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암살자.
도적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이 직업은 타깃을 암살하는 것으로 레벨을 올린다.
보다 강한 상대를, 보다 은밀하고 깔끔하게 암살할수록 더 많은 경험치를 얻는다.
기상천외한 방법을 써 암살하면서 성장할 수도 있지만.
결국 가장 주된 성장은 강한 상대를 암살하는 것이 되었다.
현재 한국 서버에서 가장 강한 암살자는 칠흑의 사신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미국, 유럽 서버의 암살자들도 한 수 접어 준다고 할 정도.
정확한 실력은 알 수 없지만, 그 파프닐이 직접 옆에 두고 섭외했다는 것이 칠흑의 사신이 가진 강함을 알려 주는 증거였다.
이 때문에 커뮤니티는 당연히 칠흑의 사신이 제일 강한 암살자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봐도 칠흑의 사신이 제일 강한 거 아님? 유럽이랑 미국 암살자들도 다 인정했잖아.
-ㄴㄴ일본 서버에서 천수각 다 털어 버린 괴도가 있다고 했음.
-그건 괴도지, 암살자가 아님;
-중국 서버 암제는?
-응~ 천마한테 능욕당해서 3분 컷~
칠흑의 사신은 히든 클래스의 암살자.
성장에 엄청난 자원과 많은 노력 그리고 재능이 모두 갖춰져야 하지만, 셋 모두를 가진 플레이어가 다루면 그야말로 최강급이었다.
그나마 대적할 수 있는 건 야규가의 타케루 같은 사람들 정돈데, 그마저도 한 수 접어 주는 건 정석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알려진 것에 한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미지의 영역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흰긴수염고래가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심해 속에는 거대한 크라켄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칠흑의 사신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뒷세계에는 그보다 더한 암살자가 있을 거라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크라켄이 대왕 오징어였던 것과 달리, 이 경우에는 진짜로 그럴 수 있는 자가 있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아, 무명이라고 부르는 어느 암살자.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한국 서버, 아니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그가 최고의 암살자라고 평가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건 오직 최고의 핫 플레이어를 암살하는 데서 오는 재미였다.
모든 플레이어의 정점에 선 네임드 플레이어들과의 진검 승부.
하지만 네임드 플레이어들과의 승부는 절대로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뛰어난 기술 외에도 타깃의 위치나 상황 같은 수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예를 들면 어떤 플레이어가 제일 강하고, 그는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같은 것.
이 때문에 그는 파이브스타의 이시우와 핫 라인을 개설하고 있었다.
저쪽은 정보와 막대한 보수를.
그리고 이쪽은 그에 맞게 의뢰를 해 주는 식.
계약 관계는 꽤 만족스러웠다.
파이브스타가 건네준 정보의 질은 충분히 무명을 만족시켰고.
무명이 플레이어를 죽임으로써 파이브스타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치워 버릴 수 있었다.
파프닐에게 한 대 얻어맞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크로스파이어를 완전히 보내 버린 것도 그였고.
프론티어가 뜨기 전까지 명문 길드들의 세력이 서로서로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게 그였다.
그런 무명이 파프닐을 추적하게 된 건 필연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흑마법사들 천 명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그곳부터 미행을 시작.
비행 괴조와 가고일, 본 드레이크의 뼈 사이에 들어간 그는, 바다 위까지 따라와 배 사이에 잠입할 수 있었다.
그 후는 훨씬 어려웠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흑마법사들의 배.
밀항자로서 섞여 든 무명은 곧바로 가장 안전한 장소를 파악했다.
‘선저나 갑판은 감시가 너무 심해서 어렵다. 흑마법사들 사이에 섞인다 해도 네임드 NPC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겠지.’
무명이 선택한 방법은 풀밭 사이에 숨는 것.
시체와 해골병, 언데드들 사이로 파고든 그는, 좀비 병사를 연기하며 의심을 피했다.
양옆의 좀비들에게선 연신 피고름이 떨어지고, 가끔은 썩은 살점 속에서 구더기가 나와 꿈틀거렸다.
숙련된 암살자라 해도 토악질이 나올 일이지만, 그는 프로 중의 프로.
참고 또 참은 그는, 배가 폭풍우를 만나 흔들리거나 마수의 습격을 받을 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도착하는 곳은……. 설마!’
미스트 섬.
무명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납득했다.
자신이 찍은 암살 대상이라면 이 정도 마경은 도전해 줘야 하니까.
문제는 탈출이지만, 그는 언제나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저 녀석들……. 배에서 내려서 안쪽으로 가는군.’
흑마법사들이 내린 후.
혼자 남은 그는 배 안에서 주변 상황을 살폈다.
사방이 어둠의 마나로 가득 찬 미스트 섬.
안심할 수 없는 마경에서 이 배는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무명의 주변이 흔들렸다.
‘이건……!!’
무명은 깜짝 놀랐다.
수많은 거대 갯지렁이들이 배를 감싸고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하나가 레벨 7~800대의 고위 마물.
파프닐이 배를 버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끄우후후후.
끄루루루룩.
바다 쪽에서는 어둠의 마나로 범벅이 된 망령들이 손을 앞으로 한 채 몰려왔다.
레벨 900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고레벨 몬스터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대재앙.
월드 클래스급 이벤트 규모의 적들 앞에서, 무명은 곧바로 갯벌에 몸을 박았다.
‘어떻게든 도망친다……!’
이제는 더 이상 파프닐의 암살이 문제가 아니었다.
졸지에 맨 VS 갯지렁이와 유령들을 찍게 된 무명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강력한 어둠의 마나에 오염되었습니다.
-어둠 내성이 있습니다.
-어둠 내성이 오염 효과를 약화시켰습니다.
-HP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거의 모든 상태이상, 오염이 안 들을 만큼 내성을 키웠는데도 이 정도라니!
기겁한 무명은 한층 빠르게 진흙 뻘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갯지렁이와 유령들은 배들에 관심이 가 있었기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파프닐과 그 흑마법사 놈들은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숲속에 들어간 거지?”
일단 숨을 좀 돌리고, 놈들의 위치부터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던 무명의 등 뒤로, 크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미럴…….”
“크허어어엉!”
검은색 피부에 흰 줄무늬가 있는 검치호가 그대로 땅을 박찼다.
무명의 고생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
호라이즌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있다.
판타지에서 따온 오크, 고블린이나 스켈레톤은 물론.
드래곤과 와이번, 그리폰, 가고일 등의 공중 몬스터들도 존재하며.
현실에서 따온 천 년 묵은 여우나 곰, 멧돼지 등의 영물들도 고레벨 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드래곤 헌터에서 수많은 드래곤을 보아 온 김강한이었지만, 그런 그도 처음 보는 다양한 몬스터들이 호라이즌에는 많았다.
당장 곤충 인간 파브르와 괴충 웨이브만 해도 갖가지 곤충들이 전부 튀어나와 날뛰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파프닐도 눈앞의 몬스터는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만했다.
네 발로 쿵쿵거리며 지나가는 긴 목의 괴수는, 어딜 봐도 거대 용각류 공룡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까.
‘공룡…….’
놈은 현실의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닮았다.
특이한 점이라면 녀석의 눈은 요기로 시뻘겋게 빛나고 있고, 몸은 검은색으로 윤기 나는 가죽이 덮고 있다는 것 정도.
‘미스트 섬에만 있는 몬스터겠군.’
종의 진화설이란 게 있다.
다른 곳과 분리되어 오랜 세월이 지난 독자적인 환경은, 바깥에선 멸종한 고대종들이 멀쩡히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의 보고가 되는 게 그것이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갈라파고스 섬이 그랬고 말이다.
그 원리가 반영되었다면, 저놈은 분명 이곳에서만 나오는 토착 몬스터.
전리품도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게 된다.
‘잡으면 엄청난 보상을 주겠어.’
공룡은 움직임이 느렸고, 방향 회전이나 완전히 뒤쪽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꼬리가 있긴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될 정도.
‘좋아. 사냥을…….’
그때였다.
해골병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숲속에서 거대한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를 닮은 공룡 머리가 튀어나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목을 뜯었다.
“꾸어어억!”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그 위로 나타난 괴수는, 티라노의 머리에 시조새의 몸을 한 무언가였다.
“크르륵!”
티라노-시조새는 짧은 괴성과 함께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사체를 뜯어 먹고 사라졌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빛냈다.
‘머리와 다른 몸이 융합된 공룡이라…….’
티라노와 시조새.
괴상한 조합임에도 녀석의 힘은 기존 공룡들을 월등히 능가하고 있다.
이건 조사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쩌면 플러시가 이 안에서 발견했다는 그 시설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르겠군.’
파프닐은 티라노 시조새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사냥한 후에도 놈은 다른 공룡들을 몇 번 더 사냥했다.
키메라라서 그런지, 육식 공룡이라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선천적인 성격이나 능력이 포악한 건 확실한 듯했다.
‘저놈의 둥지를 찾고, 그다음에 어떻게 사냥할지를 보아야겠어.’
둥지를 알면 덫을 제작할 수도 있고, 주변 지형을 파악해 유리한 사냥을 할 수 있다.
그렇게 공룡을 따라가던 파프닐의 눈앞에 어떤 시설이 나타났다.
‘저건……?’
로마제국의 콜로세움, 그리스 신전 같은 건물 여러 개가 숲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크르륵!”
“케엑!”
키메라 공룡들은 자유롭게 신전 안으로 들어가거나 나올 수 있었지만, 다른 몬스터들은 신전에 다가가는 순간 투명한 막에 의해 튕겨 나오는 게 보였다.
‘흠, 결계인가?’
파프닐은 해골병을 한 마리 소환해 보내 보았다.
종종걸음으로 달려간 해골병은 결계에 닿자마자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해골병 소환이 해제되었습니다.
“…….”
머드 골렘을 보내 보았지만 1초가량 더 버티는 게 고작.
데스나이트나 엘리트 해골병을 보내면 살기야 하겠지만, 저 결계를 뚫을 수는 없으리라.
“……이대로는 공략이 어렵겠군.”
결계를 파괴하거나, 최소한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고위 마법사 언데드가 필요했다.
그래도 일단 공략한다면 엄청난 보상이 뒤따르리라.
누구도 들어온 적 없는 마경에서 발견한 정체불명의 신전.
‘원작 소설에 나왔던 층계가 저곳에 있을 확률이……. 최소한 90% 이상이다.’
반드시 공략해야 할 던전.
‘일단 지금은 길만 외워 두고, 나중에 다시 와야겠군.’
만약 키메라 공룡들이 그곳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면 신전을 일찍 공격하는 건 시기상조였다.
흑마법사들이 충분히 성장하고, 작업이 끝난 엘리트 해골병들을 데리고 와서 싸워도 늦지 않았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파프닐은 재차 캠프 정비와 토착 마수의 사냥을 시작했다.
단순히 살아남고자 하는 사냥이 아닌, 전체적으로 힘을 강화해 던전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잡고 체계적으로 벌이는 사냥 노가다!
“다들 이쪽으로.”
파프닐은 일부러 숲 깊은 곳 대신 해안가나 연안, 주변 지역을 따라 돌며 사냥을 했다.
물론 양옆으론 수많은 흑마법사를 거느린 채였다.
“저기 몬스터다!”
“전원 공격!”
흑마법사 NPC들이 외친 순간, 수천 마리의 언데드 군단이 몬스터들을 향해 쇄도했다.
거대 갯지렁이들의 몸을 타고 올라간 해골병들이 창칼을 찔러 대고, 어쩌다가 무기를 놓치면 이빨로 물어뜯으며 싸웠다.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
값싼 해골병들은 물론, 한 기를 만드는 데 엄청난 자원이 드는 데스나이트나 리치, 해골 마법사들마저도 같은 신세였다.
‘어차피 죽어도 괜찮아, 아니. 죽어야 하지.’
‘부서진 녀석을 되살리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지니까.’
죽은 해골병을 되살리는 와중에 훨씬 강해지니, 흑마법사들 입장에선 굳이 해골병을 아낄 이유가 없다.
끝없이 몰려드는 해골병들 앞에서, 갯지렁이들은 마구 발버둥 치며 싸웠다.
파프닐은 그 빈틈을 노려 궁드닐을 찌르면 끝이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80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을 쓰러뜨리자, 700레벨대 후반인 파프닐의 경험치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올랐다.
성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지능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최대 MP가 +10 상승했습니다.
사냥 중간에 어둠의 마나로 인한 능력치 향상도 종종 보였다.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해골병들과 언데드 군단들!
캠프도 점차 크기를 확장했고, 각 흑마법사 학파의 공방이나 두 번째 창고, 세 번째 창고 등의 시설물도 추가되어 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