
-루의 신성력이 필드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언데드들의 힘이 약화되고, 저주와 질병의 효과가 약해지거나 해제됩니다.
-언데드들을 새로 생성할 수 없습니다.
-모든 흑마법의 위력이 33% 감소했습니다.
한여름 태양 같은 뜨거운 신성력의 빛이 필드 전체에 쏟아지고 있었다.
몸에 신성력이 닿자 월요일 아침이라도 된 것처럼 힘이 빠져 왔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3 감소했습니다.
-방어력이 15 감소했습니다.
-HP가 100 감소했습니다.
강력한 흑마법사들이 어둠의 마나를 뿌려 효과를 막았지만, 지속적으로 내리쬐는 신성력은 상당히 성가신 효과였다.
그 상태에서 평원에 일렬로 늘어선 수많은 성기사와 신성 교국 병사들, 성직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저기에 언데드들을 돌격시키면……. 뭐 3초는 버티려나?”
“흑마법은?”
“신성력이 위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사정거리도 줄어들 거고. 막상 맞아도 금방 회복해 버릴 것 같은데?”
“일단 한번 써 보죠.”
플레이어 흑마법사들이 뼈로 된 창 수백 자루를 소환해 날렸다.
그러나 쏟아지는 신성력에 금방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성기사들은 함부로 돌진하지 않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수는 대략 1만가량.
그러나 무턱대고 돌진하다가는, 수적 우세도 의미 없이 그대로 녹아내리고 말리라.
‘담피르라서 그런가, 신성력이 더 아프군.’
다른 흑마법사, 언데드들의 대열은 신성력 앞에 멈칫거리며 멈춰 서 있었다.
파프닐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예가 필요하겠군. 저 강한 신성력에 맞설 병력이 필요해.’
기존 금속 해골병들이라면 충분히 싸울 수 있겠지만, 그 녀석들은 다이야마토의 개조 작업에 한창이다.
‘기회는 단 한 번이다.’
흑마법사 연합은 여러 흑마법사들이 모여 협조조차 잘 안 되고.
세트 교단은 하나로 뭉쳤지만 다른 흑마법사들과도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다.
일단 복수를 한다는 명목으로 뭉쳤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싸울 터.
‘이대로 기다리면 신성 교국에서도 추가로 지원이 오겠군.’
견적을 따져 보던 파프닐의 눈이 빛났다.
‘그래도 절대 놓칠 수는 없지.’
흑마법사들의 흑마법 위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깨야 할 이유가 되었다.
심호흡을 한 파프닐이 외쳤다.
“전군 돌격!”
그 순간 모든 언데드들이 일제히 앞으로 움직였다.
NPC들의 언데드는 물론, 플레이어들이 지휘하던 언데드까지 마찬가지였다.
워낙 지휘력과 명성, 카리스마가 높다 보니 다른 흑마법사들의 언데드들까지 명령을 들은 것이다.
“어어?”
“뭐 하는 거야!”
흑마법사들이 경악했다.
“저러면 다 죽어!”
달려드는 해골병들을 본 성기사들이 코웃음 쳤다.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겠군.”
그런 성기사들의 뒤에서 신관들이 일제히 주문을 외웠다.
“홀리 라이트!”
“저지먼트!”
간단한 신성 마법부터 고위 신성 마법까지.
수많은 성법이 해골병들에게 쏟아졌다.
-……!
해골병들은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쓸려 나갔다.
살아남은 언데드들도 몸에 불이 붙은 채 달리다가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해골병들은 계속 달렸고, 그 뒤를 언데드들이 덮었다.
“끼에에에엑!”
“그워어어어!”
거대한 골렘, 어보미네이션들이 걸음을 옮기고, 비명을 지르는 밴시, 날개를 퍼덕이는 가고일 등이 뒤를 따랐다.
빛의 비나 빛의 창, 신성력 어린 화살들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건 똑같지만, 적어도 이들은 한 대라도 더 맞으며 해골병들을 살려 전진시켰다.
“언데드들을 보호해라!”
“다크 클라우드!”
“블랙 실드!”
“그로우 데몬 오커스트!”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땅에서는 검은 식물이 돋아나 신성력의 영향을 약간이나마 막아 주었다.
그사이 해골병들은 파도처럼 사방에서 몰려들며 성군단과 거리를 좁혔다.
“말도 안 돼…….”
“대체 왜 이런 짓을!”
진영의 사령부로 네크로맨서들이 다가왔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물러난 다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건 개죽음이라고요!”
평소라면 고위 NPC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이 상황은 아무리 봐도 자살행위.
-크르륵……. 미친놈들……. 난 여기서 탈출하겠다.
-주인이여, 나보고 가서 죽으란 얘긴가? 그 전에 널 죽이겠다!
쏟아지는 신성 마법을 본 언데드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일어났다.
급격히 충성도가 떨어지더니만, 주인을 향해 칼을 들고 돌진하는 데스 나이트들!
이대로라면 많은 수가 오히려 독이 된다.
서로 엉겨 붙어서 이도 저도 못 하다가 신성력 공격에 터져 나가고 말 것이다.
“이…… 이거…….”
그때였다.
파지직. 콰르릉!
검은 번개가 하늘에서 성직자들 사이로 내리꽂혔다.
“크아아아아악!”
여러 겹의 신성력 보호막이 막고 있었지만, 번개는 여지없이 그것을 꿰뚫었다.
한창 신성 마법을 쓰던 성직자 한 명이 비명과 함께 그대로 먼지가 되었다.
자리에 남은 건 단단한 금속 칼날 한 자루뿐.
여유롭던 성기사와 성군단 병사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저 스킬은…….”
“뭐지?”
불안해하던 네크로맨서들 중 몇 사람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랐다.
“잠깐만, 저기 금속이…….”
“금속이랑 검은 번개?”
“설마…….”
검은 번개와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두 가지를 같이 쓰는 플레이어는 한국 서버, 아니 전 세계에 단 한 명뿐이다.
“파프닐…….”
“파프닐? 어디 있지?”
양측 진영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파프닐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언데드들을 전진시켰다.
“파프닐이 지휘한다면 이건 가야지.”
“파프닐 밑에서 싸울 수 있다니……. 이건 기회야!”
흑마법사들이 적극적으로 명령을 내리자, 언데드들의 물결이 다시 힘을 받아 움직였다.
파프닐은 퀘스트 자체를 바꿀 만한 파급력이 있었고, 또 그럴 만한 능력도 갖춘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우와아아아!”
수많은 흑마법사들의 지휘 아래, 언데드들이 사방에서 파도처럼 성군단을 향해 몰려든다.
“우리가 나서야겠군.”
“루이시여, 지켜보소서.”
성기사들이 말고삐를 잡고 창을 겨눴다. 언데드들 사이를 헤집고 날뛸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파프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어디 가는가?”
옆에 있던 카멘의 물음에 파프닐은 짧게 대답했다.
“슬슬 보스 사냥을 할 때가 되어서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