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78)
478화
경험치와 아이템, 그리고 끝없는 사냥!
파프닐이 언데드들, 흑마법사들을 몰고 다니는 방식이었다.
엘리트 데스나이트, 네임드 언데드들이 몬스터의 기척을 끌거나 상처를 내는 데 사용되었다.
미친 사냥법이긴 하지만 어둠의 마나가 깃든 땅에서는 그래도 되었다.
‘재료 소모는 그대로지만.’
고레벨 언데드들은 사망 시 부활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재료가 든다.
어둠의 마나가 많아 페널티가 줄어도 쉽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
파프닐은 기꺼이 관련 재료들을 풀었다.
수많은 어둠의 마나석과 엑토플라즘, 인간의 피와 약초, 뼈 등을 원가만 남기고 판매!
당연히 순수한 선의로 그런 건 아니었다.
흑마법사들이 빠르게 성장해서 개척을 해 주어야, 생각해 뒀던 계획을 이룰 수 있기 때문.
“흐음…….”
베이스캠프 주변의 산에 오르자 섬 주변이 내려다보였다.
멀리 보이는 바다, 그리고 주변에 가득한 수많은 산과 숲들.
측량 결과 미스트 섬의 크기는 대략 현실의 제주도와 비슷했다.
‘적당한 거점을 만들기엔 충분하지만, 딱 그 정도인가.’
대부분의 지역은 숲과 산, 마수들로 덮여 있지만, 개척 작업을 거치면 충분히 거주 지역으로 만들 수 있을 거다.
당장 원작 소설에서도 플러시는 이곳을 정화하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이대로 계속 사냥을 하는 건 너무 시간이 걸리겠군.’
섬 중앙에 있는 신전.
그곳에 있는 보스가 그것을 내버려 둘 리도 없었고 말이다.
‘해골병도 없는 지금이니, 던전을 공략하려면 동료가 필요하겠군.’
파프닐은 커뮤니티창을 열고 훑어보았다.
킨도르한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인원이 접속해 있거나, 접속하지 않은 게 보였다.
‘어느 정도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안 돼.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 나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사람에게만 이곳을 알려 줘야지.’
미스트 섬 개척은 초극비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이다.
비밀이 유출될 위험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나았다.
‘어디 한번 찾아볼까?’
파프닐은 믿을 수 있는 동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꼽힌 건 당연히 킨도르한.
지금 프론티어 길드 대소사를 맡고 있으며 랭킹 및 각종 대회에서도 활약 중인 그는, 실력과 신용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자원이다.
문제는 그를 불러오기엔 대체 인원이 없다는 것.
프론티어 길드의 업무가 비는 데다, 녀석의 강함은 주변에 부하들이 가득 있을 때 비로소 나온다.
힐데나 리하나 일행은 다른 이유로 부를 수 없었다.
성기사, 신관 클래스는 미스트 섬에 있는 흑마법사들과 완전히 상극.
강제 퀘스트라도 떠 정보가 샌다면 신성 교국이 언제 이곳으로 원정군을 보내올지 몰랐다.
‘그럼 결국 시현, 시연 님이나 존스 박사님, 그리고 칠흑의 사신 정도인가.’
던전을 공략하기에 적당한 소수의 인원.
그 외의 인원들은 일단 풀리면 무조건 정보가 샐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인원으로는 조금 부족하지 싶은데.’
그때였다.
파프닐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참, 그 녀석들이 있었지.’
게임 초중반부.
신대륙이 열리기 전, 한국 서버를 호령하던 어떤 세력이 있었다.
파프닐 혼자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었기에, 파이브스타 길드를 끌어들인 판에서 털어먹었던 거대한 호구가.
‘문제는 그 녀석들이 나를 따라 주느냐인데…….’
일단은 부딪쳐 봐야지.
파프닐은 메시지창을 열고 정해 둔 인원들을 불렀다.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
-응?
-네?
-실은…….
시현, 시연과 존스 박사, 그리고 칠흑의 사신에게 연락을 돌리는 파프닐.
넷 모두 선뜻 부탁을 수락했지만, 칠흑의 사신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조금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다.
-일본 서버에서 아직 진행 중인 퀘스트가 있어서. 이것만 마치고 갈게.
-아직 거기서 뭐 할 게 남았나?
-후후……. 너는 상상도 못 할걸. 궁금하다면 못 말해 줄 것도 아니긴 한데…….
-그래, 힘내고. 다 끝나고 와라.
-자, 잠깐만.
메시지가 이어지기 전에 끊은 파프닐은 다음 창을 열었다.
“자, 그럼 어디, 받나 볼까?”
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후.
놀랍게도 상대는 곧바로 연락을 받았다.
-……흑기사?
“그래.”
-아니, 흑기사는 무슨.
보이스 너머의 목소리는 파프닐을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를 이 꼴로 만들고서 잘도 그런 연기를 하는구만.
“…….”
-네가 파프닐이란 걸 아직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그럴 리가 없지, 철혈패군.”
철혈패군.
한때 한국 서버를 통째로 장악했던 철혈 길드의 마스터였다.
차원의 틈 속에서 끝없이 패치 전 데이터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또 사냥하며 강해진 이들이기도 했다.
파프닐은 그가 반응하기 전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프론티어 길드로 들어와라. 너와 네 길드원들 모두.”
-무슨…….
“네가 받아들인다면 상상도 못 할 큰돈을 벌게 해 주지.”
-하…….
“언제까지 차원의 틈에서 사냥만 하고 있을 거지?”
철혈 길드의 최정예들을 프론티어 길드로 영입하겠다는 것.
-미친놈, 우리가 네놈 밑에…….
“파이브스타는 너희를 받아 주지 않을 거다.”
몬스터들의 사냥만을 끝도 없이 연마한 철혈 길드원들.
하지만 파이브스타의 정예부대는 몬스터 사냥과 더불어 플레이어와의 전투도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린 지 오래다.
그뿐만이 아니다.
파이브스타는 이미 한국 서버의 정점이자, 해외 서버에서도 명성을 날리는 길드.
과거의 망령인 철혈 길드원들을 굳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네가 바라는 수준의 대우를 해 줄 수 있는 건 프론티어 길드뿐이라는 것이지.”
-놈…….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네 밑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게임을 접는 것도 좋겠지. 아이템을 팔고 스킬 북을 정리해서 시장에 내고. 인당 수억은 충분히 손에 쥘 거다.”
철혈패군의 말문이 막혔다. 저 말에 거짓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억을 벌면 한동안은 떵떵거리며 살 거다. 아파트를 한 채 사거나, 적금을 들 수도 있고.
그런데 그게 끝이다.
더 이상 패자의 꿈을 꾸긴커녕, 게임을 했다는 추억만 남긴 채 썩어 가야 한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부하 녀석들이 그런 걸 바랄 리도 없고.
그 상황에서 파프닐이 쐐기를 박았다.
“지금 내 손을 잡으면, 너희는 모든 커뮤니티에서 항상 언급되게 될 거다.”
철혈패군은 돈이라면 넘쳐 나는 사람.
그런 그에게 부족한 것은 다름 아닌 군중의 칭송과 추켜세움이었다.
그것 때문에 거금을 들여 철혈 길드를 만든 그에게, 그 점을 어필하는 건 결정적이었다.
-……역시 그때 네 녀석을 확실하게 우리 밑에 끌어들이거나 제거했어야 했어.
사실상 승낙의 선언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하면 되지?
철혈패군의 질문에 파프닐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일단은 계약서부터 써라.”
***
어두운 숲속을 검은 아르마딜로 한 마리가 가로질렀다.
수많은 공룡과 다른 토착 짐승들처럼, 아르마딜로도 많은 진화와 폭주를 거친 뒤였다.
검게 빛나는 윤기 나는 등껍질과 갑각.
살기가 가득한 채 흉흉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마지막으로 다른 마수의 피가 잔뜩 묻은 입이 그 증거였다.
그런 아르마딜로의 눈이 일순 움찔했다.
눈앞에 놓인 검고 동그란 것은 다름 아닌 숲 버찌.
마수들의 고기만 뜯어 왔던 아르마딜로에게 있어 무조건 혹할 수밖에 없는 별미였다.
“……!”
아르마딜로는 버찌에 달려들어 입에 물었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달콤 새콤한 맛과 촉촉한 과육.
눈을 돌린 아르마딜로의 눈에 길마다 놓인 버찌가 보였다.
아르마딜로는 아무 의심 없이 그것을 따라갔다.
바닥에 놓인 버찌를 계속 주워 먹으며, 주변에 버찌 씨를 뱉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움직이던 어느 순간.
버찌가 놓여 있던 바닥이 통째로 아래로 꺼졌다.
“끽!”
구멍 안엔 뾰족한 나뭇가지가 빼곡히 박혀 있었다.
물론 아르마딜로는 멀쩡했다.
애초에 그 정도 나뭇가지에 찔린다고 뚫릴 것이었으면, 이 섬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으니까.
이 때문에 아르마딜로는 함정에 빠졌음에도 경계하지 않았다.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무명은 놓치지 않았다.
콱!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무명의 검이 아르마딜로를 꿰뚫은 순간.
아르마딜로 몸에 있던 모든 털이 사라지고, 동시에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오늘은 고기군.”
사냥을 마친 무명은 고기를 들어 올리며 히죽 웃었다.
“이게 얼마 만의 고기냐.”
갯지렁이와 망령들에게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파프닐과 흑마법사들은 기척째로 사라진 지 오래.
그때만 해도 천천히 흔적을 탐색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스트 섬은 생각보다 훨씬 더 살아남기 힘든 곳이었다.
먹을 만한 나무 열매나 곡식은 아예 씨가 마른 지 오래.
마수들도 대부분은 몸에 밴 어둠의 마나 때문에 어떤 조리를 해도 먹을 수가 없다.
모든 마수를 잡아서 구워 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곳의 마수들은 레벨이나 스펙이 상상을 초월했기에 한 마리를 잡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때부터는 생존 싸움이었다.
레벨 800대의 몬스터들을 사냥해 하루하루의 허기를 채우고.
그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움직이며, 어디론가 쏙 사라진 파프닐을 찾는 나날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 섬에서 먹을 만한 물과 식량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었다.
물이란 물, 열매나 고기들 모두가 어둠의 마나로 가득 오염되었기 때문!
‘이…… 정도는……. 문제없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진작 포기하고 밖으로 도망쳤을 거다.
그러나 무명에게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만한 훈련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명의 캐릭터 안엔 한때 북한의 특수부대원 중에서도 전설이라 불리던 자가 있었으니까.
‘캄보디아 숲처럼 너무 덥지도 않고, 러시아 숲처럼 너무 춥지도 않지. 이 정도면 꽤 괜찮은 환경이야.’
남북한, 중국까지 통틀어 존재하는 특수부대원들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설의 요원 국영수.
그가 탈북한 이유는 간단했다.
위대한 최고 존엄의 호라이즌 캐릭터를 키워 주라는.
흔히 말하는 ‘버스’ 태우기를 거부했다는 것 때문에 북한의 모두가 그를 죽이려 든 탓이다.
‘그때만 해도 내가 직접 이 게임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북한 전체가 그를 죽이려 했지만, 국영수는 보란 듯이 살아서 남한까지 숨어들어 왔다.
그 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의 눈에 보인 게 바로 호라이즌의 모험과 공성전 광고판.
돈도 벌 겸 시험 삼아 해 본 게 지금에 이르렀지만, 무명은 아직 배가 고팠다.
아직 파프닐을, 그리고 검노인과 이시우를 암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프닐…….’
파이브스타에서는 파프닐의 목에 무려 2백억이라는 거액을 걸었다.
파프닐만 쓰러뜨리면 곧바로 안전한 방식을 통해 입금되며, 세금이나 신분 추적 따윈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히 안전한 금액.
일단 한 번만 죽이면 그야말로 남은 인생 걱정이 전부 사라지는 거액이다.
돈은 그렇다 치고.
국영수의 입장에서도 파프닐 암살은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현실에서 살아온 평생을 암살자로 살아온 그.
암살자 세계의 최고가 되는 것은, 그런 그의 인생을 증명하는 일종의 프라이드와 같은 것이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이쯤이야……. 더한 것도 할 수 있지.’
자신을 죽이고 최고 존엄의 지시에 따르는 살인 기계로 살아온 지 40여 년.
이제는 나의 꿈을 위해 살겠다.
국영수는 그렇게 결심하며 아르마딜로의 고기를 뜯었다.
그때였다.
-13번 감지 트랩이 반응합니다.
13번.
해안가 쪽에 있는, 흑마법사들의 배가 있던 바로 그곳이다.
‘갯지렁이……인가? 아니면 조개?’
지금까지 걸린 대부분의 트랩은 갯지렁이나 불가사리, 미스트 갈매기 등의 마수에 반응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긴 했지만.
국영수는 저도 모르게 해안가로 향했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여기가 미스트 섬…….”
“파프닐 녀석, 대체 무슨 꿍꿍이지……?”
해안가에 발을 디딘 수십여 명의 플레이어의 맞은편에 타깃이 서 있었다.
“할 말은 많다만……. 일단 다들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다.”
타깃이 말했다.
국영수도 같은 기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