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7)
47화
“여기가 제가 머무르는 저택입니다.”
파브르는 요새 중심부의 대저택으로 파프닐을 안내했다.
“저는 학자로서 일하고 있지요. 온 세계의 다양한 곤충들의 특징과 습성을 정리하고, 그 연구를 통해 곤충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좋은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그럼요,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해 주는 게 아쉽지만……. 제 숙명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꽤나 큰 저택인데, 인기척이 없군요.”
“인간은 믿을 수 없으니까요. 항상 배신하고, 말과 속셈이 다르지요.”
파브르는 사람 좋게 웃어 보이며 책상 쪽에 앉았다.
“자, 그럼 물건을.”
“여기 있습니다.”
맨티스 재료들을 펼치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일단 재료 판매는 문제없을 것 같은데, 그다음엔 어떻게 할까?’
파브르.
곤충학자였던 그는 아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흑마법사란 누명을 쓰는데, 이 때문에 곤충 조종술을 이용해 왕국을 공격하게 된다.
본래는 레어, 유니크 퀘스트 정도에서 끝나야 할 사건.
하지만 대형 길드들이 서로 일을 떠넘기는 사이, 벌레 군단은 순식간에 번식으로 수를 늘렸다.
삽시간에 도시 몇 곳을 휩쓸고, 메뚜기 떼처럼 다른 곳을 노리는 거대 세력으로 급부상!
결국 준오크 대전쟁급의 토벌전을 펼쳐서 겨우 끝이 났던 사건이다.
‘덕은 플러시만 봤던 사건……이긴 한데, 그 빌런을 설마 지금 만날 줄이야.’
만약 내버려 두면 분명 원래의 시나리오대로 벌레 몬스터의 습격을 일으킬 터.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사이, 거래가 끝이 났다.
“여기 대금입니다. 다들 좋은 재료라 기분이 좋군요.”
“감사합니다.”
-8골드 50실버 78코퍼를 획득했습니다.
“아아, 자이언트 맨티스의 살갗……. 죽어서나마 내게 오다니…….”
파브르의 우묵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곤충은 살아서건 죽어서건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단단한 갑피와 몸을 남기고, 요동치는 생명을 느끼게 하죠.”
“…….”
“넘치는 생명력과 감출 것 없이 나타난 이 진화된 몸체……. 인간의 몸과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곤충 예찬론을 늘어놓던 파브르가 헤실 웃었다.
“이거 고마운 분을 너무 오래 붙잡았군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의뢰를 하나만 더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살아 있는 자이언트 맨티스를 데려오고 싶은데……. 금액은 충분히 쳐드리겠습니다.”
“그건…….”
파브르의 제안에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다른 바쁜 일이 있어서, 추가 작업은 힘들 것 같습니다.”
“아아, 그런가요, 아쉽습니다.”
눈에 띄게 어두워지는 파브르의 안색.
그때 파프닐이 덧붙였다.
“대신 나중에 제가 다른 곤충이나 식물 샘플을 구하면 또 가져다드리는 건 어떨까요?”
“오!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모험가님.”
모험가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게 된다.
각지의 신비한 곤충들을 대신 가져다준다면, 파브르에게도 마다할 게 없는 제안이었다.
“예, 대신 파브르 님도 제 질문이나 부탁에 성실하게 대답해 주는 조건으로요.”
“그렇게 하지요.”
-새로운 퀘스트 ‘곤충 연구 교류’가 생성되었습니다.
-파브르의 호감도가 +3 상승했습니다.
“아 참, 그리고 이건 제 성의입니다.”
-살아 있는 ‘룬 무늬 송충이’(유니크)를 획득했습니다.
“이건 무슨…….”
“보시다시피 룬 무늬 송충이입니다. 곤충은 물론 다른 몬스터들도 못 먹어서 난리가 난 최고의 먹이죠. 새 친구를 만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겁니다.”
확실히 그런 미끼가 있다면 곤충을 끌어내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파프닐 님께서 도와주는 덕분에 제 연구도 크게 진전이 될 겁니다.”
“…….”
결국 파프닐은 파브르를 바로 치지 않았다.
저택을 나선 파프닐이 생각했다.
‘저 NPC……. 확실히 뭔가 뒤틀렸군.’
겉으로는 평범한 사람 같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든다.
그래도 당장 창을 뽑기엔 뭔가 여의치 않았다.
‘나중에 큰일을 일으킬 빌런이라지만, 지금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겠지.’
파프닐은 마수 사역에 식물뿐만 아니라 곤충류도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효과가 좋은 곤충을 사역할 수 있다면, 그때 파브르의 지식이 큰 도움이 되리라.
‘게다가 잘만 이용하면 플러시 놈의 기반도 좀 더 부술 수 있겠고.’
씩 웃은 파프닐이 슬슬 돌아갈 마차를 찾았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거 설마 돌아갈 때도 통행세를 걷으려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고속도로를 왔다 갔다 하면 통행료를 두 번 걷는 것처럼!
‘그건 확실히 괘씸하니, 다른 수를 써야겠군.’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파프닐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거면 되겠군.’
***
킹스맨 길드는 꽤나 잘나가는 길드다.
인원수 2천 명에, 길드 하우스도 다섯 곳이나 있고, 동원 가능한 현금도 최소 10억을 넘는다.
심지어 이들의 뒤에는 흑사자 길드가 있었다.
한국 서버 최상위 삼대 길드 중 한 곳이자, 십만 명이 넘는 길드원 수를 거느린 초거대 길드.
그런 길드의 산하 길드이기에, 다른 길드들도 킹스맨 길드를 건드릴 수 없었다.
그렇게 뒷배를 만든 킹스맨 길드는 곧바로 플레임하츠 요새 주변을 장악했다.
이유? 간단하다.
주변 사냥터 중에 ‘꿀 중 꿀’이라 불리는 트롤 사냥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냥터는 다른 사냥터들보다 한층 더 좋았다.
평지 지형이기에, 숲에서 숨어서 공격하는 게 주특기인 트롤을 맨땅에서 잡을 수 있기 때문.
관리비로 매달 수익의 3할을 바쳐야 하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 길드의 사냥터이니 사람이 가득하지.’
적절한 간격을 두고 트롤이 리젠될 때마다 잡는 킹스맨 길드원들!
파프닐은 그곳을 비켜가 왔던 곳으로 향했다.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건데, 그 안에서마저 통제를 해?’
그냥 빠져나가도 되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배알이 뒤틀렸다.
게다가 원작 주인공이나 네임드들과 엮일 것도 없다.
킹스맨 길드는 원작 소설에서 살짝 나오다가 사라지는 길드.
말하자면 엑스트라였으니까.
‘어디 맛 좀 보라지.’
송충이를 낚싯대에 걸고 끌어오자, 금방 반응이 왔다.
블랙 룬 샤벨 타이거와 안개 거인 같은 200레벨대 몬스터들이 그대로 추격!
파프닐은 그 상태로 트롤 존에 들어섰다.
“어, 어어어?”
“뭐야!”
사냥을 하던 킹스맨 길드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몇몇이 마법이나 무기를 휘둘렀지만, 샤벨 타이거의 ‘냥냥펀치’ 한 방을 맞자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어떤 미친…….”
“이 몬스터들 괴물이야!”
“아아아악!”
“길마님, 토벌대, 토벌대……. 컥!”
킹스맨 클랜원들은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져 나갔다.
저만큼 많이 죽으면 길드의 통제에도 오류가 있으리라.
‘이건 팁이군.’
곳곳에서 떨어지는 골드와 아이템 들.
파프닐은 혼란 속에서 몇 개를 주웠다.
-트롤의 가죽을 획득했습니다.
-1실버 25코퍼를 획득했습니다.
-왕국군 중장갑옷(노말)을 획득했습니다.
‘생각보다 벌이가 쏠쏠한데?’
그래도 너무 오래 있으면 위험했다.
강력한 몬스터들이 일으키는 소란이 몬스터들을 끌어왔고, 그중에는 끌어온 몬스터들과 비슷한 놈도 몇 놈 보였다.
‘슬슬 가 봐야겠는걸.’
파프닐은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수많은 유저가 바깥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1조, 2조는 전진! 3조 4조 빨리 접속하라고 해! 긴급 상황이다!”
“어떻게든 버텨 봐, 흑사자 길드에 지원 요청 했으니까!”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의 간부 유저들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트롤 피, 트롤 피는 챙겨!”
“네가 가든가! 난 도망갈랜다!”
귀한 트롤 피 항아리가 바닥에 쏟아졌다.
한 통에 100만 원어치인 걸 생각하면 아마 손해가 보통이 아니리라.
‘더 챙기고 싶지만, 그러다가 나도 휘말리겠군.’
파프닐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럼 이제 가 볼까?’
이제는 정말로 돌아갈 때였다.
***
-바이론시에 입장했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바이론시는 예전보다 훨씬 더 활기가 가득했다.
호라이즌의 인기가 늘면서, 새로운 유저들이 더욱 많이 유입된 덕분이다.
‘사람이 정말 많군.’
도시 주변의 사냥터와 필드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한여름의 해운대 해수욕장을 보는 듯한 모습!
‘게임이 저래야지. 통제니 뭐니 하면서 막으면 결국 문제만 생긴단 말이야.’
파프닐은 그런 인파 사이를 헤치고 슬럼가로 향했다.
대부분은 번화가에 몰려 있었기에, 네크로맨서 길드에 도착할 즈음엔 꽤나 한산해져 있었다.
“계십니까?”
길드 안으로 들어가자 싸늘한 공기가 반겼다.
그때였다.
달그락!
파프닐의 등 뒤로 해골병 한 기가 달려들었다.
“……!”
깜짝 놀란 파프닐이 해골병의 공격을 받아치며 해골병을 소환했다.
칼날끼리 서로 부딪친 순간, 양옆에서 1호와 2호가 해골병을 공격했다.
달그락!
달칵!
두 해골병은 금세 해골병을 제압했다.
순간 안쪽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하다, 나의 제자야. 그사이 많이 강해졌구나.”
쥐상의 로브 남자가 걸어 나왔다.
굴드.
레벨 450이 넘는 네크로맨서이자 파프닐의 스승이었다.
“소문은 들었다. 수도에서 오크들을 막았다지?”
“네.”
“아주 잘했어. 덕분에 요즘은 내가 대로변을 돌아다녀도 뒤통수가 따가울 일이 없어. 네크로맨서 희망자들도 조금씩 찾아오고 있고.”
“네크로맨서 희망자가 왔다고요? 음…….”
네크로맨서는 예전부터 로망이 있는 직업이다.
스켈레톤과 마물 군단을 소환하고 부리는, 마치 왕과도 같은 모습!
지금까진 네크로맨서에 대한 안 좋은 정보가 퍼지면서 사람들이 끊겼었는데, 파프닐의 소문이 퍼지며 다시 사람들이 온 것이다.
‘그 사람들에겐 조금 미안해지는걸.’
아마 지금쯤 한 대 맞고 부서지는 해골병들 때문에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내가 고르라 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네가 선택한 직업이다.
접지 말고 버텨라!
파프닐은 그 말밖에 딱히 해 줄 게 없었다.
“그래서 그런 제자가 오랜만에 무슨 일이지? 난 왠지 알 것 같지만 말이야.”
굴드는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주문을 외우거나, 어둠의 마나를 몸 안에 쌓을 때마다 느꼈을 거야. 눈앞에 벽이 있고, 그걸 넘어가려고 스스로 준비하고 있음을.”
“네.”
“그게 맞다. 벽이 가까워졌기에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거지.
100레벨은 호라이즌 속 세계에서 일종의 ‘경지’로 여겨진다.
소드 익스퍼트나 마스터 같은 것처럼, 레벨이 오르는 걸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마스터 스킬은 그 벽을 넘었을 때 배울 수 있는 깨달음 같은 것이었다.
“이제 너는 벽을 뚫었으니 특별한 주문을 배울 수 있다. 바로 레기온 학파, 그리고 내 스승, 네크로맨서 헬카이트 님의 마스터 스킬을 말이지.”
마스터 스킬.
드디어 100레벨 제한의 스킬을 배울 때가 온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자격이 되는지 시험을 치러야 하겠지만……. 넌 내 제자고, 또 수도에서 한 일을 보면 이미 증명은 끝난 셈이지.”
-‘마스터의 시험’ 퀘스트가 자동으로 클리어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겸손하기까지 하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그 겸손이 네 목숨을 지켜 줄 테니.”
굴드는 그렇게 말하고 카탈로그 하나를 펼쳤다.
“자, 그럼 이제 드디어 너의 마스터 스킬을 선택할 시간이 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