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서울.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화했고, 인구의 1/4가 몰려 있는 한국 최고의 도시.
김강한과 복돌이는 그런 서울 교외의 어느 부촌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 여긴가……?”
수많은 건물과 사람들이 몰려 있는 서울이지만, 수 킬로미터만 밖으로 나와도 한적한 주택가나 논밭, 산이 보인다.
실제로 김강한이 걷는 주변에는 단독주택들 여러 개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다.
곳곳에서는 TV 소리가 들려오고, 어린아이 여러 명이 뛰어노는 골목길들.
하지만 김강한과 복돌이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그럴 만했다.
지금 이들이 찾아가는 곳은 다름 아닌 아베노 세이메이의 은신처.
게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엄청난 일을 벌이려던 범죄자이자, 소설 속 세계에서 주술을 쓸 줄 아는 몇 안 되는 개체였으니까.
“야마모토 사부로에게 받은 주소는 여기가 맞는데…….”
김강한의 시선이 뒤따라오던 미즈호를 향했다.
“여기가 맞아?”
“……맞는 것 같다. 아니, 같아요.”
미즈호는 복돌이에게서 거리를 둔 채 대답했다.
“평범한 길거리지만 주술이 걸려 있어요. 헤메기의 술, 감시의 술, 인식 저해의 술……. 이것들을 한꺼번에 쓸 수 있는 건 굉장한 대주술사가 아니고선 불가능해요.”
“대주술사가 있긴 한가 보군.”
“네, 아마 찾으시는 게 맞을 거예요.”
일본에서 도망친 후 행방이 묘연했던 아베노 세이메이.
놀랍게도 그는 지금 한국에 숨어 있었다.
정확히는 서울 교외의 어느 지역에서 자취가 발견되었다는 정도.
원칙대로라면 대규모 경찰을 동원해 습격해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세이메이의 협조자가 한국에도 있을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행동에 나섰다가 정보가 역으로 흘러들어 갈지 모른다는 것.
둘째는 세이메이가 쓰는 주술의 한계를 모르다 보니, 일반적인 무력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다.
탱크와 장갑차를 보내도 정작 군인들이 세뇌되어 총부리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상황.
이 때문에 대주술사(로 알려진) 김강한과 복돌이, 미즈호만이 온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있지?”
아무리 둘러봐도 일반적인 주택가다.
음모를 꾸미기는커녕 제대로 숨어 있는 것조차도 힘들 텐데.
“……크르릉.”
그때였다. 앞서가던 복돌이가 이를 드러냈다.
“무슨…….”
“포위됐다, 멍.”
다음 순간.
사방의 주택가 문이 열리더니 사람들의 무리가 튀어나왔다.
어린아이나 중년 여인, 남성, 노인, 청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공통점이라고는 눈이 풀려 있다는 것뿐이었다.
“이런 거였군.”
김강한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대규모의 단체 최면 주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 모두를 부하로 만든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상을 즐기다, 명령이 떨어지면 이런 식으로 세이메이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게 된 것.
일사불란하게 주변을 포위한 사람들은 김강한 일행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눈을 빛냈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 세계에서는 파프닐이라고 불러야 할 자여.”
인파 사이로 나온 노인이 말했다.
“그분께서 기다리고 계시다. 따라오도록.”
“크르릉……. 안 따르면?”
“안 따른다면 하는 수…….”
“그러지. 안내해.”
복돌이가 이를 드러낸 순간, 김강한은 순순히 노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노인이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 순순히 따라오지? 믿는 구석이 있나?”
“그건 아니고, 안 그래도 세이메이 놈의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
김강한은 주변을 둘러보고 덧붙였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안 따라오겠다고 해도 이 녀석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고.”
“……알겠다.”
노인이 움직이자, 주변을 둘러싼 인파들 모두가 뒤따라 움직였다.
김강한과 복돌이는 그 뒤를 따라 태연히 움직였다.
그 사실에 주변의 사람들은 살짝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강한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하다.
애초에 저런 걸 하등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세이메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이 세계로 자신을 끌어들인 작가(?) 놈보다는 약할 테니까.
미즈호의 증언에 따르면 김강한, 김강한이 빙의한 오진환의 주변엔 엄청난 기운이 통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그걸 건드릴 수는 없지만, 욕심이 나서 주변을 돌다가 복돌이에게 걸린 것이라고.
원작 주인공인 플러시를 게임 속에서 이겨 보아라.
이것은 김강한에게 주어진 제약 겸 과제이지만, 동시에 김강한을 보호하는 항목이기도 했다.
이른바 세계 최강의 빽.
노인과 인원들은 김강한을 어느 정원이 있는 2층 가정집으로 안내했다.
그곳의 테라스에는 어떤 중년의 아주머니와 소년, 그리고 익숙한 개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음?”
저 개는 분명 예전 게임 센터에서 만났던 티베탄 마스티프.
분명 이름이 뽀삐였나 싶었는데, 설마 저 개도 세이메이의 세뇌를 받은 건가 싶었다.
“그래서 세이메이는 어디 있지?”
“여기 있다.”
집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 명의 젊은 청년이 양손 가득 커다란 유리와 금속으로 된 원통형 물체를 들고 걸어 나왔다.
물체 안은 녹색 용액이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안으로 검은 형체가 둥둥 떠 있었다.
“네가 세이메이인가?”
김강한은 청년을 보며 이야기했다.
그 순간 복돌이가 김강한의 발목을 툭 쳤다.
“아니다, 멍.”
“응?”
“세이메이……. 세이멍은 저기 있다, 멍.”
탁, 복돌이가 고개를 돌린 방향엔 아까의 뽀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금속 원통을 든 남자가 말했다.
“역시 선택받은 동물이로군, 네 녀석의 그 강아지는. 나도 직접 목소리를 낼 수는 없는데…….”
“무슨…….”
“여기다.”
남자의 옆으로 뽀삐가 섰다.
그 순간 김강한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설마…….”
김강한은 빠른 눈치로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결론은 솔직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
이에 혹시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모습을 보니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저 뽀삐란 개가 사실 세이메이고, 저 남자는 그냥 대역이라는 건가?”
“……아니에요.”
그 순간 미즈호가 덧붙였다.
“저 뽀삐란 개에는 빙의술이 쓰여 있고……. 진짜는…….”
“이것이 내 진짜 몸이지.”
원통을 들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놀랐나? 광자의 세계 속에서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겠군.”
“아니, 하지만 그 몸은…….”
“그래, 맞다.”
남자가 들고 있던 원통형 케이스.
그 안에 있는 건, 몸 곳곳에 링거가 연결되어 있는 개 한 마리였다.
“나는 아베노 세이메이이자 아베멍 세이멍……. 개의 몸으로 환생한 퇴마사다.”
***
아베노 세이메이.
천 년 전의 실존 인물인 그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강력한 퇴마사였다.
일본 내의 각종 주술은 물론, 조선과 대륙, 서방의 주술까지도 모두 섭렵하기까지.
그야말로 세상 모든 주술을 전부 익혔다고 보아도 될 정도의 대주술사.
하지만 그런 그도 익히지 못한 주술이 있었다.
아무리 소질이 뛰어나도, 애초부터 익힐 수 없는 주술이라고 하는 게 맞으리라.
이유는 간단하다.
그 주술들은 개와 고양이, 너구리나 여우 등의 동물들만이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치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전문 게임기로 하기 위해선 이식을 거쳐야 하듯.
이런 주술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세이메이의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것만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세이메이는 결정했다.
몸 때문에 주술을 익힐 수 없다면, 몸을 구하겠다고.
그렇게 죽기 직전 그는 한 가지 주술을 사용했다.
죽은 뒤 환생할 동물을 강제로 개로 고정한 뒤, 영혼이라면 겪는 망각의 절차도 각종 주술을 통해 속임으로써 넘길 수 있었다.
하나같이 극도로 복잡한 주술 여러 개가 필요한 일이지만, 세이메이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개로 환생했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다.
환생한 개의 몸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약했다는 것.
주술로 영혼을 붙들어 두지 않았다면 태어난 뒤 얼마 되지 않아 죽었을 정도였고, 그 후로도 무언가를 할 때마다 체력이 발목을 잡았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가상현실 게임 호라이즌.
본체에 갇혀 있던 세이메이가 영향력을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정신세계 속에서는 누구나 다 멀쩡한 몸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세이메이, 아니 세이멍은 개들의 주술을 익혔다.
동시에 개들이 어떤 처우를 받고, 인간의 노리갯감으로 어떤 취급을 받는지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려지거나 죽고, 인간의 괴롭힘에 저항해도 죽고, 종족 전체가 인간의 장난감이 된 신세.
다른 동물들도 모두 마찬가지인데, 정작 그 원흉인 인간은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인간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
세이메이, 세이멍은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주술이 더욱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이란 종이 파괴되어야 한다고.
그 후 세이멍은 구체적인 계획에 들어갔다.
광자 세계, 호라이즌을 이용해 동물들을 세뇌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인간들을 포섭한 뒤, 주술을 보여 줘 수하로 만들었다.
물론 그중 가장 공들인 건 새로운 몸을 찾는 일.
호라이즌 덕분에 세력을 만들었지만, 이 몸으로는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가장 욕심나는 것은 다름 아닌 전설의 개 아수라견.
각종 투견이 모여드는 견원회에서 우승한, 그야말로 꿈같이 완벽한 몸이다.
하지만 아수라견은 아무리 세이멍이라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죽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하는 수 없이 그 핏줄들을 찾던 중.
어떤 개를 발견했다.
아수라견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강인한 몸.
그리고 확실히 보이는 자취까지.
세이멍은 곧바로 움직임에 착수했다.
광자 세계와 현실, 양쪽에서 자신을 방해하는 녀석들이 있었지만.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어차피 이 세상에서 주술을 쓸 수 있는 인간은 얼마 없고, 있더라도 자신보다 못할 테니까.
우스운 일이었다.
문명은 천 년 전보다 아득히 발달했지만, 정작 하늘의 기를 다루는 힘은 그때보다 훨씬 퇴보하였으니.
“그런데 너는 확실히 뭔가 있군.”
세이멍은 김강한의 등부터 연결된 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보통의 인간과는 다른 특별한 힘.
아마 저것이 저 남자가 자신을 방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리라.
“하지만 여기까지 온 건 만용이다. 너를 죽이고 위험을 없앤 뒤……. 새로운 몸을 얻어 동물의 세계를 열리라.”
“동물의 세계?”
김강한이 물었다.
“그럼 어차피 여기 있는 인간들도 다 죽일 셈이겠군. 넌 인간이 아니라 개니까.”
“쓸데없는 목격자는 없는 편이 좋으니까.”
혼을 옮기는 주술만 완성되면, 여기 있는 인간들 따윈 알 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너와 그 개도 마찬가지다. 광자 세계에서는 참 성가셨는데, 여기로 직접 와 주다니 수고를 덜었군.”
현실의 개체를 죽이면 더 이상 파프닐이 계획을 망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때였다.
막 세이멍이 지시를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빙의되어 있던 몸과의 연결이 요동쳤다.
“컥……!”
비틀거리는 세이멍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이, 이건 설마……!”
다음 순간 케이스를 든 남자와 주변의 사람들 모두가 머리를 부여잡고 요동쳤다.
그때, 티베탄 마스티프가 외쳤다.
“컹컹(저 케이스를 부숴라! 당장!)!”
“……뭐라고?”
인간인 김강한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여기엔 인간이 아닌 개체가 둘이나 있었다.
“해제했어요!”
“크아앙!”
미즈호가 방어 결계에 부적을 날려 없앤 순간.
복돌이의 몸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원통형 케이스에 쇄도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